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서바이벌 - 올리버쌤 가족의 1,600km 로드무비
올리버 그랜트.정다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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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든다는 것. 그에 걸맞은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많아지는 선택의 기회? 그 기회 너머로 보이는 수많은 이해관계? 그 이해관계 속에서 허우적거리느라 누군가의 깊어진 주름, 하얘진 머리카락, 애써 서운함을 감추는 옅은 미소를 뒤늦게 발견하고 밤새 괴로워하는 것일까?

#아메리칸서바이벌 (#올리버그랜트 #정다운 지음 #21세기북스 출판)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떠난 한국인, 그런 한국인 아내 ‘마님’이 잘 살 수 있도록 든든한 보금자리를 직접 짓고, 직접 되어주기도 한 남편 올리버와 그의 아버지, 어머니 두 딸까지. 여섯 가족의 삶이라는 이름의 숱한 선택들이 담겨 있다.

짝꿍과 유튜브 영상으로 첫 딸 체리, 둘째 딸 스카이까지 태어나는 것까지 봐온 터라 책 속 이야기들이 익숙하기도 하고,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의 낯선 모습도 <아메리칸 서바이벌>로 발견할 수 있었다.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올리버의 아버지가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나는 과정부터 아버지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는 텍사스 시골집을 떠나 어머니를 모시고 그녀의 고향인 미네소타로 1600km의 이사를 기획하기까지가 특히나 기억에 오래 남는다.

아버지의 고목 같은 큰 사랑과 마님다운 ‘마님’의 판단력과 결단력이 감명 깊었다. 아마 아버지의 큰 사랑과 아내를 부탁하는 마지막 인사가 마님을 더 강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부담이기도, 원동력이기도 한 것이 누군가가 전하는 감정이니까.

너무 먼 거리라 올리버만 직접 보고 전 재산과 같은 돈으로 미네소타 집을 구매하고, 설상가상으로 미네소타에 이사하는 시기에 이민 문제로 극심한 대립이 발생하는 등 계속 ‘이게 맞나?’라며 자신을 믿지 못하게 하는 상황이 벌어지니 얼마나 괴롭고 두려웠을까.

하지만 그런 것들을 모두 이겨내고 다섯 가족은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텍사스의 불더위를 떠나 미네소타의 얼음장으로 떠나는 여정이었지만 나에게는 이들의 여정이 추운 겨울을 지나 따뜻한 봄을 맞이하는 것처럼 보였다.

추운 겨울을 그나마 버티게 해주던 하나의 불꽃이 사그라들자 더 어둡고, 더 추웠을 것이다. 하지만 상실은 사람을 주저앉힌다. 추워도, 캄캄해도 그냥 운에 맡긴다. 매년 더 더워지고, 지하수도 마르고, 토네이도가 극심함에도 자신들의 목숨까지 ‘운’에 맡기고픈 마음이 드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상실 이전 불빛의 위대함을 기억했다.
그 불빛을 자신의 칠십 노모와 어른 두 딸들에게 여전히 전해주고 싶다는 소망이 주저앉을 뻔한 엉덩이를 들어 올렸다. 그렇게 고통의 한 걸음 한 걸음을 걸어 나가 마침내 완연한 봄을 맞이한 것이다.

차가 있어야만 편의 시설을 누릴 수 있던 시골을 벗어나 두 딸이 조금 더 살기 수월하고, 맑은 호수가 있으며, 어쩔 수 없이 떠날 수밖에 없었던 어머니의 고향으로 돌아와 맞이한 봄은 그들의 여름도, 가을도, 또 다시 찾아오는 겨울도 맞이할 수 있는 여유와 생명력을 줄 것이다.

사람을 일으키고, 나아가게 하는 것은 역시나 사람이다.
죽으면 자연으로 돌아가서 사라진다지만 그 사람이 보여준 자상하고 다정한 웃음과 눈빛, 따뜻한 손길, 사랑을 고백하던 입김의 온기는 남은 사람들의 마음에 머문다.
그 온기는 가장 중요한 순간에 완전히 무너지지 않게 한다. 나도 그렇게 식지 않는 따뜻함을 남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 온기를 수확해 놓을 수 있는 풍성한 수확의 계절, 가을이 찾아올 수 있도록. 잘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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