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혼 - 시간을 말하다
크리스토퍼 듀드니 지음, 진우기 옮김 / 예원미디어 / 201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처음에 책을 펼쳐보곤 과연 이 책을 내가 다 이해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과 함께 두려움이 먼저 일었다. 더구나 추천사를 읽으면서는 더 막막해졌다. 하지만 3월의 올빼미와 함께 시작하는 이야기는 너무나 신비롭고 재미있었다. 물론 과학적인 분야가 나오면서 조금 어려워지긴 했지만 말이다.

사람들은 시간을 과거-현재-미래로 구분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 과연 그런 시간의 구분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어진다. 시간은 우리가 의식적으로 구분지어 놓았을 뿐 우리가 쫓아갈 수 없는 그 무엇이다. 우리가 현재라고 생각하는 순간도 바로 과거가 되어버리고 미래라 생각했던 시간이 순식간에 현재가 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 순간도 미래-현재-과거로 되풀이 되고 있을 뿐이다.

참 철학적이고 심오한 이 얘기를 어쩜 이렇게 잔잔하게 그려놓을 수 있었을까. 우주의 팽창과 물리학자들의 이야기에 가끔 멍해지는 순간들을 제외하고는 책의 한장한장은 너무나 편안하게 시간의 흐름을 타고 넘어간다.

이전에도 시간에 관한 책들을 몇 권 읽었었다. 인간이 시간의 노예가 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는 '모모'나 '시간을 파는 남자'와 타임머신처럼 시간을 이동하는 '시간 여행자의 아내'같은 책들에서는 시간의 단편적인 면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이 책 '세상의 혼'에서는 전 우주적인 공간에서의 시간을 다룬다. 우리가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할 때 지구가 아니라 다른 곳에 떨어질 수도 있고, 우주의 시간에서 보자면 지구란 것이 얼마나 작은 존재이며, 어떻게 소멸해갈 것인가에 대해서도 논하고 있다.

그런 복잡한 것들을 빼고서라도 저자가 관찰하는 자연의 변화만으로도 시간의 흐름은 느껴지고 그래서 매 순간순간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생각하게 된다. 나의 기억속에 존재하는 나의 과거는 현재의 나에게도 영향을 끼치므로 현재라 할 수 있고, 다가 올 미래 역시 지금의 연장선 상에 있는 것이다. 과연 시간이란 무엇인가를 느끼게 해주는 좋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로미오와 줄리엣 - 셰익스피어의 매혹적인 사랑 이야기 ㅣ 만화로 읽는 셰익스피어 시리즈 1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소니아 르옹 그림 / 좋은생각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책을 읽지 않아도 저절로 알게되는 이야기들이 있다.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도 그러했다. 올리비아 핫세가 나오는 로미오와 줄리엣도 봤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나오는 로미오와 줄리엣은 3번이나 보고 OST까지 샀었으니까 말이다.

이번에 읽은 만화 로미오와 줄리엣도 큰 흐름은 기존의 내용과 동일하다. 아이들이 편하게 읽고 셰익스피어를 이해할 수 있도록 두 가문이 일본 야쿠자라는 설정은 신선하기도 하다. 하지만 제한된 분량에 그림으로 책의 내용을 표현하려다 보니 연결이 끊어지고 매끄럽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영화만 보고 원작을 읽어보지 않아 원래 그렇게 끊어지는 것인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장면의 전환이 조금 어색하게 다가왔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볼 때마다 느끼는 점은 정말 로미오의 사랑이 가볍다는 것이다. 줄리엣을 만나기 전에는 로잘린을 사랑하며 죽을 것 같더니 줄리엣을 보자마자 첫 눈에 반해 로잘린을 잊어버린다. 그리고 또 죽을 것 같은 사랑을 한다. 결국에는 죽지만 말이다. 그에겐 사랑밖엔 없나보다. 그것도 가벼운 사랑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 '궁'에서 효린(송지효)이가 신(주지훈)에게 "로미오...니 사랑은 어쩜 그렇게 가볍니?...어쩜 그렇게 쉽게 변하니?..."라고 했던 말이 기억난다.

줄리엣을 보면서도 첫 눈에 반한 사랑이 얼마나 절절하길래 자신의 가족을 죽인 원수를 위해 목숨을 바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나는 누군가를 위해 내 목숨을 내 놓을 수 있을까. 둘의 사랑이 죽음이라는 비극으로 끝났기에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아닐까.

내가 너무 나이를 먹었나보다. 사랑만으로 살 수 없다는 걸 알아버렸으니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평강공주 1
최사규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릴 때부터 많이 들어왔던 평강공주와 바보온달의 이야기. 울보 공주가 바보 온달을 만나 그를 장군으로 만든다는 단순한 이야기와는 달리 이 책에는 평강과 온달의 새로운 모습이 많이 담겨 있다.

고구려의 왕인 평원왕은 황후가 죽은 후 자신의 딸인 평강을 지키기 위해 울보 공주라는 소문을 냈다. 제가회의를 통해 권력을 행사하는 각 부족장들로 부터 왕권을 지키고 자식들을 지키기 위해 적에게 굴복하기도 하고 타협하기도 하는 평원왕을 보며, 그리고 권력암투에 희생된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자신의 동생인 태자를 지키기 위해 평강은 힘을 모으기 시작한다. 어머니의 첫사랑을 대부로 모시고 무술훈련도 게을리 하지 않으며 영특한 머리로 지혜를 짜내는 평강의 모습은 드라마 <선덕여왕>의 천명공주와 덕만을 합쳐 놓은 것처럼 보인다.

어릴 적부터 평원왕에게 자꾸 울면 바보 온달과 결혼해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자란 평강은 길에서 우연히 온달을 만나게 되고 그가 바보가 아님을 알아보게 된다. 눈 먼 어머니에 대한 지극한 효심과 사람을 불쌍히 여길 줄 아는 여린 마음을 가진 온달은 살생을 싫어하여 돌로 자신을 방어하지만 날쌘 몸과 엄청난 힘을 갖고 있다.

평강의 적이자 어머니를 죽인 원수의 아들인 고건은 첫 눈에 평강의 당당함에 반해버리고 평강을 사랑하게 되지만 평강은 그를 받아들일 수가 없다. 정략적 결혼의 압박에 시달리던 평강은 궁을 떠나 온달을 찾아간다. 그가 장차 큰 일을 할 재목임을 알아본 평강은 그와 혼인하여 그를 교육시키고 온달은 점점 자신의 역량을 드러내지만 잔인한 칼부림 속에 괴로워하고 점점 웃음을 잃어간다.

결국엔 사랑하는 온달을 위해 궁을 떠나 평범한 삶을 선택하는 평강과 온달. 그들의 사랑이 정말 아름다웠다.

책 속에 묘사된 평강은 정보전의 달인이다. 그리고 언론을 교묘히 다룰 줄 안다. 내전과 많은 사람의 죽음을 막기 위해 적이 스스로 자멸해가는 길을 택할 줄 아는 평강은 정말 여자가 아니었더라면 한 나라의 왕으로서도 전혀 부족함이 없는 사람이었다. 물론 이 책도 저자가 밝혔듯이 루머일 수 있지만 그래도 그 속에 담긴 내용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고, 같은 여자로서 뿌듯함을 느끼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남한산성의 눈물 ㅣ 샘깊은 오늘고전 12
나만갑 지음, 양대원 그림, 유타루 글 / 알마 / 201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학교를 다닐 때도 국사를 잘 못했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10년이 넘어서다보니 기억나는 것이 거의 없다. 간혹 텔레비전에서 사극을 하면 주워듣는 이야기로 알게 되는 것이 더 많을 정도니 말이다. 사실 병자호란과 소현세자도 지금 K방송국에서 하는 '추노'를 보면서 조금 알게 된 정도였다.

이 책 <남한산성의 눈물>을 읽으며 정말 울고 싶어졌다. 지금같은 추운 겨울에 남한산성에서 병자호란을 겪은 나만갑이 쓴 46일간의 일지를 다듬은 이 책은 전쟁 전의 긴박한 상황부터 전쟁 후의 처참함까지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여진족이 청나라를 세우고 스스로 황제를 칭하고 명나라와 우호국인 조선을 침공한다. 인조는 미처 강화도로 피난을 떠날 시간도 없이 쳐들어온 적때문에 남한산성에 갖히게 되고 명분이나 실리냐를 놓고 조정대신들이 분열하고 구체적인 대안도 없이 그들은 점점 궁지에 몰리게 된다. 각자 자신의 입장만 내세우고 자신의 이익만 챙기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 지금 국회의원들과 그다지 다르지 않아 보인다. 결국엔 선조들의 위패를 모신 강화도까지 적의 손에 넘어가고 어쩔 수 없이 청에게 굴복해야 했던 인조의 모습을 보며 가슴이 너무 아팠다. 고귀함을 상징하는 붉은 옷을 버리고 푸른 옷을 입은 왕이 삼전도에서 청나라 황제에게 세 번 절하고 아홉 번 조아리는 항복의식을 치르고서야 나라를 살릴 수 있었다니...이런 치욕이 어디있단 말인지. 과연 무엇을 위해 명나라와의 의리를 지키려 한 것인지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그 긴박한 상황에서도 거짓말하고 속이고 자신의 잇속만 챙기고 남탓하느라 바쁜 사람들. 과연 그들에게 조국이 의미가 있었을까.

한 나라의 운명이 얼마나 보잘것 없는 것인지. 과거를 통해 미래를 대비한다는 말처럼 복잡한 국제 정세 속에서 중심을 잡고 우리 나라를 지키기 위해 과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었다.

나 역시 반성해야 한다. 이런 책을 읽을 때만 애국심을 내세우지 평소엔 나도 무심한 인간일 뿐이니까 말이다. 정치판을 보며 욕을 하지만 구체적인 대안도 없고, 남의 이야기라고 치부해 버리고 마는 나도 그들과 다르지 않으니 말이다. 이 책을 읽은 사람들에게 가슴이 아프고 분하다는 생각에서 끝나지 않고 더 발전적인 생각들을 많이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소설 쓰는 쥐 퍼민
샘 새비지 지음, 황보석 옮김 / 예담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보스턴의 한 헌책방에서 떠돌이 쥐의 열세번째 아이로 태어난 퍼민. 형,누나들에게 밀려 엄마의 젖꼭지를 제대로 물어볼 수조차 없어 남은 젖이나 헌책들로 허기를 달래야 했던 우리의 똑똑한 쥐 퍼민은 책을 씹으면서 책의 맛을 익혔고, 책 자체를 읽기 시작했다. 다른 형제자매들이 보기에 그는 이상한 놈이었다. 항상 서점 곳곳을 누비며 책들을 탐독하고, 밖으로 나가 먹을 것을 구하기 보다는 극장에서 영화 보기를 더 즐기는 퍼민은 다른 가족들이 먹을 것이 없는 서점을 떠날 때도 혼자 남아 서점을 지켰다. 처음에는 모든 책들이 퍼민에겐 똑같은 맛이었다. 하지만 책들을 맛보고 읽어나가며 그는 책의 페이지, 문장, 단어마다 맛이 미묘하게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고, 책의 가장자리만 맛보고도 그 책이 어떤 책인지 알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그는 제임스 조이스의 책을 즐기고, <전쟁과 평화>, <폭풍의 언덕>, <위대한 개츠비> 등 우리가 알고 있는 책들 속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된다. 스스로 인간이기를 바라고 서점주인 노먼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그의 바램과는 달리 노먼에게 그는 죽여야 하는 쥐일 뿐이었고, 그렇게 사랑의 배신을 알아버린 퍼민은 서점을 떠나 방황하다 제리의 집으로 함께 가게 되고 그 곳에서 또 다른 삶을 알게 된다.

이 책에는 정말 많은 책들이 등장한다. 내가 읽어 본 책도 있고 그렇지 않은 책도 있었다. 그 책들을 읽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퍼민이 정말 쥐가 아니라 사람이라는 착각에 빠지는 순간들도 많았다. 한낱 쥐에게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들이 사람에겐 어떤 영향을 미치겠는가. 또한 극장에서 상영되는 영화를 보고 거리의 여인들에게 빠지는 퍼민은 인간의 심리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마지막에 헌 책방을 허물기 전 공짜로 책을 가져 가라고 하자 읽지 않을 책까지 쓸어담고는 거리에 책을 버리는 사람들..너무나 창피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사실 이 책은 재미있지만 어렵게 느껴진다. 소설에서 언급한 책들을 통해 저자가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이었는지 잘 모르겠다. 'T.S. 엘리엇과 모리스 샌닥 사이의 건널목' 이라는 찬사를 받은 책이라는데 이 찬사 자체도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된다. 그저 이 책에 등장하는 퍼민이 너무나 귀여웠고, 정말 어딘가엔 그렇게 사람의 글을 읽고 생각을 이해하는 쥐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왜 이 책이 명작인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너무나 무지한 탓인가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