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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하는 작별
룽잉타이 지음, 도희진 옮김 / 사피엔스21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아직 나에게 죽음은 낯선 일이다. 어릴 적 조부모님이 돌아가신 이후로 가까운 사람을 잃은 적이 없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가면서 주변에서 사랑하는 이를 잃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다. 나 역시 지금은 건강하시지만 몇 년 전 시아버님이 많이 편찮으셔서 큰 걱정을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직접 겪어보지 않았기에 과연 그들에게 내가 무슨 위로를 어떻게 해 주어야 하는 건지 낯설고 당황스러울 때가 많다.
영화나 책을 통해 사랑하는 이를 잃은 사람들을 보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영화와 책일 뿐이다. 그러나 이 책은 조금 달랐다.
아버지의 죽음과 어머님의 병환으로 아픈 자신을 다독이며 살아가는 저자는 정말 드라마나 소설이 아니라 살아있는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두 아이를 두고 자신의 일에서도 능력을 인정받는 그녀는 항상 바빴다. 아버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문을 닫고 나오거나 바쁘다고 아버지의 부탁을 거절한 적도 여러 번 이었다. 그러다 아버지가 저 세상으로 떠나가시고 나서야 자신의 삶에서 그가 얼마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는가를 알게 된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의 상처를 치매에 걸려 자신을 잘 알아보지도 못하는 어머니, 지금은 각자 바쁘지만 어린 시절의 기억을 함께 공유하고 있는 형제자매, 항상 자신을 걱정해주는 친구들, 그리고 어느새 훌쩍 자라 자신의 품을 떠나려 하는 아이들을 통해 극복해 나간다.
누구에게나 부모는 소중하다. 하지만 우린 그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 나 또한 바쁘다는 핑계로 전화도 자주 하지 않고 주말엔 피곤하단 이유로 찾아뵙지도 않는다. 마음 한 구석에 죄스러운 마음이 있지만 나중에, 다음에 하며 항상 미루곤 한다. 이 책의 저자처럼 엄마와 함께 시간을 보내본 게 언제적인지...
많이 마음이 아팠고, 많이 반성했다. 내가 소홀했던 부모님께, 시댁 어른들께, 친구들에게, 동생에게...
언젠간 내 주변의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갈 것이다. 그 때 과연 나는 저자처럼 잘 이겨낼 수 있을까. 내 주변의 사람들이 나에게 그럴만한 힘을 줄 수 있을까. 아니 나는 그들의 응원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을까.
나이를 먹을수록 사는게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