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야옹 씨의 조그만 상실에 관하여 ㅣ HiP 시리즈
정보라 지음 / 텍스티(TXTY)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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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보다 약간, 또는 아주 먼 미래의 이야기로 오늘을 말하는 SF라는 장르. 나는 그 장르의 시작을 정보라 작가로 했다. 로봇과 자동차가 주인공인 그 이야기에서 인간의 어리숙함을, 그 어리숙함에서 감추지 못하는 다정함을 읽었더랬다. 멸망 후, 포스트아포칼립스 장르에서 한 줄기 희망이 피어오르는 것은 그럼에도 희망이 있다고. 그러니 우리도 현실에서 힘내고 노력하자고. 그런 메시지를 주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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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야옹씨의조그만상실에관하여 (#정보라 지음 #텍스티 출판)은 그런 정보라 작가가 2009년부터 만들어 놓은 그녀의 초기작이라 할 수 있는 단편들이 담겨 있다. 그래서 그녀가 이야기 속에서 그린 미래는 지금 우리의 시기와 많이 멀지 않다. 인간을 닮은 인공지능 로봇이 더 이상 타임머신과 같은 불가능한 일이 아님을 알고 있는, AI가 이미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시기에 살고 있다.
나머지 두 편의 이야기는 과학 기술을 다루고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심지어 전래 동화 같은 이야기도 있어 과거의 이야기 같기도 하다) 더 우리 이야기 같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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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귀야옹씨의 조그만 상실에 관하여> 책에 담겨 있는 세 편의 이야기가 공통으로 말하고 있는 것은 남녀 간의 성차별 문제이다. 남성은 이성, 여성은 감성이라는 논리로 여성을 남자보다 아래에 놓고, 마을의 평화를 위해 괴물에게 제물이 되어야 하며, 사랑 없이 사회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다음 세대를 출산하는, 더도 덜도 아닌 딱 그 정도의 위치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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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체제의 유지를 위해서라는 명목이지만 결국 더욱 손쉽게 컨트롤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조금 더 팩트이다.
그렇기에 개별적 특성과 이해관계가 아닌 전체로 보고 공리주의적 체제를 만들어 따른다.
그러니 평생 자신을 키워준 어머니와도 같은 분에게 노동을 하지 않도록 신경 썼는데 왜 기운을 다 썼다는 말이냐는 질문이 나오기도, 이름이 아닌 숫자로 사람을 분류하기도, 인간을 학습한 인공지능 로봇이 자신보다 약한 존재는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결과를 내리고 고양이와 여자 성에게 위해를 가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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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야기의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저마다의 세상에서 보았을 때 전체에서 보이지도 않을 만큼 미세한 균열일 수도 있다. 사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는 문제없이 지배층이 원하는 모습으로 흘러가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그 세상이 바람직하고 살기 좋은 행복한 곳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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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 특정 집단의 행복이 극대화되는 것이 아닌, 노예도, 힘없는 취약 계층도, 여성도, 고양이도 저마다의 행복을 오롯이 누릴 수 있는 그런 세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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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행복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저마다 입장에 따라 무수한 답이 존재하겠지만
적어도 방향은 자신들의 이익을 향하는 것보다 고양이가 마음 놓고 햇볕 잘 드는 곳에서 아무 걱정 없이 맘껏 그루밍하고 새끼들이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는 쪽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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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귀엽다.
그렇게 귀여운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자꾸만 들어 표지의 고양이를 자꾸만 쓰다듬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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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과 예술가
알렉상드르 라크루아 지음, 백선희 옮김 / 을유문화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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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간혹이라도 술을 찾지 않는 사람을 보기 쉽지 않다. 그만큼 삶이 쉽지 않다는 것일 수도 있지만, 음주라는 행위가 마냥 죄처럼 여겨져야 하는 백해무익한 것은 아니라는 증거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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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스트레스를 치킨과 맥주 한잔으로, ‘캬’ 소리로 날려 보내고, 내지 못했던 용기를 내어 말을 꺼내기도, 행동하기도, 떠나보내기도 한다.
물론 즐거운 일을 더 즐겁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축하의 의미, 선물의 의미로 자신이 좋아하는 술을 꺼내서 자기 자신과 건배를 하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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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과예술가(#알렉상드르라크루아 지음 #을유문화사 출판)은 술과 가장 잘 어울리는 직업? 삶? 같은 예술가들의 삶을, 작품을 들여다본다.
이 책은 음주라는 행위를 세 가지로 나누어 구분하고 있다. 항상 술을 마시는 중독의 상태, 가끔 술을 마시는 간헐적 음주, 그리고 중독에서 한 모금도 마시지 않는 것으로 이어지는 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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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아니라 중독에서 벗어나려 애쓰는 상태를 넣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나는 예술과 술을 결합하면 생각하지 못했던 영감을 얻거나, 여러 가지 이유로 시도하기를 주저하던 것을 실행에 옮기는 용기가 생기는 것을 생각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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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음주의 효과도 비슷했지만 <알코올과 예술가>에서는 위에서 말한 음주의 상태에 따라 음주가 가져오는 효과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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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적 상태에서는 오히려 음주의 효과가 숙취의 상태에서 찾아왔다. 적당한 음주 상태의 흥분과 즐거움을 넘어 오히려 차분해지고, 그리하여 평소에 주렁주렁 들고 다니던 것들을 비로소 내려놓고 마침내 예술을 만들기 위해 글과, 그림과 마주한다. 프랜시스 베이컨은 폭음 뒤 새벽 6시부터 오후 2시 반까지 무조건 그림을 그렸다. 망가진 몸과 정신의 ‘재활’로 예술을 대한다. 숙취로 벙벙한 손의 감각만 의지하지 않고 새로운 것들을 시도해 자신을 뛰어넘는다. 그렇게 역설적으로 음주 후 숙취에서 삶에 대한 의지와 탐욕을 뿜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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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헐적 음주가 내가 예상했던 효과들을 야기한다.
세상에서 자신에게 바라는 것으로부터 해방되어 스스로 검열하는 것을 멈춘다. 그로 인한 몸과 마음의 자유로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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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렇게 구분해 놓은 음주들도 결국에는 경계가 모호해진다. 간헐적이더라도 의존도가 증가하면 횟수가 자연스럽게 증가하고, 상습적 음주로 나아가는 경우가 파다하다. 그리고 이 책에서 언급된 금주의 길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은 몹시 힘들다. 술에 의존했던 사람들에게 술이 없다는 것은 인생이 한순간에 가장 어둡고 낮은 곳에 내다 꽂히는 끝없는 우울감을 선사한다. 이 상태에서는 살기 위해 예술을 붙드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경우에서도 망가진 몸과 마음 때문에 온전한 창작이 불가능하고, 애초에 예술 활동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알다시피 그렇게 다시 음주를 하는 악순환이 많이 일어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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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예술가들의 삶과 그 삶 속에, 그들의 혈관에 흐르고 있는 알코올 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그들의 작품보다 낯설지 않다. 오히려 친근하다. 하나하나 이미 알거나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들의 예술적 언어보다 한 인간의 삶과 술은 이미 우리가 친숙하게 사용하는 언어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에게 그들의 작품보다 더 큰 생각거리를 준다.
그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이 자연스럽게 나의 내면을 바라보는 것이 된다. 나는 어떤 경우에 술을 찾던가. 술을 어느 정도의 빈도로, 한 번에 얼마의 양을 마시는지. 그리고 왜 마시는지. 이런 것들을 스스로에게 물으며 그 답을 찾아가는 것이 삶이며, 나만의 방식으로 견뎌내고 이겨내는 것이 예술이다.
그렇게 우리는 삶을 살아가는 인간이자 한 걸음 나아간 예술가가 된다. 낯선 이의 이야기에서 그보다 더 낯선 나 스스로를 발견하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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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 위기의 사고 - AI 시대, 인간은 어떻게 스스로를 포기하는가?
에릭 사댕 지음, 이선주 옮김 / 헤이북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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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가 불안을 이끌고, 그 불안은 우리 스스로를 하찮게 여기게 한다. #멸종위기의사고 (#에릭사댕 지음 #헤이북스 출판)은 TV를 넘어 스마트폰을 넘어 인공지능 AI까지, 우리가 손에서 놓지 않는 ‘바보상자’들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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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이라고 믿고 있지만 100년 남짓밖에 되지 않은 공리주의와 같은, 세상을 통제하기 수월하게 지배층이 선택한 ‘사회 이념’에 AI도 동승했다.
그래서 AI가 도입되는 초반에 경계하고 면밀히 살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하고 너무나 빠르게 실생활에 도입되었다. AI가 주도하는 산업 시장에서 인간은 ‘효율성’이 떨어진다. 비싼 인건비, ‘워라밸’이라 일컫는 삶의 질 보장과 같은 것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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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경제와 공리주의 이념 아래에서 더 나은 것은 당연히 더 많은 돈을 더 많은 사람(기업)이 버는 것이니까. 인간의 존엄성은 더 나은 결과를 얻는 데 방해물일 수밖에 없다. 그렇게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나의, 우리의 진짜 삶은 끊임없이 위협받고 있는데, 우리는 그것을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너무나 당연하게 삶에 그것들을 받아들였기에 문제를 시스템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나는 왜 이렇게밖에 못 하는가’라며 스스로를 탓하고 비관하며 삶을 즐겁게, 소중하게 누리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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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의 사고>를 읽으면서 머릿속에 익숙함과 편안함이라는 단어가 계속 맴돌았다. 우리는 더 나은 것을 추구할 때, 더 나은 것의 기준이 편안함이 되는 경우가 많다. 좀 더 힘들이지 않고, 좀 더 괴롭지 않게 되는 것, 편안함. 하지만 우리는 편안함과 익숙함을 혼동하고 있다.
지금 나의 상황이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더 나아질 수 있음을 어렴풋하게나마 인식함에도 불구하고 행동하지 않는다. 익숙한 지금을 벗어나는 것이 힘들고 괴롭기 때문이다. 지금이 편안하다면 불편함을 느낄 리 없다. 하지만 우리는 불편함에도 행동하지 않는다. 사고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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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가 인간의 존엄보다 AI가 가져다주는 경제적, 물질적 풍요가 더 값어치 있게 여겨지는 오늘날의 현실이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AI와 같은 기술들과 경제적 여건들은 우리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바람직한 삶을 위한 수단이 되어야 한다. 주객전도가 발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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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직한 방향으로 발걸음을 틀 수 있는 갈림길에 놓인 이정표 같은 책이다. 이정표를 마주한 우리는 이제 선택해야 한다.
사고하고 행동하고 인간의 고유성과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방향으로 한 발 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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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작은 아씨들 1~2 세트 - 전2권 ㅣ 비룡소 클래식
루이자 메이 올콧 지음, 제시 윌콕스 스미스 외 그림, 황소연 옮김 / 비룡소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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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보통 사람의 인생 전체를 주욱 따라가는 작품들을 읽으면 별다른 것 없이 고요하게 흘러가는 삶을 바라보는 잔잔한 감동이 있다. 조미료없는 슴슴한 음식에 묘한 매력을 느끼는 것과 같은 이치랄까. 별일 없이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며 단단하고 후회없는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을 보며 마음에 드는 것이 하나도 없던 나의 삶을 떠올려보면 신기하게도 나쁘지 않아 보이는 것이 적어도 한가지는 떠오른다. 삶을 조금 더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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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작은아씨들 (#루이자메이올컷 지음 #비룡소 출판)은 진수성찬이다. 따라가야 하는 삶이 적어도 네개. 거기에 자매의 부모와 옆집 로렌스까지 슴슴할 틈이 없는 각자의 맛이 뚜렷한 음식들이 늘어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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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어느 것 하나 진심이 담겨있지 않은 것이 없다. 저마다의 매력이 있고, 조금 속물 같이 보이는 부분도 있지만 설득력이 충분하다. <작은 아씨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저마다의 능력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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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다른 재능과 기질로 투닥거리기도 하지만 이십대가 되고 한 가정의 아내이자 엄마로 성장하는데 있어 서로가 스승이 되어주고 누구보다 든든한 지지자가 되어주었다.
처음에는 누군가에게 더 몰입되고, 다른 누군가는 조금 시시해보이던 것이 두꺼운 두 권을 덮을 때는 어느 것 하나 하찮은 것이 없다. 무엇을 선택하느냐의 문제도 아니다. 그 모든 것이 합쳐져 하나의 삶을 완성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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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자매는 겉으로 보이는 삶의 모습을 제각각이었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진심으로 사랑하는 무언가가 있었다는 것이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 심지어 왜 책을 읽는가, 왜 달리는가 라는 질문에 시원하게 답을 하지 못한다. 여전히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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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네 자매는 결국 원하는 것을 찾아서 그것을 좇았다. 책 마지막에 그들의 삶의 모습이 좇던 것과 일치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야기는 끝이 났지만 그들의 삶은 계속 될 것이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서른의 나이.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훨씬 긴 이들에게 지금의 모습은 과정일 뿐이다. 하지만 결국 이들의 삶은 완성될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그 확신의 이유는 자신을 알려고 노력했고, 원하는 것을 얻기위해 최선을 다하는 삶을 지금까지 살아왔기 때문이다. 더불어 시대가 시대인지라 결혼, 여성에 대한 사회관이 지금 우리와는 몹시 달랐음에도 그렇게 많이 답답하지 않았던 것은 가난한 가정임에도, 가난을 벗어나고 싶어했음에도 결혼을 택한 이유가 상대방의 배경이 아니라 바로 그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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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집필 될 때는 연애결혼이라는 것이 거의 없던 시절이라 사랑으로 결혼한다는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거의 판타지에 가깝다. 그 판타지를 우연이 아니라 심지어 주체적인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었으니. 이 시대를 이야기하는 수많은 작품 속 여성들 중에서 인물 자체의 흡입력은 부족할 수 있으나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지금 우리의 시대에서 보아도 부족하거나 아쉽지 않은 거의 유일한 작품이 아닌가 싶다. 여성이 글을 쓰고, 심지어 글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에서는 그렇게 크게 와닿지 않는다. 사랑있는 삶. 스스로가 결정하고 나아가는 삶. 그것의 한 모습일 뿐이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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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의 이야기라고 치부하기엔 그들의 삶에서 배우고 느끼는 것이 너무 많았다. 어느 한순간에도 훈훈함이 가시지 않았던 한 가족의 이야기, 그 자체가 삭막한 세상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이미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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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 없는 삶이란 존재할 수 없다.
하지만 더 가치있는 것을 기준으로 삼아 나아갈 수는 있다. 그런 나아감을 응원해주는 의지와 따뜻한 격려. 이 모든 것이 이 책에 빼곡하게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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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새에게 사로잡히지 않도록
가와카미 히로미 지음, 이지수 옮김 / 디플롯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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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만 년의 인류 멸종기라고 해야할까.
#큰새에게사로잡히지않도록 (#가와카미히로미 지음 #디플롯 출판)에 담겨있는 순서에 맞지않게 배치되어 있는 14개의 이야기는, 읽는 동안은 그래도 주인공은 어느 시점에 위치하고 있는지 상상하게 하면서도 마지막 장을 덮으면 책도, 역사도 끝났구나라는 씁쓸함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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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멸종되는 것을 최대한 지연시킨 것은, 인간이 그렇게나 경계하던 인공지능이었다. 인간이 사라지면 자신의 쓸모도 없어진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일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목적이 흐릿해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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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을 키워내는 어머니, 그리고 ‘커다란 어머니’로, 그 오랜 세월 인간들을 키우고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런 인간들 사이에서 특이한 아이들이 태어나고 인간의 멸망을 막기위해 소집단 규모의 고립을 택한다.
고립에서 오는 각각의 형질을 지켜내고, 그로인해 다양성을 유지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그 다양성 속에서도 인간의 본성이 변화를 막아선다. 기가 막히게 자신들과 다름을 알아채고 제거하는 것이다. 자신들의 상황이 좋지 못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나아진다는 것은 작은 변화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지금 자신들의 쥐고 있는 것을 놓지 못하는 인간은 멸망의 길을 걸을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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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배척하는 인간과 그럼에도 희망을 놓지않고 인간들을 키워왔던 인공지능. 무엇이 더 ‘인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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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여자 둘만 남아 멸종이 확실해진 상황.
그 상황에도 최후의 인류를 보살피고 있는 것은 역시나 ‘커다란 어머니’, 인공지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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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희망이라고는 없는 고요한 마지막 장에서 최후의 인류 두 사람의 삶의 방식은 다르다. 고요하게 언제올지 모르는 죽음을 슬프지 않게 맞이하려는 아이와, 새로운 인간을 만들어내겠다는 아이.
결국 다른 생명체의 세포에서 유례한 작은 인간을 만들어 내는데 성공하고 그들의 성장과 삶을 위에서 ‘신’처럼 바라본다. 다른 아이는 궁금하다. 그 ‘인간’들도 ‘기도’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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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인줄 모른다지만 <큰 새에게 사로잡히지 않도록>속 인간들은 ‘커다란 어머니’를 부르는 어머니라는 단어에서는 가족이라는 관계가 느껴지지만 대디, 맘이라고 부르는 ‘진짜 혈연관계’에서는 그것이 그 사람들의 이름일뿐인 것 같이 느껴지게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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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생, 안락함, 부. 많은 것들을 꿈꾸며 살아가는 우리 인간이지만 어쩔 수 없이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있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위해서 다른 이들을 배척하고 그들과 싸워 승리하는, 승리하는 것 뿐만 아니라 상대를 파괴하는 선택들을 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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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서 이런 저런 관계들을 맺고 있지만, 소속감을 느끼기 쉽지 않은 것이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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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의 영장이라는 거창한 지위를 누릴 수 있는 것도 결국은 규모때문이다. 지구 상에 이토록 많은 개체수를 가지고 있는 종이 또 있을까. 아니 있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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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이라도 그나마 더 낫다면 다른 것들을 어여삐 여기는 마음이 필요하다.
다른 것이 틀린 것이 아니며, 모두가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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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우리가 멸종하는 시기가 온다라는 것을 막연히 지금 우리도 생각하고 있다. 살기 퍽퍽해지면서 먼 훗날을 생각하기 보다 지금 자신에게 집중하며 살고 있다. 인간이라는 종 대부분이 그렇게 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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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태도들이 우리의 마지막을 앞당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정함이 우리를 살릴 수 있다라는 말을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더불어 무엇을 해야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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