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이세요? 창비청소년문학 133
표명희 지음 / 창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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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요새 말이야. 나는 요즘 말이지, 현실에서 만날 수 있는 이야기가 더 좋아. 상상 같은 이야기보다 말이야. 그래서 #당근이세요 가 좋았어! 이 책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읽으면 위로가 돼. 우리와 꼭 닮은 이야기가 아니라도 말이야.” 호수의 짤막한 감상평과 김중미 작가님의 추천사가 이어진다. 낮지도 높지도 않은 톤에 덤덤한 이야기들이 내 등에 들쳐 업힌 보따리 속 가장 큰 돌멩이 하나 덜어준다.

누구를 죽이지도 살리지도 않았다. 반항에 데굴 데굴 구르는 소년소녀가 등장 하지도 않았고 불운한 신파적 요소도 없으며 주인공을 동굴까지 밀어 넣는 명분이 될 만한 배경도 없다. 이 책이 누구에게나 가 닿을 수 있는 이유이자 이 책을 선택해야만 하는 구실이다. 우리는 크고 작게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고, 무겁고 가벼운 숙제를 풀어가며 꼬닥 꼬닥 걸어가듯 산다. 급한 날은 잰걸음으로 어떤 날은 황새걸음으로! 당연하고 보통의 이치를 일정한 어조로 들려주는 이 책은 적당히 미지근한 보리차 같다. 

괴로움과 그리움,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간 미련 속에서 나오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죄책과 자책이 해결되지 않았는데 나 살자고 비겁하게 도망치는 거 같아 자처해 붙들려 있었던 것도 같다. 그래서 누가 떠밀지도 않았는데 저벅저벅 걸어 들어가 끝장을 내자는 심산으로 기어서까지 바닥을 찾아 들어가는 스스로가 지겨웠던 참에 이 책을 만났다. 부끄럽고 창피했다. 수고스럽게 일일이 깊이 파고들지 않아도 외롭고 불안한 것을… 어지간히 볶아댔다.

‘너 뭐 그리 특별나다고 유난이냐 나대지 말고 고요하게. 네게 주어진 일상을 받아 살라.’ 는 메아리가 울린다. ‘사연 없는 사람 없고 고생 안한 사람 찾을래면 없지.’ 그렇게 메아리를 돌려보낸다. 산 사람이 살아지는냥, 내일의 태양이 뜨는 냥, 고독하지만 흥겹게 외롭지만 다정하게. 넘 일을 넘 일 보듯하지 않고 살자고 다짐한다 #표명희 #창비 #당근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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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x4의 세계 - 제29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 수상작(고학년) 창비아동문고 341
조우리 지음, 노인경 그림 / 창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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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병원 로비로 산책을 나갔다. 건강한 사람에게 그 정도 거리를 산책이라 하진 않겠지만 병상에서 보내는 기간이 점점 길어지는 아빠에겐 로비 외부에 마련된 쉼터까지 바람을 쐬러 나가는 것도 산책의 일종이었다. 아빠는 나와 내가 가져가는 간식을 기다렸고 나는 다행히 도시락 싸기를 좋아했다. 그날은 바람이 선선하여 챙겨간 간식 도시락을 쉼터에 펴놓고 먹기로 했고 썰어간 수박을 후룩후룩 소리를 내며 드시는 아빠를 넋 놓고 보고 있는 그때였다. 드릉드릉 소리를 내며 배달 오토바이 한대가 쉼터쪽으로 다가왔고 때마침 맞은편 병원 로비에서 부터 수액 거치대를 끌며 회색 비니를 쓴 소녀가 힘겹게 달려오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소녀의 혈관으로 모이는 여러개 수액의 무게만 해도 몇키로는 될거 같았다. 소녀는 배달음식을 받아들며 아빠가 도시락 통을 열 때 처럼 환하게 웃어보였다. 이윽고 도착한 소녀의 엄마도 소녀가 먹는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마치 좀전의 나처럼.

작년 한해, 우리 가족은 입원실이 갖춰진_(옛날말로)큰 병원에 몹시도 자주 오가게 됐다. 병을 가소롭게 여기고 집에서 버티고 앓다가 병이 커질대로 커져서 병원에 갔다. 같은 방을 쓰는 환자가 몇번 바뀌는 동안에도 우린 병실을 떠날 수 없었다. 우리집 아이도 그랬고 아빠도 그랬는데, 불운한 상황에서도 우리에게 닥친 이 위기가 최악을 아닐거라 낙관했다. 의료파업 중에 우리에게 허락된 입원실과 의료진이 있어서 다행이었고, 마침 직장이 없어서 딸 아이도 아빠도 챙길 수 있어 다행이었다. 사려 깊은 직원분들 덕에 불안하지 않은 병원 생활을 할 수 있어 다행이었고, 날카로울 수 있는 상황에서도 서로를 배려하는 병동사람들이 다행이었다. 엄마는 오랜 간병에도 다인실을 고집했는데, 숨소리까지도 칸칸이 공유가 되니 그것 때문에 조심스럽긴 해도 쓸쓸하진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엄마는 내게 도시락을 가져올 때 간호사 선생님과 옆 침대 보호자들의 주전부리를 부탁했다. 다행인것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되니 다행인 것을 찾는 편이 나았다.

병실에 지내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환자와 보호자의 감각은 뭉툭해져 갔지만 우리는 불안함을 안도감으로 바꾸는 긍정 사탕 한알씩을 마음에 품고 있었다. 살살 녹여서 단맛을 본 후엔 다시 아껴두는 알사탕 처럼_아빠는 나를, 엄마는 간호사+복지사선생님을, 내 아이는 병원 도서관을. 더 정확히는 도서관에 꽂힌 많은 만화책을. 그리 여겼다. 타의적으로 꾸려진 병실 공동체 속에서 저마다의 희망 오아시스를 품고 살았다. #4x4의세계 의 가로세로도 그랬다. 이곳을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지 손꼽기 보다 병원이란 배경 속에서도 기쁨을 찾는 현명한 어린이들의 이야기는 바람이 되어 안긴다. 우리는 기대어 자생한다. 삶에서 만큼은 기대어 사는 것과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는 것은 반대가 아니라 동의어다. 그곳이 어디든 각자 살고 함께 산다. 이 책은 이토록 당연한 이치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효능감과 효용감, 효율을 중시하며 담고 채우는 것이 익숙해져버린 우리에게 어린이 병동이란 제한적 공간이지만 우리와 다르지 않은 삶의 모습에서 우리는 근본적이고 원초적 마음에 다가가 볼 수 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한 에피소드 같은 아름다운 이야기에 감화된 우리는 책을 덮고 한동안 멈춰서 마음을 다듬었다 #조우리 #창비 #호수네책 #호수네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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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싶어 네 마음
김효정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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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새로운 감정을 느끼며 배우고 있다. 물론 가끔은 상황보다 더 크게 소용돌이 치는 감정에 압도 당하기도 한다. 여즉 느껴보지 못한 마음의 언어가 나를 삼키고 끌어 당긴다. 친구가 안부를 물어 올 때에 현재 상황을 꺼내놓는 것이 버거운 줄로만 알았는데 소식을 나누는 자체보다도, 내 안에 해체되지 않고 결박된 감정을 풀어놓기가 어려운 것이다. 호도하기엔 거대하고도 까다로우며 생경한 감정과 씨름 한다. 그런 와중에 도착한 귀여웁고 풋풋한 이 책 덕분에 시들어 버린 감정이 고개를 든다. 투명하고 푸릇한 장면이 영상이 되어 돌아간다. 마치 4D 영화처럼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짙은 풀 향기와 상쾌한 바람이 살 곁에 닿는듯 하다.

(쓸대없이 진지한 구석이 있어) 내 안에 복작댐은 확대해서 느끼지만 그것을 정연하게 꺼내 놓는 것은 서툰 나를 이 책은 올해 가장 감정적으로 모호하고도 애잔한 순간으로 다시금 돌아가게끔 해주었다. 생후7주 강아지를 품에 안던 날과 그 친구와 교감하며 움텄던 순수한 마음들_꼼꼼하게 뭉쳐서 넣어둔 그 시간에 문이 열린다. 킁킁 대며 긁어보고 맡아보고 핥아보던 녀석의 호기심, 나의 마음을 헤아리는듯 귀담아 들으려 갸우뚱 거리던 고개와 눈망울, 모든 것이 해제 되던 그 순간들을 #알고싶어네마음 과 함께 따라가본다.

사랑, 모든 찰나가 처음 느끼는 결에 사랑의 감정이었다. 그 마음이 너무도 커서 내 안에 많은 충돌이 있었다. 그래서 내 사랑은 매일이 갸륵했고 애석했다. 이제서야 글이나 말이 아닌 교감의 언어를 통해 보다듬었던 시간에 무게추를 달아본다. 이 책은 우리가 아는 다섯가지 감각 그 이상을 사용하여 말이 되어 나오지 않는 마음의 온전함을 찾아가려 애쓴다. 숨, 체온, 몸짓, 향기에 배인 사랑을 느껴본다. 아직은 마음의 부피를 다 가늠하지 못하는 모두에게 서툴지만 소탈하게, 완벽하지 않지만 정직하게 마음을 바라볼 준비를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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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놀이가 시작되었습니다 반달문고 43
김태호 지음, 이영림 그림 / 문학동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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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라는 세상은?
공부에 묶여 있지 않은 세상

공부는 학교에서 하는 것이 전부인 녀석이 왜 저런 답을 적었는지 잘 알고 있다. 자신에 놀 의지와 관계 없이 놀 친구가 없다는 것을 알아버린 탓이다. 태권도 학원에나 가야 잠깐이나마 몸으로 놀 수가 있는데 그 마저도 요샌 아이들끼리 몸을 쓰면서 노는 것이 제한되다 보니 쉽지가 않다. 보통은 하루에 2곳, 많이 가는 친구들은 하루에 4곳까지 학원에 가야한다. 평일에도 영화관에서 영화 보는 여유가 허락된 우리집 아이는 친구와의 놀이가 늘 고프다. 그러다보니 유일한 놀이의 장이 되는 학교의 쉬는 시간은 가장 밀접하고 가까운 놀이터의 의미를 갖는다. 친구들이 단원 평가를 잘 보기 위해 주말에도 학원에 가고, 주어진 목표만큼 암기하느라 애를 쓰는 것을 보며 (과외에 공부하지 않는 것이 불안할 법도 한데🤣😂) 괜찮은지 묻는다. 그것은 위에 답처럼 ’묶여있다‘고 느끼기 때문일거다. 어떤 친구는 스스로 뛰어나기 위해 학원을 선택하기도 하고, 또 어떤 친구는 맞벌이 가정이라 부모님 퇴근까진 학원을 돌 수 밖에 없는 사정도 있다. 현실이 그러니, 친구와 놀려면 부모들끼리 연락, 아이들 스케줄 조율처럼 여러번 이야기가 오가며 벼르고 벼르는 약속이 된다.

아이들의 놀이, 놀 권리를 비추고 있는 #오늘의놀이가시작되었습니다 가 한장 함장 넘어갈 때마다 거듭해서 ‘현재 아이들은 이대로 괜찮은가?’ 질문하게 된다. 친구들과 역할 놀이로 재잘재잘 하는 것보다 유투버의 영상을 친구 삼아 역할극을 하는 것으로, 서로 규칙을 정하고 작전을 만드는 또래 놀이보다 스스로 구상하고 완성하는 1인 놀이로의 변화를 자연스러운 시대의 흐름으로 봐야할지 자문해보며 여섯개의 단편, 여섯개의 이야기 속 여섯개의 놀이가 각기 어떤 의미를 갖는지 들여다본다. 관계에서 시작되는 놀이의 부재를 위태롭게 느끼는 것은 나의 기억에 대한 반추 일지도 모른다는 결론에 도착한다. 그리고 이 책이 아이들을 대신해서_관계 안에 있거나 밖에 있거나, 혹은 소수이거나 다수이거나 함께이거나 혼자이거나 관계 없이 아이들은 각자의 소신대로 놀이를 꾸리고 일구고 있음을 이 책은 말해준다. 상상도 놀이이고, 꿈을 꾸는 것도 놀이이다. 그 놀이에서 우리는 모두 술래가 될 수 있다. 쫄깃한 넌센스 퀴즈 같은 여섯편에 이야기 속에 “엄마, 오늘 산책에는 흰 벽돌만 밟으며 걷는거다!”하는 아이의 목소리가 서려있다. 그렇게 놀이는 계속되고 있었고 이어지고 있었다. 오늘은 너와 무슨 놀이를 해볼까? #문학동네어린이 #호수네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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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빙허각 창비아동문고 340
채은하 지음, 박재인 그림 / 창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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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는 사람인 내가 좋다. 여러모로 남들에게 읽히기 부족하다는 걸 알지만 글쓰기 공부를 하지 않는 것은 써야 한다는 중압감이, 쓰면서 누리는 즐거움을 앗아갈지도 모른다는 앞선 두려움 때문이다. 호수의 글쓰기에 관여하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다. 적당한 무게감을 넘어서 그때부터 나를 들여다보는 글보다 유려한 문장을 만들어내는 글쓰기에 가까워질텐데 그것은 바람직한 것 같지 않다. 젊고 어릴 때에는 예쁘게 쓰는 것이 즐거워서 썼다. 가지런히 적힌 나의 손글씨, 빼곡하게 채워진 다이어리와 내 멋에 취해 남겨둔 기록들이 재미있었다. 요리조리 필체를 바꿔가며 써내려간 호수의 글자들이 귀엽다. 어디서 배웠는지 하루는 둥글 납작했다가 하루는 휘갈겨 쓰고 하루는 궁서체를 흉내낸다. 마치 내가 잘 쓰지 않는 단어를 알아내면 그 단어를 문장에 녹여내고 싶은 마음에 요리조리 써보는 것과 비슷하다. 


#이웃집빙허각 은 여성 최초 실학자 빙허각 선생과 가난한 양반의 딸 ‘덕주’가 훗날 조선에서 유일한 여성 실학자로 불리는 ‘빙허각’과 함께 최초의 한글 실용 백과사전 『규합총서』를 만들어 나가는 이야기를 그린 역사동화다. 실학의 사전적 의미처럼 그들은 독자 관점의 실용서를 펴내기 위해 치열하게 번뇌한다. 빙허각 선생의 단단함과 덕주의 유연함이 상쇄하고 절충되는 과정을 통해 쌓아가는 이야기의 구조 안에서 역사 속 여성에 목소리가 초석이 되었기에 현재 여성의 목소리와 의견이 수렴되고 있을 수 있다는, 당연하지만 당연시 하지 않아야 하는 귀중함을 느낀다. 이런 이야기를 읽을 때면 나 역시 바람직한 여성의 모습을 만들어두고 그 틀 안에서 갇혀 있거나 아이를 가두려 한 적은 없는지 상기시켜본다. 


내가 눈여겨 부분이 있다면, (어쩌면 개인적 관심사와도 연결이 되었을지도 모르지만) 빙허각 선생과 덕주의 만남은 세대를 허무는 단초가 되었다는 점이다. 덕주의 어머니에게 이야기를 만드는 소그룹 친구들이 있듯, 빙허각 선생과 덕주 그리고 도령은 작은 공동체를 꾸린다. 노인과 소녀가 성역없이 이어지기란 과거에도 현재에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보니 여인의 관계를 깊이 들여다 보게 된다. 시대적 배경은 물론이고 나이와 신분 모두 수직적일 있는 요소들 갖추고 있음에도 여인은 대등하고 수평적 관계를 이어간다. 글공부를 때는 완벽한 조타수가 되어주고, 그렇지 않을 때는 가는 길을 밝혀주는 횃불과도 같은 존재가 되어주는 빙허각 선생이 있었기에, 덕주에게도 힘이 실린 것처럼 그들의 우정도 완벽히 성립된 것이 아닐까 싶다. 책은 역사동화 라는 장르를 넘어 여성들이 어떻게 세계를 구축해왔는지 들려주며 여성인 우리가 정체되지 않을 동기로 다가온다. 오늘도 깨어있고 내일도 깨어서 여성의 몫과 사람의 몫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어보는 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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