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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
토마스 마이어 지음, 홍원표 옮김 / 현암사 / 2026년 3월
평점 :
한나 아렌트.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은 많은 사람들이 들어봤을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이고. 그러나 딱 거기까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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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사회에서, 특히나 요즘처럼 전쟁이, 전쟁의 가능성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불확실하고 폭력적인 시기에 한나 아렌트라는 이름이 가지는 무게는 묵직하다.
아니 ‘여전히’ 묵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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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한지 올해로 120주년이 되는 그녀이지만, 그녀의 이름과 사상은 언제를 대입시켜도 ‘현재’와 너무나 잘 맞아떨어져진다. 나도 한나 아렌트라는 이름,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을 우리나라를 수백만개의 촛불이 밝게 비출 때 알았다. 그때의 충격과 감탄은 철학과 정치사상이라는 평생 1도 관심갖지 않을 줄 알았던 것에 흥미를 갖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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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년의 역사를 이어져온 철학이라는 학문에서 한나 아렌트 만큼, 한나 아렌트 이상으로 이름과 영향력이 널리 알려진 철학자들이 많지않나. 하지만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약간 구식인 듯한 느낌이 들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왜 한나 아렌트의 생각들은 여전히 생생히 현실응 살아가는 우리와 호흡을 함께 할 수 있는걸까. 그것이 문득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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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아렌트 (#토마스마이어 씀 #현암사 출판)은 이름이 알려진 것에 상대적으로 수수께끼였던 그녀의 생애와 행적을 담고있다.
누구보다 많은 한나 아렌트의 저작과, 수많은 기록물과 서신 자료를 바탕으로 토마스 마이어는 한나 아렌트라는 한 사람의 시작과 끝을 낱낱이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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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삶을 증조부에서부터 좇아 내려오면서, 한나 아렌트가 가정에서 어떤 사상을 배웠는지, 어떤 가정환경에서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를 조심스럽게 유추하는 것으로 이 책은 시작하는데, 이것은 특히나 그녀가 유명해지고 나서, 사상적 입장이 번복되는 것 같이 보여 생겼던 논란을 이해하는데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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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를 인생을 따라가는 7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책에는 철학은 물론, 역사, 경제, 정치와 같은 다양한 분야들이 빼곡하게 담겨있다. 이 모든 것이 하나의 책에 담겨있는 이유는 그것이 한나 아렌트라는 한 인간을 구성하는 혈관 곳곳을 흐르는 피와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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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는 명성에, 시대의 흐름에 휩쓸리지 않았다.
자신이 섭취하고 소화시켜 비로소 자기 몸 안 곳곳을 돌기 시작하는 피가 성장시키는 자신을 믿었다.
그렇게 자신 그자체인 소화물을 세상에 뱉어내고 그것을 또 양분 삼아 또 다른 분신을 세상에 내보낼 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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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꾸준히 시대와 함께 자라나는 분신을 양분삼아 자기성장을 반복해서 이뤄낸 것이 수십년 동안 한나 아렌트를 ‘현재’의 사상가로 만들어 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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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계속 해서 더 나은 자신을 만들어 냈던 과정. 그것을 우리는 사유라 부른다. 사유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대상을 두루 생각하는 일’이라고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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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가 두루 생각한 대상은 무엇일까.
바로 이 세상 전체였다. 철학, 정치. 어느 하나에만 시선을 고정시키지 않고 세상의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모두 눈에 담으며 자신만의 생각을 사유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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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나 아렌트>책에서 잘 알려져 있지 않던 그녀의 행적이 그런 사유의 올바른 다음 단계를 보여준다.
바로 수백명의 어린이, 청소년들을 전쟁터에서부터 꺼내온 ‘청소년 알리야’활동이 그것이다.
그녀는 책상 위에서 머리로, 글로, 강연대 위에서 말로만 끝내는 사람이 아니었다. 평생을 세상을 바라보고 가장 필요하다 여기는 것에 맞서 싸웠고 ‘실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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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닫고 그것을 기반으로 또 사유하고, 그러다 행동으로 옮기는 것. 그것이 바로 한나 아렌트의 DNA와 같은 ‘실천적 연구’다.
이러한 그녀의 인생은 지금까지의, 앞으로도 수없이 다가올 ‘현재’를 살고있는 우리에게 묵직한 메시지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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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값이나 대세에 현혹되지말고 철저히 연구해 자신만의 흔들림없는 기준을 세우고, 끝없이 새로움을 유지하도록 사유하고, 필히 실천으로 끝맺음 하라고.
그렇게 평범한 사람들이 실천한 것들은 사라지지지 않고 세상에 남아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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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한나 아렌트라는 하나의 인격체를 단어하나하나로 쌓아올린, 인물 그자체인 책이다. 그 사람을 직접 느끼니 와닿을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