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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는 서툴수록 좋다
이정훈 지음 / 책과강연 / 2025년 9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무엇을 위해 눈을 뜨면 힘에 부치는 것들을 해내야함을 알면서도 내일을 위해 잠자리에 들고 생각을 정리하고 부지런히 일어나 문을 나서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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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는서툴수록좋다 (#이정훈 씀 #책과강연 출판)은 지금의 내 나이부터 사십대를 떠나보내는 작가의 십년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삶의 보통의 나날과 다름없었지만 농밀하게 마음에 머리에 남아 글로 옮기지 않고는 잠들 수 없는 그런 나날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리고 그 글들을 지금의 저자가 바라보며 다시한번 코멘트를 단다. 그렇게 과거부터 이어지는 십년이라는 연장선에 오늘이라는 하루하루가 좌표처럼 박혀 하나의 그래프를 그린다. 인생이라는 그래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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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도, 그래프도 저점이 있으면 고점이 있다.
하지만 차이점이라면 인생은 고점보다 저점에 더 눈과 마음이 간다는 것이다. 고점에서 맛보았던 행복은 아주 잠시 찰나같은 감정으로 흔적처럼 남고 저점의 상처는 지워지지 않은 흉터인양 평생동안 욱신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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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래프를 보면 저점만큼 고점이 존재한다.
인생의 고점을 어떤 것으로 정의하느냐에 따라 인식하는 고점은 다르겠지만 분명 저점만큼 고점은 존재한다.
그렇다면 내가 고점을 인식하고 정의내리는 방식을 바꾼다면 인생에서 고점의 순간들을 더 많이 접하게 되고, 인생은 살만한 것으로 내일 눈뜨는 것이 기대되는 매일이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바뀌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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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는 서툴수록 좋다>라는 제목만 보았을 때도 공감이 되었더랬다. 어줍잖은 위로의 말보다 그냥 묵묵히 들어주는 것. 터져나오는 속상함의 공허함을 매우기라도 하듯 들이키는 술잔을 말없이 채워주는 것. 했던 말 또하고를 반복하는 것을 몇번이고 들어주는 것. 그 ‘무언의 빈틈’에서 우리는 위안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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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어가는 동안 스스로에 대한, 가족에 대한, 부모님에 대한 글들이 지나가지만 그 속에는 결국 하루하루의 인생 사이사이에 빈틈을 두는 것. 오롯이 나로만 존재할 수 있어 제3자처럼 한걸음 뒤에서 순간들을 바라보고 곱씹어볼 수 있는 ‘뒷공간’의 필요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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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읽다보면 특별한 순간들은 아니다. 디테일한 내용들만 다를뿐 누구라도 삶에서 겪어봄직한 그래서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일상의 순간들임에도 이런 성찰을 남기는 순간이 될 수 있었던 것이 바로 그 때문이었다.
우리에게도 이러한 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
개인적인 일, 가족의 일, 부모님의 일. 모두 실은 ‘나’라는 사람이 반드시 포함되어 있다. 관계에서도 포함되어있고 그런 관계를 바라보고 느끼는 것도 나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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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필수적으로 스스로에게,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하는 시간을 가져야만 하는 것이다. 그래야 정갈하게 정리되어 차곡차곡 쌓여 다시 들추어보아도 평온하고 좋은 책이 마음 속에서 만들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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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책 속에서 말하는 모든 관계, 감정들을 다 걷어내고 본질들을 들여다 보면 결국 ‘위로’와 ‘사랑’ ‘행복’이다.
누군가를 위로하고 스스로를 위로 한다는 것은 결국 그 누군가를, 스스로를 사랑한다는 증거이다. 그렇게 사랑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위로는 매끄러운 말보다 묵묵히 곁에 있어주는 것, 들어주는 것이 더 좋다. 그리고 이런 사랑을 바탕으로 한 위로를 주고 받는 시간들이 쌓이다 보면 그것이 행복한 삶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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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의 삶에서 치열하게 비집고 찾아낸 무언의 빈틈에서 사랑과 위로와 위안, 행복이 피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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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들에서부터 오는 소담하지만 충만한 행복들을 발견하고 느낄 수 있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
글감을 고민하는 삶이 아니라, 글감이 될만큼 충만한 하루하루를,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것이 인생을 제대로 살아간다라는 것이라는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면서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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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앞자리가 바뀌는 순간을 맞이하는 순간, 우연히도 나와 같은 나이에서 사십대를 잘 보내고 잘 정리하는 순간을, 책을 목도했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고민이 많은 순간이었는데 그 답이 이 책에 담겨있었다.
십년을 잘 보내고, 지금의 작가 나이가 되었을 때 다시 이 책을 펼쳐 나만의 코멘트를 남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