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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의 정원 - 2022 행복한 아침독서 추천도서 ㅣ 그림책 숲 26
최정인 지음 / 브와포레 / 2021년 12월
평점 :
일러스트가 너무나도 아름답다.
형태와 색감에 탄복하면서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본다.
강렬하고도 자유로우며 따뜻한 감각, 그림책은 시각 뿐만 아니라 촉각으로도 말을 걸어온다.
'우리, 함께, 같이' 그림책의 세계로 들어가보지 않겠냐고 말이다.
만지작거리는 책의 느낌이 좋다.
미역 줄기를 만졌을 때처럼 미끈미끈하다.
아니지, 언젠가 만져본 백합 꽃잎처럼 매끈매끈하다.
이런 느낌을 주고 싶었던 것일까?
부드러운 바람에 실려오는 은은한 꽃 향기가 느껴지는 듯 하였다. 겉표지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궁금하다.
그림책 속 장면 하나 하나가 모두 예술이다. 따라 그려보고 싶어진다. 언젠가는 다 그려볼 수 있기를...
거인의 존재에 대하여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이해하기 어려운 현실이 눈 앞에 닥쳐올 때마다, 생각지도 못한 불운이 찾아올 때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뼘 더 성장하고 익어가는 나 자신, 그런 나를 지켜주는 거인의 존재를 어렴풋이 느꼈던 것 같다.
그런데 그림책 속 거인의 존재는 무엇일까?
지금부터 거인을 만나러 가 보자.
-깊은 숲속, 파란 집에는 거인이 살고 있대요.
믿는 사람도 있고, 믿지 못하는 사람도 있어요.-
부끄러움이 많은 아이는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
마음 속에 담아둔 말들을 쉽게 꺼내지도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다정한 목소리에 이끌려 혼자 숲으로 들어갔다. 맨발에 스치는 풀잎의 감촉은 아이의 쪼그라든 마음을 조금씩 어루만져 주었다.
아이는 아름다운 거인의 정원에서 꽃들과 새, 풀벌레들과 인사를 나눈다.
빗방울과 함께 춤을 추고, 살랑이는 바람을 맞으면서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
"너의 이야기를 들어줄게."
부드럽게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리자 아이는 망설임없이 지치지도 않고 말을 이어간다.
이 장면에서 잠시 먹먹해졌다.
내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 거구나!
환상적인 그림이 그려내는 마음의 무늬가 여름 밤을 수놓는다.
-별이 빛나고 있었고, 흙은 따뜻했어요.-
누구라도 마음 속에 정원 하나 가꾸고 산다.
내 마음의 정원은 무슨 색깔일지, 어떤 모습일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오늘은 내 마음의 정원에도 파란 거인의 집 한 채 들여다놓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