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를 들어 유럽 여행을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스테인드글라스 성당은
12-13세기 중세 고딕 성당의 특별한 양식이다.
단순히 아름다워서 이렇게 만들었겠지, 라고 생각하기에는
그 이후에 왜 스테인드글라스와 고딕 성당이 저물었는지를 설명하기 어렵다. 책에 따르면 스테인드글라스의 시작에는 일조량도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건물에 창을 크게 내면서 만드는 스테인드글라스는 기본적으로 따뜻한 기후의 산물이다.
고딕 양식이 시작된 프랑스 북부를 포함한 북유럽 일대는 화창한 햇빛이 부족해 창문을 당시 최대한 크게 내고, 햇빛을 이용한 효과를 극대화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러한 온난기는 14세기부터 내리막길을 걷게 되며, 결정적으로 1300년대 중반의 흑사병과 한랭기를 지나며 대성당을 지을 돈과 노동력도 점점 없어지게 된다.
그렇게 한랭기를 지나며 대체품으로 주목받은 것이 바로 '태피스트리'다.
비단과 금실을 엮어 짜내는 대형 직물로 단열재이면서, 스테인드글라스와 달리 계절에 맞춰 다른 그림으로 교환이 가능한 장점까지 있었다. 그래서 14-15세기는 태피스트리의 전성기가 되고,
따뜻한 기후의 은총을 잃은 유럽인들은 신보다 인간에 관심을 두고 '르네상스'라는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된다.
이처럼 우리가 일상이나 여행에서 접할 수 있었던 예술을
'기후'와 관련된 인류사, 역사와 연결해서 설명하니
인문학적인 배경지식도 쌓을 수 있고 지식이 유기적으로 탄탄해지는 느낌이어서 좋았다.
말 그대로 우리가 사랑하는 고전과 예술 속에 숨어 있는 인류의 역사를
'기후'라는 프리즘을 통해 들여다볼 수 있었던 책.
기자이자 기후에 깊은 관심을 가진 역사학도로서
기후와 예술의 관계를 재밌게 풀어냈고,
문체도 별로 어렵지 않고 글을 잘 써서 무엇보다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기후나 예술, 예술사, 인류 문명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흥미롭게 읽을 책으로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