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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 먹다 - 제13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김진규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평점 :
몰입도 70%
단편 소설 한 번 써 보지 않은 아주머니가 처음 쓴 장편 소설로 권위있는(?) 문학상을 탔다는 사실을 먼저 알았다. 그리고 남자 이름을 한 이 작가가 블로그를 하고, 인터넷에 연재를 한다는 사실을 그 후에 알았다. 이 소설을 만난 건, 그녀가 그 연재 글 중에 인용한 문단들을 통해서였다. 한동안은 그랬다.
작가는 스스로 표면 장력의 끝을 본 게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라 했다. 입력이 넘치면 출력을 해야 한다. 맞는 말이다. 그리고 작가의 글은 많은 입력이 있어왔고, 출력까지 또 많은 시간이 걸렸음을 보여 준다.
표면 장력. 어릴 적 물잔의 물이 넘칠 듯 넘칠 듯 시침핀을 계속 집어 넣는 실험을 한 적이 있다. 표면 장력으로 부풀어 오르는 수면 밑에는 그렇게 끊임없이 가라앉는 존재들이 있다.
읽으면서, 그래도 좀 더 넘쳐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내내 들었다. 삭이고 삭인 인물들의 내면은 매 챕터마다 등장하는 그들의 서술로 펼쳐지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목소리는 작가의 목소리 하나였다. 그래서 계속 새로운 인물이 나올 때마다 앞장을 뒤적이며 이름들을 찾아야 했다. 인물들을 작가의 가슴 속에서 좀 더 풀어 줬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답답함이, 인물들의 모진 사랑과 운명보다 더 먼저 느껴졌다.
스토리는 재미있다. 하지만, 너무 열심히 썼다. 그래서... 읽는 재미는 솔직히 많이 없다. 심사평 중 '공부하면 쓴 소설'이라는 말이 눈에 띄었다. 재미없다는 말을 이리저리 에둘러 말한 박완서 작가의 평에 동감한다. 심사평까지 다 읽고 나니, 상을 줘야 될지 말아야 될지 고민한 심사위원들의 난감함이 드러난다.
하지만, 작가의 다른 글에서 받은 인상은, '그녀는 말이 많다'는 것. 처음이라 그랬다 치자. 그녀의 문장은, 그녀의 공부는 그래도 기대를 하게 하지 않는가. 좀 더 시원하게, 좀 더 넘치게 풀어 낼 그녀의 이야기,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