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테 콜비츠 거장의 시선 2
카테리네 크라머 지음, 이순예 옮김 / 이온서가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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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인상적이었던 전시 이후 케테 콜비츠에 관심이 많았던터라 이번 책 출간을 무척 기대하고 있었는데 직접 책을 받아보니 고급스러운 장정과 많은 도판, 밀도 높은 글까지. 알라딘 북펀드는 매번 기대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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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여행, 드로잉 - 핀든아트의 여행 드로잉 에세이
핀든아트(전보람) 지음 / 블랙잉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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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나에게 언제나 설레임을 안겨주는 단어다. 어딘가로 떠날 계획은 힘든 일상 속에 내일을 기다리게 해주는 힘이 되어 준다. 내일의 자유를 위해 오늘도 힘내자! 일까나. 거기에 좋아하는 목적지인 유럽, 그리고 꼭 배우고 싶은 버킷리스트 명단에 빠지지 않고 적혀있는 드로잉까지. <유럽, 여행, 드로잉> 무척 애정하는 단어들의 집합에 책의 첫 페이지를 펼치기도 전에 이미 호감도가 최고치였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시작으로 프랑스 파리, 독일 퓌센과 뮌헨, 드레스덴, 작센스위스, 체코 프라하와 체스키크룸로프를 지나 헝가리 부다페스트까지 한 달간의 저자의 유럽 여행은 가로로, 세로로, 글과 사진, 그리고 드로잉으로 생생하게 다가온다. 책 띠지에 인쇄되어 있기도 한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앞 풍경 드로잉을 보고 있자면 마치 그 장소에 있는 사람들이 눈앞에 생생하게 보이는 것 같다. 아름다운 풍경은 물론 만나고, 때로는 스쳐지나갔던 사람들이 담긴 그림들은 나의 여행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해주기도 했다. 여행과 관련된 책들이 대부분 그렇지만 이 책은 유독 더 유럽 여행 욕심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펜 하나로 쓱쓱 그려나간 정겨운 드로잉 때문일까.



여행을 떠날 때면 아쉬운 점 중 하나가 바로 나의 처참한 미술 실력이었다. 추억을 남기기 위해, 기억 환기의 용도로 스마트폰을 손에 떼어놓지 않고 열심히 사진을 찍지만 한번쯤은 내 손으로 추억을 그려 남기고 싶다는 마음이 자주 든다. 물론 그 순간의 행복과 추억을 남기기 위해 사진 한장한장 열심히 찍지만 편리함과 얼마든지 저장이 가능한 대용량 때문인지 늘어나는 사진의 장수만큼 오히려 여행에서 돌아오고 나면 저장만 한 채 소홀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마음에 드는 장소를 발견하면 그림을 그리고 드로잉으로 낯선 사람들과 소통하고 가까워지는 저자의 여행길이 너무 부러웠다.



저자의 활동명 핀든아트(Finden Art)의 Finden은 독일어 ‘발견하다, 찾아내다, 알아내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입시미술 강사 일을 그만두고 처음으로 방문한 유럽에서 새로운 풍경, 낯선 사람들 속에서 펜과 A5 스케치북을 가방에 넣고 다니며 드로잉을 하고, 걷고, 쉬고, 먹고, 사람들을 만나며 자신의 그림과 시선을 새롭게 찾아가는 시작점이 되었다고 말한다. ‘Finden’ 마음에 쏙 드는 단어다. 나의 다음 여행길 역시 매일 똑같은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설렘과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럽에 가고 싶다! 이번에야말로 드로잉을 배우고 싶다! 책을 다 읽고 나니 하고 싶은 일이 참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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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의 증언 - 미제 사건부터 의문사까지, 참사부터 사형까지 세계적 법의인류학자가 밝혀낸 뼈가 말하는 죽음들
수 블랙 지음, 조진경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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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대한 기억은 뇌에만 쌓이는 것이 아니다.

내 몸속 뼈 하나하나에 고유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P8)



유기된 신체의 일부, 교수형, 뼈가 말해주는 죽음들, 책을 읽기 전에는 CSI 같은 법의학, 과학수사를 떠올렸다. 잔혹한 사건, 뼈를 조사해서 범인을 검거하는 과정, 이런 드라마틱한 내용들을 기대했던 것 같다. 하지만 ‘뼈의 증언’은 내가 예상했던 것과는 조금 달랐다. 오히려 더 좋았다고 할까. 세계적인 법의인류학자이자 해부학자, 현재 옥스퍼드 세인트존스칼리지 총장인 수 블랙은 전문적 지식과 차분하고 다정한 시선을 통해 머리, 몸통, 사지, 뇌, 얼굴, 척추, 가슴, 목, 팔이음뼈, 다리이음뼈, 긴뼈, 손, 발, 신체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평소 익숙한 부분부터 잘 인식하지 못했던 부위까지 200개가 넘는 뼈가 말해주는 삶과 죽음을 이야기한다.



머리 없는 시체, 토막나 여기저기에 유기된 신체의 일부, 여행가방에 담겨서 버려진 시체,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뼈조차 태워버린 범인, 현실은 픽션보다 잔혹하다는 말이 떠오르는 사건들이 여럿 등장하지만 저자의 담담한 어조 때문인지 사건의 공포보다 피해자에 대한 연민과 각 부분의 뼈를 통해 성별, 나이, 생전 생활했던 곳, 사망방식, 약물남용 여부, 고문 흔적 같은 대상자의 삶의 흔적을 알아내는 과학적 방식들에 대해 더 눈길이 간다.

의학과 과학이 빠르게 발전하고 DNA를 통해 머리카락 한 올, 뼈의 작은 조각만으로도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낼 수 있을 것만 같았던 것과 달리 법의인류학자의 일은 지난한 시간과 많은 체력과 노력이 필요한 작업이었다. 두개골과 사진의 중첩 검사를 위해 이탈리아 베로나에서 스코틀랜드까지 피해자의 머리를 운송하는 저자의 여정을 보면서 ‘아니 이렇게 운반을 했다고?’ 하고 재미있으면서도 ‘힘내세요!’ 하고 응원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다. 물론 하루가 다르게 기술은 발전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역시 DNA는 만능이 아닌지라 피해자가 누구였는가 알아내기 위한 법의인류학자의 업무는 해부학실이나 연구실 뿐 아니라 현장에서 땅을 파고 뼈를 맞춰보고, 뼈의 조각들을 찾아나서며 이루어지고 있다.



사건뿐 아니라 뼈의 역할과 특징 역시 흥미롭기는 마찬가지다. 사람이 태어났을 때 갈비뼈는 거의 수평이라고 한다. 나도 모르게 몸을 바라보면서 이 갈비뼈가 평평했다고? 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2~3살이 될 때서야 기울어지기 시작해서 점점 성인의 것처럼 변화한다고 한다. 뼈는 성장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 형태가 변형되기도 하는 것이었다. 덧붙여 사람의 갈비뼈는 돼지의 갈비뼈와 형태가 거의 유사하다고 한다. 갑자기 다음에 돼지갈비를 먹게 되면 그 갈비뼈를 바라보면서 내 몸속 갈비뼈가 이렇게 생겼다는 걸까하고 유심히 들여다보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수형을 당하면 대체로 2번 목뼈가 골절된다는 글에 2번 목뼈가 대체 어디지..하며 목을 만져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면서 내 몸 속의 뼈가 이렇게나 궁금해지게 만들다니 이 저자 대단하다라고 생각해버렸다.



할아버지에게 성적 학대를 받아 자살한 소년의 사례를 통해 성장이 잠시 중단된 후 재개 될 정도의 두려움이나 스트레스는 뼈에도 해리스선이라는 흔적을 남긴다고 사실을 알게 되었다. 뼈에는 그 사람의 경험, 습관, 활동의 흔적이 남는다는 저자의 말이 깊이 와닿았다. 법의인류학자는 인간 또는 인간의 유골을 연구하고 뼈의 사연을 읽어내어 그 사람이 누구였는가를 찾아내고자 하는 이들이다. 어떻게 죽었는지, 억울한 죽음을 당했는지, 심지어는 죽었다는 사실조차 알리지 못한 사람들의 소리없는 이야기를 오랜 시간 뼈를 통해 듣고 해석하고 진실을 찾아온 저자의 삶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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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3-10-22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

nero 2023-10-23 13:2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묘약록 - 고문헌 속 기이한 묘약 레시피북
고성배 지음 / 닷텍스트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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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 괴수괴인, 악마에서 세시풍속, 찻잎점술까지 매번 어쩌면 이렇게 흥미로운 주제의 책을 제작하는지 감탄하게 만드는 닷텍스트(.TXT / 구 the kooh)의 고성배 작가. 이번에는 고문헌 속에 등장하는 기이한 묘약에 대한 이야기다.


묘약록에는 동의보감, 본초강목, 향약집성방, 금괘요략, 의방합편 등 한국과 중국의 고서들에 수록된 묘약에 대한 설명, 출처, 특성, 묘약을 만들 수 있는 재료와 사용 용량, 제조방법, 복용법까지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질투하지 않게 만드는 거투환, 귀신을 볼 수 있게 만드는 견기환, 매를 맞아도 통증을 느끼지 않게 해주는 기장산, 소지만 해도 화살이 피해 가고 온갖 독을 중화시킬 수 있는 무성자형화환, 귀신을 죽이는 상귀오사환까지 그 효능도 각가지다. 어떤 묘약은 복용하지 않고 소지하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는 것도 있다.


유독 기억에 남는 약 중 하나는 의휘에 수록된 사람 뼈를 먹고 생긴 저주를 치료하는 자단향탕이다. 이러한 묘약이 있다는 점도 신기하지만 무엇보다 저주를 위해 타인의 음식에 인골을 갈아 넣다니 독을 넣는 것보다 어떤 면에서 더 오싹하다. 사람의 원념이란 참으로 무시무시하다.


묘약의 종류를 보고 있자면 주로 벽사, 역병 퇴치, 해독, 정신병, 유체이탈 치료 같은 특이한 병 등에 대한 약들이 많다. 귀신에 관한 묘약이 자주 등장하는데 단순히 귀신을 죽이는 것만이 아니라 꿈에서 귀신을 접했을 때, 합방했을 때, 홀렸을 때 처럼 그 경우가 다양하다. 과거 귀신이란 미신이 아니라 삶과 무척 가까운 존재였다는 것을 다시한번 알 수 있었다. 귀신을 쫓는 방법으로 부적, 굿 같은 퇴치 방법만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 약을 통해 치료했다는 점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현대에도 인기 있을 것 같은 묘약도 눈에 띈다. 베개나 이불 밑에 넣어 두면 잠든 사이에 자신도 모르게 진실을 말하게 하는 자언진정산, 동안으로 만들어 주는 비약 신선고본주, 100일 동안 배가 고프지 않는 천금초 같은 묘약들은 제조해서 시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마구 불러일으킨다. 동안에 다이어트에 진실까지 들을 수 있다니 참으로 매력적인 약들이 아닌가. 물론 귀신을 볼 수 있는 묘약도 궁금하긴 마찬가지다.


나도 재료들을 모아 가만히 앉아 동그란 환약을 빚어 보고 싶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묘약의 제조법이다. 서문에도 제조법을 절대 따라서 만들면 안된다는 주의사항이 있지만, 그것은 둘째치고 가장 큰 문제는 재료 구하기다. 오미자, 감초, 황기, 구기자, 인삼처럼 지금도 구할 수 있는 재료도 있지만 대장간 바닥의 흙, 백마의 피, 화석, 인도코뿔소의 뿔 같은 재료들을 대체 어디서 구해야 하는 것인지. 게다가 쇠망치의 자루, 광물, 사람의 두개골, 동물의 변 같은 절대 섭취하고 싶지 않은 것들은 물론 수은이 포함되어 있는 주사, 단사 같은 묘약이 아니라 독약에 사용되어야 할 것 같은 위험한 재료들도 포함되어 있다. 재료를 보고 있자면 제조법을 따라하고 싶어도 도저히 따라할 수 없다는 슬픈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과연 묘약은 쉽게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닌가보다.


이런 귀신이라면 한번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도 드는 귀여운 일러스트, 재미있는 효능들. 이런 약이라면 존재했으면 좋겠다, 이 약도 저 약도 한번쯤 복용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묘약들이 가득한 <묘약록>은 매력 가득한 책이다. 과거 의서에 이런 다양한 묘약이 기록되어 있었다니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궁금했지만 찾기 어려웠던 독특한 주제들을 소개하는 닷텍스트 출판사의 책의 출간은 언제나 반갑다. 다음에는 또 어떤 신묘한 세계로 푹 빠지게 만들어 줄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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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도시 이야기
다나카 요시키 지음, 손진성 옮김 / 시옷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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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다시 출간된 것만으로도 기쁜 소식인데 고급스러운 양장본에 외전과 일러스트까지 수록되어 있어 대만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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