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숲 코끼리 나무 - 2022 CBCA 올해의 그림책상 수상작
프레야 블랙우드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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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그림 속 나무들이 서 있는 모습이 진짜 코끼리를 닮아서 깜짝 놀랐다.
숲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장면이다.
때때로 숲에서는 이런 마법같은 일이 생기기도 한다.
왜냐하면 숲이니까...
나에게도 좋아하는 숲자리가 있다.
그곳에만 가면 가슴이 넓어지고 머릿속이 더 맑아진다. 나무들과 하늘과 흙의 노래가 들려오는 곳. 나만의 '퀘렌시아'다. 스페인어 '퀘렌시아'는 영혼의 안식처, 회복의 장소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코끼리 나무를 마주보며 다정한 손길을 내밀고 있는 한 아이가 있다. 아이의 표정이 행복하게 보인다.
문득 나의 '퀘렌시아'가 떠올랐다.
출판사 서평으로 미리 만나보는 그림책 이야기도 생각났다.
외톨이 아이와 코끼리 나무의 비밀스런 연대라니...
어떤 스토리일까?

그림책은 글 없이 그림 만으로 서사를 펼친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일러스트는 가슴에 물길이 흐르게 한다. 울다가, 웃다가, 한탄하다가, 놀랍다가...수많은 감정들이 그 물길을 채우며 흘러갔다.
그림책의 초반부는 외로운 아이의 일상을 나타내고 있는데 보는 동안 내내 마음이 짠하였다.

어느날 아이는 집 옆에 있는 작고 고요한 숲에서 코끼리 나무를 만나게 된다.
그날 이후 아이는 코끼리 나무와 친구가 되었다.
먹을 것을 가져다 주고, 서로의 이야기도 들어준다. 공놀이, 책 읽기도 함께 했다.
계절이 몇 번 바뀌어도 둘의 우정은 변함없었다.
늘 혼자였던 아이에게 나무는 힘이 되어주는 존재가 되었다. 나무와 함께 있는 동안은 두려움이 사라졌다. 아이의 꿈을 맘껏 펼칠 수도 있었다. 숲은 아이의 우주였던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숲이 사라진다고 한다.
청천벽력과도 같은 눈앞의 현실을 보고도 못 믿겠다는 듯 아이의 두 어깨가 축 처졌다.
아이는 또 다시 외톨이가 될 것인가!
마음의 상처는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

다행히도 그림책은 해피엔딩이다.
마법처럼 숲이 되살아나는 페이지를 넘기면서 감탄을 금치 못하였다.
눈을 감으면 더욱 또렷해지는 희열의 순간들, 그림책에서 직접 확인해 보기를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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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만세 그림이 있는 동시
이상교 지음, 이혜리 그림 / 미세기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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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의 길다란 몸을 닮은 그림책의 판형이 첫눈에도 인상적이었다.
그림 동시집에는 곤충을 소재로 쓴 15편의 동시가 담겨있다.
타이틀도 멋지다.
'곤충만세'
박수 세 번! 짝!짝!짝!
내가 보내는 최고의 찬사다.
사실은 이때 꼭 쓰고 싶은 나만의 표현이 있는데... 조금 순화시킨 말로 대신하며 아쉬움을 달랜다.
"완전 딱이야!"

곤충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조금 두려워하는 편이다.
특히 바퀴벌레는 절대로 마주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징그럽고 무섭다.
헉! 그림책에는 바퀴벌레 동시도 있다.
앞표지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곤충은 개미다.
잘록한 허리는 벨트로 꽉 조이고, 두 발에 하이힐을 신겼다. 네 개나 되는 손짓이 신박하다.
그림 작가의 일러스트로 만나는 곤충들이 어찌나 특별하던지 눈호강을 제대로 한다.
뒤표지로 넘어가면 방아깨비가 날렵한 인사를 건넨다.
마치 무도회장에 나타난 듯 기품 있다.
또 어떤 곤충들이 등장할까?
목차를 살펴보면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제목에서 즉각적으로 드러나는 곤충이 있는가 하면 서사 속에 숨어 있는 곤충도 있다.

예술적인 일러스트와 함께 재미있는 동시를 읽으며 충분히 즐거웠다.
특히 뭉클했던 아빠 물자라 이야기는 놓칠 수 없는 페이지다.

<홀아비 물자라>

어미 물자라가
아비 물자라 등에
알을 낳아 놓았다
보골보골
소복이 낳아 놓았다

아비 물자라는
등에 아기 업고
가만가만 헤엄쳐 다닌다
물살 세지 않은 데를 가려
잔잔 떠다닌다

둥게둥게 물자라 아기
아비 등에 업혀 보골보골 큰다
오뉴월 볕에 옴속옴속 큰다
어미 물자라 없이도
울멍술멍 잘도 큰다

곤충을 무서워하는 아이들이 이 그림책을 만난다면 어떨까?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는 동안 곤충에 대한 친밀감이 쑥쑥 자라나기를...
막연한 두려움은 실체를 잘 모르기 때문에 생기는 경우가 많다.
반복해서 동시를 읽다보면 우리 주변의 작은 곤충들과 좀 더 친해질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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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할아버지가 될 거야! - 2022 볼로냐 라가치 The BRAW Amazing Bookshelf 선정 도서 도마뱀 그림책 4
시그네 비슈카 지음, 엘리나 브라슬리나 그림, 김여진 옮김 / 작은코도마뱀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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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그림만 보아도 충분히 알 것 같다.
손녀에 대한 할아버지의 사랑이 얼마나 크고 깊을지...
여자 아이가 할아버지가 되고 싶다고 이야기 했을 때 우리는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까?
케이티의 당돌하고 유쾌한 이야기.
<난 할아버지가 될 거야>를 통하여 따뜻하고 밝은 에너지를 얻어가고 싶었다.
그림책은 언제나 사랑이므로...

글과 그림이 정말 잘 어울린다.
두 작가의 협업이 이루어낸 최고의 걸작이며 환상의 짝꿍, 불멸의 조합이라고 하면 과한 표현일까?
단순하지만 정감있는 서사에 폭풍과도 같이 발칙한 일러스트의 매력을 입혀 최고의 가치를 재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아버지가 너무 좋아서 할아버지처럼 되고 싶은 케이티는 엉뚱발랄한 소녀이다.

-내가 할아버지가 되면, 우리 할아버지랑 나는 단짝이 되겠죠? 그럼 할아버지 놀이도 같이할 수 있을 거예요.-

여기서 할아버지 놀이란, 할아버지만의 특별한 모습과 행동을 말한다.
누구라도 성장과정에서는 좋아하는 사람을 닮고 싶어서 흉내내려고 하는 마음이 있지 않은가! 그리고 그것이 놀이 형태로 구체화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소꿉놀이나 인형놀이, 엄마놀이 같은 것으로 하루를 꼴딱 지새던 나의 어린 시절이 소환되기도 하였다.
그래서 궁금하였다.
케이트는 어떻게 할아버지 모습으로 변신할 수 있었을까?
책장을 넘겨가는 동안 구김살 없이 밝고 맑은 케이트의 반전 매력에 풍덩 빠져들기도 했다.

-우유 마시기도 할아버지 놀이예요?-

진지한 표정으로 물어오는 손녀에게 놀이처럼 우유를 마시게 하는 할아버지의 유머러스한 모습 또한 감동적이다.
케이트의 부모님은 함께 살지 않는 듯 하다. 여러 가지 상황을 상상해볼 수 있지만 어쨌든 케이트가 닮고 싶은 사람은 엄마도 아니고, 아빠도 아니다. 늘 함께여서 다정한 할아버지라서 다행이다.
케이트의 눈에 비친 할아버지의 일상이 여유롭고 평안해 보여서 또 다행이다.

-할아버지는 결코 서두르는 법이 없어요.
머리 위엔 항상 하얀 구름이 둥둥 떠다녔고,
언제나 기분 좋은 일들을 하며 느긋하게 시간을 보냈어요.-

오늘 내 곁에 와서 머문 그림책 한 권, 읽는내내 미소가 떠나지 않았으며 그 덕분에 참으로 행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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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하는 아이 소원우리숲그림책 10
박종진 지음, 서영 그림 / 소원나무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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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 넘 사랑스러운 그림책이다.
단순한 서사구조이지만 문장이 화려해서 프릴 장식이 달린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듯 화사한 느낌을 받았다.
독서대에 그림책을 올려놓고 아이와 눈을 맞춘다.
반짝거리는 두 눈동자에 우주가 담겨 있다.
상기된 두 뺨은 꽃잎 같고, 벙글어진 입 모양만 보아도 두근두근 심장 박동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내 마음 속 궁금증은 상자에 담아 놓을 수가 없어요.
한번 부풀기 시작하면 점점 커져서 빵 터져요.-

주요 등장인물은 엄마와 아이다.
시종일관 쉴새없이 터지는 아이의 질문 공세에도 여유만만한 엄마의 대처는 허를 찌른다.
유난히 질문이 많았던 큰 아이 키울 때가 떠올랐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의 경우에는 점점 멘탈이 붕괴되어 완력 진압으로 마무리했던 적이 많았던 것 같다.
어쨌든 그림책은 언제나 옳다.
맨 마지막 페이지에 이르면 또 한 명의 중요 인물이 등장하면서 닫혀버린 질문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하는데, 조금씩 긴장되었던 마음들이 여기서 한꺼번에 해소되면서 모두가 즐거워진다.
두려움을 품고 있는 아이의 마음을 이렇게 재미난 시소 게임처럼 풀어내다니...

-엄마, 은행잎이 제 어깨에 떨어졌어요!
저한테 인사하는 걸까요? 아니면,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걸까요?-
-글쎄, 쌀쌀한 바람이 부니까 얼른 걸으라는 거 아닐까?-

엄마와 아이가 길을 걷고 있다.
두 사람은 어디로 가는 걸까?
엄마는 앞장서서 종종걸음을 하고, 아이는 자꾸만 뒤를 돌아다본다. 핑계가 생길 때마다 멈추어 서서 온갖 질문을 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엄마, 껌을 밟은 거 같아요.
걸을 때마다 신발이 잘 안 떨어져요.
이러다 길에 딱 붙어 버리면 어떡해요?-

목적지에 도착했지만 아이는 두려운 나머지 그 앞에서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아이 엄마는 이 상황에 어떻게 대처를 했을까?
완전 대박!
그림책을 통하여 꼭 확인하기 바란다.

그러고보니 내게도 불현듯 떠오르는 에피소드 하나가 있다. 그날따라 산에 가지 않겠다며 실랑이를 벌이던 아들 아이를 억지로 데려갔는데 중간에 얘가 일부러 넘어져서는 다리가 아프다는 것이다. 너무 기가 막혔지만 모른 척하고 대답하였다.
"오늘은 원래 여기까지만 걸으려고 했어. 이제 돌아가자. 집까지 걸을 수 있겠니?"

육아의 근본 또한 결국에는 마음과 마음의 연결이 아닐까?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어루만져주는 것이 어른의 참된 지혜라고 말해주는 고마운 그림책이다.
엄마와 아이가 함께 도란도란 읽어도 좋지만 모든 세대에 걸쳐서 유쾌하게 즐길 수 있다.
더 많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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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껍질 수프
질 바움 지음, 아망딘 피우 그림, 박선주 옮김 / 바이시클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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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일러스트가 눈길을 끄는 그림책이다.
글과 그림의 완벽한 하모니는 이야기의 공간을 극대화 시키고, 상상과 환상과 모험의 세계가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는 듯 신비롭기만 하다.
한 권의 그림책을 앞에 두고 이토록 경건해질 수 있다니...
앞.뒤면지 또한 예사롭지 않다.
일반적인 틀과 형식에 구애받지 아니하며 알짜배기 정보까지 담고 있어 눈여겨볼 만하다.
이를테면 앞.뒤면지 속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요정처럼 작아 보이지만 실제 아이들이 맞다. 어른들이 잃어버린 세계, 아이들만의 세상에서는 꿈과 현실이 경계없이 넘나들 수 있음을 말하고 싶었나보다.
채소껍질 수프라는 것은 어떤 음식일까?
궁금하다면 뒤면지를 주목하라!
콩닥콩닥 설레임 가득한 요리 레시피가 실려 있다.

-아직 해가 뜨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밤은 아닌 시간,
작은 델 안젤로 광장에
시장이 열렸어요.-

그림책의 서사는 광장 시장의 고단한 하루를 위로하는 마법같은 스토리를 담고 있다.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는 채소껍질을 사는 아이들.
흙구슬과 고양이 눈알 구슬 따위로 값을 치르면 채소 껍질과 함께 브라슈 할아버지로부터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그런데 이 이야기들이 정말 기발하다.
작가는 어쩌면 이런 상상을 다 했을까?
껍질 벗긴 당근과 양파 알맹이, 잎을 떼어낸 순무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했던 아이들의 마음이 순수한질문으로 이어지고, 그것은 다시 신비로운 이야기가 되었다.
로즈메리 잎 열네 장과 바질잎 세 장, 펜넬 줄기 한 대, 타임 잔가지 하나가 들어있는 나무상자를 상상해본 적 있는가?
브라슈 할머니가 그 나무상자를 열자 갖가지 허브 향이 하늘로 날아올라 아이들의 온 몸을 감싸는 것이었다. 할머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아이들 사이에 가득 퍼진 허브 향이 갖가지 이야기를 실어왔다.

그렇게 모아진 채소껍질은 어떻게 쓰였을까?
머리를 맞댄채 수군수군, 비밀스러운 아이들의 뒷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눈을 감아도 오랫동안 그 잔상이 지워지지 않았다.

내게는 영혼의 음식 한 가지가 있다.
몸이 안 좋거나 마음이 허할 때 이걸 해서 먹으면 에너지가 생긴다.
채소껍질 수프도 그렇게 힘을 주는 음식이다.

오늘 하루도 고단하였을 당신에게 그림책 속 아이들이 보내는 따뜻한 응원.

-맛있는 수프 드세요!
모두를 위해 넉넉히 만든
채소껍질 수프랍니다.-

그림책과 함께 채소껍질 수프 한 그릇의 마법을 전하고 싶다.
우리 모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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