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 - 일천구백구십이년 학원댄스로망
정봉재 지음 / 글로연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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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남동생이 하나 있다. 나와 4살 터울인 그는 내가 서태지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한창 인기있을 무렵 중고등학교를 다닌 나는 솔직히 그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감수성 예민한 사춘기 소녀라 아름다운 발라드 음악에 심취했을 뿐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랩에는 관심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집에선 늘 내 동생이 서태지와 아이들의 노래를 따라 부르고 춤을 추며 비슷한 모자와 옷을 사 입곤 했었다.
지금도 내동생에게 서태지는 우상과도 같은 존재이다.
그렇게 그들을 사랑했던 아이들의 이야기가 바로 이 책이다.
1992년 고등학교에 입학한 재봉이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하지만 그가 서태지와 아이들의 음악을 접하게 되고 그들의 춤을 따라 추며 여자를 알게 되면서 인생이 바뀌게 된다. 자신의 내면에서 꿈틀거리는 무언가를 찾아 그는 새로운 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그와 함께 하는 친구들은 공동묘지 아이들이라는 뜻의 '세미터리 보이즈'를 결성하게 되고 몇몇 춤경연에 참가하게 되면서 자신의 꿈을 향해 떠나게 된다.
솔직히 내용은 간단하다. 하지만 책 속 곳곳에 나오는 그 시대의 음악들은 아련한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라붐의 소피마르소, 마이클잭슨의 문워크를 시작으로 이문세, 김건모, 박남정, 현진영 등 내가 학창시절에 보았던 가수들을 다시 만나고 생각할 수 있어 좋은 시간이 되었던것 같다. 아마도 지금의 10대들이 이 책을 읽으면 별로 공감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30대를 살고 있는 내겐 좋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내 동생에게 이 책을 주었다. 
그도 아마 과거를 떠올리며 행복해 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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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언젠가 만날 - 인연을 찾아 인도 라다크로 떠난 사진가 이해선 포토에세이
이해선 글.사진 / 꿈의지도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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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하다보면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가 아니더라도 길을 묻거나 숙소에서 만나거나 음식점에서 만난 사람들은 무수히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과의 인연에 대해 난 깊게 생각해 보지 않았던것 같다.
그저 여행지에서 만났지만 각자 자신의 삶으로 돌아가고 나면 '아, 그런 사람이 있었지' 하는 정도로 잊혀지고 말 사람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10년 전에 맺었던 인연들을 찾아 다시 여행을 떠난다.
인도의 라다크는 내가 전에 알고 있던 인도의 모습과 굉장히 달랐다. 히말라야 첩첩산중인 이곳은 티베트 불교를 믿고 세상과 떨어져 살아가는 곳이다. 그곳에서 만났던 사람들을 찍은 사진을 한참의 세월이 지나 그 곳에 보내주었고 또 몇 년의 시간이 흘러 한 통의 이메일을 받게 된다. 그리고 저자는 그 곳 사람들에게 줄 사진을 들고 다시 그 곳으로 향한다.
'군장돌마'라는 이름을 그곳에서 선물받고 그 이름으로 그곳 사람들과 하나 되었던지 10년이 지나 다시 찾은 그곳에서 저자는 고향집에 온것같은 편안함을 느낀다. 우리 돈으로 1300원 정도 하는 10루피 만으로도 행복해질 수 있는 그 곳에서 삶에 지쳤던 저자는 위안을 받고 행복을 얻는다.
불교사원을 의미하는 많은 '곰파'들에서 그녀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이 신과 하나되는 모습을 통해 또 다른 깨우침을 얻게 된다. 그리고 또 다시 인연의 소중함을 되새기며 그 곳을 다시 찾게 되길 기원한다.
다양한 사진과 함께 잔잔하게 써 내려간 이 책은 우선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준다. 사진 속의 풍경들과 그들의 미소만으로도 글을 읽지 않아도 저절로 행복해지는 느낌이랄까. 내가 그곳을 가게 되는 일은 아마도 없겠지만, 다음 생에서는 한 번 꼭 가보고 싶어지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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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츠 올 라잇 마마
베르티나 헨릭스 지음, 이수지 옮김 / 다른세상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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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에서 따 온 제목이라는 <댓츠 올라잇 마마>는 엄마와 딸의 이야기이다.
대부분의 딸들은 엄마와 가깝게 지낸다. 그래서 자신이 엄마에 대해 모든 걸 알고 있다고 여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엄마에게 나는 딸이자 친구이고 애인이라 생각하며 살고 있다. 물론 엄마가 나에게 비밀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러지 않길 바라기도 한다.
엄마와 떨어져 지내던 딸이 엄마가 죽고 나서 직면하게 되는 엄마의 몰랐던 모습들. 그것들을 찾으며 엄마를 이해하게 되는 것이 이 책의 주된 내용이다.
독일인으로 프랑스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에바는 어느 날 엄마가 위급하다는 전화를 받고 독일로 향하게 된다. 병실에서 만난 엄마는 에바에게 집에 가 짐을 가져오라 부탁하고 에바가 집에 다녀오는 사이 돌아가시고 만다. 아빠 없이 엄마와 단 둘이 지냈던 에바는 모든 것이 막막하기만 하고, 한동안 소원했던 삼촌이 찾아 와 전해 준 엄마와 아빠에 대한 이야기는 그녀를 당혹스럽게 만든다.
한 편, 엄마가 여행가려고 준비해 두었던 티켓이 엘비스 프레슬리의 집을 방문하려던 것임을 알게 된 에바는 엄마 대신 멤피스행 비행기에 오르고 그 곳에서 엄마가 보고싶었던 것들과 하나 둘 마주치게 된다.
후반부로 가면 솔직히 엄마와 딸에 관한 이야기라기 보다는 엘비스 프레슬리에 관한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그의 음악이 엄마를 이해하는 계기가 되는 것은 이해하지만 너무 지나간게 아닌가 하는 느낌도 없지 않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여자를 이해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마음 따뜻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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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사랑한다는 건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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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사람과 사람이 서로 얼마나 알아야 친밀한 관계라고 할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아무리 친한 사람에게도 속 얘기를 하지 않는 사람이 있고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자신의 이야기를 모두 털어놓는 사람이 있다. 나는 전자에 속하는 편이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나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말을 하곤 한다. 도통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고나 할까.
이 책 <너를 사랑한다는 건>은 이별을 통보받은 남자가 여자에 관해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한 여자에 관한 전기를 쓰고자 하는 이야기이다. 흔희 전기란 위인들에 관해 사후에 씌여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어릴 적부터 읽어 온 세종대왕, 이순신, 퀴리 부인 등 위인전기처럼 말이다. 하지만 책 속의 주인공은 자신의 여자친구에 관한 전기를 쓰고자 한다.
그녀의 어린 시절부터 그녀의 부모와 형제자매, 그녀가 만났던 남자들과 그들과의 스킨십, 그녀의 화장하고 옷을 고르는 모습이나 밥을 먹는 습관 등 사소한 것 하나하나를 기록하고 알아가고자 한다.
또한 다양한 설문조사를 통해 그녀를 계량화하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은 쉽지 않다.
전기란 객관적인 시선으로 이성적으로 판단해서 써야 하는 것인데 그녀를 이성적으로 바라보는 것도 어렵고, 그녀의 행동 패턴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그녀의 모든 것을 알기 위해 전기를 쓰기 시작했지만 그녀를 파악하지 못하고 헤어지고 만다. 살아있는 그녀의 감정은 수시로 변하고 그녀를 파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녀를 있는 그대로 모든 것을 이해하고 사랑한다는 건 과연 있을 수 없는 일이었을까. 전기 작가로서 그녀를 알고자 하기 이전에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그녀를 대했더라면 그들의 결말도 조금 다르지 않았을까.
원제 ‘Kiss and Tell’은 ‘유명인과 맺었던 밀월 관계를 언론 인터뷰나 출판을 통해 대중에게 폭로하는 행위’를 뜻하는 관용적 표현이라고 한다. 처음에 느꼈던 제목에 관한 궁금증이 책을 다 읽고 나니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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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트 어 모멘트 탐 청소년 문학 1
이경화 지음 / 탐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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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에 내가 좋아하는 김밥집이 있다. 그곳엔 항상 손님이 많고 늘 아르바이트 하는 아이들로 북적거린다.
그 아이들을 보면서 과연 얘들은 얼마를 받으며 일할까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시골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친 나는 아르바이트라는 걸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그러다 대학에 들어가 서울에 살게 되면서부터 비싼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라는 걸 처음으로 해보았었다.
커피숍과 볼링장에서 일을 하다 많은 노동 시간에 비해 적은 급료에 실망한 나는 결국 편안한 과외 자리를 찾게 되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나 지금이나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주는 급료는 별반 차이가 없는 듯하다. 대학 졸업자들도 직장을 구하기 힘든 세상이니 알바생들이야 오죽 하겠는가.
이 책 <저스트 어 모멘트>는 힘든 고교 알바생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집안의 몰락으로 용돈이 없어 간식조차 제대로 먹지 못하던 시은은 방학이 되자 친구들은 학원이다 과외다 공부하느라 정신이 없는데 '저스트 어 모멘트'라는 된장찌개 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취직이 되었다는 것에 신이 나 알바비가 얼만지 제대로 확인도 못하고 시작했던 첫주가 지나고 주급을 받게 되는 날 시은은 적은 급료에 당황하게 된다. 함께 일을 하던 정운은 최저임금에도 못미치는 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자신의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1인 시위에 나서게 되고 이를 지켜보던 시은 역시 자신의 자존감을 생각하게 된다.
얇고 가벼운 이 책 속에는 우리 아이들의 아픈 현실이 녹아 있다. 잠깐 지나갈 알바 자리로 생각했던 곳에서 몇 년째 일을 하고 있는 소희와 고아로 자라 사장에게 속아 노동력을 착취 당하면서도 그 곳을 벗어나 갈 곳이 없는 지배인 오빠, 시은과 같은 나이이면서도 돈을 더 벌기 위해 나이를 속이며 야간에도 일을 하는 수빈 등 모두 어려운 환경 속에서 돈을 벌기 위해 자신을 숙이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저스트 어 모멘트'의 사장 말처럼 다른 곳들도 다 그 정도의 임금을 주고 있고, 그 돈으로도 일 하려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니 과연 이 아이들은 어디서 인정받으며 살 수 있는 것일까.
아이들 뿐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참으로 가슴 아픈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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