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은 코끼리
타마라 엘리스 스미스 지음, 낸시 화이트 사이드 그림, 이현아 옮김 / 반출판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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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웃지 않던 아이, 슬픈 눈빛의 늘 외로워 보이던 한 아이가 생각난다.
그 아이가 이 그림책을 만난다면 어땠을까?
슬픔을 동물에 비유한 작가적 상상력은 가히 일품이다.
막연한 감정의 깊이를 이보다 더 쉽게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슬픔을 수용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싶었다

"슬픔을 처음 만나면 코끼리처럼 거대하게 느껴집니다. 다른 것이 들어갈 공간이 없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슬픔은 점점 작아집니다. 여우처럼 작아지고 생쥐만 해졌다가 마침내 반딧불처럼 어둠 속에서 깜빡이며 사랑의 기억을 불러일으킵니다. 이 작품은 누군가를 잃고 슬퍼하는 사람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전하는 연고가 되어줍니다. 상실감을 느끼는 것은 다름 아닌 사랑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진심어린 목소리로 일깨워줍니다."

출판사 서평만으로도 너무나 특별한 이 그림책.
지금껏 느껴보지 못했던 전혀 색다른 감동이 따뜻한 강물처럼 넘쳐 흐르는 듯 가슴이 벅차올랐다.
슬픔이 차오를 때가 많았다.
그럴 때마다 억누르고 숨죽이며 혼자서 힘든 시간을 보내야만 했었다.
슬픔은 내 안의 부정적인 감정이며 드러내기에는 부끄러운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그림책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당당하게 마주하라 한다.

>온 몸으로 슬픔 밀어내기
>슬픔에서 빠져나와 힘껏 달리기
>다시 맞닥뜨려도 놀라지 않기
>네잎클로버를 찾거나 손가락을 교차하면서 행운을 빌어보는 것도 괜찮음
>손을 내밀어서 슬픔의 실체에 다가가기
>슬픔에게 말 걸기
>슬픔과 함께 살아가는 법  이해하기
>슬픔에게 진짜 나의 속마음 털어놓기

 -슬픔에게 털어놓아봐.
  이따금 하늘을 향해
  소리를 지르고 싶을 때가 있다고
  때로 꼼짝없이 묶인 채 울기만 한다고
  그러다 작아지는 기분이 든다고 말해봐.-

순간 모골이 송연해졌다.
나의 속마음을 들킨 듯 했기 때문이다.
이 페이지에서  나는 한참을 머뭇거렸다.
한꺼번에 여러 가지 생각들이 교차하면서 떠오르는 나의 슬픔들을 헤아려보았다.
기억 저 편에 가라앉아 있던 어두운 슬픔들이 일렁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고요한 시간이 흐르고, 북적이는 마음을 가라앉힌 후에야 다음 페이지를 열었다.
세상에!
순식간에 감동의 도가니로 빠져들게 하는 매력적인 문장이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별이 쏟아질 때까지 말해봐.
  네 말이 빛이 되고
  슬픔이 작고 작은 반딧불이 될 때까지-

어느 날 문득 마주친 슬픔을 정성껏 쓰다듬다가 귀하게 날려보내는 모습을 명징하게 담아낸 그림책의 페이지마다 놀랍도록 따스한 위로가 담겨 있었다.
내 안의 새까만 숯덩이 같던 슬픔을 꺼내어 아름다운 기억으로 되돌려놓은 마법같은 책갈피들이, 슬픔은 결코 어두운 그림자가 아니며 빛처럼 찬란한 감격이라는 것을...슬픔은 그리움의 다른 이름이라는 것을...그것은 바로 나의 온전한 사랑이었음을...단단하게 일러 주었다.

그림책은 이처럼 긍정적이고 건강한 방식으로 슬픔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또한 아이들의 눈높이에 꼭 맞는 감정 교육서로서의 역할도 충분하다.
부드러운 느낌의 일러스트는 그 자체가 힐링이다.
좋은 그림책을 만나서 정말 기뻤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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