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흥미를 끄는 논문을 읽었다. <한국 성인의 문해실태 및 OECD 국제비교 조사연구>라는 논문으로 2000년에 조사한 결과를 가지고 쓴 2001년 논문이라 최근 논문은 아니다.
http://oecd.kedi.re.kr/FileRoot/LuBoard/B_DATA/Files/B_DATA0000013481F.pdf
독서에 관한 개인적인 역사를 돌아보며 이 논문을 훑어 보았는데, 이 논문의 문제의식이나 조사결과가 지금도 유효하다는 생각을 했다.
국제 성인 문해 조사(IALS)의 정의에 따르면 문해란 "일상적인 활동, 가정, 일터, 그리고 지역사회에서 문서화된 정보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문자를 읽어내는 비문맹 내지 문자문해에서 더 나아간 개념으로 문해를 정의하고 있다. 나는 문해가 이해, 추론, 비판적 사고능력까지 담고 있는 개념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면에서 문해란 '시민'의 자질, 민주주의의 발전과 연결될 수 있다.
논문의 조사결과 중 특히 관심을 끈 부분은 다음과 같다.
1. 문해의 능력은 산문, 문서, 수량의 영역으로 나누어 평가할 수 있다.
2. 조사대상국 중 선진국의 경우 고학력의 성인 비율이 높음에도 문해력의 정도는 낮은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3. 그러나 북유럽 국가들의 경우 대체로 높은 수준의 문해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4. 우리나라의 경우 영역별 문해 수준은 다른 조사국들과 마찬가지로 낮은 수준이다. 고학력 성인 비율이 높은데 문해 수준이 낮다는 점은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지적될 수 있는 사항이다. 또한 세 영역 중에서도 문서문해 수준은 최저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학력이 높을수록 문해력이 높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학력에 따른 문해력 차이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편이다 .
로널드 드워킨의 <<민주주의는 가능한가>>라는 책이 문해력과 민주주의의 상관관계를 다루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로널드 드워킨이 논의의 공통 기반이 될 수 있는 원칙으로 제시하고 있는 '본질적 가치의 원칙'과 '개인적 책임의 원칙'이라는 인간 조건의 추상적인 가치를 확인하는 원칙을 검토하는 과정, 즉 토론과 논쟁에 참여하는 문제는 문해력의 문제와 연결해 고민해 볼 점이 있을 것이다. 특히 참여 여부를 결정하고 참여 이후의 태도를 결정하는 요인으로 '참여 의지'나 '타인에 대한 관대한 태도'이외의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