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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미터 - 너와 내가 닿을 수 없는 거리
임은정 지음 / 문화구창작동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잘 나가던 방송국 PD였으나 불의의 사고로 식물인간의 상태가 되어버린 한 남자가 있다. 그의 가족도 그의 오랜 병원생활에 지쳐 그를 시골의 작은 요양원에 맡기고 아내는 다른 남자와 함께 떠나 버렸다. 몸은 움직일 수 없지만 의식은 여전히 살아있는 그에겐 식물인간처럼 누워있는 자신이 못견디게 싫었고 한가지 소원이 있다면 어서 죽었으면 하는 것이었다.
그가 맡겨진 요양원의 같은 병실에 한 소녀가 있다. 수영선수로서의 꿈을 키우던 소녀는 물속에서 의식을 잃어 식물인간이 되었다. 어릴적 가족을 버리고 떠난 엄마 대신 자신을 너무나 사랑해주며 간호해주는 아빠와 누나의 병원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열심히 일하다 병에 걸린 남동생이 있지만 그녀는 무척이나 씩씩하다.
다른 사람들은 이 두 사람의 이야기를 알아듣지 못하지만 둘은 서로의 말을 알아듣는다. 누군가가 내 말을 알아듣든다는 반가움도 잠시 그 상대 역시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인간이란 사실에 또 한 번 절망하지만 그래도 서로에게서 위안을 얻는다.
서로를 이해하게 되면서 사랑이라는 감정을 키워가지만 서로의 얼굴을 바라볼 수도 손을 뻗어 만져볼 수도 없다. 이제 어서 죽었으면 좋겠다던 남자의 소원은 점점 변하게 되고 사소한 것에서도 충분히 행복함을 느끼게 된다.
자신만이 잘난줄 알고 살아왔던 남자는 병상에 누워 떠나가는 아내의 이야기와 자신을 찾아온 한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이 알게 모르게 누군가에게 상처주고 살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무 죄없이 살아온 자신이 왜 이런 벌을 받았나 괴로워했지만 요양원에서 겪는 여러가지 일들을 통해 모든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책을 읽으며 처음엔 이런 사람들이라면 환자도 가족도 모두 괴로우니 존엄사를 실행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책을 읽어나가면서 이들도 감정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육체가 죽었다고 해서 정신까지 죽었다고 할순 없다는 생각과 함께 과연 그들에게 좋은 결정이란 어떤 것일까하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
한 사람의 생명을 연장시키기 위해 가족들이 모든 것을 희생하고 매달리는 것이 옳은 것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모든 판단을 섣불리 할 수 없다는 것은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