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적 사랑
요한나 아도르얀 지음, 정지인 옮김 / 생각의나무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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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50년을 함께 산 부부가 서로가 없는 삶이 싫어 함께 죽음을 맞이하고 이들의 손녀가 직접 쓴 이야기이라기에 사실 나는 제목과 간단한 책 소개를 읽고 무겁지만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일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책은 나의 생각과는 조금 달랐다.
죽음을 계획한 날 노부부의 하루와 그들을 좀 더 알고 싶어하는 손녀가 사람들을 만나 조부모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 과정이 교차되어 전개되는 이 책은 굉장히 차분한 어조로 사실적인 이야기들을 펼치고 있다.
헝가리 유대인이었던 두 사람은 한 음악회에서 만나 첫눈에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한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중이었기에 유대인이었기에 남자는 끌려가게 되고 여자는 서류를 위조하여 도망가게 된다. 다행히 그들은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게 되었고, 그 후 공산주의자가 되었으며, 남자는 한국전쟁 때 북한에 파병을 나가기도 했었고 부다페스트에서 봉기가 일어나자 덴마크로 망명했다.
이 부부에게 제2차 세계대전은 말하고 싶지 않은 아픈 과거이다. 남자는 죽지 않기 위해 걸으면서도 잠자는 법을 배워야했고, 여자는 아이를 지키기 위해 서랍장에 아이를 숨기기까지 해야 했으며 언제 올지 모를 남편을 기다리며 살아야 했다. 아들과 딸을 둔 부부였지만 그들은 서로만을 의지하며 50년을 살았다. 열 살 이상의 나이 차이로 남편은 늙어 병들었지만 부인은 건강했음에도 그들은 혼자 남는 것이 두려워 함께 죽음을 맞이한다. 
사실 이 책에서 그들이 유대인이고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았다는 것은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나에겐 그것보다 둘이 함께 하는 길을 선택했다는 것이 더 중요하게 다가왔다. 자식이 있고 손자손녀가 있음에도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은 남편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아내. 남편이 없는 삶이 두려워 스스로 죽음을 향해 걸어가는 모습. 내가 바라는 모습과도 같아 마음이 아팠다. 
결혼하기 전에는 부모님이 중요하고 동생이 중요했지만 결혼하고 나서는 남편이 가장 중요한 사람이 되어 버렸다. 나 스스로의 마음이 변하는 것을 느끼며 결국엔 자식도 필요없다는 생각에 여전히 둘만의 삶을 꾸려가고 있기에 가끔 나 혼자 남게 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에 사로잡힐 때가 참 많다. 아직 죽음을 생각하기에는 어린 나이이지만 언젠가 죽게 된다면 나도 이들처럼 남편과 나란히 한 침대에서 죽고 싶다. 
유대인으로서 살아가기 어려운 시절에 살아남아야 했기에 세상에 믿고 의지할 사람이 남편 밖에 없었던 여자. 자신의 나약함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 늘 당당한 모습으로 아픈 과거를 숨기고 살아야 했던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가 마음을 아프게 한다. 극적인 부분도 별로 없고 전쟁의 잔혹한 장면도, 부부의 행복하거나 가슴 아픈 사연도 등장하지 않으며 잔잔히 전개되는 이야기이지만 책을 덮을 무렵엔 눈에 눈물이 고이고 가슴이 저려오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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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비 ㅣ Young Author Series 2
크리스 클리브 지음, 오수원 옮김 / 에이지21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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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이지리아의 한 작은 소녀가 영국으로 온다. 불법으로. 그래서 그녀는 난민수용소에 2년동안 감금되어 있었다. 그녀는 그곳에서 빠져 나갈 수 있는 방법은 얼굴이 예쁘거나 말을 잘 하는 것이라 여기고 열심히 영어를 익힌다. 영국 여왕처럼 말 할 수 있도록.
어느 날, 3명의 여인들과 함께 난민수용소에서 풀려 난 작은 소녀는 자신이 영어를 잘 하기 때문이라 생각했지만 사실은 합법적으로 풀려난 것이 아니었다. 다른 한 여인이 간수를 매수하여 전산조작으로 풀려났던 것이었다. 즉 그들은 불법난민이었다. 
작은 소녀는 자신이 알고 있는 유일한 영국인인 새라를 찾아간다. 새라와 작은 소녀는 2년 전 나이지리아의 한 해변에서 만났었다. 그 한 번의 만남으로 그들의 인생은 결정되었다. 
작은 소녀는 가족과 함께 나이지리아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석유 전쟁으로 마을이 초토화되고 살육의 현장을 목격하게 된 작은 소녀와 그녀의 언니는 자신들을 죽이려는 사람들을 피해 도망치게 되고 자신들에게 새로운 이름을 지어준다. 그녀의 언니 이름은 카인드니스(kindness), 작은 소녀의 이름은 리틀 비(little bee). 그들이 도망친 해변에서 새라와 그녀의 남편을 만나게 된 것이다.
 잡지 편집장이었던 새라는 내무부직원인 로렌스와의 불륜을 남편에게 들키게 되고 사랑하는 아들 찰리와 가정을 지키기 위해 남편과의 관계를 회복시키고자 함께 나이지리아로 여행을 왔던 것이다. 공짜 티켓이 있어 선택했던 나이지리아로 말이다. 해변에서 쫓기고 있던 리틀 비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가운데 손가락을 잘랐던 새라. 하지만 리틀 비와 카인드니스는 결국 잡혀가게 되고 그 사건으로 인해 새라와 그녀의 남편의 관계는 더 차가워지고 죄책감에 시달리게 된다. 그렇게 잊고자 애썼던 리틀 비가 자신들을 찾아 온 것이다. 이에 죄책감과 우울증에 시달리던 새라의 남편은 자살하게 되고 위태로운 새라를 돕기 위해 리틀 비는 그들과 함께 머물게 된다.
사실 내용은 간단하다. 하지만 그 안에 녹아있는 수 많은 상황들과 질문들은 마음을 참 무겁게 만든다. 석유라는 부를 놓고 벌이는 전쟁과 그로 인해 고통받는 아무 죄없는 사람들. 불법난민들을 받아들일 수도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없는 현실과 난민자들의 고통. 본국으로 돌아가게 되면 죽게 될 것을 알기에 어디서나 자살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는 난민자들. 그리고 그들을 돕고 싶지만 도울 수 없어 가슴 아파하는 사람들. 
자신의 손가락 10개 중 하나를 리틀 비를 위해 잘랐고, 자신의 수입 중 10%를 아프리카에 기부하고 있는 새라가 더이상 리틀 비를 위해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설득하는 로렌스에게 했던 말 중 '그들을 돕기 위해 자신을 온전히 내어주지 못하고 단지 가진 것의 10%만 주었을 뿐이다'던 말이 기억에 남았다. 나는 과연 몇 %를 내어주고 있을까.
세상의 악을 무찌르기 위해 늘 배트맨 복장을 하고 다니는 새라의 어린 아들 찰리를 보며, 새라는 자신도 그렇게 순수하게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는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현실에 안주하게 됨을 슬퍼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릴 때는 세상이 다 내 뜻대로 될 거라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내가 뭘 어쩔 수 있을까라는 마음이 먼저 든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마음은 아팠지만 내가 과연 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과연 내가 알지 못하는 어린 소녀를 위해 손가락을 하나 자를 용기가 있을까. 그녀를 지키기 위해 어린 아들과 함께 위험한 나라로 갈 용기가 있을까. 잘 모르겠다. 아마도 난 그럴 용기가 없을 것이다. 마음 아파하고 죄책감에 괴로워 하겠지만 내 것을 내어 줄 용기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책 속의 새라가 너무 부러웠고 대단하게 느껴졌다. 
이 책이 영화로 만들어 진다는데 니콜 키드먼이 연기할 새라가 기대된다. 지금 내가 느끼는 것들을 영화를 통해서도 느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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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Is It - 영원한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
장뤼 keen 지음, 최인애 옮김 / 정민미디어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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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책을 읽기 전에 마이클 잭슨에 관한 책을 왜 중국인이 썼을까 의문이 들었었다. 마이클 잭슨 사후에 나온 책이니 마이클 잭슨과 가까운 사람이 쓰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작가가 중국인이라니...그런데 역시 마이클 잭슨에 관해 잘 아는 마이클 잭슨 중국사이트 웹 마스터란다.

사실 나는 마이클 잭슨에 관해 많은 것을 알진 못했다. 그의 음악을 좋아하고 음반을 소장하고 있기도 하지만 열성적으로 그를 좋아하지도 않았고 매스컴에 나온 그의 이미지들이 결코 좋은 것은 아니었다. 이 책에서 말한 것처럼 나도 그의 부정적인 면만 보고 있었던 것이다.

'잭슨 파이브'시절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50여년의 그의 삶은 결코 평탄치 않았다. 음악을 많이 듣고 자라며 자연스레 음악적 재능을 키워왔다는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는 모차르트가 떠올랐다. 마이클 잭슨도 신이 주신 재능으로 많은 찬사를 받긴 했지만 외롭고 고독하며 남들과 다른 유년기를 보내며 많이 힘들어했다. 어린시절 그가 아버지로부터 받았던 학대와 정신적인 고통은 그의 인생 전반에 걸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늘 유년기를 동경하게 만들었다.

그는 가수로서 음악적인 성공과 다른 사람들이 따라갈 수 없는 업적을 남겼지만 인간으로서는 참 안타까운 삶을 살았던 것 같다. 대부분의 어린 아이들처럼 자유롭게 놀고 즐기지 못하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일찍 어른들의 세계에서 살아야 했고, 그의 순수함을 이용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시달림을 당했다. 자신과는 달리 모든 아이들이 행복한 어린시절을 보내길 바라며 네버랜드도 짓고 기부도 많이 하고 아이들을 위해 좋은 일을 참 많이 했지만 사람들은 그런 사실을 잘 알아주지 않았다. 그가 백반증에 걸렸다는 사실을 믿는 사람보다는 백인이 되고 싶어 성형수술을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훨씬 더 많았고, 그가 어린아이들과 얽힌 재판을 벌일 때도 그의 마음을 믿어주는 사람보다 의심하는 사람이 훨씬 많았다. 나 역시 그 중 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책을 읽으며 그에게 참 많이 미안했다. 책의 내용이 100% 진실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마이클 잭슨의 열렬한 팬이 적은 글이므로) 그에 대해 내가 참 많은 부분을 오해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그 괴로운 고통 속에서도 자살하지 않고 살아남았던 그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마도 그건 그가 마음 깊이 순수함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살아 있을 때는 그에 대해 이렇게 저렇게 떠들던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모두 침묵하며 그를 그리워하고 있다. 그의 강렬한 춤과 노래를 더 이상 듣고 보지 못한다는 것에 마음 아파하며 그에게 들이댔던 잘못된 잣대에 많이 미안해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행복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를 그리워하는 사람이 많이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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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역사의 길을 걷다 - 정태남의 유럽문화기행
정태남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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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에 로마사를 좋아하는데다 작가가 <로마인이야기>에 실린 사진을 찍었다고 하기에 이 책에서도 많은 사진을 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갖고 읽기 시작했다. 한편으로는 이미 시오노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전 권을 다 읽었던지라 그 많은 내용을 한 권의 책에 사진과 함께 담아내는 것이 쉽지 않음을 알기에 과연 작가가 이를 어떻게 풀어냈을지 걱정도 있었다.
이 책은 로물루스에 의한 로마의 건국에서부터 집정관과 원로원을 중심으로 하는 공화정 시대, 로마사에 한 획을 그은 포에니 전쟁, 내전을 수습하고 정권을 잡아 후세에 이름을 남긴 율리우스 카이사르와 아우구스투스로부터 시작된 로마제국, 기독교의 등장과 함께 서서히 몰락해가는 로마제국의 모습까지 로마의 역사를 하나하나 자세히 다루지는 않았지만 전체적인 맥락을 잡으며 이해하기 편안하게 서술하고 있다.
사실 내가 로마사에 사전 지식이 전혀 없었다면 그 수 많은 왕들과 역사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에 질려 이 책을 덮어버렸을 지도 모른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이 과연 몇 명일지 세어볼 수도 없을 만큼 수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고 수 많은 사건들이 발생한다. 하지만 글로만 읽었던 유적지의 사진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어 책을 읽으며 동시에 사진을 볼 수 있어 훨씬 이해하기 수월한 것 같다. 그리고 확실히 건축가라 그런지 도로나 포룸같은 공공건축물과 그것을 건축한 의미 같은 것에 좀 더 관심을 갖고 있는 듯 하다.
<로마인 이야기>가 한 권 한 권 깊이 있는 내용을 다루지만 10권을 읽을 때쯤이면 1권의 내용을 잊어버리게 되니 나무만 보고 숲을 못 보는 느낌이라면 이 책은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그래서 로마사에 겁을 내는 사람들이라면 사진이 함께 실린 이 책을 읽어볼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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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를 금하노라 - 자유로운 가족을 꿈꾸는 이들에게 외치다
임혜지 지음 / 푸른숲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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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간략한 소개만 보고는 독일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 겪는 에피소드들 같은 유쾌한 책일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책의 내용은 훨씬 깊고 심오하다. 물론 유쾌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독일의 아름다운 모습이나 좋은 곳들은 이 책에서 기대할 수 없다. 독일에서 살아가는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자식을 키우는 엄마로서의 모습이 훨씬 더 많이 느껴지는 책이다. 우리 엄마처럼 말이다.

 

나에게 독일은 참 배타적인 국가였다. 그래서 유럽 여행을 생각하면서도 독일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 본적이 없다. 몇 년 전 독일로 출장을 다녀 온 남편에게 독일 음식은 정말 맛도 없더란 얘길 듣고 나선 더더욱 그랬다. 나치에 관한 안좋은 이미지도 있고, 백인우월주의로 똘똘 뭉친 차갑고 딱딱한 나라라는 생각만 했었다. 그래서 독일에서 살아가는 저자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며 책을 읽었었다. 하지만 책 속에 비친 독일은 우리나라 대한민국과 그다지 차이가 없어 보였다. 저자도 그냥 독일에서 살고 있을 뿐 우리나라 국적을 버리고 독일국적을 취하지 않았다는 걸 알았을 땐 솔직히 놀랍기도 했다. 독일인과 결혼하여 독일에서 아이를 낳고 살고 있는데 우리나라 국적을 갖고 있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알 수 있다. 독일은 단지 거주지일 뿐이다. 그래서 독일에 관한 이야기도 별로 없다. 아이들을 키우며 살아가는 자신의 이야기만 있을 뿐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을 사랑하고 걱정하는 마음이 담겨있다.

 

건축학박사학위까지 있지만 전문적인 일을 하기 보다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인과 이와 같은 생각으로 돈을 더 많이 버는 것보다는 아이들과 세 끼 식사를 함께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여기는 남편이 만나 알뜰살뜰 아껴쓰고 아이들을 키우며 그 아이들의 얘기를 들어주고, 모자라는 부분을 잘 할 수 있게 북돋아주기 보다는 잘 하는 부분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니...참으로 대단하다 싶었다. 내 주변의 사람들을 봐도 유치원 다니는 아이가 조금만 다른 아이들보다 부족하다 싶으면 자신감이 결여될까 걱정되어서라도 그 아이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려 노력한다. 아이의 능력과는 상관없이 말이다. 하지만 이 부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잘 하는 부분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자신감을 키워주는 것이다. 스스로가 선택을 하고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으로 키우는 모습이 참 대단하다 싶었다. 특히, 한 두 번 실수로 망가지는 인생은 없다는 말이 참 가슴에 남았다. 딸에게 피임하는 법을 가르치며 대화를 하던 중 실수로 임신을 하게 되면 자신의 인생이 끝장나는 거라는 딸에게 혹 어린 나이에 아이를 낳게 되더라도 그걸로 인생이 끝나는 건 아니라는 엄마가 과연 세상에 얼마나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며 우리 부모님은 나를 무슨 생각을 하며 키웠을까 생각해 보았다. 저자와 우리 엄마의 나이는 거의 비슷하다. 하지만 우리 엄마는 대학을 나오지도 않았고, 직업을 갖지도 않고 어린 나이에 시집을 가 평생 자식만 키우며 살았다. 요즘 젊은 세대들처럼 자식 교육에 관한 철학도 없었을 것이고 많은 정보를 갖지도 못한 채 우리가 커 나가는 것을 지켜봐 주시기만 했으며 결혼하는 날까지 엄마와 이성문제나 성적인 문제를 얘기해 본 적도 없다. 그래도 우린 나름 잘 컸다고 생각한다. 충분히 사랑받고 있다고 느꼈으니까 말이다. 자식을 키우는 방법은 다 다를지라도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의 크기는 누가 더 크고 작고를 판단할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충분히 사랑받았다고 느끼고 스스로 잘 컸다고 생각하면 되는게 아닐까. 물론 우리 엄마가 좀 더 열린 사고로 자유롭게 나를 키웠더라면 나의 사고폭도 지금보다는 조금 넓어졌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또한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나라의 여러가지 문제들을 독일과 비교하여 얘기하고 있다. 독일이 전쟁후 사과와 보상이라는 문제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는지, 우리나라는 과연 일본에게 그렇게 적극적인 요구를 하고 있는건지, 우리의 교육제도가 과연 바르게 나아가고 있는 것인지, 우리나라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에게 우린 과연 올바른 대우를 해주고 있는 것인지 등등의 문제에 관해 독일에서 살아가며 느끼는 점들을 얘기하고 있는데 정말 독일과 우리는 비슷한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일인의 배타성과 우리나라의 배타성에 과연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독일이 배타적이라 싫다고 하는 나조차도 사실은 왜곡된 시선으로 외국인 근로자들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말이다. 또 한 번 창피함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아직은 아이가 없지만 언젠간 엄마가 될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는 책이었다. 물론 전부 다 공감하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나도 작가처럼 나이가 더 많이 들면 그녀의 마음을 모두 공감할 수 있을까? 삶의 여유에 대해 좀 더 생각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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