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어리
박슬 지음 / 우를루프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덩어리'를 경험해 본 적 있나요?
어떠한 덩어리일까요?
오늘은 제가 우를루프 출판사의 -박슬 글ㆍ그림-《덩어리》 그림책과 처음 만난 날입니다.
와우! 더스트 재킷이 있어요. 북 커버는 뜻밖의 선물같은 거죠. 이걸 열었다가 다시 입혔다가 하는 소소한 재미도 있고요.
바라봅니다.
단순한 그림이지만 매우 강렬하네요.
남자인지 여자인지, 어른인지 아이인지 분명치 않은 한 존재가 문득 내 앞에 서 있습니다.
어찌할 바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엉거주춤한 자세로요.
가슴엔 푸른 멍울이 있어요.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듯한 얼룩진 슬픔이 느껴집니다..
작가는 이 그림책을 통하여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걸까요?
작가 소개글에서 옮겨 왔습니다.
-작품을 통해 소외된 '나머지'들을 대변함으로써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경계를 허물어 나가려 합니다. 특히 감정, 무의식, 정신질환 등 실재하지만 일상에서 '보이지 않는 것'처럼 외면해온 것들을 동화적 상상을 통해 꺼내 보이는 작업을 계속 해오고 있습니다.-
'덩어리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그림책의 헌사입니다.
뭉클해지는 마음을 붙들고 그림책 속으로 들어갑니다.
여백이 많은 글과 그림입니다.
온통 푸른 계열의 색깔들이 지배하고 있지만 색감이 풍부하여 지루하지 않습니다. 다양한 감정들이 공존하고 있으니까요.
덩어리의 사전적 뜻은 '무엇이 크고 둥글게 뭉쳐진 것, 또는 그것을 세는 단위'입니다.
빵덩어리, 고깃덩어리, 바윗덩어리, 매력덩어리, 복덩어리, 걱정덩어리, 근심덩어리, 골칫덩어리...
그러고보니 덩어리의 쓰임새가 광범위하네요.
덩어리를 안고 더불어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우리네 삶의 필연적인 모습입니다.
그 속에서도 유난히 아픈 덩어리가 있습니다.
그림책 속 '덩어리' 이야기, 지금부터 들려 드릴게요.
더스트 재킷을 열면 드러나는 겉표지입니다.
똑떨어진 '덩어리'의 모습이 마치 한 송이 꽃처럼 예뻐 보입니다. 푸른 색감의 꽃은 서늘하지만 아름답습니다.
'내 안에 작은 덩어리가 생겼어요.'
첫 문장을 읽으면서 호흡이 급하게 빨라집니다.
''그래서?''
''어쩌다가?''
신경 쓰이는 덩어리를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떻게 해봐도 덩어리는 없어지지 않나 봅니다.
'덩어리는 자꾸자꾸 커져서
온 몸에 퍼져
눈물이 되어
세상을 가득 메워요.'
질문이 생겼습니다.
이 덩어리는 대체 왜 생겨난 것일까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속표지의 그림을 오래 들여다 보았습니다.
작가는 '별'로 상징되는 눈물의 씨앗에서 '덩어리'가 시작되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하네요.
삶이란 누구에게나 녹록치 않은 여정입니다.
그 길 위에 산재한 수많은 '조각별'들이 각자의 '덩어리'로 자란다고 하는 그림책의 설정에 깊이 공감합니다.
누구에게나 덩어리가 있다
감추고 싶은 덩어리
외면하고 싶은 덩어리
온갖 부정적인 감정 덩어리...
남들이 알아챌까봐 늘 피해다니던 내 덩어리의 실체를 진심으로 마주보게 하는 그림책의 세계.
조울증을 극복하는 과정을 통하여 얻은 '나를 더 사랑하는 법'에 관한 작가의 진솔한 이야기가 큰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아픈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편견없이 그것을 바라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그림책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오늘 참으로 아름다운 그림책 한 권을 만났습니다.
엔딩 장면의 사랑스러움은 오랜 여운으로 남아 있을 듯 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