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인 풍경을 예쁘게 그려낸 일러스트가 마음에 쏙 들어왔다. 그림책은 특이하게도 시종일관 아파트 베란다의 안과 밖을 교차하는 두 개의 시선을 중심으로 서사가 펼쳐진다. 아이와 파란 잠자리의 시선이 그것이다. 어느 날 아이는 아파트 베란다에 나가서 나뭇가지 끝에 앉아 있는 파란 잠자리 한 마리를 발견한다. 파란 잠자리는 그런 아이를 바라본다. 그림을 그리고 있는 아이, 고양이와 놀아주는 아이, 턱을 괸 채로 하늘과 나무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아이. 화면에 가득한 아이의 모습 위로 육각형의 덫이 그려져 있다. 아마도 파란 잠자리의 시선을 부각시키기 위한 의도적인 표현일 것이다. -"넌 이름이 뭐야? 어디에서 왔니?" 날개까지 파란 잠자리는 처음 보는데..."- 잠자리는 파란 물감을 뒤집어쓴 것처럼 꼬리도, 눈도, 날개도 모두 파란색이다. -아이는 같은 자리에서 잠자리를 지켜봐요. 잠자리도 아이를 보고 있는 것 같아요.- 둘은 서로를 친구로 받아들인 듯 하였다. 마주보는 시선이 다정하다. 아이는 잠자리와 계속 같이 있고 싶어서 집을 선물하기로 하였다. 아이가 생각하는 잠자리 집은 어떤 것일까? 역시 아이는 조심스럽게 파란 잠자리의 날개를 잡아 채집통에 넣는다. 어렸을 때 곤충채집을 하기 위해 잠자리채와 채집통을 들고 들판으로 나갔던 기억이 떠올랐다. 채집통에 넣어둔 채 자세히 들여다 본 작은 생명체들의 모습은 정말 신기했었다. 까닭없이 두려웠던 감정도 차츰 없어지고 두 눈을 반짝거리며 곤충들의 생김새를 관찰할 수 있었다. 아이 또한 잠들 때까지 파란 잠자리를 지켜 보면서 일기를 쓴다. -잠자리에게 먹이랑 물을 줄거다. 잠자리가 나랑 같이 있으면 좋겠다. 집에 있으면 잠자리가 답답할까? 그냥 날려 보내줄까...- 그림책 속 아이의 마음이 참으로 예쁘다. 동심으로 돌아간듯 나도 함께 즐거워졌다. 앗! 지금까지 잔잔하게 펼쳐지던 서사는 바야흐로 급물살을 타게 된다. 다음 날 아침, 일어나 보니 잠자리가 사라진 것이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파란 잠자리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상상을 뛰어넘는 놀라운 엔딩을 기대하시라! 달콤한 꿈을 꾸었을 때처럼 자꾸만 생각나는 그림책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