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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어원사전 -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ㅣ 잘난 척 인문학
이재운 지음 / 노마드 / 201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만들면서 우리는 언제 생겨나고 언제 소멸되었는지 반드시 적습니다.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우리말이 언제 어디서 생겼는지, 어떻게 쓰였는지 우리 후손들에게 제대로 전하려는 욕심에서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P5)
평소 당연스럽게 사용하고 있는 말들이 지금이 아닌 과거 언제가의 시간, 누군가에 의해 생겨났고, 시간이 흐르며 그 의미가 달라져 지금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또다시 시간이 흐른 후에는 소멸할 수도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글을 읽으면서 새삼 떠올렸다.
우리말은 먼 옛날부터 외국과 다양하게 소통하면서 발전해왔다. 삼국시대에 들어온 한문과 불교 어휘, 고려시대 주변국에서 전파된 몽골어, 중동과 동유럽의 어휘들, 조선시대와 개화기를 통해 들어온 유럽과 일본의 어휘, 그리고 광복 후에는 영어 어휘와 교류하고 유입되면서 지금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우리말’이 되었다.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우리말의 유래를 보면 의외로 긴 역사를 가지고 있는 말이나, 의미가 많이 달라진 말, 다양한 역사를 가진 말들이 많이 보인다.
고조선시대를 시작으로 부족국가~통일신라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 개화기, 일제강점기, 광복 이후로 어원을 생성시기에 따라 시대별로 구분하여, 각 단어마다 [생성 시기], [유래]를 설명하고 있다. 종종 [잘못 쓴 예]도 삽입되어 있어 어느 부분을 잘못 사용한 것인지 유추해보는 재미가 있다.
‘간사하고 꾀가 많다’는 뜻을 가진 ‘교활’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단어이다. 서기전 고조선시대 중국 ‘산해경’에 등장하는 간사하고 간악한 동물 ‘교’와 ‘활’은 호랑이를 만나면 조그만 공처럼 변신해서 호랑이 입에 들어가 내장을 파먹고, 호랑이가 죽으면 미소를 지으며 그 속에서 걸어 나와, 그 모습에서 ‘교활한 미소’라는 말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시대에 따라 의미가 변화되는 단어들도 많다. ‘군’과 ‘양’은 고조선시대부터 왕실 존칭어로 사용되었다가 일제강점기 이후 일반적으로 사용되었고, 현재는 많이 사용하고 있지 않으며, 조선시대 한양에서 범죄를 저질러 얼굴에 먹으로 죄명이 새겨진 범죄자를 부르던 호칭인 ‘깍쟁이(깍정이)’는 현재는 이기적이고 얄밉게 행동하는 사람들을 가르키는 말로 그 의미가 축소되었다.
생각보다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는 단어도 눈에 띈다. 삼시세끼 중 ‘점심’은 ‘점을 찍듯 간식 삼아 먹는 의미’를 가지고 있고, 의외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점심을 먹기 시작한건 근대 이후였다고 한다. 우리가 보통 김치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고추를 이용한 김치는 조선 중기 고추가 수입된 이후에도 한참의 시간이 지나 1700년대 중반이 되어서부터 먹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광복 이후 들어온 ‘볼링’, ‘미니스커트’, ‘세탁기’, ‘슈퍼마켓’ 같은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단어들의 유래에는 그 말의 기원부터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과정까지 재미있게 접할 수 있다.
일상 속에서 수없이 사용하고 있는 단어와 문장들. 하지만 그 뜻이나 어원에 대해 질문을 받게 되었을 때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경우가 의외로 많지 않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말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다는 생각, 그리고 더 많이 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이 책을 접하면서 다시금 하게 되었다.
1995년 초판이 출판 된 후, 10년 동안 새로운 어원들을 추가해가며 4번째 증보판이 출간된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우리말 어원사전’을 앞으로도 새롭게 생성되는 우리말들이 추가된 증보판으로 오랫동안 계속해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