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렌스의 수집품 딱따구리 그림책 35
매튜 파리나 지음, 더그 살라티 그림, 황유진 옮김 / 다산기획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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왈칵 눈물이 쏟아질 뻔 하였다.
"난 보여줄 것도 말할 것도 없어요."
로렌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가난하지만 부지런하고 가슴 따뜻한 엄마, 아빠 곁에서 구김살 없이 성장하는 로렌스의 이야기에 푹 빠져들었다.
물론 이러한 상황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묘사하는 문장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지만 감각적인 디테일로 풀어놓은 일러스트를 통하여 독자들은 충분히 알아차리게 된다.
바삭거리는 가을 냄새, 곱게 물든 단풍잎, 신비스러운 숲 내음이 가득한 그림책의 장면 장면은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2023년 칼데곳 대상 수상 작가 '더그 살라티'가 그려낸 또 하나의 위대한 업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책의 앞뒤면지는 매우 유의미하다.
이 책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앞면지의 물건들은 본문 속 로렌스의 친구들이 가져온 수집품이다.
동전, 카드, 실크 리본, 구슬, 빗이 보인다.
누가 무엇을 가져왔는지 맞추어 보는 재미가 있다.
뒤면지는 로렌스가 가을 숲에서 모아온 나뭇잎들이다. 
궁금했던 이름을 알려 주어서 너무 좋았다.
그런데 '핀오크'라는 이름의 나뭇잎을 보면서는 갸웃했었다. 
내가 아는 대왕참나무잎과 똑 닮았기 때문이었는데, 찾아보니 역시 같은 나무의 다른 이름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기뻤다.
그런가 하면 우리나라에서는 만나볼 수 없는 나뭇잎들도 있다.
번역작가로서는 이런 부분에서도 적잖이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본문 속 나뭇잎 관찰 장면이다.
친구들 모두가 로렌스의 수집품에 커다란 관심을 보인다.
로렌스 못지 않게 내 마음까지 벅차오름이 느껴졌다.
이 두 페이지를 서로 왔다갔다 하면서 처음 보는 나뭇잎의 이름을 익히고, 정보를 더 찾아보는 시간을 가지기도 하였다.

표제지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사진 액자 속 가족의 모습이 사랑스럽다.
로렌스의 집은 마을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듯 하다. 
지붕도 없고 창문도 없어서 마을에 있는 다른 집들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데이브에게' 
그림책의 헌사에도 눈길이 갔다.
'데이브'는 이 책을 펼치는 모든 이의 이름일 수도 있겠다는 나 혼자만의 생각을 하면서 행복감을 한껏 누렸다.

'수집품을 가져와서 친구들에게 보여주세요!'
종류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라도 수집품이 있을 것이다.
나는 최근 몇 년간에 걸쳐서 계속 그림책을 수집하고 있다.
어쩌다가 여행을 가면 어떤 것이라도 기념이 될 만한 물건을 꼭 하나만 사 가지고 와서 모아 두기도 한다.
예전에는 우표도 모으고, 상표를 모으기도 했다. 
곱게 물든 단풍잎을 주워 책갈피에 끼워 놓던 시절도 물론 있었다.
오늘은 나도 오랫만에 빛깔 고운 단풍잎을 찾아보기로 하였다.
깊어가는 이 계절, 가을 향기와 함께 기분 좋게 나를 찾아와 준 그림책에게 사랑의 인사를 보낸다.
모든 것이 다 아름다웠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듯 하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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