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를 금하노라 - 자유로운 가족을 꿈꾸는 이들에게 외치다
임혜지 지음 / 푸른숲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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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간략한 소개만 보고는 독일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 겪는 에피소드들 같은 유쾌한 책일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책의 내용은 훨씬 깊고 심오하다. 물론 유쾌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독일의 아름다운 모습이나 좋은 곳들은 이 책에서 기대할 수 없다. 독일에서 살아가는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자식을 키우는 엄마로서의 모습이 훨씬 더 많이 느껴지는 책이다. 우리 엄마처럼 말이다.

 

나에게 독일은 참 배타적인 국가였다. 그래서 유럽 여행을 생각하면서도 독일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 본적이 없다. 몇 년 전 독일로 출장을 다녀 온 남편에게 독일 음식은 정말 맛도 없더란 얘길 듣고 나선 더더욱 그랬다. 나치에 관한 안좋은 이미지도 있고, 백인우월주의로 똘똘 뭉친 차갑고 딱딱한 나라라는 생각만 했었다. 그래서 독일에서 살아가는 저자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며 책을 읽었었다. 하지만 책 속에 비친 독일은 우리나라 대한민국과 그다지 차이가 없어 보였다. 저자도 그냥 독일에서 살고 있을 뿐 우리나라 국적을 버리고 독일국적을 취하지 않았다는 걸 알았을 땐 솔직히 놀랍기도 했다. 독일인과 결혼하여 독일에서 아이를 낳고 살고 있는데 우리나라 국적을 갖고 있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알 수 있다. 독일은 단지 거주지일 뿐이다. 그래서 독일에 관한 이야기도 별로 없다. 아이들을 키우며 살아가는 자신의 이야기만 있을 뿐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을 사랑하고 걱정하는 마음이 담겨있다.

 

건축학박사학위까지 있지만 전문적인 일을 하기 보다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인과 이와 같은 생각으로 돈을 더 많이 버는 것보다는 아이들과 세 끼 식사를 함께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여기는 남편이 만나 알뜰살뜰 아껴쓰고 아이들을 키우며 그 아이들의 얘기를 들어주고, 모자라는 부분을 잘 할 수 있게 북돋아주기 보다는 잘 하는 부분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니...참으로 대단하다 싶었다. 내 주변의 사람들을 봐도 유치원 다니는 아이가 조금만 다른 아이들보다 부족하다 싶으면 자신감이 결여될까 걱정되어서라도 그 아이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려 노력한다. 아이의 능력과는 상관없이 말이다. 하지만 이 부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잘 하는 부분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자신감을 키워주는 것이다. 스스로가 선택을 하고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으로 키우는 모습이 참 대단하다 싶었다. 특히, 한 두 번 실수로 망가지는 인생은 없다는 말이 참 가슴에 남았다. 딸에게 피임하는 법을 가르치며 대화를 하던 중 실수로 임신을 하게 되면 자신의 인생이 끝장나는 거라는 딸에게 혹 어린 나이에 아이를 낳게 되더라도 그걸로 인생이 끝나는 건 아니라는 엄마가 과연 세상에 얼마나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며 우리 부모님은 나를 무슨 생각을 하며 키웠을까 생각해 보았다. 저자와 우리 엄마의 나이는 거의 비슷하다. 하지만 우리 엄마는 대학을 나오지도 않았고, 직업을 갖지도 않고 어린 나이에 시집을 가 평생 자식만 키우며 살았다. 요즘 젊은 세대들처럼 자식 교육에 관한 철학도 없었을 것이고 많은 정보를 갖지도 못한 채 우리가 커 나가는 것을 지켜봐 주시기만 했으며 결혼하는 날까지 엄마와 이성문제나 성적인 문제를 얘기해 본 적도 없다. 그래도 우린 나름 잘 컸다고 생각한다. 충분히 사랑받고 있다고 느꼈으니까 말이다. 자식을 키우는 방법은 다 다를지라도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의 크기는 누가 더 크고 작고를 판단할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충분히 사랑받았다고 느끼고 스스로 잘 컸다고 생각하면 되는게 아닐까. 물론 우리 엄마가 좀 더 열린 사고로 자유롭게 나를 키웠더라면 나의 사고폭도 지금보다는 조금 넓어졌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또한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나라의 여러가지 문제들을 독일과 비교하여 얘기하고 있다. 독일이 전쟁후 사과와 보상이라는 문제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는지, 우리나라는 과연 일본에게 그렇게 적극적인 요구를 하고 있는건지, 우리의 교육제도가 과연 바르게 나아가고 있는 것인지, 우리나라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에게 우린 과연 올바른 대우를 해주고 있는 것인지 등등의 문제에 관해 독일에서 살아가며 느끼는 점들을 얘기하고 있는데 정말 독일과 우리는 비슷한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일인의 배타성과 우리나라의 배타성에 과연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독일이 배타적이라 싫다고 하는 나조차도 사실은 왜곡된 시선으로 외국인 근로자들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말이다. 또 한 번 창피함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아직은 아이가 없지만 언젠간 엄마가 될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는 책이었다. 물론 전부 다 공감하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나도 작가처럼 나이가 더 많이 들면 그녀의 마음을 모두 공감할 수 있을까? 삶의 여유에 대해 좀 더 생각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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