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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싱 마이 라이프 ㅣ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29
이옥수 지음 / 비룡소 / 2025년 4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10대 미혼모.
익숙하지 않지만 결코 드물지 않은 이 단어를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키싱 마이 라이프』는 사람들과의 관계,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낸 이야기로, 우리 삶의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합니다.
겉으로는 평범했던 고등학생 하연이가 겪는 고통과 선택, 그리고 사회의 무관심은 지금 우리가 사는 현실과 멀지 않아 보여요.
이옥수 작가의 『키싱 마이 라이프』는 한 고등학생의 예상치 못한 임신과 그 이후의 삶을 따라가는 청소년 소설입니다. 주인공 하연이는 단짝 친구 진아와 선의의 경쟁을 하며 열심히 공부하는, 자존심 강하지만 평범한 여학생이었죠.
하지만 남자친구와의 관계로 인해 예상치 못한 임신을 하게 되면서, 하연이의 평범했던 삶은 완전히 달라지게 됩니다.
처음엔 낙태를 고려했지만, 초조하게 흘려보낸 시간 때문에 이미 돌이키기엔 늦어버리고 말았죠.

가정에서도 아빠와의 갈등, 엄마에게 차마 솔직히 털어놓지 못한 채 전전긍긍하던 하연이.
그 와중에 아빠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기며, 그녀의 상처와 좌절은 점점 깊어집니다.
남자친구 채강이는 그래도 책임감 있게 아르바이트를 하며 병원에 함께 가는 등 노력하지만,
결국 하연이는 아기를 낳기로 결심합니다.
가족과의 갈등, 친구들의 외면, 미래에 대한 불안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현실은 하연이에게 너무나도 가혹한 시련이었고, 그녀는 결국 미혼모 시설로 들어가게 되죠.
이 책에서 마음이 아팠던 장면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하연이가 혼자 끙끙 앓을 때, 단짝 진아의 사건이 터지고, 그 얘기를 들은 엄마의 말 한마디가 하연이를 무너뜨립니다.

"엄마가 네 언니한테도 숱하게 말했지만 만약 너희들이 허튼짓하고 돌아다니다가 애라도 생기면 엄만.. 같이 죽어 버릴 거야."
가장 가까운 존재인 가족에게 들은 이 말은, 단순히 개인의 상처를 넘어서 이 사회가 미혼모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인 것 같아요.
또한, 아빠가 교도소에 가고 집을 팔아야 하는 엄마의 상황,
그 속에서 하연이는 아기 이야기는 꺼내지도 못한 채 점점 방황합니다.
그리고 그런 하연이를 전혀 알지 못한 채 한심하게 바라보는 엄마와의 충돌…
그 장면들을 읽는 내내 마음이 찢어지는 듯했어요.
폭력적인 언어, 차가운 시선, 무심한 말들 속에서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가 되어가는 하연이를 보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키싱 마이 라이프는 단지 ‘청소년의 성’이라는 주제를 다루는 것을 넘어, 선택 이후의 삶을 정직하게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하연이는 단 한 번의 실수 이후, 모든 선택에 책임을 지며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그 모습에서 독자는 비난보다 이해와 공감,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회적 보호망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됩니다.
남자친구 채강이도 책임감 있는 모습도 인상 깊었어요.
진아의 남자친구 현규처럼, 현규의 엄마처럼 나 몰라라 했다면 하연이가 더 빨리 무너졌을지도 모르니까요.
읽는 내내 그 존재가 고맙게 느껴졌습니다.
누군가의 잘못을 지적하는 일은 쉽습니다.
하지만 그 잘못 이후에도 계속 살아가야 할 누군가의 삶에, 우리는 어떤 시선과 도움을 건넬 수 있을까요?

『키싱 마이 라이프』는 청소년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깊은 질문을 던지는 이야기입니다.
10대가 겪을 수 있는 진짜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분들께, 이 책을 꼭 권하고 싶습니다.
청소년뿐 아니라 부모, 교사, 모든 어른들이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어야 할 책.
책장을 덮은 뒤에도 오랫동안 마음에 남는 이야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