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약록 - 고문헌 속 기이한 묘약 레시피북
고성배 지음 / 닷텍스트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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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 괴수괴인, 악마에서 세시풍속, 찻잎점술까지 매번 어쩌면 이렇게 흥미로운 주제의 책을 제작하는지 감탄하게 만드는 닷텍스트(.TXT / 구 the kooh)의 고성배 작가. 이번에는 고문헌 속에 등장하는 기이한 묘약에 대한 이야기다.


묘약록에는 동의보감, 본초강목, 향약집성방, 금괘요략, 의방합편 등 한국과 중국의 고서들에 수록된 묘약에 대한 설명, 출처, 특성, 묘약을 만들 수 있는 재료와 사용 용량, 제조방법, 복용법까지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질투하지 않게 만드는 거투환, 귀신을 볼 수 있게 만드는 견기환, 매를 맞아도 통증을 느끼지 않게 해주는 기장산, 소지만 해도 화살이 피해 가고 온갖 독을 중화시킬 수 있는 무성자형화환, 귀신을 죽이는 상귀오사환까지 그 효능도 각가지다. 어떤 묘약은 복용하지 않고 소지하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는 것도 있다.


유독 기억에 남는 약 중 하나는 의휘에 수록된 사람 뼈를 먹고 생긴 저주를 치료하는 자단향탕이다. 이러한 묘약이 있다는 점도 신기하지만 무엇보다 저주를 위해 타인의 음식에 인골을 갈아 넣다니 독을 넣는 것보다 어떤 면에서 더 오싹하다. 사람의 원념이란 참으로 무시무시하다.


묘약의 종류를 보고 있자면 주로 벽사, 역병 퇴치, 해독, 정신병, 유체이탈 치료 같은 특이한 병 등에 대한 약들이 많다. 귀신에 관한 묘약이 자주 등장하는데 단순히 귀신을 죽이는 것만이 아니라 꿈에서 귀신을 접했을 때, 합방했을 때, 홀렸을 때 처럼 그 경우가 다양하다. 과거 귀신이란 미신이 아니라 삶과 무척 가까운 존재였다는 것을 다시한번 알 수 있었다. 귀신을 쫓는 방법으로 부적, 굿 같은 퇴치 방법만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 약을 통해 치료했다는 점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현대에도 인기 있을 것 같은 묘약도 눈에 띈다. 베개나 이불 밑에 넣어 두면 잠든 사이에 자신도 모르게 진실을 말하게 하는 자언진정산, 동안으로 만들어 주는 비약 신선고본주, 100일 동안 배가 고프지 않는 천금초 같은 묘약들은 제조해서 시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마구 불러일으킨다. 동안에 다이어트에 진실까지 들을 수 있다니 참으로 매력적인 약들이 아닌가. 물론 귀신을 볼 수 있는 묘약도 궁금하긴 마찬가지다.


나도 재료들을 모아 가만히 앉아 동그란 환약을 빚어 보고 싶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묘약의 제조법이다. 서문에도 제조법을 절대 따라서 만들면 안된다는 주의사항이 있지만, 그것은 둘째치고 가장 큰 문제는 재료 구하기다. 오미자, 감초, 황기, 구기자, 인삼처럼 지금도 구할 수 있는 재료도 있지만 대장간 바닥의 흙, 백마의 피, 화석, 인도코뿔소의 뿔 같은 재료들을 대체 어디서 구해야 하는 것인지. 게다가 쇠망치의 자루, 광물, 사람의 두개골, 동물의 변 같은 절대 섭취하고 싶지 않은 것들은 물론 수은이 포함되어 있는 주사, 단사 같은 묘약이 아니라 독약에 사용되어야 할 것 같은 위험한 재료들도 포함되어 있다. 재료를 보고 있자면 제조법을 따라하고 싶어도 도저히 따라할 수 없다는 슬픈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과연 묘약은 쉽게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닌가보다.


이런 귀신이라면 한번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도 드는 귀여운 일러스트, 재미있는 효능들. 이런 약이라면 존재했으면 좋겠다, 이 약도 저 약도 한번쯤 복용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묘약들이 가득한 <묘약록>은 매력 가득한 책이다. 과거 의서에 이런 다양한 묘약이 기록되어 있었다니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궁금했지만 찾기 어려웠던 독특한 주제들을 소개하는 닷텍스트 출판사의 책의 출간은 언제나 반갑다. 다음에는 또 어떤 신묘한 세계로 푹 빠지게 만들어 줄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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