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책을 받고 파본인 줄 알았다. 2권이 앞 뒤가 이상했기 때문이다. 결말이 두가지로 나뉘는 책이라 그렇게 되어 있었던 것이었는데 말이다. 어느 날 갑자기 어두운 지하에 갇히게 되는 다섯 명의 주인공. 준수, 희원, 승현, 지훈, 여정은 이전에 서로 모르던 사람들이다. 한 공간에 갇히게 되었기에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 함께 움직인다. 의문의 목소리가 지시하는 대로 움직이다 우연히 발견한 새로운 곳. 그 곳에서 낡은 책을 보게 되고 그것을 시작으로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탈출이 시작된다. 각자의 시선에 따라 씌여진 이 책은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며 오로지 살기 위한 투쟁을 보여준다. 그리고 섬뜩할 정도로 무섭다. 무서워서 보지 않은 영화 <큐브>를 떠올리게 하는 이 책을 읽다 섬찟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서울 한복판의 지하공간. 경복궁과 서대문형무소, 청계천 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곳 지하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무척 흥미진진하다. 솔직히 저자의 나이가 어린 편이라 과연 역사를 접목한 추리소설이 재미있을까하는 나의 우려를 무색하게 할만큼 재미있었다. 1권의 마지막에 탈출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두고 의견을 나누던 그들은 2권으로 넘어가면서 두 가지 결말을 보여준다. 늘 추리소설을 읽으며 결말에 의구심을 품던 내게 다른 식으로 생각할 수도 있음을 알려주는 방식이라고나 할까. 아마도 저자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던 듯하다. 두 가지 결말에 등장하는 역사적 사건도 다르고 이야기의 전개 방향도 전혀 달라 1권의 마지막 탈출 방법에 따라 달라지는 결말은 아닌 듯 하고, 우리가 알고 있던 역사적 사실을 통해 중국의 동북공정이나 을미사변과 독도문제 등 주변국에서 벌이고 있는 역사왜곡을 말하고 싶었던 듯하다. 쉽게 읽혀나가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를 써 낸 저자의 능력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