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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로 보는 기후 이야기 - 기후가 빚어낸 예술의 세계
유성운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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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운, <예술로 보는 기후 이야기>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는데,

제목부터 흥미롭고 표지 디자인이 예뻐서 읽어 보고 싶던 책이었다.

단편적으로 기후가 예술에 미친 이야기라고 생각은 했지만,

읽어 보니 생각보다 더 인류사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

결론부터 말하자면

역사나 예술 전반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었다.

표지 디자인은 주로 서양 예술 중심으로 나와 있어서

유럽 예술사와 기후 변화에 대해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동서양 기후 변화와 역사, 시대별 예술을 폭넓게 다루고 있어 좋았다.

예를 들어 유럽 여행을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스테인드글라스 성당은

12-13세기 중세 고딕 성당의 특별한 양식이다.

단순히 아름다워서 이렇게 만들었겠지, 라고 생각하기에는

그 이후에 왜 스테인드글라스와 고딕 성당이 저물었는지를 설명하기 어렵다. 책에 따르면 스테인드글라스의 시작에는 일조량도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건물에 창을 크게 내면서 만드는 스테인드글라스는 기본적으로 따뜻한 기후의 산물이다.

고딕 양식이 시작된 프랑스 북부를 포함한 북유럽 일대는 화창한 햇빛이 부족해 창문을 당시 최대한 크게 내고, 햇빛을 이용한 효과를 극대화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러한 온난기는 14세기부터 내리막길을 걷게 되며, 결정적으로 1300년대 중반의 흑사병과 한랭기를 지나며 대성당을 지을 돈과 노동력도 점점 없어지게 된다.

그렇게 한랭기를 지나며 대체품으로 주목받은 것이 바로 '태피스트리'다.

비단과 금실을 엮어 짜내는 대형 직물로 단열재이면서, 스테인드글라스와 달리 계절에 맞춰 다른 그림으로 교환이 가능한 장점까지 있었다. 그래서 14-15세기는 태피스트리의 전성기가 되고,

따뜻한 기후의 은총을 잃은 유럽인들은 신보다 인간에 관심을 두고 '르네상스'라는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된다.

이처럼 우리가 일상이나 여행에서 접할 수 있었던 예술을

'기후'와 관련된 인류사, 역사와 연결해서 설명하니

인문학적인 배경지식도 쌓을 수 있고 지식이 유기적으로 탄탄해지는 느낌이어서 좋았다.

말 그대로 우리가 사랑하는 고전과 예술 속에 숨어 있는 인류의 역사를

'기후'라는 프리즘을 통해 들여다볼 수 있었던 책.

기자이자 기후에 깊은 관심을 가진 역사학도로서

기후와 예술의 관계를 재밌게 풀어냈고,

문체도 별로 어렵지 않고 글을 잘 써서 무엇보다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기후나 예술, 예술사, 인류 문명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흥미롭게 읽을 책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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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호랑이
네주 시노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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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호랑이>, 에주 시노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그저 흔한 에세이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가

하루만에 완독한 책. 말 그대로 저자의 고백에 빨려들어가듯 읽었다.

저자는 어릴 적 의붓아버지로부터 아동성폭행을 당한 피해자이다.

단순히 '피해자'라는 말로 저자를 한 마디로 요약할 수는 없겠지만,

저자는 자신의 어머니, 아버지, 의붓아버지를 포함한 가족사를 설명하며 담담하게 이야기를 시작한다.




저자는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 초에 걸쳐,

아홉 살일 때부터 청소년이 될 때까지 성적 학대를 당한다.

저자는 집을 벗어나 대도시에서 대학을 다니며 어머니에게 비밀을 털어놓고,

어머니와 함께 고소장을 제출하며 의붓아버지의 소행을 폭로한다.

그는 (의외로) 순순히 자기의 범행을 인정하면서 자기의 범행 이유를 '관계의 어려움'이라고 설명한다.

당시 사건을 다룬 기사나 조서들은 피해자가 스스로를 해방시키기 위해 털어놓았다고 했지만

사실 저자는 다른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말한다고 얘기한다.

저자의 위치를 단순히 '아동성폭력 피해자'라고 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저자는 한 소아성애 포르노 조직망의 이름이 'damaged for life'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어떤 강간범들은 피해자들의 고통이, 강간의 흔적이 '평생 간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끼기도 한다고 말한다.


"내가 조금 더 거리를 두고 이 책을 쓸 수 있다면 좋겠다.

내가 그냥 무언가를 본 어떤 사람, 동심원처럼 퍼져나가는 반향에 충격을 받은 어떤 사람, 한 여자아이가 당한 일에 복수하기 위해 책을 쓰겠다고 약속한 어떤 사람이면 좋겠다.

그렇게 분명한 이유를 내세우며 거리를 둘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하지만 그건 체스판 위에서 내가 설 자리가 아니다. " (슬픈 호랑이 p.132)


그래서 서평을 적으면서도

저자를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망설였다.

자신이 원해서, 선택한 일도 아닌 주제를 통해서 글로 알려지는 게 저자에게 어떤 의미일지 두려웠다.

하지만 저자는 '마치 황소의 두 뿔을 잡고 겨루듯' 정면으로 부딪혀 문제를 해결하고, 계속 나아갈 것이라고 말한다. 책의 마지막 대목에서도 저자가 자신은 아동 성폭행을 겪었지만 자신이 성인이 되고 나서는 누구를 강간하지도, 모욕하지도, 배신하지도 않았다고 말하며 최선을 다해 자신 주변의 아이들을 보호하고 아이들이 가는 길에 나타나는 방해물을 치운다고 말한다. 그런 저자의 담담한 용기가 인상깊었다.


저자는 문학을 통해 자신의 고통을 남에게 토해내듯이,

독극물을 처분하듯이 고통을 토해 버리는 것이

자신이 원하는 해방은 아니라고 한다.

고통을 가지고 예술 작품 만들기, 폭력을 미학적으로 형상화하기는

출구 없는 길이 되기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작가들은 자기들보다 더 큰 어떤 것에 도달할 때 해방된다.

작가 역시 문학을 통해 '다른 땅'에 다다르는 위안을 얻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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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 집을 갖추다 - 리빙 인문학, 나만의 작은 문명
김지수 지음 / 싱긋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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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가구, 집을 갖추다>: 리빙 인문학, 나만의 작은 문명



단순한 가구디자인, 인테리어 책이라면 안 읽었을 텐데

부제도 <리빙 인문학, 나만의 작은 문명>인 만큼, 집안 인테리어를

인문학이랑 결합해서 설명하는 책이라 더욱 흥미롭게 다가왔다


다양한 챕터가 흥미로웠지만, 하나를 꼽으라면

<개인을 위한 침대는 없었다>

가 재미있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나는 침대에서 비척비척 일어나 있다..

나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너무나 소중한 개인적인 공간 침대는

사실 전혀 사적인 공간이 아니었다고 한다

중세시대를 보면 오늘날처럼 침실, 서재 등 특정한 목적의 방이 있는 게 아니라

단지 샹브르chamber라는 하나의 명칭만 가졌고

루이 14세 시절에는 침대가 소파 같은 접견용 가구였다고 한다

마담 퐁파두르가 salon살롱을 사교계의 공간으로 만들면서

오히려 침실이 본래 쓸모인 수면의 공간, 사적 공간으로 변모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점차 서유럽의 경제적 풍요가 넘쳐나던

1880-1914년쯤 부르주아 가정에 1인 1침대가 현실화되며

현대의 주거 형태가 구축된 것이라고 한다.

우리가 프랑스 왕정에서는 '침실 생활을 다 보여줬다더라' 할 때 느끼는 수치심은

사실 침대, 침실 자체를 사생활로 여기는 우리의 사고관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흥미로웠다



----

책을 다 읽고 문득 내가 좋아하는 인테리어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고

리빙스타일, 라이프스타일 자체에 대해서도 톺아볼 수 있었다

여러모로 흥미롭고 재미있었던 책!

가구 인테리어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도 추천하지만

평소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가벼운 인문학/역사 토막상식 같은 글이었다 :)



*교유서가 서포터즈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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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를 보는 마음 - 우리 시대의 시인 8인에게 묻다
노지영 지음 / 교유서가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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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를 보는 마음>은

노지영 문학평론가가 현대 시인 8인과 만나

그들의 말을 담은 인터뷰 대담집이다.



- 타오르는 시인의 초상- 이라는 제목의 서문에서 작가는

천국과 지옥의 우화를 인용한다



긴 숟가락을 갖고 죽을 떠서 자신의 입에 넣기 바빠서 허덕이는 지옥 사람들을 자신과 시에 비유하며, 자신의 신체보다 너무 크고 긴 국자는 자신을 살찌우는 데 사용되지 못했음을 얘기한다.



하지만, 어떤 시인들은 의미에 굶주린 작가에게 다가와

어마어마하게 큰 국자를 집어들어 시를 삼킬 용기를 주기도 한다

여기에 실린 8인의 시인들과의 대화가 바로 그 '너무 큰 국자'와의 만남들이라고 한다



역시 문학평론가가 쓴 책 답게 서문 하나도 문학적 표현이 가득하고 문장과 내용이 아름다워 좋았다.



8인 시인과의 대담이 모두 좋았지만

기억에 남는 인터뷰는 유일한 여성 시인인 김해자 시인과의 대담이었다



본인의 말씀에 따르면 '거리에서 시를 낭송하다 시인이라는 명함까지 달게 된' 김해자 시인은 여러 번의 이사를 거쳐 현재 산기슭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고 한다.



'자기 소유의 텃밭을 민주공화국으로 만들려고 한다'는 재미있는 생각으로

'뜬금없이 머리 내민 놈들의 자리를 다 허락하는', 즉 점유를 인정하는 방식으로 이 집 저 집 예쁜 꽃들도 알아서 몇 뿌리는 자기 텃밭으로 이사 올 거라는 김해자 시인의 사고가 너무 자유롭고 재미있었다.



"너무 낭만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저는 이런 장면을 떠올리면서 젊은 날에 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시는 그런 역할을 한다고 믿으면서 현장에서 시를 낭송하곤 했습니다. 물론 세상은 예전과 달리 급속히 바뀌고 있죠. 미래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짙은 안개 속에서 길이란 것이 잘 보이지가 않는 시대입니다. 코로나 시대를 통과하면서 안개의 농도는 더 짙어지고 있고요. 압도적인 비대칭이 심화되고 있는 오늘날의 현실을 바라보는 것은 이제 두렵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갈수록 심화되는 이런 불평등 속에서도, 시라는 것은 이기고 지는 것을 넘어서서 뒤를 돌아다보는 시간을 열어줄 거라 믿습니다. 젊은 미래와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 세대에게 말을 거는 것, 칠흑같은 안개 속에서 깜박깜박 경고등을 켜는 것, 내가 앞사람을 따라가듯, 뒤에 오는 사람들에게 조용히 불을 비취 주는 것, 저는 그런 것이 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뒤를 보는 마음 중, p.183-4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뒤를 보는 마음'의 의미를

약간은 짐작해 볼 수 있었던 좋은 인터뷰.



시를 좋아하는 사람, 이 책에 실린 시인들을 좋아하는 사람, 혹은 시에 별 관심이 없더라도 문학 전반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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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위스키, 100년의 여행 - 오늘은 일본 위스키를 마십니다
김대영 지음 / 싱긋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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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일본 위스키를 마십니다

김대영, <일본 위스키 100년의 여행>



일본 하면 일본주, 사케, 아사히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사실 일본은 꽤나 위스키 강국이기도 한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일본에 갈 때마다 거의 반값인 위스키를 구매해 오는 것도 자주 볼 수 있을 것이다.


2023년 일본 위스키의 역사가 100년을 맞으면서

전직 기자이자 애주가인 저자가 일본 최북단부터, 최남단 오키나와까지 22곳의 증류소를 방문하며 직접 써낸 일본 위스키의 역사라고 한다.


단순히 위스키의 역사를 소개하는 게 아니라

증류소의 역사와 함께 술을 소개하는 책이라 읽으면서 함께 일본 여행을 하는 느낌이기도 했다.

삿포로 맥주 공장을 방문하듯이 일본여행 중 증류소에 들를 일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책을 읽어 보고 가면 더 재미있는 여행이 될 것 같다.


또, 일본 위스키의 역사를 잘 알고 증류소를 하나하나 소개하는 책이라

오히려 일본에 역번역되어서 팔려도 일본 애주가들이 많이 읽어볼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책은 양장본이고 부담스럽지는 않을 정도로 살짝 두껍다. 표지도 고급스러워서 애주가, 특히 위스키를 좋아하는 사람, 여행과 술을 모두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선물로도 좋은 책일지도?


*서평단 활동으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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