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세 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 44
얼 C. 엘리스 지음, 김용진.박범순 옮김 / 교유서가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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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C.앨리스, <인류세>: '인간의 시대'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인류세는 우선 새로운 지질시대를 일컫는 명칭이다. 이전 지질시대와는 달리 인간이 ‘자연의 거대한 힘’이 되었음을 나타내기 위해 지질학계에서 인류세라는 용어를 쓰자는 제안으로 시작해 지금은 인류학계, 철학계 등 다양한 학계 전반과 시사에서 등장하고 있는 단어다. 2014년 옥스퍼드 영어사전에도 '인류세'라는 단어가 등재되었다고 한다.

인류세(人類世; Anthropocene)인간이라는 종이 너무나 강력해진 나머지 자기 자신을 포함한 지구 전체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힘을 지배하는 시대를 말한다. 즉, 인간 종의 활동이 지구의 생태계와 지구에 영향을 미치는 시대다.

특히 고고학자 스미스, 제더는 인류세의 시작은 '단순히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환경변화가 생겨났다' 정도가 아니라 '인간의 힘이 지구환경을 변화시킬 정도로 전례없이 커졌다'고 말한다. 실제로 불, 사냥, 농업으로 시작된 인간의 활동은 기후변화, 대규모 오염, 플라스틱 쓰레기, 생물 대멸종이라는 변화를 초래해왔다.

하지만 인간이 지구에 막대한 영향을 끼쳐왔다는 확실한 과학적 증거가 있음에도, 인류세를 둘러싸고는 여러 의견들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인류세 개념에 대한 비판 역시 존재한다. 인간의 시대를 지정하는 행위 자체가 인간의 오만과 인간중심주의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책에 소개되어 있는 인류세에 대한 여러 반론과 도전 역시 흥미로웠다.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지만,

특히 인상깊었던 장은 7장 '폴리티코스'다.

'폴리티코스'에선 인간 사회가 하나의 지구적 힘으로 작용하여 인간 자신과 비인간 자연 모두에게 해를 끼치는 상황에서 인간의 시대가 무엇이며 어떠한 함의를 갖는지 묻는다.


인류세에 대한 일종의 반론, 도전 중 한 주장만 소개해 보자면 ...

'누구의 인류세인가' (p.219) 파트에서는 우선 '지구를 변화시키는 인간의 방식이 단 한 가지가 아님'을 지적한다. 실제로 사는 지역이나 계층에 따라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생활방식을 지니기 때문에, 우리의 생태학적 지위는 '인간 종'이라는 조건보다는 사회적 조건에 의해 더 많이 규정된다는 것이다. 즉, 인간이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은 아주 다르다. 따라서 호모 사피엔스 종 전체가 환경과 급격한 기후변화를 일으키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지구 변화에 동등한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 주장은 나아가 '자본세'를 소개한다. 극명한 표현으로는 '불균등한 분배가 근대 화석연료 기술 자체의 존재조건(p.225)'라고도 하는데, 개인적으로 취지에 동의하는 주장이지만 결국 강대국이 끌고 가는 국제공동체에서 이 개념이 받아들여질지에 대해선... 회의적 의문이 들었다.


특히 책 말미에서 칼 세이건의 '창백한 푸른 점'의 예시를 들어 인류세를 설명하는 것이 흥미로웠다. '창백한 푸른 점'은 어떤 한 개인의 의도가 아니라, 세대와 지역을 넘어 서로 연결된 수많은 인간들의 노력에 의해 창발적이고 사회적이며 비의도적으로 빛이 나고 있다는 것.


칼 부처가 인류세를 '진화하는 패러다임'이라고 말한 것에 동의한다.

사회적, 환경적 변화를 포괄한 심도있는 연구를 위해서는 대안적, 포괄적인 인류세 정의를 개발해야 하고 그런 점에서 다양한 학계의 노력이 필수적일 것 같다. 결국 우리가 파악하는 방식대로 세계를 바꿔가는 이 시대에, 우리는 세계를 파악하는 방식 자체도 바꾸어야 하니까. (p.262)

*교유당 출판사 서포터즈로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개인의 주관적 리뷰입니다.






인류세가 말해주는 것은 집합체로서의 인간이 자연의 힘이라는 사실이다.

우리 앞에는 더 나은 인류세와 더 나쁜 인류세의 가능성이 모두 존재한다. 인류세의 이야기는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우리에게는 앞으로 수백만 년동안 비인간자연과 인간이 함께 번영하는 미래를 만들 시간이 아직 남아 있다. 지구의 역사가 영구적으로 기록되는 암석 안에 우리들 각각이 더 나은 미래를 쓸 기회가 아직 있는 것이다. - P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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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마이 송골매 - 교유서가 소설
이경란 지음 / 교유서가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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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마이 송골매>


강렬한 표지에 처음 이끌린 책이다. 작가가 12년 동안 고쳐 쓰고 다시 쓴 첫 습작품이란 데서 작가의 책에 대한 애정이 담뿍 묻어났다. 우연히 본 토크쇼 재방송의 게스트 배철수 씨의 한 마디에서 영감을 얻어 쓴 작품이라고 한다.


이야기는 홍희가 38년만에 송골매가 재결합 콘서트를 한다는 사실을 접하고 여고 시절 네 명의 친구들, 은수, 기민, 미호를 떠올리며 시작한다.

모두들 알고 있을까? 40년만에 송골매 콘서트에 갈 수 있게 된 역사적 사실을?

디어 마이 송골매 中 p.12



누군가의 엄마나 아내로 조금은 사회에서 묻혀져 살아가고 있던 4명의 중년 여성의 일상에 '송골매 재결합 콘서트'가 활기를 불어넣는다. 그 과정에서 이들이 자신들의 일상을 깨고 나오는 모습, 자신의 모습을 깨닫는 모습이 잔잔한 감동을 주는 책이다. 사실 이들이 원하고 좋아했던 건 송골매라는 밴드 그 자체도 있지만, 사실은 송골매를 좋아했던 그 시절 자신들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그 청춘은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찬란한 날들이니 말이다.


나는 송골매의 팬일 연령대는 아니지만,

그래도 누군가의 팬이었고, 팬인 사람이라면 모두 이 소설에 공감할 수 있을 듯하다.

특히 '배철수의 음악캠프'는 한국인이라면 다들 아는 프로그램이니만큼 연령대를 떠나 내용에 웃고 울 수 있고,

각 캐릭터들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것 역시 이 책의 장점.

그 시절 송골매-를 추억하는 사람이라면, 그런 추억이 없더라도 누군가를 강렬하게 좋아해 본 기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연예인의 존재로 활기를 얻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감하며 재밌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교유서가 출판사 서포터즈로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개인의 주관적 리뷰입니다.





모두들 알고 있을까? 40년만에 송골매 콘서트에 갈 수 있게 된 역사적 사실을?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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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 현실을 어떻게 조작하는가 - 마리아 레사의 진실을 위한 싸움
마리아 레사 지음, 김영선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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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레사, <권력은 현실을 어떻게 조작하는가>: 

마리아 레사의 진실을 위한 싸움


좋은 기회로 노벨평화상 수상자 <마리아 레사>의 책을 읽게 될 계기가 생겨, 

기쁜 마음으로 카페에서 정독!




책 초반부에는 짧게 마리아 레사의 생애가 나와 있다.

아무래도 필리핀계 미국인이라는 특이한 이력, 그리고 그가 언론에 몸담고, 필리핀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계속 일하게 된 계기와 그 흐름이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마리아 레사는 열 살에 미국으로 건너가 프린스턴을 졸업할 만큼 유능한 인재였는데 다른 진로보다는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고 필리핀으로 돌아와 프로듀서로 경력을 시작하게 된다.

같은 시기 CNN 기자로 아시아 지역을 취재하면서, 당시 격동의 시기를 보내던 동남아를 취재하고, ABS-CBN에서 일하며 필리핀에서 가장 큰 뉴스 그룹을 이끌기도 한다.


이후 마리아 레사는 필리핀에서 래플러RAPPLER를 설립하는데, 래플러의 특징 중 하나는 '시민 참여'를 적극적으로 이용했다는 것이다.

단지 무늬만 참여인 것이 아니라, 시민 참여MovePH, 시민 기자 제도, 워크숍, 생방송 등을 활용해서 적극적으로 지역 사회와 시민들과 연결되고자 했다는 점이 인상깊었다. 또, 필리핀에서 페이스북의 사용량이 유의미하게 높다는 점을 이용해서 기성 언론사들을 앞서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마크 저커버그와도 적극적 협력을 맺는다.

하지만, 마리아 레사는 페이스북과 마크 저커버그의 태도에서 석연찮은 점을 발견한다.

바로 빅테크 기업은 사실 필리핀 내부의 언론의 자유와 시민들의 권리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점, 식민주의가 온라인 공간으로 옮겨가서 필리핀이 사실상 서구 테크 환경의 실험대가 되었다는 것 , 그리고 빅데이터 회사가 단지 이 상황을 방관할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알고리즘'을 조작하고 독재에 가담한다는 것이었다.

페이스북을 포함한 빅테크 기업들이 정치인의 거짓말을 지속적으로 허용하고, 알고리즘이 사람들을 과격하게 하며, 극단주의 단체가 성장하는 것을 그저 방관하는 것을 본 마리아 레사는, 자신의 언론인으로서의 사명과 래플러의 역할을 상기한다. 이윤을 위한 기술적 결정이 감시 자본주의 모델에 먹이를 제공하지 않도록, 극단주의와 폭도가 지배하는 사회가 되지 않도록... 래플러는 #NoPlaceForHate 캠페인, 인터넷의 무기화에 대한 폭로 기사, 댓글 관리 기준 등을 도입해 이에 맞서기 시작했다.

래플러가 페이스북과 똑같은 결정에 직면했을 때, 그러니까 마약과의 전쟁을 정당화하고 세상을 '우리 대 그들'로 분열시키는 혐오를 조장하는 정보 작전에 위기의식을 느꼈을 때, 우리는 빠르게 행동했다. - 권력은 현실을 어떻게 조작하는가 中 P.219

이러한 적극적 행동은 래플러 직원들 그리고 마리아 레사에 대한 수 차례의 형사 고발과 체포, 재판으로 이어졌지만 그는 굴복하지 않았다. 더 중요한 것은 마리아 레사가 단순히 굴복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괴물을 잡기 위해 괴물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마리아 레사는 범죄자를 잡기 위해 똑같은 방법으로 맞서기보다 이것이 결국 '플랫폼 자체의 문제'이며, 플랫폼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플랫폼을 악용하는 정부 및 정치 행위자들에 맞서기 위해 기술, 데이터, 시민 참여를 모두 활용하는 전 사회적 접근법을 시도했다. 사업적 감각으로 위기를 벗어나는가 하면, 생방송을 통한 시민 참여로 래플러의 가치를 알리기도 하는 등 언론인으로서 표현의 자유와 언론인의 사명을 수호하기 위해 지금까지도 부단한 노력을 다해 오고 있는 마리아 레사.

​그런 그의 노력이 인정받아 2021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필리핀을 포함한 지구상 여러 나라들에서 독재와 언론 탄압, 빅테크 기업의 횡포가 남아 있는 지금도 그의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책 전반적으로 문체가 담담하면서도 당당하다는 느낌인데, 마리아 레사의 직설적이면서도 담담한 성격을 짐작케 한다. 그만큼 유능하면서도 자신을 믿고 나아가는 언론인이기에 독재에 대항하는 용감한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언론인으로서의 사명을 중시하면서도 자신의 사회 속의 역할을 늘 상기하는 그에게 점점 더 끌리게 되었다. 

언론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나는 언제나 '객관적'이라는 말 대신 '좋은' 이라는 말을 수식어로 쓴다. 좋은 언론인은 균형을 찾지 않는다. 예를 들어 어떤 지도자가 전쟁 범죄를 저지르거나 시민들에게 노골적인 거짓말을 하고 있는데도 균형을 찾는다면, 그것은 거짓 등가성의 오류로 귀결될 뿐이다. ... 좋은 언론이란 강력한 규범 및 윤리 지침의 통제 아래 뉴스룸에서 실행되는 직업적 훈련과 판단의 결과다. 이는 권력자로 인해 곤경에 처하더라도 용기를 가지고 증거를 보도한다는 뜻이다. - p.114-115

또 이 책이 좋았던 점이, 권력에 대항하는 용감한 언론인으로서의 마리아 레사의 모습 그리고 필리핀에서 어떻게 '권력이 현실을 조작했는지'의 사회 상황 둘 다를 균형있게 보여 준다는 것이었다. 한 사람의 에세이라고 해서 그에 대해서만 다루면 전반적인 사회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고, 또 사회에만 치중해서 정작 마리아 레사의 이야기를 전달하지 않는다면 그것도 문제인데이 책은 필리핀을 포괄한 전 세계에서 권력이 현실을 어떻게 위협하는지, 페이스북을 포함한 빅테크 기업이 언론을 조작하는 방식, 시민들의 자유와 권리가 침해되는 상황에서부터 마리아 레사의 모습과 가치관, 신념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어 정말 좋았다.

다양한 주제를 아우르면서도
 마리아 레사의 가치관을 따라가는 담담한 여정을 할 수 있었던 책!

그의 투쟁이 과거형이 아닌 현재진행형이라 더욱 두근거렸고

나 역시도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었다.






* 북하우스 서평단 도서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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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불안은 우리를 어떻게 성장시키는가 - 하버드 심리학자와 소아정신건강전문의가 밝혀낸 불화에 대한 혁명적 통찰
에드 트로닉.클로디아 M. 골드 지음, 정지인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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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화를 통해 깊어지는 연결

에드 트로닉, 클로디아 M. 골드,

<관계의 불안은 우리를 어떻게 성장시키는가>





'관계'를 다루다 보니 책의 많은 부분은 아기-부모(양육자)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그 외에 친구, 연인, 나 자신과의 관계 등등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아무래도 관계를 형성하는 가장 중요한 첫 기억이

양육자와의 유대, 연결이다 보니 그런 것 같다.

책에서 많이 등장하는 키워드가 바로 '무표정 실험'인데

무표정 실험은 부모와 아기의 전형적 상호작용을 촬영해서 분석한 실험이다.

연구진이 예상한 것은 건강한 양육자-아기 쌍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었지만

실상은 상호작용의 불일치를 보이는 시간이 거의 70%에 이르렀고,

필연적으로 삐걱거리는 상호작용을 겪는다는 것.

하지만 불일치에서 시간이 흐르면 점차 그 연결들을 '복구'하게 되고,

자연스러운 혼란의 과정을 거쳐 서로를 신뢰하는 법을 배워나간다는 것이다.

결국 무표정 실험과 연구의 교훈은

불일치에서 복구로 나아가는 이 과정이 불가피한 과정일 뿐 아니라

관계가 무너지지 않고 긍정적 방향으로 발전하기 위해 필수적인 과정이라는 것.

결국 '불일치', 그러나 '복구', 그리고 '의미 만들기'가 중요하다는 것.



사람들은 늘 삶 속에서 사회적 관계가 벽에 부딪히는 느낌을 느끼곤 한다.

친구, 가족, 연인 혹은 나 자신과도..

관계가 벽에 부딪히고 불화를 겪을 때 우리는 흔히 이 관계가 아닌가?

내가 찾던 바로 그 사람이 아닌가? 내가 잘못한 건가? 등등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되지만

사실 불화는 자연스러운 것이고, 중요한 것은 회복 탄력성.

불화를 자연스럽게 천천히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

참 자아를 발견하고, 새로운 의미를 타인과 공동으로 창조하며 다시 연결되는 것..

책에서 흥미로웠던 부분 중 하나는,

책은 미국이나 서구 위주의 심리학 실험 예시를 주로 들고 있지만

6장 <게임으로 소속감을 배우다>에 등장하는 구시 족의 사례.

구시의 인사 게임은 미국식 엄마-아기 상호작용처럼 눈을 맞추고 미소짓는 것보다는

좀더 차분하고 아기가 웃을 때도 함께 웃어주지 않는 편인데, 이처럼 다른 문화 방식에서도 시간이 흐르는 동안 자기 문화에 적절한 인사법을 터득하고 수많은 상호작용을 반복하면서 고유의 문화에 소속되는 법을 배운다는 것. 차이는 있지만 두 방식 모두 '불일치'와 '복구'의 반복적 선택을 거쳐 양육자와 아기 쌍이 함께 구성해 나가는 관계가 된다는 것.

심리학 교양서다 보니 책에 여러 사람들의 사례가 실려 있는데

특히 인생의 절망, 고통, 불안들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억지로 거부하거나 극복하려고 하지 않고 천천히 그 '불일치'를 인정하고, 내 것으로 받아들이고, 시간을 거쳐 회복해 나가는 과정들이 인상 깊었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 인생에서 트라우마 같은 기억들이 있는 사람들,

그 고민과 고통들을 어떻게 마주하거나 흘려보내야 할지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사람들은 절망의 의미들을 삶의 다른 관계들로 가져가기도 한다. 이때 두려움은 그들이 성장과 변화를 가능케 하는 관계들 속으로 마음을 열고 들어가는 것을 방해한다. 의미들이 왜곡되었을 때 문제 행동과 감정을 규정하고 제거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그 행동과 감정이 발달과 관계에서 비롯했음을 인정해야 비로소 우리는 새로운 치유 모델로 나아갈 수 있다. - 관계의 불안은 우리를 어떻게 성장시키는가 中 p.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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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외로운 선택 - 청년 자살, 무엇이 그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는가
김현수 외 지음 / 북하우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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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자살, 무엇이 그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는가: 우리는 안녕한가, <가장 외로운 선택>



 코로나 시대... 이제는 연도가 아닌 코로나 3년차 라고 써야 할 만큼

우리 일상을 잠식한 코로나바이러스다. '코로나 블루'라는 말도 있는 만큼 코로나는 우리의 정신건강에도 파고들어 우울을 느끼게 했는데, 비단 이런 우울을 느끼는 것은 나만의 문제는 아니었던 것 같다. 북미, 유럽, 아시아 청년 정신건강의 상태는 계속 악화되고 코로나 시기에 접어들어 더욱 악화되었다고 한다. 최근 몇 년간 한국의 청년 자살률 역시 심각하고, 특히 정체성 유예, 1인 가구의 외로움, 취업이나 진로 준비의 힘듬, 경쟁적 사회분위기 등과 맞물려 청년 죽음 중 둘의 하나는 자살이라고 하니, 그 심각성을 알 만하다.



자살은 사회적 타살이라고 하듯이, 개인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다.

원인이 무엇인지도 어렴풋이 알 것 같은데 자꾸 심각해져 가는 청년 자살 문제.

누군가 속시원히 이 사회 현상을 좀 분석하고 진단 내려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던 때쯤

북하우스에서 나온 <가장 외로운 선택> 책을 접하게 되었는데..

내가 청년 당사자이고 코로나 19와 경쟁적 분위기로 만성 우울감을 느끼고 있어서인지 공감하고 또 위로도 받으며 읽을 수 있었다.


또 내가 여성 청년으로서 평소에 관심을 갖고 있는, 여성 청년 자살에 관한 문제도 2장에서 아예 한 장을 할애해서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교수 이현정 님의 글로,

한겨레 젠더미디어 슬랩에서 '조용한 학살'이라고 표현하듯이, 코로나 19이후 20대 여성의 자살률이 증가한 현상을 심도 있게 분석하고 있다. 일찍부터 극심한 실패의 불안, 경쟁적 사회분위기 속에서 살아오면서 청년 실업, 취업 위기를 경험하고, 여성들은 거기에 덧붙여 젠더 폭력이나 여성혐오의 문제를 추가로 겪으면서 심리적 고통을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더 크게 겪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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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만성적 우울, 자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자살 충동을 강하게 느껴 본 적이 없다고 생각했던 나조차 책에 나오는 만성적 우울이나 자책에 관한 젊은 여성들의 경험에 공감하면서 어쩌면 내가 나의 우울을 등한시하고 달려나가고 있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와중에 코로나 19가 젊은 여성들이 갖고 있던 만성적 우울감을 강화시키는 트리거로 작동했다는 것.

책은 문제 진단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각자 저자들의 전공 분야에서 나름의 해결책까지 제시하는데, 특히 여성 청년을 위한 취업 및 대출 지원, 젠더폭력에 대한 처벌 강화 등이 근본적 해결책으로 다루어져서 공감하면서 읽었다. 아마 우울감을 느끼는 여성 청년들이라면 책을 읽고 마음이 좀더 나아지지 않을까 싶다.


책의 주요한 주제는 청년 자살이지만, 그 문제를 진단하기 위해 청년층의 생활 실태나, 현 사회에 대한 진단, 청년의 노동, 정책, 자살 실태 등 다양한 사회학적 주제가 등장하니, 최근 사회 이슈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읽어 보면 좋을 것 같다.




자꾸만 청년이 자살하는 곳에선 어떤 세대도 온전히 행복할 수 없습니다. 가족 구성원으로, 친구로, 동료 시민으로, 또 같은 인간으로 우리는 모두 연결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이 일은 다름아닌 바로 당신의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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