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시대
장윈 지음, 허유영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시에 대해 잘 모른다. 시를 읽고 크게 감명을 받아본 적도 없다.
한창 예민한 사춘기때도 친구들이 좋은 시라며 읊어댈 때 난 추리소설을 읽으며 자랐다.
그래서 솔직히 이 책의 주인공들의 감정에 쉽게 동화될 수 없었다.
이 책은 천샹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한 문학모임에서 망허라는 시인을 만나게 된 천샹은 그와 뜨거운 하룻밤을 보내지만 그는 사라져 버리고 만다. 그 후 망허의 아이를 임신한 천샹은 같은 과 선배와 서둘러 결혼을 하게 되고 아이를 낳게 된다. 아이를 지극하게 사랑해주는 남편이 있지만 그녀는 여전히 아이의 친부인 시인 망허에게 갖는 감정은 따뜻했다. 하지만 어느 날 우연히 보게 된 사진속의 망허가 자신이 알던 그 사람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되고 정신적인 공황상태에 빠지게 된다. 과연 자신은 누굴 만나 사랑하고 아이를 낳게 되었던 것일까에 괴로워하던 천샹은 아들마저 친정에 보내버리고 자신과 아들을 사랑해주었던 남편과도 이혼해버리고 만다. 
진짜 시인 망허는 대학교수라는 답답한 직업을 벗어버리고 길을 나섰다가 예러우라는 여인을 만나게 된다. 그 둘은 서로에게 반하게 되지만 예러우는 망허에게 모든 것을 던져버리게 될 자신이 두려워 망허를 떠나 혼자만의 길을 가기로 하고 망허는 그런 그녀를 찾아 나선다. 결국 다시 만나게 된 둘은 영원히 함께 하고자 하고, 함께 걷는 길들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된다. 하지만 예러우가 죽게 되고 망허는 절망한 나머지 시도 버리고 사업가의 길을 선택한다.
80년대를 배경으로 했다지만 난 도저히 무슨 내용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 당시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기에 왜 시인이 그렇게 중요한 인물이었는지도 모르겠고, 어짜피 하룻밤 만났던 남자의 아이를 낳고 사랑으로 길렀으면서 그 아이를 버리게 되는 것인지도 이해할 수 없었다.
아마도 내게 이 책은 어려운 책인 듯 하다.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 감정을 이해할 수 있으려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미터 - 너와 내가 닿을 수 없는 거리
임은정 지음 / 문화구창작동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잘 나가던 방송국 PD였으나 불의의 사고로 식물인간의 상태가 되어버린 한 남자가 있다. 그의 가족도 그의 오랜 병원생활에 지쳐 그를 시골의 작은 요양원에 맡기고 아내는 다른 남자와 함께 떠나 버렸다. 몸은 움직일 수 없지만 의식은 여전히 살아있는 그에겐 식물인간처럼 누워있는 자신이 못견디게 싫었고 한가지 소원이 있다면 어서 죽었으면 하는 것이었다.
그가 맡겨진 요양원의 같은 병실에 한 소녀가 있다. 수영선수로서의 꿈을 키우던 소녀는 물속에서 의식을 잃어 식물인간이 되었다. 어릴적 가족을 버리고 떠난 엄마 대신 자신을 너무나 사랑해주며 간호해주는 아빠와 누나의 병원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열심히 일하다 병에 걸린 남동생이 있지만 그녀는 무척이나 씩씩하다.
다른 사람들은 이 두 사람의 이야기를 알아듣지 못하지만 둘은 서로의 말을 알아듣는다. 누군가가 내 말을 알아듣든다는 반가움도 잠시 그 상대 역시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인간이란 사실에 또 한 번 절망하지만 그래도 서로에게서 위안을 얻는다.
서로를 이해하게 되면서 사랑이라는 감정을 키워가지만 서로의 얼굴을 바라볼 수도 손을 뻗어 만져볼 수도 없다. 이제 어서 죽었으면 좋겠다던 남자의 소원은 점점 변하게 되고 사소한 것에서도 충분히 행복함을 느끼게 된다.
자신만이 잘난줄 알고 살아왔던 남자는 병상에 누워 떠나가는 아내의 이야기와 자신을 찾아온 한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이 알게 모르게 누군가에게 상처주고 살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무 죄없이 살아온 자신이 왜 이런 벌을 받았나 괴로워했지만 요양원에서 겪는 여러가지 일들을 통해 모든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책을 읽으며 처음엔 이런 사람들이라면 환자도 가족도 모두 괴로우니 존엄사를 실행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책을 읽어나가면서 이들도 감정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육체가 죽었다고 해서 정신까지 죽었다고 할순 없다는 생각과 함께 과연 그들에게 좋은 결정이란 어떤 것일까하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
한 사람의 생명을 연장시키기 위해 가족들이 모든 것을 희생하고 매달리는 것이 옳은 것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모든 판단을 섣불리 할 수 없다는 것은 확실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네가 있어준다면
게일 포먼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으며 참 많이 울었다.

얇고 가벼운 책 속에 담겨있는 이야기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첼로를 전공하는 열일곱살 미아는 사랑하는 엄마, 아빠와 남동생이 있다. 또한 자신과는 다른 종류지만 음악을 하는 남자친구도 있는 행복한 여학생이다. 눈이 내리던 어느 날 아침, 그 행복이 깨져 버리고 만다. 가족들이 모두 함께 떠난 자동차 여행길에 사고가 생기고, 미아를 제외한 나머지 가족들은 모두 저 세상으로 가버리고 만다.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미아를 보기 위해 친척들과 친구들이 오가고 그들은 모두 미아에게 살아달라고 애원한다. 그리고 이 모든 광경을 미아의 혼이 함께 지켜보고 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미아는 혼자 살아갈 자신잉 없기에 삶을 포기하고 가족들이 있는 저 세상으로 가고 싶어 하지만, 그녀에게 살아있어달라고 기도하는 사람들 때문에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가 교차로 전개되는 이 책의 내용은 사실 간단하다. 하지만 이야기를 풀어내는 힘이 있다. 락음악을 하는 부모와 달리 첼로라는 클래식과 만나게 되어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미아. 그리고 그런 그녀의 모습에 반한 남자친구 애덤과의 이야기들은 평범한 가족과 10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사고 후 전개되는 이야기는 삶과 죽음이라는 문제에 관하여 인간의 의지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준다.

의술의 힘보다 인간의 살고자 하는 의지가 더 강하기에 살아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살 수 있다는 어찌보면 맞는 말인 듯 싶기도 하고 틀린 말인 듯 싶기도 한 이야기가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던진다.

내가 열일곱살에 가족을 잃고 혼자 남게 된다면 나는 과연 살고 싶은 마음이 생길까. 아무리 나를 사랑해주는 친척들과 친구들, 애인이 있다 하더라도 함께 살아온 가족을 잃고 혼자가 된다는 것은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일 듯 하다. 그런 고통을 이겨내면서까지 살아가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있을까? 미아는 그 이유를 잃어버린 가족을 통해 찾는다. 그들이 살아있었다면 결코 자신을 그냥 보내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말이다.

나에겐 참 어려운 문제다. 그런 순간이 닥친다면 난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대를 잃은 날부터
최인석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즐겨보는 미드 가운데 '가십걸'이라는 것이 있다. 어릴 때 봤던 '베버리힐즈의 아이들'과 비슷한 느낌이라 재밌게 보고 있는데 그 드라마에선 수많은 음모 속에서 싸우기도 하고 화해하기도 하며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상황이 조금 극적이긴 하지만 그 아이들이 서로 싸우는 걸 보면 믿음이란게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은 그런 믿음과 헌신적인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한 남자가 우연히 만난 한 여자를 알게 되고, 그녀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사랑이라는 이름만으로 감싸고 믿어주는 이야기. 과연 이런 사랑이 있을까 싶은 이야기라고나 할까.

시나리오 작가이자 해커인 준성은 쓰러질듯 가녀린 모델인 진이를 만나게 되고, 그녀와 함께 살게 된다. 수 많은 거울을 집에 늘어놓고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지며 쇼핑에 중독되어 있는 진이를 준성은 이해할 수 없지만 그냥 받아들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의 과거들이 하나 둘 드러나게 되고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그를 말리지만 그는 그녀없는 삶을 생각할 수 없기에 진이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그녀의 빚도 모두 갚아준다. 돈을 주고 그녀를 잡아두는 것이 아니라 언젠간 헤어질 수도 있지만 돈이란 하찮은 것때문에 헤어질 수는 없다고 말하는 준성이 정말 너무나 멋있었다. 진이 또한 그런 준성을 보며 세상에서 누군가 자신을 이해하고 믿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그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세상은 그들을 그냥 내버려두지 않고 또 한 번 시련을 주게 되고 그들은 사랑과 믿음으로 이를 극복해 나간다.

과연 그렇게 모든 것을 믿고 사랑할 수 있을까? 그 사람의 과거가 어떻든 아무런 상관없이 전적으로 믿고 사랑하는게 과연 가능한 일인지...

이미 속세에 찌든 나는 결코 하지 못할 사랑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이스 쇼퍼 - Face Shopper
정수현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난 성형에 관해 아무런 의견도 갖고 있지 않았다. 아무 관심도 없으니 말이다.

내 얼굴이 예쁘게 생겼다거나 마음에 들기 때문이 아니다. 그저 얼굴이나 몸매에 신경쓰고 살기엔 세상엔 할 일이 너무나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점점 나이가 들면서 친구들이 하나 둘 성형외과를 찾기 시작하고 성형에 관심을 갖게 되니 나 역시 신경을 쓰게 된다.

입가의 팔자 주름을 없애겠다고 주사를 맞고는 팅팅 부어 웃지도 못해 성형외과에 싸우러 가는 친구도 봤고, 광대뼈를 깎고 싶어하는 친구도 있으며, 지방흡입을 고민하는 친구도 있다.

이 책은 제목처럼 '얼굴을 사는 사람', 즉 성형을 하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이다.

강남의 잘나가는 성형외과 의사인 정지은은 병원 옆에 소아과가 들어오자 신경이 예민해진다. 시끄럽고 산만하다는 이유도 있지만 과거 그녀가 소아과에 있을 때 한 아이의 죽음으로 큰 상처를 받았기 때문이다. 새로 들어온 소아과 의사인 이한재는 기본적으로 성형외과를 싫어한다. 자신의 형과 얽힌 사건으로 인해 성형외과의는 돈만 밝힌다는 선입견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런 두 사람이 주변 사람들과 얽히면서 사랑을 찾아가는 이 이야기는 '브리짓 존스의 일기'처럼 무척 신선하고 재미있다.

하지만 그 속에 녹아 있는 연예인들의 이야기나 성형 브로커의 이야기들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들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성형 부작용에 관한 이야기는 정말 성형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다시 생각하게 만들만큼 무섭게 다가온다.

물론 책 속에 제시된 다양한 성형방법을 알아가는 재미도 놓칠 수 없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나니 연예인들이 왜 일반인과 다른 얼굴과 피부를 갖는건지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이 책을 남자들에게 권하고 싶다. 평범한 여자들을 연예인들과 비교하지 말라고 말이다.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얘기를 러브스토리와 함께 펼쳐 놓아서인지 처음부터 끝까지 무척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