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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곰과 빨간 꽃 ㅣ 다정다감 그림책 11
이윤우 지음 / 다정다감 / 2023년 9월
평점 :
하얀 곰과 빨간 꽃을 담은 표지 그림이 참으로 화사하 다.
오래 바라볼 수록 자꾸만 빠져드는 듯 하였다.
무심한 듯 피어있는 빨간 꽃, 그리고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 하얀 곰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앞.뒤표지 그림을 펼쳐서 감상하면 더 예쁘다.
면지 읽기만으로도 흥미롭다.
빨간 꽃이 가득 피어 있던 들판에 불현듯 빨간 지붕을 이고 있는 작은 집 한 채가 지어진 사연이라니...
'하얀 곰과 빨간 꽃'
그들의 집 이야기를 빨리 들어보고 싶어서 서둘러 책장을 연다.
그림책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된다.
-하얀 곰에게는 꿈이 있었어요.-
하얀 곰의 꿈은 바로 멋진 집을 짓는 것이었다.
꽃이 가득 핀 정원과 정원이 한눈에 보이는 커다란 창문이 있는 빨간 지붕의 집을 상상하면서 꿈을 키우는 하얀 곰.
집을 다 지으면 좋아하는 친구들을 초대하고 싶었다.
우리는 누구나 꿈을 키우며 살아간다.
설령 현실적으로 꿈을 실현시킬 수 없다 하더라도 꿈을 꾸는 동안에는 행복하기에 절대로 포기하지 못한다.
하얀 곰도 그랬다.
그러다가 마침내 집을 짓기로 결심하는 그 날이 찾아왔다.
으쌰! 으쌰! 으쌰쌰!
집을 짓는 일은 힘들었지만 하얀 곰은 그래도 신이 났다.
그런데 방해꾼들(?)이 등장한다.
걱정이 많은 여우와 겁이 많은 친구 너구리가 다녀간 뒤로 하얀 곰은 금세 갈등에 직면하게 된다.
-여우가 가고 나서 혼자 남은 하얀 곰은 여우처럼 걱 정이 되기 시작했어요.-
그게 끝이 아니다.
-집채만큼 커져버린 무서움 때문에 하얀 곰은 더 이상 집을 지을 수가 없었어요.-
이제 집 짓는 것을 포기한 하얀 곰은 하릴없이 세월만 보내고 있다.
그런데 실의에 빠진 하얀 곰과는 대조적으로 원인 제공을 한 여우와 너구리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자신들의 일상을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었다.
봄에는 들판을 쏘다니며 곤충잡이를 하고, 여름에는 낚시를 하거나 수영을 즐긴다. 가을에는 경치 좋은 곳으로 소풍을 가고, 눈 내리는 겨울날에는 눈사람을 만들며 계절의 정취를 만끽한다.
하지만 하얀 곰은 그 모든 보석같은 순간들을 멍하니 보내고 만다.
안타깝고 속상하였다.
주변을 둘러보면 이런 사례는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다.
뭔가에 휘둘린 채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낙담한 나머지 삶의 의욕마저 잃어버린 사람들...
그렇다면 하얀 곰은 어떻게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었을까?
이 아름다운 그림책 속에서 모두가 꼭 확인해 보기를 바란다.
오래 오래 기억하고 싶은 가장 멋진 장면은 역시 마지막 페이지다.
언젠가는 오일파스텔 그림으로 따라 그려보고 싶다.
꿈의 완성, 흙의 힘, 씨앗의 생명력, 깨달음의 순간을 자축하라, 자연에서 배우다, 행복의 원천, 내 안의 에너지를 깨우다, 그래도 친구는 소중해...
그림을 볼 때마다 내 삶의 좌표가 되어 줄 귀한 메시지들을 새삼 돌이켜보게 될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꿈을 이룬 하얀 곰의 이야기가너무도 사랑스러워서 두 손으로 책을 감싸고 가만히 품어 보았다.
눈을 감은 채로 하얀 곰의 마음이 되어 기쁨을 한껏 누려 보았다.
내게 허락된 즐거운 기억들이 마구 떠올랐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면서 오래도록 여운을 즐길 수 있어 행복하였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