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에 내가 좋아하는 김밥집이 있다. 그곳엔 항상 손님이 많고 늘 아르바이트 하는 아이들로 북적거린다. 그 아이들을 보면서 과연 얘들은 얼마를 받으며 일할까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시골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친 나는 아르바이트라는 걸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그러다 대학에 들어가 서울에 살게 되면서부터 비싼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라는 걸 처음으로 해보았었다. 커피숍과 볼링장에서 일을 하다 많은 노동 시간에 비해 적은 급료에 실망한 나는 결국 편안한 과외 자리를 찾게 되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나 지금이나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주는 급료는 별반 차이가 없는 듯하다. 대학 졸업자들도 직장을 구하기 힘든 세상이니 알바생들이야 오죽 하겠는가. 이 책 <저스트 어 모멘트>는 힘든 고교 알바생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집안의 몰락으로 용돈이 없어 간식조차 제대로 먹지 못하던 시은은 방학이 되자 친구들은 학원이다 과외다 공부하느라 정신이 없는데 '저스트 어 모멘트'라는 된장찌개 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취직이 되었다는 것에 신이 나 알바비가 얼만지 제대로 확인도 못하고 시작했던 첫주가 지나고 주급을 받게 되는 날 시은은 적은 급료에 당황하게 된다. 함께 일을 하던 정운은 최저임금에도 못미치는 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자신의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1인 시위에 나서게 되고 이를 지켜보던 시은 역시 자신의 자존감을 생각하게 된다. 얇고 가벼운 이 책 속에는 우리 아이들의 아픈 현실이 녹아 있다. 잠깐 지나갈 알바 자리로 생각했던 곳에서 몇 년째 일을 하고 있는 소희와 고아로 자라 사장에게 속아 노동력을 착취 당하면서도 그 곳을 벗어나 갈 곳이 없는 지배인 오빠, 시은과 같은 나이이면서도 돈을 더 벌기 위해 나이를 속이며 야간에도 일을 하는 수빈 등 모두 어려운 환경 속에서 돈을 벌기 위해 자신을 숙이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저스트 어 모멘트'의 사장 말처럼 다른 곳들도 다 그 정도의 임금을 주고 있고, 그 돈으로도 일 하려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니 과연 이 아이들은 어디서 인정받으며 살 수 있는 것일까. 아이들 뿐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참으로 가슴 아픈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