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는 서툴수록 좋다
이정훈 지음 / 책과강연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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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무엇을 위해 눈을 뜨면 힘에 부치는 것들을 해내야함을 알면서도 내일을 위해 잠자리에 들고 생각을 정리하고 부지런히 일어나 문을 나서는 것일까.

#위로는서툴수록좋다 (#이정훈 씀 #책과강연 출판)은 지금의 내 나이부터 사십대를 떠나보내는 작가의 십년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삶의 보통의 나날과 다름없었지만 농밀하게 마음에 머리에 남아 글로 옮기지 않고는 잠들 수 없는 그런 나날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리고 그 글들을 지금의 저자가 바라보며 다시한번 코멘트를 단다. 그렇게 과거부터 이어지는 십년이라는 연장선에 오늘이라는 하루하루가 좌표처럼 박혀 하나의 그래프를 그린다. 인생이라는 그래프를.

인생도, 그래프도 저점이 있으면 고점이 있다.
하지만 차이점이라면 인생은 고점보다 저점에 더 눈과 마음이 간다는 것이다. 고점에서 맛보았던 행복은 아주 잠시 찰나같은 감정으로 흔적처럼 남고 저점의 상처는 지워지지 않은 흉터인양 평생동안 욱신거린다.

하지만 그래프를 보면 저점만큼 고점이 존재한다.
인생의 고점을 어떤 것으로 정의하느냐에 따라 인식하는 고점은 다르겠지만 분명 저점만큼 고점은 존재한다.
그렇다면 내가 고점을 인식하고 정의내리는 방식을 바꾼다면 인생에서 고점의 순간들을 더 많이 접하게 되고, 인생은 살만한 것으로 내일 눈뜨는 것이 기대되는 매일이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바뀌지 않을까.

<위로는 서툴수록 좋다>라는 제목만 보았을 때도 공감이 되었더랬다. 어줍잖은 위로의 말보다 그냥 묵묵히 들어주는 것. 터져나오는 속상함의 공허함을 매우기라도 하듯 들이키는 술잔을 말없이 채워주는 것. 했던 말 또하고를 반복하는 것을 몇번이고 들어주는 것. 그 ‘무언의 빈틈’에서 우리는 위안을 얻는다.

책을 읽어가는 동안 스스로에 대한, 가족에 대한, 부모님에 대한 글들이 지나가지만 그 속에는 결국 하루하루의 인생 사이사이에 빈틈을 두는 것. 오롯이 나로만 존재할 수 있어 제3자처럼 한걸음 뒤에서 순간들을 바라보고 곱씹어볼 수 있는 ‘뒷공간’의 필요성이었다.

글을 읽다보면 특별한 순간들은 아니다. 디테일한 내용들만 다를뿐 누구라도 삶에서 겪어봄직한 그래서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일상의 순간들임에도 이런 성찰을 남기는 순간이 될 수 있었던 것이 바로 그 때문이었다.
우리에게도 이러한 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
개인적인 일, 가족의 일, 부모님의 일. 모두 실은 ‘나’라는 사람이 반드시 포함되어 있다. 관계에서도 포함되어있고 그런 관계를 바라보고 느끼는 것도 나 자신이다.

그러니 필수적으로 스스로에게,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하는 시간을 가져야만 하는 것이다. 그래야 정갈하게 정리되어 차곡차곡 쌓여 다시 들추어보아도 평온하고 좋은 책이 마음 속에서 만들어질 것이다.

작가가 책 속에서 말하는 모든 관계, 감정들을 다 걷어내고 본질들을 들여다 보면 결국 ‘위로’와 ‘사랑’ ‘행복’이다.
누군가를 위로하고 스스로를 위로 한다는 것은 결국 그 누군가를, 스스로를 사랑한다는 증거이다. 그렇게 사랑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위로는 매끄러운 말보다 묵묵히 곁에 있어주는 것, 들어주는 것이 더 좋다. 그리고 이런 사랑을 바탕으로 한 위로를 주고 받는 시간들이 쌓이다 보면 그것이 행복한 삶을 이룬다.

치열의 삶에서 치열하게 비집고 찾아낸 무언의 빈틈에서 사랑과 위로와 위안, 행복이 피어오른다.

작은 것들에서부터 오는 소담하지만 충만한 행복들을 발견하고 느낄 수 있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
글감을 고민하는 삶이 아니라, 글감이 될만큼 충만한 하루하루를,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것이 인생을 제대로 살아간다라는 것이라는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면서 하게 되었다.

이제 앞자리가 바뀌는 순간을 맞이하는 순간, 우연히도 나와 같은 나이에서 사십대를 잘 보내고 잘 정리하는 순간을, 책을 목도했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고민이 많은 순간이었는데 그 답이 이 책에 담겨있었다.
십년을 잘 보내고, 지금의 작가 나이가 되었을 때 다시 이 책을 펼쳐 나만의 코멘트를 남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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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스 코드: 더 비기닝
빌 게이츠 지음, 안진환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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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현재 지구에서 가장 성공한(업적으로든, 경제적으로든)사람을 꼽으라면 절대 빠지지 않는 인물이 바로 #빌게이츠 일 것이다.
#윈도우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PC를 보급시킨 장본인이다. AI로 급변하고 있는 지금 세상에서도 뒤쳐지지 않고 선구자 역할을 멋지게 해내고 있는 멋진 70세 리더, 재산의 대부분을 사회를 위해 쓰겠다는 포부를 밝힌 자선사업가, 자상한 인상에 가려진 모험가, 모험적 리더십은 많은 사람들의 귀감이, 귀감을 넘어 롤모델이, 롤모델을 넘어 한분야를 대표하는 심볼이 될만큼 매력적이다.

그런 그의 일생을 자세하게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무려 빌게이츠 본인이 쓴 자서전 #소스코드 #더비기닝 (#열린책들 출판)이 출간된 것이다.
대가의 삶을 그의 입, 아니 손으로 직접 들을(볼) 수 있다니 참 좋은 기회이다. 제목에서도 볼 수 있듯 자서전의 첫번째 책으로 유년시절부터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초기까지의 이야기가 담겨져있다. 마이크로 소프트 대표로서의 이야기와 자선사업가로서의 이야기가 2,3편으로 출간될 예정이라고.

그런 의미에서 <소스코드 : 더 비기닝>은 유년시절에 어떤 경험들이 빌 게이츠의 성향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알아볼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표지에 활짝 웃고있는 장난꾸러기 빌 게이츠의 가족이야기가 제법 많이 담겨있는데 그 중에 재미있었던 것은 카드게임에 진심인 할머니 가미와의 카드 한판 승부이다.

사랑스러운 손주라도 승부의 세계는 냉정한 법.
매몰차게 매번 이겨버리는 할머니. 가미는 꾸준히 조금씩 어린 빌에게 카드를 이기는 방법을 가르쳤고, 마침내 5년만에 빌은 첫 승리를 거둔다. 그는 책에서 아무리 복잡한 문제가 생기더라도 결국에는 알아낼 수 있었다고 회상하며 적었지만 그것뿐만 아니라 5년동안 지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이기려 애쓴 어린 빌 게이츠가 더 대단했다. 내가 어릴 적 아버지와 바둑을 두면 지는 것이 당연함에도 지면 무엇이 그렇게 분했는지 눈물부터 차올랐더랬다. 꾸준히 바둑 대결을 하긴 했지만 이기려고 노력하지는 않았었다. 내가 별났던 걸까 빌 게이츠가 별났던 걸까? 결과론으로 따져서 빌게이츠가 대단했던 걸로 하자😇
물론 빌 게이츠 혼자 비범해서 이런 결과가 생겼던 것은 아니다.
“호기심은 진공 상태에서 충족될 수 없다. 그것은 육성과 자원, 지도, 지원을 필요로 한다.”라고 밝혔듯 변호사 아버지의 차분함과 자선사업가인 어머니를 보고 배운 나눔의 가치, 학교에 어느 누구도 제대로 다룰 줄 몰랐지만 수학 선생님이 들여왔던 커다란 컴퓨터, 사용 때 마다 비용이 차감되는 방식이었는데 적자임에도 컴퓨터 접속을 막지않은 것들이 모여 지금의 빌 게이츠가 된 것이다.

그것뿐이랴, 가족끼리 했던 ‘치리오 올림픽’에서 랜덤으로 함께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눈 다른 누군가의 부모님들에게서 성숙한 사고를 하는 법을 배웠고, 레이크 사이드, 하버드에서 만난 수많은 귀한 인연들, 빌이 잘 하지 못하는 것들을 잘하는 여러 사람들이 모여 마이크로 소프트가 생겨날 수 있었다.

“어른이 되어 깨달은 경이로운 한 가지는 세월과 배움을 모두 걷어 내고 보면 나라는 존재의 많은 부분이 이미 처음부터 갖춰져 있었음을 알 수 있다는 사실이다.“이 문장이 빌 게이츠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고 생각한다.

자라면서 배우는 것들이 물론 중요하지만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이며, 자시 자신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젊은 날의 빌 게이츠는 그런 강한 확신으로 대부분을 앞을 보며 살아갔다. 그렇기에 이렇게 어마어마한 성과를 낼 수 있었겠지.

<더 비기닝>이라는 말 처럼 혈기왕성한 초기 사업가의 모습까지 담겨있는 이 책에서는 자신감 강하고, 그런 자신이 인정하고 받아들인 사람들의 의견을 수용하고 앞만 내다보며 달리는 빌 게츠가 담겨있다.

어떻게 해야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을 이룰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빌 게이츠처럼 될 수 있다면 되고싶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빌 게이츠 입으로 직접 듣는 ‘누구나 빌 게이츠가 되는 법’이 바로 이 책이다.
위트있고 딱딱하지 않은 문체가 더욱 내용이 뇌리에 쉽게 박히게 한다. 절대 잊지않을 것 같으니 잘 이용해서 인생을 조금씩 바꿔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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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의 로댕 - 개정판
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음, 안상원 옮김 / 미술문화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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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서로 다른 장르의 예술가들이 만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릴케의로댕 (#라이너마리아릴케 씀 #미술문화 출판)으로 얼추 짐작할 수 있다.
무명의 작가가 위대한 조각가의 전기를 집필하기 위해 파리로 향한다. #라이너마리아릴케 는 20대, #오귀스트로댕 이 60대였다. 전기를 집필하기 위해서는 그 대상과 오랜시간 같은 공간이 존재하며 관찰해야하는 것은 필수불가결하다.
위대한 조각가는 어린 작가의 시선이 불편하고 신경에 거슬릴 수도 있었을텐데 묵묵히 자신의 일에 몰두한다.

하긴 지금 남겨져있는 로댕의 작품들을 보면 멀리서 형태가 보이자마자 압도되며 가까이에서 접하면 오랜시간 그 앞에서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이걸 만들어내는데 얼마나 많은 심력을 소모했을지 걱정이 될 정도였다. 그런 웅장한 작품들을 만들어내는데에 모든 신경이 집중되었을테니 별 문제가 되지 않았을 수도있겠다. 오히려 릴케에게 좋은 기회가 되지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로댕의 자서전이 그의 커리어에 도움이 된다는 뜻이 아니라 예술가로서 한단계 더 나아갈 기회말이다.

나는 예술가도 아니고 예술을 잘 알지도 못하지만, 무언가를 창조해낸다는 것에서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비록 글로, 조각으로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오기는 하지만 주제를 생각해 내고 재료를 고르고 큰 틀을 잡고 세세한 표현을 만들고 다듬고 부지런히 손을 움직여야한다는 공통점이 서로 공유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적어도 로댕의 작품활동에서의 태도를 배우기만 해도 충분한 수업이지 않을까? 로댕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완성도와 스스로가 만족할 수 있느냐를 기준으로 온 정성을 다해 작품을 만들어내는 예술가다. 그러다보니 작품을 완성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고 그러다보니 손놀림 하나하나에 더 완벽을 추구할 수 밖에 없다. 그만큼 완전히 ‘진심’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물리적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당연히 일찍 작업을 시작한다.
62세였던 로댕이 여전히 청년처럼 펄떡거리는 왕성한 행동력을 보여주는 것 만으로도 릴케는 스스로의 태도에 대해 돌이켜보고 깨달을 것이 많지않았겠나. 정말 놀라운 기회였다고, 마냥 부럽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로댕은 릴케의 시선에서 자신의 작업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었고, 하고있는 작업이 다른 사람의 눈에 어떻게 보일지 새로운 시선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어느 누구도 그에게 예술에 대해 논하기 쉽지않고, 스스로 수용하기도 쉽지 않았을텐데 여전히 열려있는 귀와 생각은 누구라도 본 받을만 하다.

그렇게 릴케는 로댕의 작품들을, 작품의 탄생을 목도하며 자신의 글도 탄생시켰다. 두가지의 예술이 함께 탄생한다. 하나의 탄생을 축하하듯 태어나는 또 다른 예술.
그 두 예술을 사진으로, 글로 따라가다 보면 마음이 벅찬다.

누군가의 추종자가 된다는 것은 판타지같은 일이다.
그 사람을 좋은 사람으로 기억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나, 그의 전기를 쓰고, 전기를 쓰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그 사람에 대한 강의까지 진행하며 존경할만한, 배울만한 숨겨진 것들을 꾸준히 세상에 내보이는 것은 좋아한다라는 말로는 부족한 마음을 상대방에 대해 가지고 있어야 한다.

누군가를 이토록 열심히 공부하고 추종해 본 적이 있는가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나는 어릴적 ‘모두까기인형’이었다.
조금만 마음에 들지않으면 바로 지적을 했다. 그것이 ‘쿨’한 것인줄 알았다. 나이가 들며 인생에서 실패가 차곡차곡 쌓이자 저절로 겸손해졌다. 지적하지 않게 되었지만 그 반대로 어떤 일에도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 무덤덤했다. ‘유하다’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그것이 좋은지는 모르겠다. 누군가를, 무언가를 열렬히 좋아해서 따라하거나, 닮고싶다거나, 열심히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보지 못했던 것 같다.

이제는 무언가를 열렬히 좋아해보는 시도를 해봐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한 좋아하는 마음으로 시작해야 최선을 다하는 열정을 보일 수 있지 않을까. 로댕이 누구보다 먼저, 누구보다 오래 작품을 만들어냈던 것처럼 말이다.

로댕의 예술이 릴케의 예술을 키웠다.
예술에는 한사람의 인생이 담겨있다. 우리의 인생도 그러므로 예술이다. 예술이 예술을 키웠던 이야기가 빼곡히 적혀있는 이 책을 보고 우리도 우리의 예술인 인생을 키워나갈 수 있을 것이다. 로댕의 손이 작품이라는 생명을 창조했듯, 우리도 멋진 인생을 만들어 나갈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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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펠
이마무라 마사히로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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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공포 영화를 보면 말그대로 ‘모골이 송연해지는’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삼두쪽이 오소소소 아래에서 위로 역방향으로 무언가가 쓸어올리는 느낌? 그 불쾌한 느낌에 중독되어 공포스러운 작품들이 여름마다 극장가를 찾아오는 것이겠지?

이런 경험을 하게 하는 공포, 오컬트, 스릴러 장르는 영화 장르로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당연히 책으로도 ‘장르소설’이라는 범주로 여름에 주로 출판된다. 어릴적 아무 생각없이 이모부 책장에 꽂혀있던 ‘링’시리즈를 보았다가 제법 꿈자리가 뒤숭숭한 경험을 한 이후로 애써 외면한 장르였지만 #디스펠 (#이마무라마사히로 씀 #내친구의서재 출판)은 기차터널이 박혀있는 새빨간 표지부터 마음을 사로잡았다. 디스펠, 주문의 효과를 무효화하는 것을 뜻하는 말인데 이것이 왜 오컬트 소설의 제목을 차지했을까도 무척이나 궁금했다.

<디스펠>은 오컬트 소설이라고 단정짓기에는 미스터리, 수사극의 성향이 강하게 담겨있다. 작가도 오컬트와 미스터리를 적절히 하나의 책에 담으려고 부던히 애썼다고 한다.
믿을 수 없는 일, 오직 개인의 경험만이 증거의 전부인 오컬트와 논리로 명쾌하게 설명되어야 하는 미스터리 추리.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까 싶었다. 서로 진짜 봤다, 증거를 보여달라 같은 말을 반복하며 평행선을, 어쩌면 점점 더 멀어져가는 선을 달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가는 ‘탐정’을 이용했다.
매력적인 탐정이 나와 자신의 논리를 펼치면 다소 논리력이 부독하더라도 탐정 캐릭터의 매력에 빠져 몰입하고, 그 결과 탐정의 말에 ‘설득’되어버리는, 그렇게 사건의 해결이 주는 카타르시스뿐만 아니라 매력적인 탐정 캐릭터에 열렬한 팬이 되어버리는 ‘덕후’의 길로 들게하는 탐정물.
심지어 <디스펠>에서 그 탐정은 무려 세명이다.
그것도 초등학교 6학년. 학급 내 남자 무리중 하나로 기억되는 스스로를 특별한 한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그 수단인 오컬트에 심취한 유스케, 자신의 영웅이었던 사촌 언니의 죽음의 비밀을 파헤치려하는 영원한 반장, 오컬트를 믿지않는 논리적인 브레인 사쓰키, 그 둘 사이에서 중재를 하며 둘의 의견에서 허점을 찾는 존재 자체가 미스터리인 미나.
이 셋을 따라가다 보면 나의 6학년 시절이 생각나 자기들끼리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는(늦은밤 외출금지, 스마트폰 없음, 학업외 헛짓?금지, 카페 및 식당 이용 곤란 등)초딩 탐정들임에도 몰입하게 하는 힘이 있다. 청소년들을 위해 만들었지만 오히려 어른들이 좋아했다던데 왜 그런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사쓰키의 사촌언니의 죽음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언니의 노트북에 남겨져있던 7대 불가사의를 하나하나 파헤쳐나가며 그 안에 남긴 단서를 찾아가면서 오컬트파인 유스케와 논리파 사쓰키의 대립이 글의 긴장감을 높인다. 어느쪽 하나에도 치우치지 않고 오컬트와 논리가 팽팽하게 맞부딪힌다.

그러면서도 유스케가 겪는 오컬트적인 요소들이 책을 읽으면서, 그것도 심지어 주인공이 초딩인 책인데 다섯번 정도 온몸에 소름 오소소소 돋게했다. 주로 밤에 책을 읽고 읽는 동안 비도 제법 왔어서 어우 내가 읽은 책 중 가장 소름돋았던(말 그대로)책이었다.

오컬트가 너무 강하게 앞으로 나와있었으면 현실성이 떨어져 몰입이 힘들었을테고, 논리가 너무 강했다면 오컬트는 그냥 굳이 왜 넣었는지 알 수 없는, 글 전체가 아쉬워졌을 것이다.
오히려 미스터리에서 논리가 설명해 주지 못하는 약간의 빈틈을 오컬트가 채워줌으로써 사건의 수레바퀴가 일정한 속도로 굴러나가는 것이 결국 모든 것을 의심하게 하면서 추리에 결국 두손 두발 다 들게 만든다.

추리를 맞추는 것도 짜릿한 독서로 남지만, 하다하다 지쳐 끝까지 추리를 해내지 못한 책이 ‘띵작’이라는 이미지로 강하게 남는 법이지 않나. 그런 의미에서 <디스펠>은 가히 띵작이다.
그도 그럴 것이 7대 불가사의를 담고있어서 불가사의 하나하나 마다 추리할 것이 넘쳐났고, 6개의 불가사의로 마지막 불가사의를 추리해야했고, 소름 돋게 하는 오컬트적 현상이 적재적소에 배치되면서 마지막 남은 힘도 앗아버린다.
그럼에도 마지막은👍🏻 5장은 읽는 내내 모골이 송연했다.
어른이 되어 더이상 작위적인 공포물에 심장이 반응하지 않는가? 그럼 <디스펠>을 보라. 내 심장 아직 짱짱하구나를 느끼며 우리를 다시한번 괜히 무서워서 이불 밖으로 발을 못내밀던 그 시절의 나로 되돌려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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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빛소굴 세계문학전집 8
제인 오스틴 지음, 김지선 옮김 / 빛소굴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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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300년의 시간동안 꾸준하게 사랑받는 이야기는 몹시 귀하다.
특히나 남자와 여자가 만나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는 이야기일수록 그런 경우는 더 귀한 것 같다.

아무래도 사랑과 결혼의 모습이 세상이 변하는 속도못지않게 바뀌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나 300년 전이면 결혼은 사랑보다는 지참금으로 결정되는 하나의 거래였고, 그에 맞춰 여성들은 피아노, 뜨개질, 바느질, 댄스, 그림, 심지어 걸음걸이까지 배우며 좋은 집에 시집갈 준비하는 것을 당연스럽게 여기던 때이다.

#오만과편견 (#제인오스틴 씀 #빛소굴 출판)이 300년의 딱 그 시절의 사랑, 결혼이야기이다.
수많은 번역본이 오랜 세월만큼 공개되어 있지만, 빛소굴 출판사의 버전을 손에 쥔 이유는 나의 첫 <오만과 편견> 경험과 관련이 있다. 나는 <오만과 편견>을 책이 아닌 영화로(만) 겪었다. 미모가 절정에 달했던 키이라 나이틀리가 엘리자베스 베넷을 맡아 나의 스무살에 국내개봉을 했었더랬다.(세월 무엇)

혼자라면 당연히 스무살 남성의 패기로(?) 보지 않았을 영화이지만 교수님이 주말에 조원들과 영화를 보자며 예약해 주셨어서 토요일 아침부터 졸린 눈을 겨우 뜨고 영화관으로 갔었다.
키이라 나이틀리를 그때 처음봐서 그녀의 얼굴을 보는 것 만으로도 충분한 값어치가 있는 시간이었지만 뭐랄까 좀 더 성숙하게 사랑을 바라보고 동경하게된(연애하고 싶다는 소리)계기가 되어주었다.
글을 쓰며 찾아보니 관람객이 88만명이네 좀 더 많은 사람이 봤을 줄 알았는데 말이다. 지금까지도 영화를 추천하는 사람이 많은데... 각설하고, 빛소굴의 <오만과 편견>은 내가 스물살 때 봤던 그 영화의 한장면이 표지를 장식하고 있다.

고전을 이제 겨우 몇권 읽어본 책린이가 나의 개인적 서사와 맞물리며 심지어 아름다운 표지를 뽐내고 있는 이 책을 외면 할 수 있었겠는가. 여성작가들의 작품들을 보면서 여성 특유의 세밀하고 신비스러운 묘사와 문체에 매료되어 있던터라 오히려 좋았다. 확실히 영화에서보다 세밀한 내용들이 담겨있어서 많은 생각들을 하면서 페이지를 넘겼다.

영국의 한적한 시골지역에 돈많고 잘생긴 미혼남성이 등장하면서 이 이야기는 시작된다. 온 동네 미혼 여성들은 돈많은 남자에게 시집가는 것이 일생의 목표인지라 심지어 잘생기고 활발하며 다정다감하기까지한 빙리씨에 혈안이 된다.

딸만 다섯을 자랑하는 딸부자 베넷씨의 집도 예외는 아니었다. 외모로 유명했던 어머니를 닮아 미모로 소문이 자자했던 딸 중 가장 외모가 아름다웠던 맞이 제인과 빙리는 서로를 마음에 들어하고, 둘째인 엘리자베스는 자신만의 기준으로 빙리와 그의 친척들의 장단점을 평가하면서도 진심으로 언니의 사랑이, 결혼이 성사되길 응원한다.
빙리에게는 함께 온 친구, 다아시는 수려한 외모와 재력으로 큰 관심을 얻었으나 특유의 ‘오만’함으로 그 인기가 순식간에 식어버린다.

그러다 엘리자베스는 다아시가 춤상대로 그냥 그렇다고 자신을 평가하는 것을 듣고 부정적 인식이 ‘편견’으로 자리잡는다.

누가 알았을까. ‘오만’의 다아시와 ‘편견’의 엘리자베스가 해피엔딩을 맞이할 것이라고.

그 시절 깨어있든, 깨어있지않든 여성으로 태어난 자신의 운명에 마주하는 방법으로 결국 사랑과 결혼을 선택하는 것이 지금 우리의 시점에서는 아쉽고 이해가 되지 않은 선택일 수도 있지만 그 시절에는 여성인 스스로를 안타까워 할 수 있는 시선을 가진 것 만으로도(그런 교육을 받을 수 있고 그런 그녀를 응원해주는 가정에서 태어났다는것)대단한 것이었고, 그런 자신을 이해해주는 완벽한 배우자를 만나는 것은 그야말로 판타지이다.
아마 그 시절 독자들에겐 더이상의 도파민은 없지 않았을까.

이 글을 쓴 제인 오스틴은 남매들과 부모에게 글쓰는 것을 응원받는 행운아였으나, 그럼에도 누가오면 글을 숨기기 용이하도록 작은 종이에 삐그덕 거리는 문소리덕에 기민하게 글을 숨기기 좋은 접대실에서 글을 썼다고 한다.
긴 시간동안 이 책이 널리 사랑받는 것은 작가의 유려한 글솜씨도 있겠지만 사랑, 결혼, 차별없이 원하는 것을 노력으로 손에 넣는다는 것의 의미를 독자들의 시대와 연계해 생각해보는 재미때문이지 않을까싶다.

이처럼 사라지지 않고 계속 이어져오는 것들에는 시대를 아우를 수 있는 보편적인 무언가가 있다. 그 보편적인 것을 보편적이지 않게 특별한 무언가로 세공해내는 능력과 그것을 알아보는 눈.
모두가 멋지다.
영화를 다시한번 보고싶어졌다.그러면 또 이 책이 보고싶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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