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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싹한 내 친구 - 신나라 그림책
신나라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9월
평점 :
오!~오싹함이 제대로 느껴진다.
표지 그림의 옵션도 흥미롭다.
불을 끈 채로 가만히 기다리면 어둠 속에서 완연한 모습을 드러내는 특별한 존재와 조우하게 된다.
"이 그림책은 미지의 존재를 어린이들의 보편적 일상에 등장시켜 묘한 긴장감과 낯선 공포감을 자극해 재미를 선사하는 독특한 책입니다. 그러면서도 어린이의 마음밭까지 보듬는 미덕을 보이지요." (출판사 서평)
다섯 가지의 재미난 활동을 동반한 [독서 활동지] 또한 유익하다.
바라는대로 책의 재미와 감동, 주제 의식까지 더불어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인형이나 담요 등에 유난히 집착하는 아이들이 있다.
이때의 애착 인형이나 담요는 아이들 스스로 정서적 안정감을 얻기 위한 도구로 활용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친구이다. 때로는 보호자를 대신하기도 한다.
그림책 속 '오싹한 내 친구'는 같은 맥락으로서 바로 이러한 애착 담요의 속성을 차용하고 있다.
어린이집에 전학온 지 얼마되지 않아서 어색하고 서먹한 지우.
속표지의 바깥놀이 장면은 지우의 이런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동떨어져 있는 지우의 모습이 안쓰럽다.
오늘은 핼러윈이다.
지우는 화난 고양이 가면을 쓰고 등원 버스에 올라탔다.
가면 뒤에서 지우는 처음으로 큰소리를 질러 보았다.
아무도 지우인지 모를 테니까...
한바탕 웃어주는 친구들이 예쁘다.
그런데 핼러윈 파티를 즐기는 내내 지우한테만 이상한 일이 자꾸 생긴다.
짝을 맞춰 춤을 출 때는 지우만 짝이 없고, 간식을 먹을 때는 지우 간식만 없다. 뿐만 아니라 바깥놀이 시간에는 지우 신발이 사라졌다가 다시 돌아왔다.
그때마다 친구들이 잘 도와 주어서 별 문제없이 넘어갈 수 있었다.
낮잠 시간에는 더 이상한 일이 있었다.
담요 친구가 자리에 눕지 않고 혼자 화장실에 들어 가는 것을 보았는데 선생님은 그걸 모르시는 것 같았다.
그래서 지우가 뒤따라 가 보았지만 화장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으~~~
이 장면, 진짜 오싹하지 않은가!
이 책을 읽은 아이들이 혼자 화장실 가는 것을 꺼려할 수도 있겠다.
머리 끝이 쭈뼛 서는 장면이 또 하나 더 있다.
지우가 눈을 떴을 때는 낮잠 시간이 이미 끝나있었다.
이제 부모님들이 데리러 올 때까지 친구들과 재미나게 노는 시간이다.
하나 둘... 친구들이 집으로 돌아가고 지우는 담요 친구랑 둘만 남게 된다.
지우는 핼러윈 복장을 한 친구들이 누구였는지 모두 알 수 있게 되어 즐거웠다. 그런데...그럼...담요 친구
-넌...누구야?-
그때, 지우를 부르는 아빠 목소리가 반갑다.
아빠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지우는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아빠, 오늘 정말 정말 재미있었어요!"
<오싹한 내 친구> 그림책에는 '오싹함, 으스스함, 수상함, 기묘함 등의 재미 요소'들이 가득하다. 아이들을 이야기 속으로 불러들이기 위한 의도적 장치일 것이다. 그러면서도 '다정함, 사랑스러움, 귀여움이 녹아 있다'고 하는 출판사 서평에 적극 동의한다.
무서운 이야기 좋아하는 아이들아~여기 여기 다 모여라~
한편, 달콤하고 아삭한 식감과는 대조적으로 다 먹고나면 입술과 혓바닥이 푸르뎅뎅 으스스하게 변하는 죠스바가 문득 떠올랐다.
나는 사실 죠스바를 좋아하지 않았다.
오싹하고 기묘한 느낌이 싫어서였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그림책은 죠스바가 아니다.
낯선 환경에 직면한 아이의 불안한 심리를 따뜻하게 품어주는 작가의 배려심이 느껴져서 참 좋았다.
-셋이서 추니까 더 재미있었어요.-
-나누어 먹으니까 더 즐겁고 맛있었어요.-
-"정말 이상한 일이네. 어쨌든 잘됐다."-
-혼자면 심심했을 텐데, 둘이 같이 있으니까 재미있었어요.- (본문 중에서)
핼러윈 파티를 기대하는 세상의 모든 아이들, 그리고 내 아이의 핼러윈이 궁금한 부모들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