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들이 노래한다 - 숀 탠과 함께 보는 낯설고 잔혹한 <그림 동화> 에프 그래픽 컬렉션
숀 탠 지음, 황윤영 옮김 / F(에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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숀 탠과 함께 보는 낯설고 잔혹한 <그림동화>

어릴 적 읽었던 동화 속 이야기들은 항상 ‘그들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아름답게 끝을 맺었다. 하지만 성인이 된 후에 알게 된 재미난 사실. 200여년 넘게 전세계에서 사랑 받고 있는 야코프 그림과 빌헬름 그림 두 형제가 독일의 민담과 동화를 수집하여 만든 그림동화의 원작인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이야기]의 초판의 이야기는 지금과 많이 달랐다고 한다. 

진짜 구두의 주인이 밝혀지고 신데렐라와 왕자는 행복하게 살지만 두 의붓언니들은 새들에게 눈이 쪼여 실명을 하고, 백설공주에 등장하는 사악한 왕비는 뜨겁게 달아오른 쇠 신발을 신고 평생 춤을 춰야했다.
이 책으로 처음 알게 된 동화 ‘고양이와 쥐의 교우’ 결말 역시 아름답지 않다. 한집에서 같이 살기로 한 고양이와 쥐. 고양이가 겨울을 나기 위해 함께 산 비계를 몰래 먹어버린 사실을 알고 쥐가 항의하자, 사과는 커녕 그것이 세상의 이치라며 고양이는 쥐를 덥썩 잡아먹는다. 우리가 흔히 동화에서 볼 수 있는 정의로움, 공정함이 아닌, 강자의 논리가 세상의 이치라고 당당히 말하는 고양이. 인간의 탐욕이나 복수에 대한 동화는 또 얼마나 많은지. 말 그대로 잔혹동화다.

섬뜩하고 재미보다는 주석과 어려운 글이 가득한 초판에서 독자층이 어린이로 바뀌고, 불쾌한 부분을 대폭 수정되고, 다양한 삽화를 첨부하면서 지금 우리가 읽고 있는 그림동화의 모습이 되었다고 한다.

동화책은 항상 삽화가 글과 함께 한다. 어린 시절 동화의 내용만큼이나 삽화를 보는 것도 동화책을 읽는 재미 중 하나였다. 성인이 된 후에도 동화책을 종종 읽곤 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바로 이 책의 저자인 ‘숀 탠’이다. 저자의 책 ‘도착’은 무척이나 매혹적인 작품이다. 지금도 가장 아끼는 책 중에 하나여서, 이번 책이 출간된다는 소식에 기대가 컸다.

그리고 역시 기대이상이었다. 75개의 동화를 표현한 조각들은 하나하나 독특하면서도 강렬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동화의 전체가 아닌 짧막한 한 페이지와 조각 1점으로 구성된 페이지는 이야기에 대한 다양한 상상을 하게 만든다. 특히 모르는 작품들은 조각을 보면서 이 이야기가 어떤 내용인지 생각해볼 수 있게 만드는 즐거움이 있다.
책 뒷 부분에 수록된 '<그림 동화> 더 읽어보기'에는 동화들의 줄거리가 요약되어 있다.  줄거리 요약을 읽고 다시 보는 조각들은 줄거리를 읽기 전, 조각과 동화의 어느 부분만 봤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을 받았다.

‘숀 탠 조각품의 근간을 이루는 느낌은 '낯섦'이다.’ (P12)

각각의 조각 사진에서 오랜 시간 눈을 땔 수가 없었다. 왜 잭 자이프스가 이 책의 서문에서 ‘낯섦’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는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오랜 시간 알고 있던 동화들이 조각들과 함께 이전과 조금은 다른 이미지로 다가온다. 저자의 시선에서 본 그림동화란 어떤 느낌인지 조각으로 말해주고 있는 듯 했다.  

잔혹하지만 매혹적이고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가진 조각들이 주는 즐거움에 다 읽은 후에도 페이지를 앞뒤로 자꾸 뒤적거리게 된다. 저자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책장에 오랫동안 꽂아두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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