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특별히 좋아하는 일 한 가지씩은 있을 것이다. 우리 신랑에겐 컴퓨터게임이 그렇고 나에겐 책이 그렇다. 책을 사는 일부터 읽고 책장에 보관하는 것까지 책과 관련된 모든 것들을 사랑한다. 하지만 책이 나의 삶을 좌지우지 할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좋아하는 어떤 일이 삶을 결정지을 수단이 되기도 하는것 같다. 이 책의 주인공에겐 음악이 그러했다. 대학시절 같은 노래 동아리에서 활동하던 나는 승미의 노래와 그녀를 사랑하지만 그녀는 마음을 울리는 노래를 부르는 연우를 사랑한다. 둘의 사랑을 축복하며 세월을 보내던 어느 날, 연우가 비망록을 보내곤 자취를 감춰버린다. 아내인 승미에게조차 연락을 하지 않은채. 승미에겐 편안한 선배요, 구원투수같은 존재인 나는 승미와 함께 비망록에 나와 있는 연우의 발자취를 따르며 그를 찾아 나선다. 그의 비망록을 통해, 또한 그를 찾는 동안 연우에게 사랑하는 다른 여인 선화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선화를 찾아 나선 연우를 계속 쫓아간다. 연우에게 선화는 단순한 사랑이 아니라 자신의 노래를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 승미와 함께 있을 때의 편안한 천국도 좋지만 선화와 함께 다양한 감정을 느끼는 연옥이 더 끌렸던 것이다. 연우에게 버려졌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그가 살아있음에 감사하며 그의 선택을 인정하는 승미는 머나먼 칠레까지 그를 찾아 나섰지만 그냥 돌아오고 만다. 이 책에는 다양한 노래가 나온다. 물론 내가 모르는 노래가 대부분이다. 민요와 해금소리, 칠레의 민중가요 등 다양한 음악을 통해 그렇게 밖에 살 수 없었던 그들의 절절한 삶을 이야기 하고 있다. 솔직히 나는 지나치게 평범한 사람이기에 이들의 기인적 행동들을 이해할 수 없다. 부인이 있는데 공연이 끝났다고 몇 달씩 여행을 떠난다거나 아내를 두고 다른 여자와 사랑에 빠지는 행동들을 어찌 이해할 수 있단 말인가. 선화를 통해 자신의 음악이 더 풍성해진다면 승미와 헤어지고 갔어야 하는게 아닐까. 너무나 이기적인 그의 모습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자신의 사랑과 음악을 찾아 떠났다지만 남아있는 사람은 과연 어쩌란 것인지... 그를 이해하고 돌아서는 승미도 그런 승미를 바라보기만 하는 선배도 난 모두 이해할 수 없다. 과연 음악이 뭐고 노래가 뭐길래 그렇게 미칠 수 있는 것일까. 개인적으로 그런 사람들은 혼자 살아야한다고 생각한다. 자유롭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