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기분
마숑 지음 / 피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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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숑 그림책 / 피포

기다리던
책이 왔어요.
만지작 만지작 하다가
내 손 안에 쏘옥
심장 가까이 끌어당겨
품 안에서 톡톡
손가락으로 살살 말을 걸었더니
부드러운 목소리로 인사하네요.

''오늘 네 몸의 기분은 어때?''

이번에 만난 그림책을 소개할게요.
귀엽고 사랑스러운 그림체와 포근포근한 색감 연출이 돋보입니다. 깜찍한 사이즈의 책과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몸에게도 기분이 있어요.-

낯설지만 매력적인 첫 문장입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기분은 마음의 기분일텐데 작가는 몸의 기분에 대해 언급하고 있어서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몸의 기분은 대체로 마음의 기분과 함께예요.-

의식을 하든 그렇지 않든 실제로 기분에 따라 우리 삶의 질이 달라지는 것은 맞아요.

-매일 아침
오늘의 기분은 어떤지 살펴보아요.
내 몸의 기분 말이예요.-

그래서 상쾌하지 않다면 모른체 하지 말고 풀어주라고 합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헉!
저도 모르게 '국민체조'를 할 뻔 했어요.
습관적으로요.
함께 그림책의 동작을 따라해 볼까요?

귀여운 캐릭터와 함께 '동작 따라해보기'라는 그림책의 구조가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꽤 다양한 동작이 소개되고 있답니다.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마음에 드는 동작을 재구성하여 '기분이 좋아지는 우리 집 몸 체조' 를 만들어 보는 건 어떤가요?
온 가족이 더욱 즐겁게 스트레칭 할 수 있을 거예요.

-몸의 기분이
유연해진
기분이라면
마음도 가벼운 하루가 될 거예요.-

몸이 유연해지면 덩달아 마음도 유연해진다는 기분을 함께 나누고 싶어서 그림책으로 엮었다는 마숑 작가님의 이야기가 참 고맙고 따뜻합니다.

-귀엽고 쓸모있는 이야기를 짓고 싶어요.
<몸의 기분>은 마숑의 첫 그림책입니다.-

''기분이 어떤가요?''
우리가 일상에서 많이 듣기도 하고, 많이 쓰기도 하는 말이지만 기분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 가에 대해서는 무관심했던 것 같아요.
기분이 좋아지는 그림책, <몸의 기분>을 만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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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변신중
박아림 지음 / 월천상회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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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아림 그림책 / 월천상회

''엄마~''
지금 제 곁에는 엄마가 없습니다.
하지만 가끔 힘들 때마다 혼자 조그맣게 불러보는 그리운 이름, 우리 엄마.
오늘은 왠지 눈물이 나네요.
그림책 때문일까요?
<엄마는 변신중>
그림책의 제목을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가슴 한 쪽이 시려왔어요.
참 이상한 일이었어요.
정말 그림책 때문이었을까요?
그럴리가 없잖아요.
표지 색감의 정서는 누가 봐도 환하고 따스한 진노랑입니다. 귀여운 캐릭터가 햇살처럼 쏟아지는 그림책의 세상,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진짜 매력이 폭발하네요.
게다가 작가의 재기발랄한 상상의 힘 또한 독자들에게는 커다란 즐거움으로 다가왔어요.

바나나처럼 날씬했던 엄마가 오이같은 아빠를 만나가지가 되더니, 동글동글 땅콩으로 변신합니다.
그런데 알고보니까 뱃속에 완두콩 두 알이 자라고 있기 때문이라는...하하하
특히 재미있었던 비유는 완두콩 두 알이 세상에 나와서 옥수수로 자라고, 가족 모두가 오렌지, 거봉이 되는 모습이었어요. 식빵으로 변신했을 때는 사뭇 웃겨서 '빵' 터졌답니다.
요즘 저는 건강을 위해 밝고 맑은 마음을 유지하려고 애쓰고 있는데요. 그림책을 곁에 두고만 있어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엄마의 변신을 응원하는 유쾌한 그림책-
박아림 작가는 엄마의 변신 속에 다양한 상징과 은유를 가득 채웠습니다. 새로운 페이지로, 또 새로운 페이지로 앞으로 나아가야 했던 엄마는 몸과 마음, 그리고 생각까지도 변신을 거듭하며 기꺼이 어른이 되어야 했는지 모릅니다. 엄마의 끊임없는 변신 덕에 우리는 이만큼 자랐고, 이제서야 엄마 자신을 위한 새로운 변신에 도전합니다.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분명, 엄마의 새로운 변신을 향한 도전을 박아림 작가와 함께 두 팔 벌려 응원하게 될 것입니다.
-출판사 책 소개 중에서-

엉뚱하고 재미난 상상을 담은 그림책을 만들며 아이들과 함께 꿈꾸고 싶다는 작가의 소망은 그의 두 번째 그림책이 되어 우리에게로 왔습니다.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그림책의 메시지에 가만히 귀기울여 볼까요?
소녀가 자라서 숙녀가 되고,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되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변화에 은유를 입혀 몰입도를 높였습니다.
표지 그림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바쁜 땅콩 엄마의 일상을 포도송이에 알알이 담았는데요. 통통 튀는 그림체가 담고 있는 묵직한 에너지는 역설적이지만 단단했어요.
세상에서 가장 힘센 이름 '엄마'.
혼자서 아이를 업고 메고 기저귀 가방까지 주렁주렁 매달고 거리로 나서는 이 장면은 압권이네요.
뭉클해집니다.

-우리 딸 주렁
우리 아들 주렁
가방도 주렁
주렁주렁주렁
이젠 꼭 포도 같네-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이 세상에서 자기 엄마가 제일 예쁘다고 합니다.
자신을 키워주고, 그 무엇보다도 빛나게 만들어주는 존재에 대한 무조건적 신뢰일까요?
엄마의 모습이 어떠하든 내 엄마가 세상에서 가장 예쁜 사람입니다.

-그런데 말이야,
엄마 이제 진짜 진짜 변신해 볼까 해!
기 대 해.-

엄마의 성장과 변화를 지켜보는 따뜻한 시선의 그림책.
다정한 위로와 응원을 전하는 그림책의 말을 지금 이곳에 펼쳐 놓습니다.
그림책을 읽으며 영원히 끝나지 않을 우리 엄마들의 변신을 응원합니다.
유쾌하게 상쾌하게 통쾌하게...

''엄마는 변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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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기 오리에게 - 삶을 더욱 반짝이게 하려면 마음속 그림책 20
코비 야마다 지음, 찰스 산토소 그림, 김여진 옮김 / 상상의힘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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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손에 넣었습니다.
《나의 아기 오리에게》

사랑스러운 이 작은 그림책이 제 심장을 두드립니다.
다음 순간, 김인육의 시 <사랑의 물리학>을 떠올렸습니다.
시를 찾아서 읽어 봅니다.

질량의 크기는 부피에 비례하지 않는다.
...
순간, 나는
뉴턴의 사과처럼
사정없이 그녀에게로 굴러떨어졌다.
쿵 소리를 내며 쿵쿵 소리를 내며

그림책은 그렇게 내게로 왔습니다. 두고두고 아껴 읽을 것입니다.
소중하게 품었던 그림책을 꺼내어 가만히 응시합니다. 귀엽고도 사랑스러운 아기 오리의 캐릭터에 반해서 입꼬리가 한없이 올라갑니다. 어디선가 축포 소리가 들려오는 듯 합니다.

'아흔아홉 살 그리고 그보다 더 어린 사람들에게 이 책을 건넵니다.'

뒤표지에 실린 이 문장을 읽는데 또 뭉클해집니다.
본격적으로 책을 열기도 전에 감정선이 다 풀리나 봅니다.
심기일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럴 때 도움되는 음악이 있지요.
앙드레 가뇽의 '조용한 날들'.
그럼 지금부터 이 멋진 책을 소개할게요.
앞ㆍ뒤면지는 아기 오리의 발자국입니다. 돌고 돌지만 결코 길을 잃지 않아요. 앞을 향하여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앙증맞은 그 발걸음을 따라가 보았습니다.

'이 작은 책은 더 나은 삶을 다시 찾고자 하는 책입니다.'

삶의 철학서를 대하듯 경건해지는 마음을 안고 책 속으로 들어갑니다.
앗! 이것은 아기 오리가 깨뜨리고 나온 알껍데기!

《데미안》의 문장이 설핏 떠오릅니다.
'알은 새의 세계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헤르만 헤세>

힘겨운 투쟁 끝에 하나의 세계를 깨뜨리고 나온 아기 오리에게 건네는 그림책의 찬사를 읽으며 어느덧 위로를 받고 있는 나를 발견합니다.

'네 안에는 꿈과 잠재력과 가능성이 출렁이고 있어.
네겐 나눌 것, 내어줄 것이 무척 많단다.
이것이 너의 인생이야. 지금은 너의 시간이고.
네가 여태 하고 싶어 했던 모든 걸 해 볼 기회가 온 거야.
용감하게 살아가고, 있는 힘껏 사람들을 아끼고, 넉넉히 나누렴.
빛나는 모든 순간을 만끽해.
너의 삶을 사랑으로 채우고, 일상을 경이로움으로 채워.
하려는 모든 일에 너 자신을 기꺼이 던진다면,
그때가 바로 네가 살아 숨 쉬는 순간이며
마법의 불꽃이 튀는 순간이 될 거야.'

모든 장면이 다 보석이지만 이것만은 꼭 보여 드리고 싶은 그림책의 페이지 페이지들.
색채감을 최소화한 일러스트는 사색적인 텍스트와 함께 독자들에게 충분한 여백의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망설여질 때마다 더 사랑해봐.'

'다리가 후들거리더라도 네가 믿는 것을 위해 당당히 맞서.'

'세상의 경이로움에 너의 경이로움을 더해.'

단숨에 읽고, 아쉬워서 다시 읽고, 좋아서 또 읽었습니다. 한 글자 한 글자를 소리내어 읽었습니다.
읽을 수록 새삼 느끼게 됩니다.
이 책을 세상에 내놓은 사람들의 마음을 말입니다.
글 작가와 그림 작가, 번역 작가, 그리고 출판사 관계자들의 마음을 헤아려 보았습니다.
특별히 마지막 페이지에 실린 작가 프로필을 통하여 실제로 인사를 나누는 기분도 들었습니다. 사진이 함께 실려 있어서 좋았습니다.

내 책장의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두고 싶은 책
그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책
언제라도 꺼내보고 싶은 책
좋아하는 친구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

행여 일상의 지리멸렬함으로 처져 있다면 삶을 더욱 반짝거리게 할 아름다운 그림책《나의 아기 오리에게》를 만나 보시길....
나와 나의 아기 오리의 눈부신 성장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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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작업실
윤순정 지음 / 이야기꽃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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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정 그림책 / 이야기꽃

'우리 아빠 이야기 들려줄까?
그래. 할아버지 이야기 말이야.
우리 아빠는 간판장이였단다...'

그림책의 뒤표지에 있는 글입니다.
앗! 앞면지에도 있네요.
인천에서 간판집 딸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 윤순정 작가가 자신의 아빠를 그리워하며 지은 그림책 이야기. 지금부터 만나 볼게요.
아빠의 작업실을 그리고 있는 작가의 현재 모습과 아빠와의 정을 나누는 어린 시절 작가의 모습이 하나의 화면에 등장하는 겉표지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화자는 작가 자신. 엄마가 된 윤순정 작가가 아이에게 외할아버지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들려주는 형식을 취했습니다.

아빠의 일터는 '신포간판'입니다.
학교를 마치면 늘 달려가는 놀이터, 그곳엔 아빠의 냄새가 가득합니다.
온갖 도구로 가득 차 있던 그곳을 떠올리고 있는 현재의 장소는 아마도 작가의 작업실이 아닐까요? 간판장이의 도구들과 그림책 작가의 도구들이 비슷하기도 하니까요. 연필과 붓, 채색도구, 모양자, 종이 같은 것들...

'그때부터였을 거야.
나도 아빠처럼 살고 싶다고 생각을 한 것이.'

어릴 적, 꿈을 심어 준 아빠에 대한 그리움이 절절하게 묻어나는 그림책 이야기는 시종일관 따뜻합니다.

'우리 아빠는 그것들로 온갖 것을 만들었단다.
그래. 마을 어디에서나 나는
아빠의 손길을 느낄 수 있었단다.'

신포간판은 일거리가 아주 많았던 것 같습니다.
영화 포스터, 광고전단, 이발소 간판, 동네 식당 메뉴판 같은 것들이 모두 아빠의 손길을 거쳐 내걸렸으니까요.
교실만한 극장 대형 간판까지도....
예전에는 극장 간판을 감상하는 재미가 컸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극장 등급에 따라 간판 그림의 예술성에도 분명한 차이가 있었거든요.
그 시절 많은 사람들은 미술관 대신 거리에서 개인의 예술적인 취향을 소비했지요.
갑자기 옛 기억이 소환되면서 잠시 즐거워지기도 하네요.
모두가 그림책 덕분입니다.
역사 속으로 사라져간 거리 모습을 완벽하게 재현해낸 그림들을 보면서 감탄을 금치 못하였습니다.

이 그림책을 아이와 함께 읽는다면 어떨까요?
'' 우리 할아버지는 어땠어요?''
'' 엄마 어린 시절 이야기도 해 주세요.''
아이와 나눌 이야기가 분명 많을 것입니다.

'다른 걸 예쁘게 칠하다 보면
내 옷엔 얼룩이 묻을 수밖에 없단다.'

특별히 제 마음을 울렸던 문장입니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이 느껴져서 좋은 에너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작품을 통하여 세상을 좀 더 예쁘게 만들겠다는 아빠의 마음은 그대로 딸에게 이어져 또 하나의 삶이 되었습니다.
그림책이 주는 메시지도 한결같습니다.
그리움이라는 애틋한 감정에 독자들은 무장 해제됩니다.
행복했던 어린 시절의 나를 떠올리며 눈을 감아 보아요. 번뇌는 잠시 잊고 시공간 여행을 떠나 보아요.
오늘 하루도 잘 견딘 나에게 선물처럼 다가오는 추억 그림책 한 권이 가만히 속삭이는 듯 합니다.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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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어리
박슬 지음 / 우를루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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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어리'를 경험해 본 적 있나요?
어떠한 덩어리일까요?
오늘은 제가 우를루프 출판사의 -박슬 글ㆍ그림-《덩어리》 그림책과 처음 만난 날입니다.
와우! 더스트 재킷이 있어요. 북 커버는 뜻밖의 선물같은 거죠. 이걸 열었다가 다시 입혔다가 하는 소소한 재미도 있고요.
바라봅니다.
단순한 그림이지만 매우 강렬하네요.
남자인지 여자인지, 어른인지 아이인지 분명치 않은 한 존재가 문득 내 앞에 서 있습니다.
어찌할 바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엉거주춤한 자세로요.
가슴엔 푸른 멍울이 있어요.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듯한 얼룩진 슬픔이 느껴집니다..
작가는 이 그림책을 통하여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걸까요?
작가 소개글에서 옮겨 왔습니다.
-작품을 통해 소외된 '나머지'들을 대변함으로써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경계를 허물어 나가려 합니다. 특히 감정, 무의식, 정신질환 등 실재하지만 일상에서 '보이지 않는 것'처럼 외면해온 것들을 동화적 상상을 통해 꺼내 보이는 작업을 계속 해오고 있습니다.-
'덩어리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그림책의 헌사입니다.
뭉클해지는 마음을 붙들고 그림책 속으로 들어갑니다.
여백이 많은 글과 그림입니다.
온통 푸른 계열의 색깔들이 지배하고 있지만 색감이 풍부하여 지루하지 않습니다. 다양한 감정들이 공존하고 있으니까요.
덩어리의 사전적 뜻은 '무엇이 크고 둥글게 뭉쳐진 것, 또는 그것을 세는 단위'입니다.
빵덩어리, 고깃덩어리, 바윗덩어리, 매력덩어리, 복덩어리, 걱정덩어리, 근심덩어리, 골칫덩어리...
그러고보니 덩어리의 쓰임새가 광범위하네요.
덩어리를 안고 더불어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우리네 삶의 필연적인 모습입니다.
그 속에서도 유난히 아픈 덩어리가 있습니다.
그림책 속 '덩어리' 이야기, 지금부터 들려 드릴게요.
더스트 재킷을 열면 드러나는 겉표지입니다.
똑떨어진 '덩어리'의 모습이 마치 한 송이 꽃처럼 예뻐 보입니다. 푸른 색감의 꽃은 서늘하지만 아름답습니다.
'내 안에 작은 덩어리가 생겼어요.'
첫 문장을 읽으면서 호흡이 급하게 빨라집니다.
''그래서?''
''어쩌다가?''
신경 쓰이는 덩어리를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떻게 해봐도 덩어리는 없어지지 않나 봅니다.
'덩어리는 자꾸자꾸 커져서
온 몸에 퍼져
눈물이 되어
세상을 가득 메워요.'
질문이 생겼습니다.
이 덩어리는 대체 왜 생겨난 것일까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속표지의 그림을 오래 들여다 보았습니다.
작가는 '별'로 상징되는 눈물의 씨앗에서 '덩어리'가 시작되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하네요.
삶이란 누구에게나 녹록치 않은 여정입니다.
그 길 위에 산재한 수많은 '조각별'들이 각자의 '덩어리'로 자란다고 하는 그림책의 설정에 깊이 공감합니다.
누구에게나 덩어리가 있다
감추고 싶은 덩어리
외면하고 싶은 덩어리
온갖 부정적인 감정 덩어리...
남들이 알아챌까봐 늘 피해다니던 내 덩어리의 실체를 진심으로 마주보게 하는 그림책의 세계.
조울증을 극복하는 과정을 통하여 얻은 '나를 더 사랑하는 법'에 관한 작가의 진솔한 이야기가 큰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아픈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편견없이 그것을 바라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그림책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오늘 참으로 아름다운 그림책 한 권을 만났습니다.
엔딩 장면의 사랑스러움은 오랜 여운으로 남아 있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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