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화원 ㅣ 비룡소 클래식 27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 지음, 김옥수 옮김, 찰스 로빈슨 그림 / 비룡소 / 201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남편은 아내가 사랑하던 화원을 걸어 잠갔다. 부모에게서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한 아이는 자신의 마음을 걸어 잠갔다.
⠀
어릴적 읽고 마음에 들어 책가방에 넣어 가지고 다니던 시절 내가 기억하는 <비밀의 화원>은 낯선 곳에서 자신만의 비밀이 되어준 화원 그 공간 자체가 마음에 들었다. 메리와 콜린, 디콘 등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화원만큼 인상적이지 않았다.
⠀
하지만 나이를 먹고 다시 펼쳐든, 그 때 책보다 배 이상으로 두꺼운 #비밀의화원 (#프랜시스호지슨버넷 지음 #비룡소 출판)은 전혀 다른 것들이 더 크게 다가왔다.
물론 화원의 열쇠를 찾아 들어가는 장면은 다시봐도 심장이 두근거리는 모험 같았다. 하지만 나는 그 문을 열기 전까지의 메리의 변화가 더 인상적이었다.
⠀
메리는 인도에서 ‘아야’들의 시중을 받으면서도 부모에게서 방치되어 적절한 교육은 물론 자식과 부모간의 사랑도 배우지 못했다. 모두가 자신의 말을 따라야했고, 그것을 어기면 ‘아야’들의 뺨을 때렸다. 시중을 받는 자신도, 시중을 드는 이도 모두 같은 사람임을 몰랐고, 같은 사람이라면 응당 존중해야할 것들이 존재함을 몰랐다.
⠀
짜증만 가득하고 몸이 약했던 아이는 부모같지 않은 부모를 잃고 황무지에 위치한 크고 화려하지만 황무지보다 더 삭막한 저택으로 옮겨진다. 하지만 그곳에서 마사와 다른 여러 어른들과 디콘, 자연을 접하면서 건강해지고 다른 사람을 나란히 바라보는 것을 자연스럽게 배운다.
⠀
그것은 메리의 몸과 마음을 살찌우고, 그렇게 생긴 여유는 다른 사람에게 감사함을 표현할 수 있게 했고, 다른 사람을 불쌍히 여겨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을 배우게 했다.
⠀
모든 것이 풍족했던 인도에서의 삶, 그리고 모든 것이 낯설었던 황무지에서의 삶. 외관 상으로는 인도에서의 삶이 더 행복할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러지 않았다. 을씨년스로운 바람소리를 내는 모래바람만이 가득채우던 황무지는 봄이 되면 수천송이의 꽃들이 온갖 향과 색을 투트려낸다. 그 황무지를 보고 어떤 사람이 행복하지 않을 수 있을까.
⠀
메리도, 아내를 잃은 크레이븐도 엄마를 잃고 화려하지만 어두운 빙에서만 살아온 콜린도 필요한 것은 열쇠였다.
자신들이 받은 상처로, 또는 한번도 사랑을 받지 못해 자라지 못하고 아예 사라질까봐 자신도 모르게 잠가놓은 마음의 문을 열 열쇠. 그 열쇠는 스스로만 찾으려고 애쓴다고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공기처럼 항상 곁에 있어 소중한지 모르는 푸르른 자연을 매일 바라보고, 그 속에서 몸을 움직여 땀을 내고, 가진 것 없어도 서로 나누고 보듬으며 사랑이 가득해 모자란 것 모르고 살아가는 타인의 관심과 애정이 있어서 비로소 마음의 자물쇠를 여는 열쇠를 찾을 수 있다.
⠀
열쇠를 찾아 연다고 바로 아름다운 꽃들이 가득한 화원같은 마음일리는 없다. 오랫동안 관리해주지 않아 말라 죽은 것도,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를만큼 엉켜있는 것들이 가득 할 것이다. 잘라내야 할 것들은 과감히 잘라내고, 이제 막 싹을 틔우기 시작한 것들을 위해 그 위를 걷어내어 맘껏 숨쉴 수 있게, 맘껏 볕을 쬘 수 있게 가꾸어야 한다.
⠀
그렇게 몇번의 계절을 알차게 보내고 비로소 봄이 찾아오면 그때 찬란한 온갖 색과 향으로 가득한 정원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은 관심이 필요하다. 그 관심은 자기 스스로가, 또 다른 누군가가 주어야하는 것으로 나뉘고, 그 두가지 모두 필요하다. 그렇게 서로를 보듬고 그것을 양분으로 스스로를 보듬고, 또 그것을 양분으로 더 나은 사람이 되고, 그 사람들이 모여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리라.
⠀
메리를 자연스럽게 성장시키는 마사의 엄마와 가족들을 보며 진정한 어른의 모습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나의 아이를 제대로 키우려면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는 말도 있지 않나.
⠀
몸만 커지고 나이만 먹었다고 어른일까.
나는 정말 진짜 어른인지 되물어보는 시간이었다.
나의 모습 하나하나가 제대로 되어있는지 비추어주는 거울로 가득한 멋진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테오
앨런 레비 지음, 노지양 옮김 / 오팬하우스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바라는게 없는, 악의없는 친절.
마치 유니콘처럼 느껴진다. 괜히 낯선사람이 친절하게 대하면 ‘나한테 바라는게 있나?’저절로 경계하게 되는 삭막한 세상이다.
⠀
요즘 결혼은 물론 연애마저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들었다. 그것은 사랑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 없지 않나. 사랑은 무엇일까. 처음엔 이유가 있었으나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이유 없이 호의는 물론 관심과 애정을 보이는 것이 사랑아닐까. 그런 사랑은 그 사람을 끊임없이 바라보고 있는 관심, 호기심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사회에서도 그런 사람끼리의 관심과 호기심을 필요한다. 사회도 사랑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
#테오 (#앨런레비 지음 #오팬하우스 출판)은 우리 사회에서 사라져가는 사랑을 되살릴 수 있는 하나의 작은 불꽃의 이야기다.
한번도 살아보지 못한 골든이라는 곳에 머무르게 된 86세 테오. 그곳의 한 카페의 벽에 걸린 92개의 초상화를 보게되고 그 초상화는 벽에 걸려있을 것이 아니라, 당사자 또는 당사자를 아끼는 사람에게 가있는 것이 맞다라는 생각으로 직접 초상화를 구매해 당사자에게 전달해주기 시작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
낯선 사람들에게 전해주는 것이 테오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라 그는 전해줄 사람의 얼굴을 찬찬히 바라보며 그 사람의 인상을, 인상 뒤에 숨어있는 그 사람의 감정을, 성격을, 아픔을 발견하며 초상화를 전해주어야만 할 것 같은 사람들을 선정해 차례차례 진행한다.
⠀
초상화 속 인물들은 낯선 편지를 받고 장난 또는 위험한 것으로 치부하지만 결국 약속장소에 나와 테오를 만나면 이제 처음 만난 노인에게 자신의 속 이야기를 술술 털어놓는 마법같은 경험을 한다.
⠀
이런 동화같은 이야기가 가능했던 것은 테오의 태도이다.
테오는 절대 자신의 이야기를 많이 꺼내지 않는다. 항상 질문을 던지고 가만히 귀기울여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다. 몸은 상대방쪽으로 살짝 기울이고 시선은 상대방의 눈에 고정한다. 그만큼 당신의 이야기가 듣고 깊다는 경청의 자세가 상대방의 마음을 연다.
그런 오롯한 상대에 대한 집중이 그림 속 인물의 내면을 보듯 눈 앞에 있는 사람의 내면도 바라본다.
너무나도 정중하고 다정한, 그러면서도 조심스러운 태도로 상대방의 굳게 잠긴 마음의 문을 여는 테오를 만난 사람들은 다시 테오를 만나지 않더라도 늘 테오를 기억하고 이야기한다. 바라는 것이 없는 무조건적인 관심과 사랑의 씨앗이 그렇게 그들의 인생에 뿌리내린다.
⠀
평생 음악가로 살아온 저자가 노인이 되어서야 혼자 완성한 글이고, 출판을 의도하지 않았으나 주변의 권유로 자비로 출판한 책이 100만부 넘게 팔렸다.
잘은 모르지만 음악도 끊임없는 사랑과 관심을 필요로 한다. 악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악보와 음악가 단 둘이 마주보고 오랜시간 대화를 통해 찾아야한다. 그것을 시작으로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써내려가야한다. 그 둘의 것이자 다른 사람들이 들어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야 한다. 평생을 음악을 해오듯 글도, 테오로 분해 상대방을 끊임없이 바라보는 것도 저자는 성공했다.
⠀
평생을 살아오며 역시 사랑이 으뜸임을 깨달은 사람만이 쓸 수 있는 이야기임이 느껴진다.
⠀
같은 곡을 연주하는 새로운 연주자의 앨범이 끊임없이 나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다시 찾아 듣게되는 앨범이 있다. 모두가 인정하는 연주라 그럴수도있고 나만의 취향일 수도 있고, 특별한 추억이 담겨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
<테오> 속 테오의 상대방을 바라보는 애정과 관찰력은 <테오>를 저마다의 이유로 다시 찾게 될 명반이자 자신만의 특별한 앨범으로 만든다.
⠀
살아갈 세상을 한층 더 아름다운 색으로 만들어줄 BGM 같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이름 없는 것들의 밤
정보라 지음 / 현대문학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불완전함은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이었다.
숱한 SF소설 속 이야기들이 대부분 현실화가 될만큼 발전의 속도은 눈부시다. 하지만 그 불완전함이 독이 되기도 한다. 개인의, 개인이 속한 집단의 이익을 위해 결코 해서는 안되는 선택(핵,전쟁)을 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역사에서 이미 일어난 일이기도 하다.
⠀
그래서 #이름없는것들의밤 (#정보라 지음 #현대문학 출판)속 세상은 더이상 인간을 신뢰하지 않는다.
혈연 및 복잡한 이해관계따위 들어갈 틈이 없는 ‘완전무결’한 AI, 기계에게 세상의 운명이 맡겨진다.
⠀
지구의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너무 많은 인간의 수를 조절한다. 곳곳에 숨어있는 인간을 잡아낼 수 있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같은 인간이다. 기계의 앞잡이가 된 인간들과 그들과 맞서싸울 수 있는 힘을 가졌으나 인간의 피를 마셔야 살아남을 수 있는 흡혈인. 흡혈인도, 기계쪽도 아닌 떨고있을 수 밖에 없는 나머지 인간들. 이렇게 인간들은 나뉜다.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체제에서 권력을 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나뉘고, 자기 몸을 지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 남과 여로 끝없이 편을 나눈다.
⠀
하나로 똘똘 뭉쳐도 이겨낼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시국에 오히려 더욱 더 많은 세력으로 나눠진다.
이것이 진정한 디스토피아가 아닐까.
⠀
남과 여, 노동, 전쟁, 기술의 발달 등으로 인간의 존엄이 흔들리는 지금과 미래의 모습은 그다지 많이 다르지 않다. 모든 것이 완전무결한 유토피아. 그런 것은 꿈 속에서나 존재한다라는 것은 우리모두 알고 있다.
⠀
그럼 우리는 이 어두운 이야기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바로 저항의 계보를 잇는 것이다. 문제는 끝없이 생겨날 것이다. 그런 문제를 권력층은 숨길 것이고 강제할 것이다. 먹고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스스로 생각하길 멈추고 그저 시대의 편제를 듣고, 들은 것을 진실로 받아들인다면 이 세상은 점점 더 나빠질 것이다.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또 다른 문제들이 발생할 것이다. 그렇게 방치되면 결국 손쓸 수 없이 망가질 것이다. 결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사회 구성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보통 사람들이 내야한다.
⠀
<이름 없는 것들의 밤>은 이렇게 사회 전체로 보았을 때 큰 의미가 있지 않다고 여겨지는 나를 비롯한 일반 사람들의 저항의식이 꺼지지 않고 계속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더라도 그런 저항의 목소리가 이어지는 사회. 그것이 희망이 있는 현실에서 존재가능한 유토피아의 모습일 것이다.
⠀
나도 이 책에 나오는 수많은 ‘이름 없는 것들’ 중 하나임을 인식하게 되었다.
그것으로 인해, 지금 내가 무엇이 관심을 가지고 무엇을 해야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세트] 영혼의 왈츠 1~2 세트 - 전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역사는 반복된다.
이 잠언의 무게가 묵직하게 다가온달까.
#영혼의왈츠 (#베르나르베르베르 지음 #열린책들 출판)을 보는 동안 역사의 무게에, 역사는 왜 반복되는가라는 질문의 무게에 내내 짓눌렸다.
⠀
주인공 외제니의 어머니가 쓰러지고 의식을 잃기전에 남긴말, 세상에 종말이 다가오고 있다. 그것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너 뿐이다. 라는 말로 이 방대한 이야기는 시작된다. 평범한 대학생인 외제니의 입장에선 기가막힌 일이지만 아내의 말을 들은 아버지가 둘만의 비밀을 털어놓는다. 퇴행최면을 통해서 자신의 전생을 살펴볼 수 있다는 것. 아내와 자신은 그것을 제법 오래 해오다가 이제는 할 수 없다는 것. 가장 최근까지 퇴행최면을 해온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뱉은 수수께끼 같은 말들을 이해하고 해결하기 위해 외제니도 퇴행최면을 시작한다.
⠀
그렇게 떠난 퇴행최면은 자신의 첫번째 전생이자 무려 12만년 전, 호모 사피엔스가 아닌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인 ‘엄지’였다. 그곳에서 자신의 부족은 호모 사피엔스에게 전멸당한다. 빼앗은 것의 기원을 자신들의 것으로 삼겠다는 욕망때문에.
⠀
단순한 욕망 때문에 하나의 종이 멸망하는 과정에서 시작해 현재와 가까워지는 전생들을 체험한다. 수메르 문명, 이집트, 고대 그리스 등 역사를 따라가며 하나의 세계와 지식이 창조되고 사라지는 과정을 답습해나간다.
⠀
구체적인 형상만 다를 뿐 기존의 것들이 사라지는데에는 어떠한 이해관계들이 얽혀서 외압이 작용하더라는 사실. 그 사실이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
사라지는 것들은 사라져야만 하는, 나쁜 것들이 아니었다. 어떤 기존 세력들을 위협하고, 나(또는 우리)와 대척되는 자들에게 유리하다는 이유로 폭력적으로, 지배하려는 욕망으로, 자신들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모르는 무지로 벌어지는 일이었다.
⠀
제대로 알아야 자신이 직접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고, 현 세대와 미래에 남겨야만 하는 것들을 선택해 유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직접, 스스로 판단하지 않는다. AI의 발달로 직접 읽기보다 출처도 분명하지 않은 것들을 듣고 믿는다. 그리고 그 믿는 것을 안다고 착각한다. 그런 착각들이 긴 인류의 역사동안 위와 같은 악순환을 가능하게 했다.
⠀
<영혼의 왈츠>는 환생, 천국, 카르마와 같은 흥미진진한 이야깃거리 속에 묵직한 질문을 심어뒀다.
왜 어째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가. 어렵게 이뤄놓은 것을 무너뜨릴만큼 욕망은 다스릴 수 없는 것인가.
그리고 잘못이 반복되어 왔다는 것을 깨달은 후, 우리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가.
⠀
과거로 12만년, 아포칼립스까지는 앞으로 5일.
호모 사피엔스의 역사보다 더 긴 세월을 보여주면서 언젠가 우리에게도 아포칼립스가 올 것 같은 불안함이 든다.
아포칼립스라는 거창한 이름이 아니더라도 분명 흥한 분명은 언젠가는 쇠퇴한다. 우리가 태어나 다시 땅으로 돌아가는 것만큼 당연한 이치이다.
⠀
그러니 쇠퇴를 막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급격한 종말이 아니라 서서히 잘 내려올 수 있게 우리는 과거에서 무엇을 기억해야하는지, 다음 시대를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무엇을 남겨야하는지 그 후를 준비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한다.
⠀
포스트 아포칼립스. 새로운 규칙과 권력이 생겨나지만 그곳에서도 그 시대의 인류애는 피어난다. 그 인류애와 문명에 기름진 양분이 될 수 있도록, 현재를 단단히 발딪으며 과거와 그리고 먼 미래를 사랑해야겠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음악가의 일 - 음표가 음악이 되기까지
손일훈.조하정 지음 / 앤의서재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클래식 공연을 다니고 음반을 듣다보면
봐도 알아듣기 쉽지않은 음악가들만의 언어로 빼곡한 악보를 기웃거리게 된다. 하나의 악기를 위한 악보부터 오케스트라를 위한 총보(스코어)까지. 빼곡한 음표들과 음악적 명령어들을 보면 오히려 모르는게 약이다 싶은 마음이 든다. 그러면서도 조금 더 알고싶다는 이중적인 마음이 사그라들지 않는다.
⠀
이중적. 그러고 보면 클래식보다 이 단어가 더 잘 어울리는 분야가 있을까. 곡은 작곡가가 만든다. 하지만 우리는 작곡가 스스로가 들려주는 것보다 연주자가 들려주는 음악을 듣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클래식이라 불리는 장르에서 인기있는 곡들은 작곡가가 이미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으니까.
⠀
작곡가와 연주가 사이에는 차이가 존재한다.
고전시기의 곡에는 아예 포르테, 루가토 같은 지휘가 하나도 없기도 했고, 그런 명령어가 있더라도 어느정도까지 그 지시를 따를 것인지 해석의 여지가 차이를 만들어낸다. 하프시코드, 포르테 피아노처럼 그 시대의 악기형태와 지금의 악기형태의 차이도 물론.
⠀
그런 차이를 어떻게 해소할까.
해소라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결국 음악가의 일이란, 그런 차이를 스스로를, 그리고 관객들을 납득시킬 수 있게 노력하는 일이지 않을까.
⠀
관람객의 입장에서 음악을 업으로 살아가는 음악가들의 일상은 항상 궁금하다. 그림을 감상하면 그 화가가 그 그림을 그리던 시기에 있었던 일 같은 것들이 궁금하듯이 이런 연주를(작곡을) 해내는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아갈까 궁금해질 수 밖에 없다.
⠀
#음악가의일 (#손일훈 #조하정 지음 #앤의서재 출판)은 작곡가인 저자가 만난 음악가들의 인터뷰가 수록되어 있다. 영감, 음악 연주의 시대적 괴리, 올바른 해석, 음악적 취향, 작품을 잘 전달하기위해 연주자가 해야하는 노력, 연주자와 감상자의 시각차이, 지휘자가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 음악가의 도전과 같은 다양한 주제들로 진행된 인터뷰들을 보고 있으면 마냥 재미있다.
⠀
오프 더 레코드를 보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우리가 보지 못했던 이런 그들의 솔직한 모습들은 오직 하나의 목적을 향해있었다. 자기만의 음악을 찾겠다는 목적이다. 그 목적을 향해가는 과정이 제각각일뿐 모두 평생 음악을 곁에 두기위해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고 있었다.
⠀
우리의 일상도 마찬가지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부분 비슷하게 살아간다.
일하고 쉬고. 하지만 수 많은 사람들의 삶은 이렇게 단순하게 설명할 수 없다. 같은 것을 하면서도 개별적으로 그 행위가 가지는 의미가 달라진다. 의미가 다르다면 그것은 같은 것이 아니다. 수백년동안 전해진 음악이 음악가마다 모두 다르듯이.
⠀
다만 적절한 선을 찾는게 중요하다.
자신의 음악을 만드는 것이 물론 중요하지만
듣는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는 것도 중요하니까.
자신만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들려준다는 특성을 가진 직업을 가진 이상, 타인의 마음까지도 신경써야한다.
작곡가와 연주자 그 사이의 여백, 연주자와 청중 그 사이의 여백, 청중과 청중 그 사이의 여백.
⠀
그 모든 여백을 채울 수 있는 답을 찾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균형을 찾을 수는 있다.
모두에게 설득력있는 정도.
그 정도를 찾는 것이 음악가의 일이겠구나 라며 초심자가 은악가들을 이해해보게 하는 책이었다.
⠀
클래식이 어렵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아직 클래식을 시작하지 못한 사람들이 읽어본다면 조금 더 느슨하게 클래식을 대해도 괜찮겠구나라는 심적 여유를 줄 것이다.
⠀
설득하는 것은 음악가의 일이고 들으려 시도하는 것은 우리의 일이다. 그리고 이 둘을 이어주는 것이 이 책의 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