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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나 보 바르디 - 건축가의 꿈을 이룬 소녀
앙헬라 레온 지음, 이민 옮김 / 이유출판 / 2022년 3월
평점 :
그림책을 통해서 리나 보 바르디를 처음 만났다.
표지 속 초록 원피스를 입은 이 조그만 아이가 세계적인 건축가로 성장하는 그림책의 스토리가 몹시 흥미로웠다. 그림책은 전체적으로 디자인적 요소가 풍부하여 보는 재미를 더했으며 무엇보다도 세련된 일러스트가 내 맘 쏙이다.
앞표지와 뒤표지의 그림은 연결되어 있으므로 반드시 펼쳐서 보아야 한다.
이와 똑같은 그림이 마지막 장면에 다시 나오는데 연두색 소파에 앉아있는 리나의 모습만 다르다.
세월이 훌쩍 흐르고, 초록 드레스를 입은 70대의 리나가 턱을 괸 채 생각에 잠겨 있다.
어린 시절의 꿈을 떠올리기라도 하는 걸까? 얼굴 가득 미소가 번진다.
건축가의 꿈을 이룬 소녀, 리나 보 바르디의 생애를 따라가 보자.
이야기는 표제지부터 시작된다.
-리나 보 바르디는 1914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태어났어요.-
출생부터 대단하지 아니한가?
1914년의 로마라니...
예술적 재능을 타고 났던 리나에게 로마는 그야말로 원대한 꿈의 세계이며 영감의 원천이었을 것이다.
-리나는 크고 웅장한 것을 좋아했고 어른이 되면 신나는 모험을 해서 누군가에게 자신의 모험담을 꼭 들려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정치적 사회적 격변기를 지나면서 성장한 리나는 결혼을 한 후에는 이탈리아를 떠나 제 2의 고향인 브라질로 이주하게 된다. 진정한 건축가로 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때는 1946년이었다.
건축에 대한 리나의 생각을 잘 표현한 장면이 있다.
-건축가의 임무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문제를 파악해서 이를 해결하는 것이죠.
그러니 건축가는 모든 면에서 생활의 달인이 되어야 해요.
콩으로 요리를 어떻게 하는지부터
사람들이 목욕을 하는 방법까지...
심지어 변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도 알고 있어야 합니다.-
상파울루에 있는 '유리의 집'은 리나의 첫 번째 건물이자 직접 설계한 자신의 집이다.
전면에 유리를 사용해 주변 경관을 집 안으로 끌어 들였다. 그 뿐만이 아니다. 다양한 사람들과 흥미로운 물건들로 가득 채워진 공간을 꿈꾸고 실현시켰다.
이것이 바로 건축에 대한 리나의 신념이었던 것이다.
또 하나의 기념비적인 건축물이 있다.
바로 상파울루 미술관이다.
-미술관과 광장이 하나로 통합된 모습으로 주변에는 멋진 조각물처럼 생긴 놀이시설도 있죠. 그러니 누구나 머릿속이 복잡할 땐, 여기가 미술관이란 걸 모른 채 가볍게 들러 어슬렁거려도 좋을 겁니다.-
참으로 놀라운 발견이다.
위대한 건축가의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조금씩 세상을 바꾸어 나가는 모습이 경이로웠다.
리나가 설계한 모든 건축물들을 실제로 보고 싶어졌다. 특히 상파울루의 오래된 공장을 리모델링한 'SESC 폼파이아'가 가장 궁금하다.
그림책에서도 무려 8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을 할애하여 소개하고 있고, 리나의 개성이 뚜렷한 건축이라는 평가 때문이다.
-리나가 설계한 건물은 모두 그녀의 아이디어를 담고 있지만 복합문화센터는 다른 작품보다 더 리나의 개성이 잘 반영된 건물입니다. 이곳에서는 남녀노소, 가난한 사람과 부유한 사람이 함께 모여 놀고, 먹고, 춤과 음악을 즐기며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인물 그림책은 정보를 많이 담고 있어 자칫 지루해지거나 딱딱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책은 그림 보는 맛, 알아가는 맛이 풍부하다. 속이 꽉 찬 단팥빵 같다.
한 사람의 생애를 표현하려다보니 보통 그림책보다 본문 쪽수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표제지와 면지까지 활용하여 정보를 담고 있다.
뒤면지에서는 리나가 설계한 여러 건축물들을 한 눈에 만나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이전에는 전혀 알지 못했던 리나 보 바르디의 삶과 업적을 새롭게 기억한다. 어려운 시대 상황 속에서도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용기를 내고, 마침내 꿈을 이룬 이야기...
책을 다 읽고나서 그림책의 표지를 다시 보았다.
어린 소녀 리나가 나를 보며 웃고 있는 듯 하다.
자신의 신나는 모험담이라도 들려주고 싶은 것일까?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