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무덤에 묻힌 사람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마거릿 밀러 지음, 박현주 옮김 / 엘릭시르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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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연성이 떨어진다,라는 이 소설에 대한 평은 적절하다.
긴 이야기를 끌어가는 것이 내내 여자 주인공 데이지의 꿈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데이지는 꿈 속에서 자신의 이름이 쓰인 묘비와 무덤을 보고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알아 내고자 한다. 소설 속에서 필딩 부인과 남편 짐, 남편의 친구이자 변호사인 애벗, 탐정 피나타도 꿈이 사건의 시작이 될 수 없다는 점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애벗과 피나타의 경우 데이지가 꿈 얘기를 꺼내자마자 꿈에 관해서라면 자신의 소관이 아니라고 말하며 바로 벽을 치고, 대화를 중단시킨다.

하지만 이 소설의 핵심은 개연성 없이 시작해서 개연성 없이 나아가는 것 자체에 있는 것 같다. “데이지 베이비”라고 불리는 데이지는 어머니와 남편과 등등의 주변 인물들이 쳐 놓은 보이지 않는 선에 막혀있다. 데이지가 볼 수 없도록 조심스레 쳐놓은 투명한 선들이다. 그러나 아무리 투명한 선이라고 해도 데이지의 발을 잡고, 데이지의 눈을 가린다. 감춰진 사실과 잘 짜여진 거짓 개연성 속에서 사는 데이지는 서른 살의 베이비이다.

감춰진 사실과 거짓 개연성 속에서 사는 데이지가 무의식중에 감정의 왜곡을 겪었으며, 이것이 꿈으로 드러난 것이었다고 보면 어떨까. 현실감각 없는 여자가 진실을 파헤쳐 나가는 시작점으로 보기에 개연성이 없지도 않다. 그리고 개연성 없는 얘기가 개연성 있는 얘기로 되어가는 과정이 꽤 재미있다. 투명한 선들이 드러나는 과정이 재미있다. 게다가 등장인물들이 얽히는 방식이 막장 드라마적인 데가 있어서 그점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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