아임 소리 마마 밀리언셀러 클럽 44
기리노 나쓰오 지음 / 황금가지 / 2006년 6월
평점 :
절판


몰입도 95%

그녀의 책을 이제서야 읽었음을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그녀의 책을 또 읽는 것은 당분간 보류해야겠다. 그 충격과 시달림을 바로 겪고 싶지는 않기 때문. 어찌됐건 밀리언셀러클럽은 나에게 또 한 명의 엄청난 작가를 알게 해 주었고, 앞으로 천천히 그들이 소개하는 멋진 작가들을 만날 거라는 기대감은 책 읽는 사람의 큰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왠만해서는 원서 자료까지는 찾아보지 않지만, 주인공 아이코의 한자가 너무 궁금해 아마존 일본까지 들어가 봤다. 역시 주인공의 이름은 アイコ. 설마 '愛子'는 아니겠지 하는 예상이 맞았다. '일찍이 여자였던 괴물들에게, 그리고 앞으로 괴물이 될 여자들에게 바치는, 충격의 문제작'이라는 띠지와 쓰레기 더미가 쌓여 있는 - 마치 에미코의 집처럼- 곳으로 걸어가는 어린 여자애의 뒷모습이 찍힌 다큐 같은 사진의 표지가 인상적이다. 그런 면에서 한글판의 표지 삽화는 오히려 더 감상적인 느낌이다.

너무나 평범해서 한 번 보면 기억도 나지 않을 주인공이 살인을 서슴지 않는 '괴물' 혹은 '짐승'이 된 것은 태어나자 마자 짐승처럼 버려진 그녀의 출생과 고아원에서조차 서열상 먹이 사슬의 가장 아래에 있어야 했던 그녀의 성장 과정 때문일 수 있다. 짐승에게는 감정도 과거도 필요 없다. 그저 순간 순간 살아야 하며, 살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죽여서 잡아 먹어야 한다. 그녀는 자신의 과거를 지우개처럼 지우기 위해 살인을 했다고 하지만, 짐승이 자신이 잡아 먹은 동물들을 어찌 일일이 기억하겠는가. 자신의 성장 과정을 탓하고, 스스로의 과거를 지우고, 그를 위해 죽인 사람들의 과거를 덧쓰고 살아가는 아이코의 모습은 짐승과 인간의 경계에 놓인 한 '괴물'의 모습에 다름 아니다. 그것은 생존이라는 욕망과 본능에 충실한, 그래서 사람보다 더욱 순수한 존재다.

그런 그녀가 스스로의 위치를 자각하는 것은, 결국 자신의 존재의 근원인 어머니를 만나는 순간이다. 그리고 그 어머니에게 '미안하다'는 감정을 느끼는 순간 그녀의 존재는 짐승의 세계에서 사람의 세계로 급격하게 쏠려 들어온다. 이후 그녀가 겪어야 할 삶, 사람에 가까워진 짐승으로서, 짐승 같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사람들의 세계를 어떻게 살아내야 할 지 안타까운 마음마저 든다.

이제 그녀를 지배하던 정글의 법칙은 슬슬 힘을 잃을 지도 모르고, 어쩌면 더욱 커질 지도 모른다. 'I'm sorry, mama'는 과연 어떤 미래를 부르는 언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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