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심리학 : 영조·사도세자·정조 편 - 심리학자의 눈으로 본 조선왕조 심리 실록
한민 지음 / 시크릿하우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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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인의 삶은 왜곡된다.
그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왜곡시키고, 그런 왜곡을 알기에 그 사람을 지키려고 애쓰는 주변인들이 왜곡시키기도 한다. 한 사람의 삶이라기보다 한 상품의 역사처럼 진열되고 소모되는 그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그런 숨기려는 시도가 이해가 간다.

#왕의심리학 (#한민 지음 #시크릿하우스 출판)은 유명인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유명인, 조선 시대의 왕. 그 왕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3대, 영조, 사도세자, 정조의 삶을 심리학자의 시선이라는 렌즈로 다시 조망한 책이다.
이미 수많은 책과 드라마, 영화로 다루어진 이들의 잔혹하고도 안타까운 이야기를 가장 유명한 왕이라는 셀러브리티를 벗어던지고 그저 할아버지와 아버지, 아버지와 아들, 할아버지와 손자라는 흔하디흔한 사람 중 하나로 바라보면서 그들이 겪었을 심리적 문제들을 추론한다.

적통성의 트라우마에 대한 반동으로 편집증적 모습을 보였던 영조, 그런 자신의 트라우마를 감추기 위해 자식인 사도세자를 이용하는 것처럼 보일 여지가 충분한 이야기들이 사도세자를 얼마나 숨 막히게 했을지 누군가의 자식인 입장에서 절실히 공감이 되었다.
게다가 뛰어놀아야 할 나이에 엄마의 품에서 강제로 떨어져 아버지를 위해 훌륭한 성적을 달성해야 했으니 얼마나 부담스러웠을까. 부모를 완벽히 만족시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렵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안다.

그렇게 아버지의 시선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아들의 마음은 궁 밖으로 향하고, 그런 미행들은 아버지 영조에게 발각되어 크게 꾸중을 듣는다. 이 꾸중은 정서 불안과 망상에 시달리던 사도세자의 증세를 더욱 악화시킨다.

결국 사도세자가 의지하던 의붓어머니의 영정이 모셔진 곳 앞에서 뒤주에 갇혀 죽음을 맞이하는 한반도 역사를 통틀어 손에 꼽히는 가족 간의 비극이 일어나고 이야기는 삼대의 마지막, 정조에게로 넘어간다.

아비의 잔혹함, 할아버지의 무정함, 그 둘의 다른 듯 같았던 폭력성을 어린 아이부터 보고 겪어온 정조는 솔직히 말해서 아버지 사도세자보다 더 정서가 불안했어도 이해가 되는 정도였지만, 정조는 극복해냈다.
부모에게서, 가족에게서 배우고 전해 받은 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정조의 일생이 말해주고 있다. 아버지의 명예를 바로잡으려 최선을 다함과 동시에 국정을 등한시하지 않았다. 평화로운 치세를 유지하던 정조의 시대를 지나 흉흉한 정세를 안정시키고 다시 부흥시킨 ‘조’가 될 정도로 그는 강인했다.
그의 강인함은 완전한 극복이 아니었어서 더 공감이 가고 울림이 크다. 그도 완벽주의의 성향과 그것에서 기인되는 자기애적 성향이 보이지만, 그것을 부정하지 않고 자신의 한 부분임을 인정했다. 물론 극복하지 못하고 그런 자기애적 요소가 세도정치를 야기시켰다는 주장도 있지만 수많은 업적이 있는 훌륭한 임금이었음은 부정할 수 없다.

역사에서 영조와 정조의 업적을 비교하고 배우면서 이들의 이름 앞에 ‘편집증’, ‘완벽주의’, ‘나르시시스트’ 같은 단어를 붙이게 될 줄 생각도 못 했었다.
나와 같은 인간이라는 느낌보다 날 때부터 나와 다른 ‘천상계’의 이미지였달까. 그래서 그들도 인간이었고 부족했고, 그런 결핍을 이해해주는 사람이 필요했겠구나라는 생각이 <왕의 심리학>을 읽으면서야 들었다.

군주는 고독한 법이라지만, 진정 위하는 사람들이 곁에 많다면 그들의 업적도 더 훌륭해지지 않을까.
너무 왕으로만, 모셔야 하는 대상으로만 바라보면 중요한 것을 놓치기도 하고, 바로잡을 시기를 놓치기도 한다.

누군가를 인간 본연으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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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서바이벌 - 올리버쌤 가족의 1,600km 로드무비
올리버 그랜트.정다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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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든다는 것. 그에 걸맞은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많아지는 선택의 기회? 그 기회 너머로 보이는 수많은 이해관계? 그 이해관계 속에서 허우적거리느라 누군가의 깊어진 주름, 하얘진 머리카락, 애써 서운함을 감추는 옅은 미소를 뒤늦게 발견하고 밤새 괴로워하는 것일까?

#아메리칸서바이벌 (#올리버그랜트 #정다운 지음 #21세기북스 출판)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떠난 한국인, 그런 한국인 아내 ‘마님’이 잘 살 수 있도록 든든한 보금자리를 직접 짓고, 직접 되어주기도 한 남편 올리버와 그의 아버지, 어머니 두 딸까지. 여섯 가족의 삶이라는 이름의 숱한 선택들이 담겨 있다.

짝꿍과 유튜브 영상으로 첫 딸 체리, 둘째 딸 스카이까지 태어나는 것까지 봐온 터라 책 속 이야기들이 익숙하기도 하고,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의 낯선 모습도 <아메리칸 서바이벌>로 발견할 수 있었다.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올리버의 아버지가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나는 과정부터 아버지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는 텍사스 시골집을 떠나 어머니를 모시고 그녀의 고향인 미네소타로 1600km의 이사를 기획하기까지가 특히나 기억에 오래 남는다.

아버지의 고목 같은 큰 사랑과 마님다운 ‘마님’의 판단력과 결단력이 감명 깊었다. 아마 아버지의 큰 사랑과 아내를 부탁하는 마지막 인사가 마님을 더 강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부담이기도, 원동력이기도 한 것이 누군가가 전하는 감정이니까.

너무 먼 거리라 올리버만 직접 보고 전 재산과 같은 돈으로 미네소타 집을 구매하고, 설상가상으로 미네소타에 이사하는 시기에 이민 문제로 극심한 대립이 발생하는 등 계속 ‘이게 맞나?’라며 자신을 믿지 못하게 하는 상황이 벌어지니 얼마나 괴롭고 두려웠을까.

하지만 그런 것들을 모두 이겨내고 다섯 가족은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텍사스의 불더위를 떠나 미네소타의 얼음장으로 떠나는 여정이었지만 나에게는 이들의 여정이 추운 겨울을 지나 따뜻한 봄을 맞이하는 것처럼 보였다.

추운 겨울을 그나마 버티게 해주던 하나의 불꽃이 사그라들자 더 어둡고, 더 추웠을 것이다. 하지만 상실은 사람을 주저앉힌다. 추워도, 캄캄해도 그냥 운에 맡긴다. 매년 더 더워지고, 지하수도 마르고, 토네이도가 극심함에도 자신들의 목숨까지 ‘운’에 맡기고픈 마음이 드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상실 이전 불빛의 위대함을 기억했다.
그 불빛을 자신의 칠십 노모와 어른 두 딸들에게 여전히 전해주고 싶다는 소망이 주저앉을 뻔한 엉덩이를 들어 올렸다. 그렇게 고통의 한 걸음 한 걸음을 걸어 나가 마침내 완연한 봄을 맞이한 것이다.

차가 있어야만 편의 시설을 누릴 수 있던 시골을 벗어나 두 딸이 조금 더 살기 수월하고, 맑은 호수가 있으며, 어쩔 수 없이 떠날 수밖에 없었던 어머니의 고향으로 돌아와 맞이한 봄은 그들의 여름도, 가을도, 또 다시 찾아오는 겨울도 맞이할 수 있는 여유와 생명력을 줄 것이다.

사람을 일으키고, 나아가게 하는 것은 역시나 사람이다.
죽으면 자연으로 돌아가서 사라진다지만 그 사람이 보여준 자상하고 다정한 웃음과 눈빛, 따뜻한 손길, 사랑을 고백하던 입김의 온기는 남은 사람들의 마음에 머문다.
그 온기는 가장 중요한 순간에 완전히 무너지지 않게 한다. 나도 그렇게 식지 않는 따뜻함을 남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 온기를 수확해 놓을 수 있는 풍성한 수확의 계절, 가을이 찾아올 수 있도록. 잘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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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애나 비룡소 클래식 45
엘리너 포터 지음, 스톡턴 멀포드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비룡소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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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오히려 좋아’라는 말이 밈이 된 적이 있다.
올해의 문장으로 선정되기도 했는데, 이 밈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예상하지 못했던 긍정적인 효과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무언가 뜻대로 되지 않을 때(세상은 보통 그러하다), ‘오히려 좋아’라고 말하면 다시 일어서 걸을 용기가 생겨났다. 그래서 내가 그렇지라며 주저앉아 머무르는 사람들이 적어졌다.

#폴리애나 (#엘리너H포터 #비룡소 출판)에서 폴리애나가 보여주는 ‘기쁨 놀이’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해서든 이미 벌어진 나쁜 일에서 기쁠 수 있는 점을 찾아내는 이 ‘기쁨 놀이’는 ‘오히려 좋아’와 닮아 있다. 거울이 없어 주근깨를 보지 않을 수 있어 기쁘고, 벽에 그림이 없어 창밖 풍경을 그림 삼을 수 있어 기쁘고, 병 때문에 누워 있으면 다른 사람들은 멀쩡하고 나만 누워 있을 수 있어 기쁘다. 억지스러운 면도 있고 폴리애나 스스로도 기쁨을 발견하기 힘들어 한숨이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기쁨 놀이를 포기하지 않는다. 이 억척스러운 기쁨 발견의 태도는 주변 사람들에게 알게 모르게 전염된다.
기쁨보다 유익을 추구하고, 자신의 말과 생각이 가장 정답이라 생각하는 어른들은 관성에 의해 바뀌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자신들도 알게 모르게 폴리애나의 긍정 에너지에 감화된다. 폴리애나가 밉지 않아지고, 그래서 이야기를 듣고, 자신도 모르게 기쁨을 발견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애초에 어른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이 자꾸만 든다.
나이를 먹고, 직장에 다니고 돈을 벌면 어른일까?
기부금 순위 최상단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 바로 눈앞에 오갈 곳 없는 한 명의 고아를 외면하고, 본 적도 없고 볼 수도 없는 저 먼 인도의 아이들에게 어떻게 쓰이는지도 관심 없이 그저 돈을 보내는 ‘어른들’. 그들은 과연 제대로 된 어른일까?

폴리애나는 어린 나이지만 그 고아를 위해 목소리를 내고, 이 어른들의 판단이 잘못되었음을 안다. 그리고 포기하지 않고 다른 방법을 찾으려 한다. 과연 누가 진짜 어른일까?

폴리애나의 억지스러운 ‘기쁨 놀이’를 보고 있으면 불편함이 올라오기도 한다. 하지만 이 거부감은 폴리애나의 억지스러움에 기인한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억지를 써서라도 애써 기쁨을 발견해야만 하는 환경을 만들어 준 어른들 때문이었다. 그 어른들의 모습에서 나 스스로가 비춰 보였기 때문이다.
우리 스스로에 대한 혐오였던 것이다.

진정 갖추어야 할 태도와 해야 할 일은 제대로 생각하지도 않고 그저 불만만 늘어놓는다. 모든 것이 불만인데 어찌 행복하고 무언가를 행할 기운이 날 수 있을까.

우리는 특별한 무언가를 발견하고 얻는 것을 행복이라 생각한다. 간혹 그런 행복을 맛보기도 하지만, 특별한 무언가만 바라보고 살기엔 우리의 매일은 대부분 평범하다. 우리 삶의 대부분인 평범한 순간들에서 기분 좋은 무언가를 찾으려는 시선이 필요하다.
그 시선은 우리의 태도를 바꿔야 한다. 살아온 시간만큼 원래의 성질을 유지하려는 관성은 강하다. 처음엔 그 관성보다 강한 힘을 줘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 폴리애나처럼 약간의 과장과 억지가 필요한 것이다.

폴리애나가 우리가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는지, 진짜 어른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더할 나위 없이 깜찍하고 뭉클하게, 또한 서늘하게 알려준다.
한 아이를 제대로 키우려면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던데, 우리 모두를 제대로 키우는 데 폴리애나 하나면 충분했다.

우리가 느낄 죄책감과 반성을 깜찍하고 따뜻하게, 그리고 다정하게 위로까지 해주는 진짜 어른 같은 책이다.

🔖석 달 동안 <비밀의 화원> <인형의 집> <작은 아씨들> <폴리애나>까지 읽으면서 각자의 결핍을 가지고 있는 여성들의 회복, 자립, 성장, 선택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은 그녀들의 성장이자 우리 모두에게 전하는 가르침이었다. 성별, 지위를 떠나 모든 삶은 동등하고 최대한의 자유를 누려야 하며, 보호받아야 하며 맘껏 기뻐하고 나아가야 하는 것임을 깨닫는 멋진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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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떠나는 사람 - 태원준 여행 산문집
태원준 지음 / 김영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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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숙소, 목적지, 맛집, 시간 절약을 위한 최적의 동선까지. 평생을 이렇게 준비했으면 명문 대학에 갔을 것이라고 스스로 혀를 내두를 만큼 여행을 ‘완벽’하게 준비했지만, 막상 부딪히는 현실은 녹록지 않다.

비행기는 연착되고, 찾아갔더니 보려던 동상은 송두리째 사라졌고, 유럽의 대성당은 그 성당을 배경으로 한 일본 만화 영화의 주인공 동상이 서 있어 일본 같기도, 중국스럽기도 하다. 말벌에 쏘여 하늘로 영원한 여행을 떠날 뻔하기도 했다.

#매일떠나는사람 (#김영사 출판)을 쓴 #태원준 작가의 실제 경험담이다. 25년간 900여 개의 도시를 다닌 전문 여행 작가조차도 이러한 시행착오를 겪는다.
이렇게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여행. 우리는 왜 하는 걸까.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지 않을까. ‘존 윅’ 키아누 리브스와 눈을 마주치고, 중국과 일본의 짬뽕(?) 같은 곳에서는 최애인 갓 튀긴 벨기에식 감자튀김을 마요네즈에 찍어 먹으며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을 누린다.

이런 뜻밖의 횡재는 고통을 잊게 만든다. 기어이 다시 가방을 싸고 문을 열고 나서게 한다.

어머니와의 500여 일의 세계 여행을 비롯한 1000개의 마그네틱을 모을 동안 저자는 현실을 떠나 있었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여행은 현실에서의 도피라고도 하지 않는가. 여행을 떠나기도 전부터 벌써 돌아오기 싫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하지만 몇 시 몇 분에 무엇을 어디에서 사 먹었는지, 사소한 것들까지 모두 영수증까지 남김없이 기록하는 저자의 여행기를 들어보면 우리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도 짧게는 하루, 길게는 평생에 대한 계획을 어렴풋하게나마 지니고 살아가지만, 계획대로 진행되는 것은 손에 꼽을 만큼 적다.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간다. 실패에 익숙해진 것이 아니다. 실패이나 실패가 아닌 뜻밖의 행운으로 평생 동안 기억에 남는 순간들이 나머지 삶을 버티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여행도, 삶도.
허탕도, 실패도, 낙심도 괜찮아라며 다독이며 미지의 불안과 설렘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매일 떠나는 사람>을 읽으면서 기록과 모험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
그렇게 귀찮았던(심지어 몰아썼던) 초등학교 방학 숙제였던 일기가 좋지 못한 기억이어서 그럴까. 기록을 꾸준히 남기는 것이 쉽지 않다. 도저히 쓰지 않고는 안 되는 날들이 있긴 하지만, 작가처럼 사소한 것 하나하나 기록으로 남기면 그것이 자신도 몰랐던 자신과 만나게 해주는 티켓이 되어주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모험심은 위험한 것이 아니다.
익숙한 것을 벗어나는 용기이다.
익숙하지 못하다는 것은 모른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몰라서,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로 모험을 하지 않으면 내 세상은 딱 거기까지이다. 내가 인식하고 나만의 말로, 글로 남기는 것이 나의 세계를 확장시키는 유일한 방법이다.

다행스럽게 뜯지도 않은 만년 다이어리가 서랍 구석에 박혀 있었다. 꺼내서 제일 좋아하는 펜으로 날짜를 적었다. 나의 인생이라는 여행. 그 여행의 일지의 시작이다.

여행을 기꺼이 떠나려는 모험가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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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 샤넬의 말 - 나는 패션이 아니라 스타일을 만들었다
야마구치 미치코 지음, 김진아 옮김 / 인북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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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일대기.
수십 년의 세월을 장대하게 따라가기에는 한 사람의 삶이 모든 순간 임팩트 있지 않다. 쓸모없는 곳에 에너지를 사용해서 정작 중요한 곳을 놓치기 쉽다. 그럴 때 한 사람의 인생을 하나도 흘림 없이 마음에 담을 수 있는 방법은 바로 그 사람의 말을 따라가는 것이다.

#코코샤넬의말 (#야마구치미치코 지음 #인북 출판)은 브랜드를 넘어 아이콘으로, 패션과 명품을 몰라도 동백꽃 로고와 트위드 재킷, 넘버 5 향수는 널리 알려진 코코 샤넬의 일대기를 그녀가 남긴 말을 좇아 살필 수 있는 책이다.

아름다움, 연애, 패션, 일, 인생으로 나누어 그녀가 남긴 말들과 함께 삶의 한 단락을 살필 수 있게 되어 있어서 말도, 그녀의 삶도 임팩트 있게 뇌리에 박힌다.

거부를, “싫다”를 숨기지 않았기에 과시하기 위해 걸치는 휘황찬란한 보석, 여러 색을 사용한 옷, 꽃향기만 가득한 향수, 버티는 것 말고는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하게 만드는 커다란 모자들을 과감히 버리고 모조 보석, 저지 소재 의상, 리틀 블랙 드레스, 트위드, 넘버5 향수, 블랙의 시크함을 이루어냈다.
사랑을 창조의 영감으로 삼으면서도 어느 누구와도 결혼하지 않은 그녀의 인생은 “삶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했다. 사랑‘마저’ 희생양으로 삼았다. 일은 내 목숨을 갉아 먹었다.”라는 자신의 말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는다.
일하지 않는 일요일을 싫어한다던 말도 내일 할 일을 생각하며 일요일에 눈을 감은 그녀의 마지막도.

이처럼 자신이 뱉은 말을 철저히 지킨 사람이 있을까.

시대의 아이콘이 되고 이 세상에서 육신이 사라진 뒤에도 정신은 계속 사람들의 곁에서 생생하게 살아있는 사람들을 보면 우리 모두가 하고 있는 ‘살아간다’의 방식이 다르다. 우리를 포함한 모두가 삶을 살아가지만 그 방향은 제각각이다. 이리 저리로 구불구불 수많은 도전과 실패를 반복하며 마침내 목적지에 도달한다.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코코 샤넬은 달랐다. 그녀의 길은 올곧았다. 사랑, 사랑의 상실, 전쟁 수많은 요소들이 있었음에도 그녀는 웃고 울으면서도 앞으로 똑바로 나아가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런 하나에 대한 열정, 집념이 그녀를 상징하는 마드무아젤이라는 일반 명사를 고유 명사로 만들어 놓은 것이리라.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옷의 안쪽까지 최고급 옷감으로 만들어 입은 사람은 차이를 느끼게 만들었듯이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 내면을 샤넬은 누구보다 예민하게 관찰하고 다듬고 다스렸다. 그녀의 말과 행동들은 그녀가 만들어 낸 스타일처럼 따뜻하지 않고 시크하다.
하지만 그 말들을 지켜낸 그녀의 책임감과 주체성, 올곧음이 만들어낸 당당함과 가치, 고유함은 이 책을 읽은 사람들에게 ‘나도 저렇게’라는 꿈을 심어준다.
꿈꾸게 하는 것만큼 따뜻한 격려가 또 있을까.

한겨울을 이겨내 마침내 단정히 피어나는 동백처럼.
그녀의 말들도 가슴 안에 꿈을 단단히 뿌리내리게 하고, 꽃피울 때까지 인내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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