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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사랑한다는 건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과 사람이 서로 얼마나 알아야 친밀한 관계라고 할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아무리 친한 사람에게도 속 얘기를 하지 않는 사람이 있고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자신의 이야기를 모두 털어놓는 사람이 있다. 나는 전자에 속하는 편이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나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말을 하곤 한다. 도통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고나 할까.
이 책 <너를 사랑한다는 건>은 이별을 통보받은 남자가 여자에 관해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한 여자에 관한 전기를 쓰고자 하는 이야기이다. 흔희 전기란 위인들에 관해 사후에 씌여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어릴 적부터 읽어 온 세종대왕, 이순신, 퀴리 부인 등 위인전기처럼 말이다. 하지만 책 속의 주인공은 자신의 여자친구에 관한 전기를 쓰고자 한다.
그녀의 어린 시절부터 그녀의 부모와 형제자매, 그녀가 만났던 남자들과 그들과의 스킨십, 그녀의 화장하고 옷을 고르는 모습이나 밥을 먹는 습관 등 사소한 것 하나하나를 기록하고 알아가고자 한다.
또한 다양한 설문조사를 통해 그녀를 계량화하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은 쉽지 않다.
전기란 객관적인 시선으로 이성적으로 판단해서 써야 하는 것인데 그녀를 이성적으로 바라보는 것도 어렵고, 그녀의 행동 패턴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그녀의 모든 것을 알기 위해 전기를 쓰기 시작했지만 그녀를 파악하지 못하고 헤어지고 만다. 살아있는 그녀의 감정은 수시로 변하고 그녀를 파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녀를 있는 그대로 모든 것을 이해하고 사랑한다는 건 과연 있을 수 없는 일이었을까. 전기 작가로서 그녀를 알고자 하기 이전에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그녀를 대했더라면 그들의 결말도 조금 다르지 않았을까.
원제 ‘Kiss and Tell’은 ‘유명인과 맺었던 밀월 관계를 언론 인터뷰나 출판을 통해 대중에게 폭로하는 행위’를 뜻하는 관용적 표현이라고 한다. 처음에 느꼈던 제목에 관한 궁금증이 책을 다 읽고 나니 풀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