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은 현실을 어떻게 조작하는가 - 마리아 레사의 진실을 위한 싸움
마리아 레사 지음, 김영선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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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레사, <권력은 현실을 어떻게 조작하는가>: 

마리아 레사의 진실을 위한 싸움


좋은 기회로 노벨평화상 수상자 <마리아 레사>의 책을 읽게 될 계기가 생겨, 

기쁜 마음으로 카페에서 정독!




책 초반부에는 짧게 마리아 레사의 생애가 나와 있다.

아무래도 필리핀계 미국인이라는 특이한 이력, 그리고 그가 언론에 몸담고, 필리핀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계속 일하게 된 계기와 그 흐름이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마리아 레사는 열 살에 미국으로 건너가 프린스턴을 졸업할 만큼 유능한 인재였는데 다른 진로보다는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고 필리핀으로 돌아와 프로듀서로 경력을 시작하게 된다.

같은 시기 CNN 기자로 아시아 지역을 취재하면서, 당시 격동의 시기를 보내던 동남아를 취재하고, ABS-CBN에서 일하며 필리핀에서 가장 큰 뉴스 그룹을 이끌기도 한다.


이후 마리아 레사는 필리핀에서 래플러RAPPLER를 설립하는데, 래플러의 특징 중 하나는 '시민 참여'를 적극적으로 이용했다는 것이다.

단지 무늬만 참여인 것이 아니라, 시민 참여MovePH, 시민 기자 제도, 워크숍, 생방송 등을 활용해서 적극적으로 지역 사회와 시민들과 연결되고자 했다는 점이 인상깊었다. 또, 필리핀에서 페이스북의 사용량이 유의미하게 높다는 점을 이용해서 기성 언론사들을 앞서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마크 저커버그와도 적극적 협력을 맺는다.

하지만, 마리아 레사는 페이스북과 마크 저커버그의 태도에서 석연찮은 점을 발견한다.

바로 빅테크 기업은 사실 필리핀 내부의 언론의 자유와 시민들의 권리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점, 식민주의가 온라인 공간으로 옮겨가서 필리핀이 사실상 서구 테크 환경의 실험대가 되었다는 것 , 그리고 빅데이터 회사가 단지 이 상황을 방관할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알고리즘'을 조작하고 독재에 가담한다는 것이었다.

페이스북을 포함한 빅테크 기업들이 정치인의 거짓말을 지속적으로 허용하고, 알고리즘이 사람들을 과격하게 하며, 극단주의 단체가 성장하는 것을 그저 방관하는 것을 본 마리아 레사는, 자신의 언론인으로서의 사명과 래플러의 역할을 상기한다. 이윤을 위한 기술적 결정이 감시 자본주의 모델에 먹이를 제공하지 않도록, 극단주의와 폭도가 지배하는 사회가 되지 않도록... 래플러는 #NoPlaceForHate 캠페인, 인터넷의 무기화에 대한 폭로 기사, 댓글 관리 기준 등을 도입해 이에 맞서기 시작했다.

래플러가 페이스북과 똑같은 결정에 직면했을 때, 그러니까 마약과의 전쟁을 정당화하고 세상을 '우리 대 그들'로 분열시키는 혐오를 조장하는 정보 작전에 위기의식을 느꼈을 때, 우리는 빠르게 행동했다. - 권력은 현실을 어떻게 조작하는가 中 P.219

이러한 적극적 행동은 래플러 직원들 그리고 마리아 레사에 대한 수 차례의 형사 고발과 체포, 재판으로 이어졌지만 그는 굴복하지 않았다. 더 중요한 것은 마리아 레사가 단순히 굴복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괴물을 잡기 위해 괴물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마리아 레사는 범죄자를 잡기 위해 똑같은 방법으로 맞서기보다 이것이 결국 '플랫폼 자체의 문제'이며, 플랫폼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플랫폼을 악용하는 정부 및 정치 행위자들에 맞서기 위해 기술, 데이터, 시민 참여를 모두 활용하는 전 사회적 접근법을 시도했다. 사업적 감각으로 위기를 벗어나는가 하면, 생방송을 통한 시민 참여로 래플러의 가치를 알리기도 하는 등 언론인으로서 표현의 자유와 언론인의 사명을 수호하기 위해 지금까지도 부단한 노력을 다해 오고 있는 마리아 레사.

​그런 그의 노력이 인정받아 2021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필리핀을 포함한 지구상 여러 나라들에서 독재와 언론 탄압, 빅테크 기업의 횡포가 남아 있는 지금도 그의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책 전반적으로 문체가 담담하면서도 당당하다는 느낌인데, 마리아 레사의 직설적이면서도 담담한 성격을 짐작케 한다. 그만큼 유능하면서도 자신을 믿고 나아가는 언론인이기에 독재에 대항하는 용감한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언론인으로서의 사명을 중시하면서도 자신의 사회 속의 역할을 늘 상기하는 그에게 점점 더 끌리게 되었다. 

언론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나는 언제나 '객관적'이라는 말 대신 '좋은' 이라는 말을 수식어로 쓴다. 좋은 언론인은 균형을 찾지 않는다. 예를 들어 어떤 지도자가 전쟁 범죄를 저지르거나 시민들에게 노골적인 거짓말을 하고 있는데도 균형을 찾는다면, 그것은 거짓 등가성의 오류로 귀결될 뿐이다. ... 좋은 언론이란 강력한 규범 및 윤리 지침의 통제 아래 뉴스룸에서 실행되는 직업적 훈련과 판단의 결과다. 이는 권력자로 인해 곤경에 처하더라도 용기를 가지고 증거를 보도한다는 뜻이다. - p.114-115

또 이 책이 좋았던 점이, 권력에 대항하는 용감한 언론인으로서의 마리아 레사의 모습 그리고 필리핀에서 어떻게 '권력이 현실을 조작했는지'의 사회 상황 둘 다를 균형있게 보여 준다는 것이었다. 한 사람의 에세이라고 해서 그에 대해서만 다루면 전반적인 사회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고, 또 사회에만 치중해서 정작 마리아 레사의 이야기를 전달하지 않는다면 그것도 문제인데이 책은 필리핀을 포괄한 전 세계에서 권력이 현실을 어떻게 위협하는지, 페이스북을 포함한 빅테크 기업이 언론을 조작하는 방식, 시민들의 자유와 권리가 침해되는 상황에서부터 마리아 레사의 모습과 가치관, 신념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어 정말 좋았다.

다양한 주제를 아우르면서도
 마리아 레사의 가치관을 따라가는 담담한 여정을 할 수 있었던 책!

그의 투쟁이 과거형이 아닌 현재진행형이라 더욱 두근거렸고

나 역시도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었다.






* 북하우스 서평단 도서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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