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브리엘
마일리스 도푸레슨 지음, 즬리에뜨 라그랑주 그림, 박선주 옮김 / 바이시클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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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 곁에 온 책은 <가브리엘>이다.

-"가브리엘! 어서 타렴!"-

금요일에 가브리엘은 엄마와 함께 시골 할아버지댁에 간다.
반가이 맞아주시는 할아버지와 함께 고요 속에서 별들의 얘기도 듣고 숲의 얘기도 듣는다.
펼쳐놓은 그림책의 장면을 두 눈에 담뿍 담았다.
별이 가득한 밤하늘, 부드러운 공기, 고요한 순간, 따뜻한 체온, 다정한 목소리가 나를 한껏 행복하게 해주었다.

그림책을 계속 들고 다니면서 가브리엘과 함께 호흡하였다.
가브리엘은 학업 스트레스가 심한 편이다. 악몽도 꾼다. 누나나 선생님 등 주변 인물들에게 받는 심리적 압박 강도도 높다.
도시의 소음도 아이에겐 커다란 부담이다.
가브리엘의 엄마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가족들 챙기랴, 하우스 관리하랴, 이웃들에게도 마음을 써야 하니 늘 바쁘고 여유가 없다.
게다가 주말이면 시골에 계시는 부모님을 뵈러 가야 한다.
그림책 속 주인공들이 생생하게 다가왔다.
이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나와 내 가족, 우리 이웃의 이야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세상 어느 곳이든 사람 사는 모습은 다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크게 공감하였다.
매력적인 일러스트에 반하고, 시적인 문장에 감탄하면서 반복하여 읽었다.
프랑스 여행의 추억을 불러오는 이국적 풍광에 환호하며 그림책 속으로 쏙 빠져 들어간다.

두 사람은 차를 타고 쫓기듯 도심을 벗어났다.
때 아닌 천둥소리가 들려왔다.
순식간에 몰려드는 공포와 함께 빗줄기가 세차게 차창을 때렸다. 온 몸이 다 흔들렸다. 가브리엘은 자신을 지켜야 했다.

-나는 머릿속에 아주 작더라도 여유 공간을 하나 만들어 보려고 했다.
쉬는 시간에 딴 구슬을 문질러봤다. 표면이 아주 매끄러웠다.
빛깔은 내가 여름마다 찾아가는 바다와 같은 색이었다.
바다가 날 가만가만 흔들어 주었다.-

머릿속이 시끄럽고 마음이 복잡할 때 나는 그림책 책장을 서성이는 버릇이 있다.
손을 뻗어 손가락끝으로 책등을 쓰다듬다가 불쑥 한 권을 뽑아든다. 그리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가만히 소리내어 읽는다. 그림책 한 권을 다 읽기도 전에 들끓던 감정들이 가라앉고 평화가 찾아온다.
방법은 다르지만 가브리엘과 내가 스스로 자신을 돌보는 모습이 닮아 있어서 깜짝 놀랐다.
누구라도 그러할 것이다.
대책없이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회복 탄력성을 잃게 된다면 우리의 건강은 자칫 무너지고 말 테니까...
그런데 우리 나라 아동의 스트레스 지수가 세계 1위라고 하는 통계자료를 보았다. 이는 불안, 우울증세로 이어져 사회적 병폐로까지 확대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관심있게 지켜볼 일이다.

내친 김에 더 달려가보자.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대자연의 풍광이 압권이다.
독자들 역시 그림책 속 인물들과 함께 차창 밖을 바라보게 하는 시선이어서 더욱 생동감이 느껴졌다.

여행하는 그림을 보고 있으려니 마음이 들썩거린다.
가까운 공원에라도 나가봐야겠다.
그곳이 어디든 하늘이 있고, 나무가 있고, 쉼이 있을테니까.
그곳에 가면 고요하고 평화로운 마음을 되찾을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또 하나가 더 있다.
그림책 <가브리엘>을 곁에 두는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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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팔 리, 자유를 향해 걷다 - 6월 19일 준틴스의 할머니 이야기
앨리스 페이 던컨 지음, 케투라 A. 보보 그림, 김선희 옮김 / 템북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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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팔 리는 누구인가?
표지 그림과 제목만으로도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미국의 흑인 여성이며 인권 운동가이다.
그림책을 통하여 오팔 리를 처음 만났다.
멋진 그림책이다.
링컨으로부터 오팔 리까지 158년 흑인 인권 운동의 역사를 담고 있다. 미국의 준틴스데이를 소재로 삼아 범세계적인 인권 회복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지구 반대편의 먼 나라, 내가 몰라도 될 남의 일이 아니다.미국 뿐만이 아니라 현재 유럽에서도 인종 차별의 모습은 종종 재연된다. 백인 우월 의식이 아직도 사람들을 지배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다문화 교육을 정책적으로 실시하고는 있지만 삶 속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냉담하고 우려가 담겨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림책은 말한다.
피부색이나 출신이 아니라 인간 대 인간으로 서로가 서로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그런데 준틴스데이(6월 19일)의 유래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1863년 1월 1일, 링컨 대통령에 의하여 미국의 노예제도는 종식되었다. 하지만 텍사스의 흑인들에게는 노예해방 소식이 2년 뒤에야 전해졌다는 것이다. 그 날은 1865년 6월 19일이었다.
잃어버린 2년, 모두가 자유로워진 날, 이 날을 기념하여 준틴스데이가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 내 인종차별은 종식되지 않았다.
1876년에 제정된 '짐 크로 법'은 공공장소에서 흑인을 차별하는 규정이다.
법에 따라 모든 장소에 사람을 차별하는 표지판이 붙여졌다.
'백인 전용, 유색인종 전용'
영화 <그린북>에서 충격적으로 보았던 장면들이 함께 떠올랐다.
오팔 리가 어린 시절에는 흑인은 일 년 중 단 하루만 동물원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한다.
오직 '준틴스의 날'이었다.

-버디는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속상했어요.
"아, 그때는 정말 별로였네요."-

그림책은 준틴스 대축제를 즐기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 주면서 시작된다. 버디도 지금 이곳에 있다. 버디는 오팔 리의 증손자이다.
그림책의 서사 구조는 버디와 오팔 리의 대화 형식으로 자연스럽게 풀어내고 있다.
초록의 대지 위에서 꿈나무 아이들과 함께 하는 준틴스의 의미, 그림책의 감동적인 메시지가 가슴 저릿하게 다가왔다.
2021년 6월 15일 조 바이든 대통령은 준틴스를 미국의 정식 국경일로 만드는 법안에 서명하였다.
94세의 오팔 리가 옆에 서 있는 자리였다.
이를 위해 오팔 리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 전역을 걸으며 미 의회에 청원하기 위해 15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의 서명을 모았다.

'모두가 자유로울 때까지!
우리 중 누구라도 자유롭지 않다면
우리는 완전히 자유로운 것이 아닙니다.'

용기있는 흑인 여성의 계속된 투쟁으로 미국 내 모든 흑인들에게 진정한 자유를 안겨준 인간 승리. 그 역사적인 사건을 그림책으로 만날 수 있어 감격스러웠다.
지금도 전 세계 곳곳에서는 인권이 무너진 현장이 너무나도 많다. 특히 전쟁과 기아, 뿌리깊은 인종차별로 인한 사건.사고들을 접할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거듭해 읽을 수록 이 그림책이 더욱 가치롭다.
우리가 함께 그림책을 읽고 나누는 과정에서 학교와 지역사회에서 시시때때로 벌어지는 인권 문제까지 확대시켜 이야기해 본다면 어떨까?
수업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워크북이 함께 출시되었다.
PDF 파일은 출판사 홈페이지 자료실에서 다운받을 수 있다.

"자유는 마치 보석과 같아서 자유를 위한 싸움은 모두를 빛나게 한단다." -본문 중

"내 이야기를 꼭 기억하렴. 자유는 모두를 위한 거야. 준틴스는 너와 나, 모두의 자유를 기뻐하는 날이야." -본문 중

그림책으로 배운다.
나에게서 비롯된 선한 영향력이 너에게로 흘러가, 마침내 아름다운 우리가 되는 것.
문득 랄프 왈도 에머슨의 시 '무엇이 성공인가'를 반추해 보았다.
가치있는 삶을 위한 지혜와 용기를 이야기하는 이 그림책을 우리 아이들이 온마음으로 만날 수 있기를 소망하며...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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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멍이 탐정과 사라진 케이크 토토의 그림책
카테리나 고렐리크 지음, 김여진 옮김 / 토토북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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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아주 많은 말을 하고 있다.
눈을 떼지 못한 채 표지 읽기에 집중하게 한다.
그래서 쉽게 책을 열지 못하게 된다.
그럴수록 독자들은 더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뒤표지까지 보면 이 책에 대한 정보를 어느 정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놀라운 반전이 있다고?
이런 거 너무 좋다. 기대된다.

-[멍멍이 탐정 피트와 밥의 두 번째 사건 수첩]
피트와 밥은 뛰어난 멍멍이 탐정이에요.
오늘은 거위 부인의 생일 파티 날,
누군가 케이크를 몰래 먹어 치웠어요!
이빨을 단서로 동물들을 조사하면
사건을 쉽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이번에도 놀라운 반전이 여러분을 기다립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책장을 연다.
앗! 잠깐만! 주의사항이 한 가지 있다.
이 그림책은 절대로 뒤면지를 먼저 보면 안된다. 범인이 밝혀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뒤면지는 가장 나중에 읽어야 한다. 아울러 동물들의 이빨 특성에 관한 정보가 함께 공유되어 있어 매우 유용하다는 점을 잊지 말라.
그림책의 앞뒤면지를 활용하여 멍멍이 탐정의 사건 수첩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것 또한 재미있는 요소가 되고 있다.

앞면지에는 단서가 되는 동물들의 이빨 개수를 수록하였다. 달팽이의 이빨이 2만 5천 개라는 사실은 진심 놀라웠다. 왕아르마딜로나 천산갑이라는 처음 보는 동물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보통 그림책에서 잘 다루지 않는 동물들이 캐릭터로 등장하고 있어 참신한 멋이 느껴졌다. 뱀조차도 친근하게 바라볼 수 있게 하다니 굉장하지 아니한가!

해변을 배경으로 그려진 일러스트가 정말 유쾌하다.
모래 놀이, 피크닉, 파도 타기, 요트, 비치볼, 수영, 일광욕 등 바다 풍경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인상적인 일러스트가 카테리나 고렐리크 작가를 기억하게 하고, 작가의 다른 그림책에 대한 관심을 불러오게도 하였다.

-러시아 카잔 지역 볼시스크에서 태어나 모스크바에 살고 있습니다. 디자인 학교를 졸업한 뒤 법학을 전공해, 지금은 일러스트레이터 겸 변호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림책 《집 안에 무슨 일이?》로 2021년 볼로냐 아동 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상을 수상했습니다. 《두더지 아저씨의 보물찾기》, 《으르렁 쉭쉭! 이상한 수레》, 《호로록 쑥쑥! 마법 수프》등 여러 그림책을 펴냈습니다.-

엔딩 처리도 흥미롭다.
사건은 해결되었지만 또 다른 사건이 이어진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작가는 독자들을 향하여 후속 작품을 약속하고 있다.

-"뭔가 아주 수상해......, 아무래도 새로운 사건을 찾은 것 같아, 밥!"-

어떤 아이들이라도 재미나게 잘 읽겠다.
추리나 탐정 이야기는 다들 좋아하니까 말이다.
닫힌 생각과 갑갑한 마음을 슝슝 열어주면서 책 읽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호기심 많은 내 아이에게 꼭 선물하고 싶은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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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의 정원 - 2022 행복한 아침독서 추천도서 그림책 숲 26
최정인 지음 / 브와포레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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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가 너무나도 아름답다.
형태와 색감에 탄복하면서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본다.
강렬하고도 자유로우며 따뜻한 감각, 그림책은 시각 뿐만 아니라 촉각으로도 말을 걸어온다.
'우리, 함께, 같이' 그림책의 세계로 들어가보지 않겠냐고 말이다.

만지작거리는 책의 느낌이 좋다.
미역 줄기를 만졌을 때처럼 미끈미끈하다.
아니지, 언젠가 만져본 백합 꽃잎처럼 매끈매끈하다.
이런 느낌을 주고 싶었던 것일까?
부드러운 바람에 실려오는 은은한 꽃 향기가 느껴지는 듯 하였다. 겉표지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궁금하다.
그림책 속 장면 하나 하나가 모두 예술이다. 따라 그려보고 싶어진다. 언젠가는 다 그려볼 수 있기를...

거인의 존재에 대하여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이해하기 어려운 현실이 눈 앞에 닥쳐올 때마다, 생각지도 못한 불운이 찾아올 때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뼘 더 성장하고 익어가는 나 자신, 그런 나를 지켜주는 거인의 존재를 어렴풋이 느꼈던 것 같다.
그런데 그림책 속 거인의 존재는 무엇일까?
지금부터 거인을 만나러 가 보자.

-깊은 숲속, 파란 집에는 거인이 살고 있대요.
믿는 사람도 있고, 믿지 못하는 사람도 있어요.-

부끄러움이 많은 아이는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
마음 속에 담아둔 말들을 쉽게 꺼내지도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다정한 목소리에 이끌려 혼자 숲으로 들어갔다. 맨발에 스치는 풀잎의 감촉은 아이의 쪼그라든 마음을 조금씩 어루만져 주었다.
아이는 아름다운 거인의 정원에서 꽃들과 새, 풀벌레들과 인사를 나눈다.
빗방울과 함께 춤을 추고, 살랑이는 바람을 맞으면서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

"너의 이야기를 들어줄게."

부드럽게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리자 아이는 망설임없이 지치지도 않고 말을 이어간다.
이 장면에서 잠시 먹먹해졌다.
내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 거구나!
환상적인 그림이 그려내는 마음의 무늬가 여름 밤을 수놓는다.

-별이 빛나고 있었고, 흙은 따뜻했어요.-

누구라도 마음 속에 정원 하나 가꾸고 산다.
내 마음의 정원은 무슨 색깔일지, 어떤 모습일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오늘은 내 마음의 정원에도 파란 거인의 집 한 채 들여다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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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나 보 바르디 - 건축가의 꿈을 이룬 소녀
앙헬라 레온 지음, 이민 옮김 / 이유출판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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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을 통해서 리나 보 바르디를 처음 만났다.
표지 속 초록 원피스를 입은 이 조그만 아이가 세계적인 건축가로 성장하는 그림책의 스토리가 몹시 흥미로웠다. 그림책은 전체적으로 디자인적 요소가 풍부하여 보는 재미를 더했으며 무엇보다도 세련된 일러스트가 내 맘 쏙이다.
앞표지와 뒤표지의 그림은 연결되어 있으므로 반드시 펼쳐서 보아야 한다.
이와 똑같은 그림이 마지막 장면에 다시 나오는데 연두색 소파에 앉아있는 리나의 모습만 다르다.
세월이 훌쩍 흐르고, 초록 드레스를 입은 70대의 리나가 턱을 괸 채 생각에 잠겨 있다.
어린 시절의 꿈을 떠올리기라도 하는 걸까? 얼굴 가득 미소가 번진다.
건축가의 꿈을 이룬 소녀, 리나 보 바르디의 생애를 따라가 보자.
이야기는 표제지부터 시작된다.

-리나 보 바르디는 1914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태어났어요.-

출생부터 대단하지 아니한가?
1914년의 로마라니...
예술적 재능을 타고 났던 리나에게 로마는 그야말로 원대한 꿈의 세계이며 영감의 원천이었을 것이다.

-리나는 크고 웅장한 것을 좋아했고 어른이 되면 신나는 모험을 해서 누군가에게 자신의 모험담을 꼭 들려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정치적 사회적 격변기를 지나면서 성장한 리나는 결혼을 한 후에는 이탈리아를 떠나 제 2의 고향인 브라질로 이주하게 된다. 진정한 건축가로 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때는 1946년이었다.

건축에 대한 리나의 생각을 잘 표현한 장면이 있다.

-건축가의 임무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문제를 파악해서 이를 해결하는 것이죠.
그러니 건축가는 모든 면에서 생활의 달인이 되어야 해요.
콩으로 요리를 어떻게 하는지부터
사람들이 목욕을 하는 방법까지...
심지어 변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도 알고 있어야 합니다.-

상파울루에 있는 '유리의 집'은 리나의 첫 번째 건물이자 직접 설계한 자신의 집이다.
전면에 유리를 사용해 주변 경관을 집 안으로 끌어 들였다. 그 뿐만이 아니다. 다양한 사람들과 흥미로운 물건들로 가득 채워진 공간을 꿈꾸고 실현시켰다.
이것이 바로 건축에 대한 리나의 신념이었던 것이다.

또 하나의 기념비적인 건축물이 있다.
바로 상파울루 미술관이다.

-미술관과 광장이 하나로 통합된 모습으로 주변에는 멋진 조각물처럼 생긴 놀이시설도 있죠. 그러니 누구나 머릿속이 복잡할 땐, 여기가 미술관이란 걸 모른 채 가볍게 들러 어슬렁거려도 좋을 겁니다.-

참으로 놀라운 발견이다.
위대한 건축가의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조금씩 세상을 바꾸어 나가는 모습이 경이로웠다.
리나가 설계한 모든 건축물들을 실제로 보고 싶어졌다. 특히 상파울루의 오래된 공장을 리모델링한 'SESC 폼파이아'가 가장 궁금하다.
그림책에서도 무려 8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을 할애하여 소개하고 있고, 리나의 개성이 뚜렷한 건축이라는 평가 때문이다.

-리나가 설계한 건물은 모두 그녀의 아이디어를 담고 있지만 복합문화센터는 다른 작품보다 더 리나의 개성이 잘 반영된 건물입니다. 이곳에서는 남녀노소, 가난한 사람과 부유한 사람이 함께 모여 놀고, 먹고, 춤과 음악을 즐기며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인물 그림책은 정보를 많이 담고 있어 자칫 지루해지거나 딱딱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책은 그림 보는 맛, 알아가는 맛이 풍부하다. 속이 꽉 찬 단팥빵 같다.
한 사람의 생애를 표현하려다보니 보통 그림책보다 본문 쪽수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표제지와 면지까지 활용하여 정보를 담고 있다.
뒤면지에서는 리나가 설계한 여러 건축물들을 한 눈에 만나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이전에는 전혀 알지 못했던 리나 보 바르디의 삶과 업적을 새롭게 기억한다. 어려운 시대 상황 속에서도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용기를 내고, 마침내 꿈을 이룬 이야기...
책을 다 읽고나서 그림책의 표지를 다시 보았다.
어린 소녀 리나가 나를 보며 웃고 있는 듯 하다.
자신의 신나는 모험담이라도 들려주고 싶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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