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쿵쿵쿵 ㅣ 북멘토 그림책 15
우이 지음, 왕주민 그림, 김혜진 옮김 / 북멘토(도서출판) / 2023년 9월
평점 :
'선입견이 불러온 커다란 오해를 통해 올바른 소통의 중요함을 깨달아요.'
출판사 서평에 마음을 기대어 지나간 시절들을 더듬어보니 한 가지 에피소드가 떠오른다.
그 해, 교실에서는 사소하게 도난 사건이 자주 발생하였다. 그냥 묵과할 수 없었기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나름대로 애를 썼는데, 알고보니 정말로 뜻밖의 아이가 저지른 일이었다.
사실 누구도 마음 다치는 일 없이 일단락되기는 했지만 자칫 무리수를 둘 수도 있었다는 아찔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때 많이 깨달았다.
선입견이 얼마나 위험한 생각인지를...
그림책을 통하여 다시금 깨닫게 되는 진리 앞에서 나는 한 번 더 겸허해진다.
표지만으로도 눈길을 사로잡는 그림책 세상~
반전 매력 가득한 유머 코드 속에 뼈 아픈 교훈을 담고 있는 이야기 속으로 훌쩍 뛰어 들어가 보자.
암탉이 오리네 옆집으로 이사온 후 계속 벽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쿵쿵쿵, 쿵쿵쿵, 쿵쿵쿵'
'이건 분명 암탉의 소행이야.'
'시끄러워서 못 살겠어.'
'하지만 난 말 못하겠는데...고양이야, 네가 대신 말 좀 해줄래?'
그렇다면 고양이의 입장은 또 어땠을까?
오리가 고양이에게 그랬듯이,
고양이는 거위에게
거위는 비둘기에게
비둘기는 강아지에게
강아지는 돼지에게
돼지는 젖소에게
젖소는 당나귀에게 떠넘긴다.
당나귀는 다시 말에게
말은 여우에게
여우는 메뚜기에게
그리고 메뚜기는...
급기야 소문은 마을 전체로 퍼져 나갔다.
암탉이 예의없이 시끄럽게 벽을 두드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은 사실일까?
어느 누구도 그에 대한 사실 확인은 하지 않았다.
작가는 마지막 페이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쿵쿵쿵 소리의 실체를 공개하는데, 이는 암탉도 오리도 아닌 의외의 인물이다.
앗!
그러고보니 앞뒤면지에 이미 복선을 깔아놓았다.
이 사건은 명백하게 최초 발신자인 오리의 실수에서 비롯된 일이다.
하지만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남의 일에 섣불리 끼어드는 다른 동물들의 태도 또한 옳지 않다.
-그때, 오리와 암탉의 방에서 또다시
쿵쿵쿵, 쿵쿵쿵, 벽 두드리는 소리가 났어요.-
벽을 사이에 두고 마주 선 오리와 암탉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서로에게 적의를 드러내고 있다.
벽 뒤에 숨어서 상대를 노려보는 눈길이 매섭다.
이처럼 오해와 편견은 자칫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기도 한다.
실제로 층간소음으로 인하여 생긴 이웃간의 불화가 끔찍한 사건으로 확대되는 것을 보아도 그러하다.
여럿이 함께 읽으며 올바른 소통의 방법에 관해서 나눌 얘기가 많은 그림책이다.
본 도서는 2023년 볼로냐 라가치상 스페셜 멘션 우수작이며 제9회 신의 그림책상 문자 창작 우수상을 받았다.
개인적으로는 일러스트에 매료되었다.
거칠고도 강렬한 선과 면은 개성이 넘쳐 흐른다.
암탉을 시작으로 바톤을 이어받듯이 여러 동물들이 차례로 등장하는데, 그야말로 그림 보는 맛이 쏠쏠하다.
독특한 스타일의 동물 캐릭터들을 만나는 특별한 재미가 있다.
"강렬한 표지와 회화적인 일러스트가 돋보이는 아주 재미나고 유머러스한 책이다. 개성이 넘치는 다채로 운 동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이웃과 우정, 선입견과 소통에 관해 이야기한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귓속말로 할 말을 차례차례 전해서 결국엔 모든 사람이 메시지를 알 수 있게 하는 전통적인 어린이 놀이의 구조를 기반으로 한 스토리라인과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르 브뤼를 연상시키는 일러스트는 각 페이지의 공간과 색상을 최대한 활용하여 인상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냈고, 새로 이사 온 암탉을 시작으로 책의 모든 동물이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갈 수 있게 동물 캐릭터 하나하나에 힘썼다." -2023 볼로냐 국제 어린이 도서전 심사평
심사평이 정말 멋지지 않은가!
이 세상 그 누구라도 이 책을 꼭 만났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우리 함께 사는 이곳에 늘 평화가 깃들기를 소망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