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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만 여는 복덕방 ㅣ 생각을 여는 문 2
정은수 지음, 더드로잉핸드 그림 / 옐로스톤 / 2025년 3월
평점 :
복덕방...
복과 덕을 짓는 곳이라는 참 근사한 이름인데, 요즘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말이 되어 버렸다.
복덕방을 통하여 기억을 하나씩 잃어가는 우리들에게 마음의 집을 갖게 해 준다는 이 동화의 내용이 너무나도 아름답다.
나에게 그런 기회가 생긴다면 어떨까 생각해 보았다.
내 마음의 집 마당에는 사시사철 웃음꽃이 만발하고, 따스한 온기로 가득한 실내에서는 잔잔하고 평온한 일상을 보내는 가족들의 미소가 피어나면 좋겠다.
페이지를 열면 차분한 어조로 가만가만 속삭이는 듯한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지금 여러분 곁에는 누가 있나요? 진정한 친구, 완전한 내 편, 끈끈한 가족이 있나요? 그렇지 못한 상황에 놓여 있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 곁에는 늘 우리를 도와주는 보이지 않는 존재들이 있어요. 보이지 않고, 기억할 수 없어도 그런 존재들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 있답니다..."
과연 그러하다.
살면서 나 또한 그런 존재들이 느껴질 때가 많았다.
이른바 '나의 수호천사'이다.
'보이지 않고, 기억할 수 없지만 분명 존재하는 나의 수호천사'를 믿고 의지하며 늘 감사의 마음을 아끼지 않는다.
이어지는 '작가의 말'에 의하면 내가 사랑했던 강아지와 고양이, 잠잘 때 위로가 되어 주던 곰 인형도 그런 존재라고 하였다.
더불어 이 책에 담긴 이야기가 독자들에게 마음의 평화를 주는 그런 역할을 하면 좋겠다는 작가의 소망이 매우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서사를 이끌어 가는 주요 인물은 금비 할아버지와 산신 아저씨인데, 둘 다 마음의 상처를 지닌 채 외롭게 살아간다.
이야기는 생떽쥐베리의 '어린 왕자'가 떠오르는 우주 공간의 작은 별에서부터 시작된다.
산신 아저씨는 수정별에 살고 있는 별지기이고, 금비 할아버지는 이웃의 먼지덩이 작은 별에서 출퇴근을 하며 수정별 관리를 돕고 있다.
수정별에 밤이 오면 지구별은 더 환하게 빛났다.
산신 아저씨는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 지구별을 한참 동안 바라봤다. 지구별을 보다 보면 늘 어떤 그리움 같은 게 밀려왔다.
"조언자님, 요즘 지구별을 보면 자꾸 심장이 조여 옵니다. 무슨 문제가 생긴 걸까요?"
금비 할아버지의 권유로 조언자별을 찾아간 산신 아저씨는 자신이 이제부터 무엇을 해야 하는지 비로소 알게 된다.
그 후 산신 아저씨는 지구별의 다람쥐 복덕방에서 일을 하는 동안 서서히 마음의 상처를 극복한다.
가장 감동적인 부분을 꼽으라면 바로 이 장면이다.
-집이 완성되었다. 남자가 통로를 지나 숲속 마을로 들어섰다. 남자는 이내 어린아이 모습으로 변했다. 금비 할아버지의 손자 모습이었다. 금비 할아버지가 한껏 팔을 벌려 손자를 반겼다.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가 창문 옆에서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금비 할아버지의 손자가 운명처럼 다람쥐 복덕방을 찾아와 유년시절의 크리스마스를 재현하면서 마음의 안식과 평화를 찾아가는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았다.
이 동화는 가족의 행복, 그리고 치유의 소중한 가치를 담아내고 있다.
저마다 치열한 삶의 과정에서 혹독한 시련과 남겨진 상처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반짝이게 하는 건 잊고 지냈던 소중한 기억을 불러내는 순간이 아닐까?
현실과 판타지가 교차하는 공간에서 '왕대박 부동산'의 문이 닫히는 밤이 오면 '다람쥐 복덕방'의 업무가 시작된다는 동화의 설정은 매우 인상적이다.
'행복의 한 쪽 문이 닫히면 다른 쪽 문이 열린다'는 명언이 떠올랐다.
닫혀버린 문 앞에서 좌절할 것이 아니라, 우리를 위해 열려 있는 또 다른 문을 직시하는 힘과 용기, 위로를 얻을 수 있었다.
작가의 바램처럼 '어린이의 마음을 잘 알아주는 어른과 함께 읽는 동화, 할머니 할아버지께 읽어 드릴 수 있는' 아름다운 동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