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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ㅣ 빛소굴 세계문학전집 8
제인 오스틴 지음, 김지선 옮김 / 빛소굴 / 2025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300년의 시간동안 꾸준하게 사랑받는 이야기는 몹시 귀하다.
특히나 남자와 여자가 만나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는 이야기일수록 그런 경우는 더 귀한 것 같다.
아무래도 사랑과 결혼의 모습이 세상이 변하는 속도못지않게 바뀌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나 300년 전이면 결혼은 사랑보다는 지참금으로 결정되는 하나의 거래였고, 그에 맞춰 여성들은 피아노, 뜨개질, 바느질, 댄스, 그림, 심지어 걸음걸이까지 배우며 좋은 집에 시집갈 준비하는 것을 당연스럽게 여기던 때이다.
#오만과편견 (#제인오스틴 씀 #빛소굴 출판)이 300년의 딱 그 시절의 사랑, 결혼이야기이다.
수많은 번역본이 오랜 세월만큼 공개되어 있지만, 빛소굴 출판사의 버전을 손에 쥔 이유는 나의 첫 <오만과 편견> 경험과 관련이 있다. 나는 <오만과 편견>을 책이 아닌 영화로(만) 겪었다. 미모가 절정에 달했던 키이라 나이틀리가 엘리자베스 베넷을 맡아 나의 스무살에 국내개봉을 했었더랬다.(세월 무엇)
혼자라면 당연히 스무살 남성의 패기로(?) 보지 않았을 영화이지만 교수님이 주말에 조원들과 영화를 보자며 예약해 주셨어서 토요일 아침부터 졸린 눈을 겨우 뜨고 영화관으로 갔었다.
키이라 나이틀리를 그때 처음봐서 그녀의 얼굴을 보는 것 만으로도 충분한 값어치가 있는 시간이었지만 뭐랄까 좀 더 성숙하게 사랑을 바라보고 동경하게된(연애하고 싶다는 소리)계기가 되어주었다.
글을 쓰며 찾아보니 관람객이 88만명이네 좀 더 많은 사람이 봤을 줄 알았는데 말이다. 지금까지도 영화를 추천하는 사람이 많은데... 각설하고, 빛소굴의 <오만과 편견>은 내가 스물살 때 봤던 그 영화의 한장면이 표지를 장식하고 있다.
고전을 이제 겨우 몇권 읽어본 책린이가 나의 개인적 서사와 맞물리며 심지어 아름다운 표지를 뽐내고 있는 이 책을 외면 할 수 있었겠는가. 여성작가들의 작품들을 보면서 여성 특유의 세밀하고 신비스러운 묘사와 문체에 매료되어 있던터라 오히려 좋았다. 확실히 영화에서보다 세밀한 내용들이 담겨있어서 많은 생각들을 하면서 페이지를 넘겼다.
영국의 한적한 시골지역에 돈많고 잘생긴 미혼남성이 등장하면서 이 이야기는 시작된다. 온 동네 미혼 여성들은 돈많은 남자에게 시집가는 것이 일생의 목표인지라 심지어 잘생기고 활발하며 다정다감하기까지한 빙리씨에 혈안이 된다.
딸만 다섯을 자랑하는 딸부자 베넷씨의 집도 예외는 아니었다. 외모로 유명했던 어머니를 닮아 미모로 소문이 자자했던 딸 중 가장 외모가 아름다웠던 맞이 제인과 빙리는 서로를 마음에 들어하고, 둘째인 엘리자베스는 자신만의 기준으로 빙리와 그의 친척들의 장단점을 평가하면서도 진심으로 언니의 사랑이, 결혼이 성사되길 응원한다.
빙리에게는 함께 온 친구, 다아시는 수려한 외모와 재력으로 큰 관심을 얻었으나 특유의 ‘오만’함으로 그 인기가 순식간에 식어버린다.
그러다 엘리자베스는 다아시가 춤상대로 그냥 그렇다고 자신을 평가하는 것을 듣고 부정적 인식이 ‘편견’으로 자리잡는다.
누가 알았을까. ‘오만’의 다아시와 ‘편견’의 엘리자베스가 해피엔딩을 맞이할 것이라고.
그 시절 깨어있든, 깨어있지않든 여성으로 태어난 자신의 운명에 마주하는 방법으로 결국 사랑과 결혼을 선택하는 것이 지금 우리의 시점에서는 아쉽고 이해가 되지 않은 선택일 수도 있지만 그 시절에는 여성인 스스로를 안타까워 할 수 있는 시선을 가진 것 만으로도(그런 교육을 받을 수 있고 그런 그녀를 응원해주는 가정에서 태어났다는것)대단한 것이었고, 그런 자신을 이해해주는 완벽한 배우자를 만나는 것은 그야말로 판타지이다.
아마 그 시절 독자들에겐 더이상의 도파민은 없지 않았을까.
이 글을 쓴 제인 오스틴은 남매들과 부모에게 글쓰는 것을 응원받는 행운아였으나, 그럼에도 누가오면 글을 숨기기 용이하도록 작은 종이에 삐그덕 거리는 문소리덕에 기민하게 글을 숨기기 좋은 접대실에서 글을 썼다고 한다.
긴 시간동안 이 책이 널리 사랑받는 것은 작가의 유려한 글솜씨도 있겠지만 사랑, 결혼, 차별없이 원하는 것을 노력으로 손에 넣는다는 것의 의미를 독자들의 시대와 연계해 생각해보는 재미때문이지 않을까싶다.
이처럼 사라지지 않고 계속 이어져오는 것들에는 시대를 아우를 수 있는 보편적인 무언가가 있다. 그 보편적인 것을 보편적이지 않게 특별한 무언가로 세공해내는 능력과 그것을 알아보는 눈.
모두가 멋지다.
영화를 다시한번 보고싶어졌다.그러면 또 이 책이 보고싶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