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곁의 화가들 - 서로의 연관검색어로 남은 미술사의 라이벌 16
박미성 지음 / 책밥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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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란 글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사람을 끌어당기고, 매혹시킨다. 글과는 달리 우리가 그림을 느끼고 이해하기 위해서 다른 언어를 배우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우리가 작가에 대해 알고, 이해할 수 있다면 작품에 대해 좀 더 깊은 이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예전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 천장화를 실제로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작품만으로도 한동안 움직일 수 없을 정도의 압도적인 감동을 받았지만, 그 천장화를 미켈란젤로 단 한사람이 4여년 동안 구상과 작업을 혼자 해냈다는 사실을 알고 되자, 그 때와는 또 다른 감동을 받게 되었다. 작품의 작가와 배경을 알게 된다는 것은 그러한 것일 것이다.

 

이 책에서는 그림은 접해보지 못했더라도 이름만은 한번 씩은 다 들어봤을 정도로 미술사에 큰 자취를 남긴 화가들에 대해 관계별로 두 사람씩 엮어 각자의 이야기와, 그 들의 공통되는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작가들의 대표적 작품들을 비롯하여 다양한 작품들도 함께 수록되어 있어서 작품 보는 재미 역시 가득하다. 다양한 화가들을 다루다보니 한사람 한사람 깊이 있게 다루지는 않지만, 그 대신 서양미술사에 대해 본격적으로 알기 전 흐름과 화가들에 대해 쉽게 본다면 좋은 시작이 될 듯 하다.

 

다방면의 천재이자 모나리자로 유명한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피에타와 시스티나 천장화로 우리에게 기억되는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각각 스페인 왕실의 왕실화가였으나, 다른 시대 환경으로 다른 길을 걸게 되었던 스페인의 두 천재화가 ‘디에고 벨라스케스’와 ‘프란시스코 고야’, 깊은 우정 어린 관계의 두 인상주의 화가 ‘에두아르 마네’와 ‘클로드 모네’, 우리에게 너무나도 잘 알려진 비극적인 관계의 ‘폴 고갱’과 ‘빈센트 반 고흐’, 비극적으로 끝난 연인 ‘오귀스트 로댕’과 ‘카미유 클로델’ 등 여러 화가들의 이야기를 각자의 삶과 작품들, 두 사람의 관계, 그들의 관계가 작품에 미친 영향 등 짜임새 있게 잘 서술되어 있다.

 

챕터가 끝날 때 마다 각 시대를 상징하는 미술사조와 화가들의 연대표도 함께 삽입되어 있어 서양미술의 시대별 흐름 순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작가에 대해 심도 깊게 쓴 책들도 좋지만, 이렇게 작가들을 시대별로, 연관되는 작가들과 함께 소개하는 책도 미술을 이해하는데 좋은 기회가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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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어서 밤새 읽는 유전자 이야기 재밌어서 밤새 읽는 시리즈
다케우치 가오루.마루야마 아쓰시 지음, 김소영 옮김, 정성헌 감수 / 더숲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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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과학의 일부라고만 생각되었던 ‘유전자’라는 개념은 ‘DNA수사, 복제양 돌리, 노화, 생명 연장과 관련된 연구 분야들’ 등 우리 생활과 밀접한 분야로 어느 순간 우리에게 자연스럽고 친숙하게 다가와 있었다. 하지만 ‘유전자’라는 개념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막상 그것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추상적인 답변들이 대부분이다. ‘재밌어서 밤새 읽는 유전자 이야기’라는 책은 유전자의 기초적인 설명부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최신 연구에 대한 이야기까지 포함하고 있어서 평소 궁금한 점을 많이 해결해주었지만, 유전자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고 싶다는 생각도 들게 한다.

 

책을 읽으면서 확실히 깨달은 점은 평소 유전자나 DNA라는 용어를 자주 사용하면서도 어떤 개념인지 명확히 알고 있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 책은 첫 Part에서 주제에 대해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재미있는 사례,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의 원인을 유전자로 설명하고 있다. 두 번째 Part에서는 유전자에 대한 좀더 자세하고 싶은 설명과, 실생활에 접할 수 있는 유전자 검사, 치료, 바이러스 등에 대한 이야기, 마지막 Part에서는 유전자와 DNA가 밝혀지고, 현재까지 연구되어 지는 과정들과 과학자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쉬운 개념들로 시작해서, 뒷부분으로 갈수록 전문적인 용어들이 등장해서 후반에는 읽기가 조금 어려웠지만, 대중적인 요소들을 많이 포함하고 있어서, 유전자에 대한 입문서로 좋은 책인 듯 하다.

 

평소 과학 용어들은 어렵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 책은 흥미롭게도 ‘재미난 이름의 유전자들’로 첫 장을 시작한다. 유전자도 별과 마찬가지로 발견한 연구자가 자유롭게 이름을 지을 수 있다고 한다. 아무리 그래도 요다 유전자나, 피카추린 유전자 같은 만화나 영화의 캐릭터의 이름을 딴 유전자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해보지 못했다. 연구자들은 생각보다 유쾌한 사람들인 듯 하다.
그 이후 챕터에서도 희귀한 삼색얼룩고양이 수고양이가 태어나려면 클라인펠터 증후군이라는 유전적 질환이 있거나,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현해야만 가능하다는 점이나, DNA수사 시 행해지는 DNA감정은 100% 일치가 아니라 염기배열 패턴의 일부 중 거의 일치하는 부분을 찾는 것이라는 점, 암에 관한 유전자 이야기, 유전자 검사 방법, 유전자 치료 방법, 유전자 본체인 염색체 DNA의 염기배열을 모두 읽어내는 게놈 프로젝트 등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주제들로 유전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후천성 유전자 발현이라는 개념이 흥미로웠다. DNA과정에서 아무리 동일한 배열로 복제를 한다고 해도 태어나고 난 후의 후천성 유전자 발현으로 각각의 다른 개성,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유전자가 동일한 반려동물을 복제한다고 해도 현재 과학으로는 원래 모습으로의 재현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동일한 유전자로 태어난다고 해도 생활환경이 틀려지면 뇌의 발달이 틀려지고, 후척적으로 조절되는 매커니즘에 의해서 각자 다른 개체가 되는 것이다. 쌍둥이 역시 홍채 주름, 모세혈관의 혈액 흐름 등은 동일하지 않다고 한다. 완전히 동일한 두 개체는 존재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인간에게는 31억 염기대가 존재한다고 한다. 그 안에 5만개 넘는 유전자의 모든 것을 읽어내고, 데이터베이스화 하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2015년 완료되고 현재는 이를 해석하기 위한 ‘인코드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앞으로 우리는 자신에 대해서 더 자세하고 정확하게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현시점에서는 이용되는 유전자 검사는 병에 대한 발병 확률을 알 수 있을 뿐이지만, 앞으로 DNA분석기가 더욱 발달하여 모든 염기배열을 읽을 수 있고 데이터화 할 수 있다면 병에 대한 더 정확한 진단이나 수명 연장도 가능한 날이 올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모든 유전정보가 관리된다면 다양한 사회적 문제도 발생할 것 역시 틀림없다. 이 미지의 유전자의 세계가 앞으로 우리에게 어떤 세계를 보여줄지 두렵기도 하지만 무척 기대되는 것 역시 사실일 것이다.

‘변화하지 않는 것은 생명의 기본이지만, 반대로 계속 변화하는 것도 생명의 기본이다.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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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미중전쟁 1~2 세트 - 전2권
김진명 지음 / 쌤앤파커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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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THAAD’를 통해서 알게 된 김진명 작가님의‘미중전쟁’이 출간되었다. 전작 'THAAD'에서 한국의 사드 배치와 미국, 중국사이의 한국의 현 위치, 다양한 이해관계에 대한 문제들을 보면서 현재 우리나라의 세계적 위치와 타국들과의 관계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냉전시대 사회주의와 민주주의라는 커다란 이념의 대리전쟁으로 나라가 분단되었고, 현재 남한은 핵을 보유하고 있는 북한과 휴전중인 나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휴전 기간이 오래 되어서 일까 나에게 있어서 전쟁이나 핵은 먼 나라의 이야기인 것처럼 체감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가깝지만 실감나지 않는 북한, 핵, 전쟁이라는 문제들이 언제든지 나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던 것이다.

‘신기(神氣)의 작가’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현 정세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사회를 읽는 정확한 시선으로 책을 읽고 있는 나에게도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나라가 어떠한 상황에 놓여 있는지 명확하게 이해시켜주는 것 같았다. 지리적 위치 때문에 또 다시 열강들의 싸움에 휘둘릴 수 밖에 없는 우리나라의 현실 속에서 우리가 가야 할 길에 대해서 생각해 보도록 만든다. 이런한 점이 ‘팩션’의 힘일지도 모르겠다.

 

 

세계통화기금 조사원 인철은 비엔나에서 출처를 알 수 없는 거대자금과 관련된 죽음과 마주치고, 그 자금의 출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트럼프 선거 캠프 부정 회계 사건, 러시아 철도와 푸틴의 비리, 중국의 현 상황과 앞으로의 계획 등 강대국들의 비밀들이 서서히 들어난다. 시작은 우리나라와 크게 관련이 없을 듯한 세계 어느나라인가의 비밀 자금에서 시작한 소설은 거미줄이 얼기설기 엮이는 것처럼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우리 나라와 관계가 깊은 나라들이 서서히 등장하고 그 서로의 이권들 사이에 휘말린 남한과 북한의 모습이 들어나기 시작한다. 책을 읽는 내내 과거에 전쟁이란 영토나 이념을 위해서였다면, 현대 전쟁은 오로지 자본만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책은 무겁고 무서운 주제들 속에서도 ‘사람’을 보여준다. 인철과 비엔나에서 운명처럼 만나게 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물질 감독관으로 일하던 최이지와의 관계나 인간적인 모습과 희생정신을 보여 준 FBI요원 아이린, 각 국 수뇌들의 생각 등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도 잘 담겨 있다.

 

 

작가는 우리가 혼도 자아도 없이 주변 4강의 눈치만 보며 그들을 만족시키는 방법만 찾으려고 한다면 통일도, 그리고 우리나라의 미래도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타국을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이 아니라, 우리나라를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할 때라고. 사드배치문제로 촉발된 미국과 중국 사이의 다툼 속에서 갈팡질팡 하는 현재 우리 모습이 떠올랐다. 작품 안에서처럼 현실의 우리도 강대국의 사정보다는 우리나라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을 찾을 수 있을까? 책 자체도 무척 재미있어서 가독성이 좋은 책이지만, 마지막 페이지을 덮고 나서 더 오래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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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가지 상처 - 진정한 자신과 행복을 찾아주는 프랑스식 상처 치유법
리즈 부르보 지음, 박선영 옮김 / 앵글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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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우리가 고통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새로운 인격인 가면을 만든다고 말한다. ‘person(사람)’의 어원은 ‘persona’ 라틴어로 가면에서 유래되었다. ‘persona’는 심리학 용어로서 가면을 쓴 인격, 사회적 가면, 외면적으로 보여지기 원하는 자신의 모습을 뜻한다. 칼 구스타프 융은 자아의 어두운 면이라고 말했다. 누구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어두운 면을 숨기기 위해서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것 같다.

 

이 책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받는 상처를 크게 5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거부의 상처, 버림받음의 상처, 모욕의 상처, 배신의 상처, 부당함의 상처이다각 상처별로 어떠한 상황, 어떠한 대상에게 그런 상처를 받는지, 그 상처를 받은 사람들이 나타내는 신체적 특징들은 어떠한지, 어떤 사례들이 있는지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흥미로웠던 것은 신체적 특징, 언어로 그 사람이 어떠한 상처를 안고 살아가며 어떠한 가면을 쓰고 있는지 알 수 있다고 하는 점이었다. 실제 책에서 다양한 사례를 들어 각각의 상처가 있는 사람들의 특징을 설명한다. 책 마지막에 다섯 가지 가면의 특징과 어떤 상처를 가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가 있다.
각각의 상처를 안고 있는 사람들이 가지는 신체적 특징, 식습관, 유발될 수 있는 질병들까지 설명하고 있다. 마음은 신체로 나타나고 신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상처에 대한 신체적 반응이 모두 같을 수는 없고, 분류한대로 나타난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앞으로 나 자신을, 그리고 타인을 마주할 때 이 책의 어느 부분들이 떠오르게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거부하는 상처에 대한 이야기 중 거부의 상처가 클수록 더욱 자신을 거부하고 타인을 거부하는 일이 많아진다는 구문이 공감되었다. 다른 어떠한 상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상처를 외면하면 상처는 치유되기는커녕 더 쌓이기만 할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상처를 치유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일단 자신이 어떤 상처를 받았는지 정확히 알고, 그 상처받은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어떤 상처를 가지고 있고, 그 상처를 숨기기 위해 어떤 가면을 쓰고 있었는지 깊게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마음에 입은 상처는 다친 손가락과 같다. 당신은 제대로 치료도 하지 않고 반창고만 붙인 채 아무렇지 않은 척 한다. 상처를 들여다보기 싫어서다.
가면은 반창고다. 당신은 가면을 쓰면 상처를 받지 않은 듯 살아갈 수 있다고 믿지만, 그러긴 힘들 것이다. 여전히 상처는 아프고, 당신 안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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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를 읽는 질문 8
오카모토 유이치로 지음, 지비원 옮김 / 글담출판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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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는 [‘나’와 ‘현실’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생각 기술]이다. 이 책은 [자유와 평등, 감시 사회, 로봇, 뇌 과학, 정체성, 의사소통, 복제, 환경] 총 8가지의 현대 사회의 주요 쟁점들에 대해 현대 사상을 바탕으로 작가의 생각을 담고 있다. 서문에서 작가는 이 책을 초등학생을 위한 현대 사상으로 기획하였다고 말했는데, 학생들을 대상으로 쓴 책이어서인지 어려운 현대 사상가들의 주요 쟁점들을 누구나 생활을 하면서 쉽게 접하고 있는 사회의 여러부분들에 잘 접목해서 어렵지 않게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쉽게 읽히는 점에 비해서 한 챕터 한 챕터 읽을 때 마다 작가가 던지는 질문들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해 볼 부분들이 무척 많은 책이다.

첫 번째 챕터에서는 자유와 평등을 다루고 있다.

보통 자유와 평등이라고 하면 현대 민주주의 사회의 가장 보편적인 가치이고 너무나도 당연하게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작가는 이 책에서 ‘모두가 꼭 자유롭고 평등해야 할까?’ 라는 질문으로 책을 시작한다. 평소에는 잘 생각해보지 않았던 부분인데 작가의 설명을 듣고 보면 확실히 자유와 평등은 같은 의미보다는 오히려 상충되는 점이 많은 개념이다. 자유를 중시하면서 평등할 수 있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다. 발상의 전환이 신선했다.

두 번째 챕터 감시 사회에서도 감시가 과연 나쁜 것인가라는 화두와 함께 현대에는 감시의 형태가 변화되면서 일상의 편리함과 안전을 위해 현대인 스스로가 자발적으로 감시를 받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생각해 보면 CCTV와 스마트폰의 위치추적, 빅데이터의 광범위한 데이터 수집 등 디지털화된 감시들이 조지 오웰의 ‘1984’의 빅브라더가 감시하는 사회와 많이 닮아있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디지털화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안전과 편리함을 추구한 나머지 감시에 둔감해져버린 것이 아닐까.

뇌 과학 챕터에서 마음과 뇌의 관계에 대한 작가의 의견도 이색적이였다. 흔히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를 물어보면 대답하기 어렵지만 뇌 활동과 마음에서 나오는 자유의지는 별개의 존재라고 생각해왔는데, 이런 생각과 상반되는 실험과 결과를 소개한다. 책에서 서술된 자유의지에 관한 뇌 과학자 벤저민 리벳의 실험 결과는 ‘자발적인 행위 역시 뇌의 변화가 먼저 일어난다’는 충격적인 결과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런 실험 결과를 본 후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과 자유의지를 결정하는 것이 정말 뇌일까? 하는 의문을 지울 수 없었다. 뇌에서 마음이 비롯되다면 마음조차도 타인이 조작이 가능한 세상이 올 수도 있다는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그 외에도 ‘로봇’에서 다루는 유전자개조, 사이보그화에 대한 장·단점이나, 성별이나 다중 인격들을 다루고 있는 ‘정체성’, 타인과의 의사소통이 가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해보는 ‘의사소통’, 요즘 사람들의 개성와 창작, 복사해서 붙여넣기 등 방대한 복제의 범위를 다루는 ‘복제’도 모두 흥미로운 주제들이였다.

이 책의 재미있는 점은 사회 문제들에 대해서 상식을 깨는 질문들을 독자들에게 던지고 그 질문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는 점 인듯 하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서 역설적인 질문을 받음으로써 반대로 생각해 보고, 다시 한번 깊게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점이 무척 매력적이다.

이제 책을 덮고 작가가 던진 마지막 질문에 대해 생각해본다. ‘지금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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