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나눔 정원
조위 터커 지음, 줄리아나 스웨이니 그림, 주유미 옮김 / 행복한그림책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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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섭리를 알게 하고, 순리대로 살아가는 삶의 모습을 따뜻하게 그려낸 그림책이다.
<우리 동네 나눔 정원>은 도시에 살면서도 베란다 또는 옥상 텃밭을 가꾸는 사람들, 빈터를 임대하여 주말 농장을 경작하는 사람들이 적극 공감할 만한 이야기다.
한때 우리 가족도 주말 농장에 도전해 본 적이 있다.
하지만 거리가 너무 멀어서 결국 포기를 하게 되었는데, 그림책의 내용처럼 동네 안에 이런 공간이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꽃을 좋아하는가?
어떤 꽃을 좋아하는가?
그 꽃이 지고 난 뒤에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졌는가?
직접 꽃씨를 받아본 적이 있는가?
가장 좋아하는 꽃의 씨앗을 자세히 들여다 본 적이 있는가?
이듬해 봄, 다시 그 꽃씨를 뿌려본 적이 있는가?

질문에 대하여 어떤 답을 하였더라도 상관없다.
누구라도 이 그림책을 만나는 바로 그 순간 깨닫게 된다.
꽃이 피고 지듯이 계절도, 사람도 순환한다는 자연의 이치를...

이제 본격적으로 그림책을 만나러 가 보자.
먼저 표지 그림을 열심히 살피면서 내가 상상하는 '우리 동네 나눔 정원'의 모습과 비교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세밀하게 그려진 꽃과 열매들이 정겹다.
내가 아는 이름들이 많아서 괜스레 뿌듯한 마음이 생겨나기도 했다.
주요 등장인물은 할머니와 화자인 나, 그리고 동네 아주머니 두 사람이다.
눈부신 봄날 아침에 시작된 이야기는 차가운 겨울바람이 휘몰아치고 해님도 빛을 잃는 겨울 어느 날을 지나고, 또 다시 따사로운 아침 햇살이 세상을 어루만질 때까지 이어진다.
그림책의 마지막 페이지는 그야말로 마법같은 순간을 담아내고 있다.
상실의 아픔을 따스한 기억으로 간직할 수 있어 내 마음까지도 포근해지는 듯 하였다.

따라 그려보고 싶은 장면도 있다.
그림책 속 인물들 대신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그려 넣으면 어떨까!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아졌다.

-할머니와 나는 진디밭에 담요를 깔고 누워
 꿀벌들의 노랫소리에 귀 기울입니다.-

이처럼 자연과 더불어 충분히 휴식하는 동안 우리의 몸은 밝은 에너지로 가득 채워질 것이다.
놀라운 생명력을 바탕으로 하는 건강한 먹거리, 아름다운 생태계와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생활의 지혜를 독자 스스로 발견할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
그림책이 우리에게 전달하고 싶은 고귀한 메시지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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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싹한 내 친구 - 신나라 그림책
신나라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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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싹함이 제대로 느껴진다.
표지 그림의 옵션도 흥미롭다.
불을 끈 채로 가만히 기다리면 어둠 속에서 완연한 모습을 드러내는 특별한 존재와 조우하게 된다.

"이 그림책은 미지의 존재를 어린이들의 보편적 일상에 등장시켜 묘한 긴장감과 낯선 공포감을 자극해 재미를 선사하는 독특한 책입니다. 그러면서도 어린이의 마음밭까지 보듬는 미덕을 보이지요." (출판사 서평)

다섯 가지의 재미난 활동을 동반한 [독서 활동지] 또한 유익하다.
바라는대로 책의 재미와 감동, 주제 의식까지 더불어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인형이나 담요 등에 유난히 집착하는 아이들이 있다.
이때의 애착 인형이나 담요는 아이들 스스로 정서적 안정감을 얻기 위한 도구로 활용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친구이다. 때로는 보호자를 대신하기도 한다.
그림책 속 '오싹한 내 친구'는 같은 맥락으로서 바로 이러한 애착 담요의 속성을 차용하고 있다.

어린이집에 전학온 지 얼마되지 않아서 어색하고 서먹한 지우.
속표지의 바깥놀이 장면은 지우의 이런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동떨어져 있는 지우의 모습이 안쓰럽다.

오늘은 핼러윈이다.
지우는 화난 고양이 가면을 쓰고 등원 버스에 올라탔다.
가면 뒤에서 지우는 처음으로 큰소리를 질러 보았다.
아무도 지우인지 모를 테니까...
한바탕 웃어주는 친구들이 예쁘다.
그런데 핼러윈 파티를 즐기는 내내 지우한테만 이상한 일이 자꾸 생긴다.
짝을 맞춰 춤을 출 때는 지우만 짝이 없고, 간식을 먹을 때는 지우 간식만 없다. 뿐만 아니라 바깥놀이 시간에는  지우 신발이 사라졌다가 다시 돌아왔다.
그때마다 친구들이 잘 도와 주어서 별 문제없이 넘어갈 수 있었다.
낮잠 시간에는 더 이상한 일이 있었다.
담요 친구가 자리에 눕지 않고 혼자 화장실에 들어 가는 것을 보았는데 선생님은 그걸 모르시는 것 같았다.
그래서 지우가 뒤따라 가 보았지만 화장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으~~~
이 장면, 진짜 오싹하지 않은가!
이 책을 읽은 아이들이 혼자 화장실 가는 것을 꺼려할 수도 있겠다.
머리 끝이 쭈뼛 서는 장면이 또 하나 더 있다.
지우가 눈을 떴을 때는 낮잠 시간이 이미 끝나있었다.
이제 부모님들이 데리러 올 때까지 친구들과 재미나게 노는 시간이다.
하나 둘... 친구들이 집으로 돌아가고 지우는 담요 친구랑 둘만 남게 된다.
지우는 핼러윈 복장을 한 친구들이 누구였는지 모두 알 수 있게 되어 즐거웠다. 그런데...그럼...담요 친구

-넌...누구야?-

그때, 지우를 부르는 아빠 목소리가 반갑다.
아빠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지우는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아빠, 오늘 정말 정말 재미있었어요!"

<오싹한 내 친구> 그림책에는 '오싹함, 으스스함, 수상함, 기묘함 등의 재미 요소'들이 가득하다. 아이들을 이야기 속으로 불러들이기 위한 의도적 장치일 것이다. 그러면서도 '다정함, 사랑스러움, 귀여움이 녹아 있다'고 하는 출판사 서평에 적극 동의한다.
무서운 이야기 좋아하는 아이들아~여기 여기 다 모여라~
한편, 달콤하고 아삭한 식감과는 대조적으로 다 먹고나면 입술과 혓바닥이 푸르뎅뎅 으스스하게 변하는 죠스바가 문득 떠올랐다.
나는 사실 죠스바를 좋아하지 않았다.
오싹하고 기묘한 느낌이 싫어서였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그림책은 죠스바가 아니다.
낯선 환경에 직면한 아이의 불안한 심리를 따뜻하게 품어주는 작가의 배려심이 느껴져서 참 좋았다.

-셋이서 추니까 더 재미있었어요.-
-나누어 먹으니까 더 즐겁고 맛있었어요.-
-"정말 이상한 일이네. 어쨌든 잘됐다."-
-혼자면 심심했을 텐데, 둘이 같이 있으니까 재미있었어요.- (본문 중에서)

핼러윈 파티를 기대하는 세상의 모든 아이들, 그리고 내 아이의 핼러윈이 궁금한 부모들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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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반짝이는 정원
유태은 지음 / 미디어창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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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어떻게 반짝이는 가를 구체적으로 담아낸 아름다운 그림책이다.
다정하고 포근한 느낌의 일러스트 또한 행복을 자아낸다.
그림책과 함께 하는 동안 아주 살짝 눈물이 맺히기도 하였다.
특히 책 뒤편에 실린 '작가의 말'이 매우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진솔하고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가의 마음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을 만들면서 저는 어린 시절의 추억이 많이 떠올랐어요. 행복한 기억들에 웃음 짓기도 하고, 지나간 시간들이 그리워 슬퍼지기도 했지요.
......"

가족을 향한 가슴 따뜻한 헌사도 잊지 않았다.
-나의 가족에게, 온 마음을 담아 ㅡ 유태은-

시작 페이지부터 마음을 사로잡는다.

- 내가 새싹만큼 작았을 때,
  할아버지의 정원은 아주 컸어요.-

노랫말이 너무 좋아서 지금도  즐겨 부르는 동요가 있다.
정하나 작사. 박흥수 작곡의  '우리 집'이다.
내가 커서 아빠처럼 엄마처럼 어른이 되면
우리 집은 내 손으로 짓고, 꾸미겠다고 한다.
울도 담도 쌓지 않은 그림같은 집.
넓은 뜰엔 꽃을 심고, 연못에는 고기를 기르겠다고 한다.
마지막 구절이 가장 좋다.
"언제라도 우리 집에 놀러 오세요~"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마법의 주스처럼 달콤한 노래이다.
이 그림책 또한 그러하다.
시작 페이지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내 어릴 적 추억이 뭉게뭉게 피어나는 그리운 장면이다.
그 동네에도 정원이 딸린 이층 양옥집이 한 채 있었다. 어린 마음에 부러움이 컸었나보다. 그 집 앞을 지날 때마다 드나드는 사람들을 눈여겨 보면서 가당치도 않은 상상에 빠져들던 일을 생각하니 슬몃 웃음이 난다.

더스트자켓을 벗겨보니 똑같은 그림의 표지가 쏙 나온다.
우왓!
덤으로 예쁜 그림 한 폭을 선물받은 것 같아서 무척 기뻤다.
액자처럼 걸어놓고 즐기기 좋겠다.

그림책의 화자는 할아버지의 정원에서 식물과 교감하면서 바람직하게 성장한다. 
세월의 흐름을 펼침 화면 한 장으로 담아낸 이 장면 또한 감동이 컸다.

- 할아버지는 생일날
  모란꽃 화분을 선물해 주었어요.
  나의 모란꽃은 점점 자랐고,
  나도 자랐어요.-

모란꽃 화분은 이후에도 계속 등장한다.
화자가 훌쩍 자라 독립 생활을 하고 있을 때에도...새로운 가정을 이루고 딸을 낳아 다시 할아버지를 만나러 왔을 때에도... 모란꽃 화분이 그들 사이를 이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
분홍색 모란의 꽃말은 '사랑'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꽃의 언어를 충분히 이해하셨던 것일까?
그러고보니 그림책의 마지막 장면은 그야말로 압권이다.
수많은 키워드를 품고 있다.
대를 이어가는 삶의 영속성, 바야흐로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것이야말로 가족의 힘이 아닌가!
지금 당신에게 가족의 따스한 사랑과 응원이 필요하다면 이 책을 꼭 만나볼 것을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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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다니만 한 축구 선수는 없어
프란 핀타데라 지음, 라켈 카타리나 그림, 김정하 옮김 / 다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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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그림이 정겹다.
모두가 만족한 표정으로 다정스레 포즈를 취하고 있다.
동네 축구단이라 인원이 빠진다. 게다가 가운데 서 있는 아이는 축구화도 없이 맨발이다.
맨발이지만 누구보다도 공을 잘 다루는 마다니가 바로 이 그림책의 주인공이다.

 -마다니의 맨발에 공이 떨어지는 순간, 축구장은 멈춰 버려.
  축구장뿐만 아니라 온 세계가 멈춰 버려.
  음식을 나르던 식당 종업원은 쟁반을 든 채 정지!
  말싸움하던 할아버지들은 입을 다물어.
  비둘기도 날지 않고
  자동차까지 멈춰 꼼짝 않는다니까.-

축구를 썩 좋아하지 않아도 내가 분위기 파악은 제법 잘 하는 편이다.
스포츠로 대동단결하는 국민 DNA가 내 몸 속에도 새겨져 있음이어라.
축구 이야기가 장황하게 이어짐에도 불구하고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게다가 그림책의 서사는 우리가 미처 생각지도 못한 감동을 안겨준다.

 -마다니는 맨발로 뛴다.
  그런데도 우리 동네 최고의 축구 선수다!
  내일은 원정 팀과 경기가 있는 날,
  드디어 마다니가 저금통을 들고 
  시내에 쇼핑하러 갔다.
  이제 이길 일만 남았다.
  마다니가 축구화를 신고 뛸 테니까.
  그런데.....-

앗!
그렇다면 마다니는 그동안 모은 돈으로 무엇을 산 것일까?
그림책 속에서 꼭 확인하기 바란다.

나는 이 그림책을 읽으면서 이란 영화 '천국의 아이들'을 떠올렸다.
둘 사이에는 공통점이 많다.
그 무엇보다도 마음이 예쁜 아이들을 만날 수 있어서 기뻤다.
오랫동안 기억 한 켠에 묻혀있던 영화의 감동이 다시금 되살아났다.
우리가 비록 속세에 물들고, 순수한 마음을 저당 잡혔다 할지라도 마다니처럼 사랑스러운 아이를 만난다면 금세 달라진다. 
보고만 있어도 얼마나 흐뭇한가!
혼탁했던 눈빛은 순해지고 입꼬리가 올라가며 가슴은 벅차다.
그림책을 통하여 누구라도 이처럼 행복한 순간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풍경과 사람들...다양한 일상의 모습을 친근감 있게 담아낸 일러스트에도 마음이 갔다.
한 장면 한 장면을 주의깊게 읽었다.
역동적이며 활기찬 에너지가 느껴져서 참 좋았다.
섬세하고 치밀한 묘사, 따스한 터치감과 색감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러다가 문득 재미있는 발견을 하게 되었다.
작가님이 의도적으로 마다니와 마다니의 엄마에게만 속눈썹을 그려 준 것이다.
주인공에 대한 그림 작가의 각별한 사랑이 느껴졌다.
역시 마다니는 충분히 사랑스런 아이임에 틀림없다.
모두들 이구동성으로 칭찬하고 있지 않은가!
"마다니만한 축구 선수는 없어!"

마다니, 아지즈, 다우오다, 솔로, 칼리드, 하마디, 압델하디, 그리고 함께 경기하고 삶을 나누었던 모든 청년에게.
할아버지가 되는 것보다 축구에 대해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는 환에게. _F.P.

내가 세상을 기억할 수 있게 해 준 디에고와 이레네에게. _R.C.

작가님들이 그림책에 남겨 주신 헌사에도 사랑이 가득하다.
따스한 마음이 그리워질 때마다 추억처럼 꺼내어 자꾸만 읽어 보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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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은 코끼리
타마라 엘리스 스미스 지음, 낸시 화이트 사이드 그림, 이현아 옮김 / 반출판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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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웃지 않던 아이, 슬픈 눈빛의 늘 외로워 보이던 한 아이가 생각난다.
그 아이가 이 그림책을 만난다면 어땠을까?
슬픔을 동물에 비유한 작가적 상상력은 가히 일품이다.
막연한 감정의 깊이를 이보다 더 쉽게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슬픔을 수용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싶었다

"슬픔을 처음 만나면 코끼리처럼 거대하게 느껴집니다. 다른 것이 들어갈 공간이 없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슬픔은 점점 작아집니다. 여우처럼 작아지고 생쥐만 해졌다가 마침내 반딧불처럼 어둠 속에서 깜빡이며 사랑의 기억을 불러일으킵니다. 이 작품은 누군가를 잃고 슬퍼하는 사람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전하는 연고가 되어줍니다. 상실감을 느끼는 것은 다름 아닌 사랑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진심어린 목소리로 일깨워줍니다."

출판사 서평만으로도 너무나 특별한 이 그림책.
지금껏 느껴보지 못했던 전혀 색다른 감동이 따뜻한 강물처럼 넘쳐 흐르는 듯 가슴이 벅차올랐다.
슬픔이 차오를 때가 많았다.
그럴 때마다 억누르고 숨죽이며 혼자서 힘든 시간을 보내야만 했었다.
슬픔은 내 안의 부정적인 감정이며 드러내기에는 부끄러운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그림책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당당하게 마주하라 한다.

>온 몸으로 슬픔 밀어내기
>슬픔에서 빠져나와 힘껏 달리기
>다시 맞닥뜨려도 놀라지 않기
>네잎클로버를 찾거나 손가락을 교차하면서 행운을 빌어보는 것도 괜찮음
>손을 내밀어서 슬픔의 실체에 다가가기
>슬픔에게 말 걸기
>슬픔과 함께 살아가는 법  이해하기
>슬픔에게 진짜 나의 속마음 털어놓기

 -슬픔에게 털어놓아봐.
  이따금 하늘을 향해
  소리를 지르고 싶을 때가 있다고
  때로 꼼짝없이 묶인 채 울기만 한다고
  그러다 작아지는 기분이 든다고 말해봐.-

순간 모골이 송연해졌다.
나의 속마음을 들킨 듯 했기 때문이다.
이 페이지에서  나는 한참을 머뭇거렸다.
한꺼번에 여러 가지 생각들이 교차하면서 떠오르는 나의 슬픔들을 헤아려보았다.
기억 저 편에 가라앉아 있던 어두운 슬픔들이 일렁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고요한 시간이 흐르고, 북적이는 마음을 가라앉힌 후에야 다음 페이지를 열었다.
세상에!
순식간에 감동의 도가니로 빠져들게 하는 매력적인 문장이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별이 쏟아질 때까지 말해봐.
  네 말이 빛이 되고
  슬픔이 작고 작은 반딧불이 될 때까지-

어느 날 문득 마주친 슬픔을 정성껏 쓰다듬다가 귀하게 날려보내는 모습을 명징하게 담아낸 그림책의 페이지마다 놀랍도록 따스한 위로가 담겨 있었다.
내 안의 새까만 숯덩이 같던 슬픔을 꺼내어 아름다운 기억으로 되돌려놓은 마법같은 책갈피들이, 슬픔은 결코 어두운 그림자가 아니며 빛처럼 찬란한 감격이라는 것을...슬픔은 그리움의 다른 이름이라는 것을...그것은 바로 나의 온전한 사랑이었음을...단단하게 일러 주었다.

그림책은 이처럼 긍정적이고 건강한 방식으로 슬픔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또한 아이들의 눈높이에 꼭 맞는 감정 교육서로서의 역할도 충분하다.
부드러운 느낌의 일러스트는 그 자체가 힐링이다.
좋은 그림책을 만나서 정말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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