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카테고리 속 어디쯤 있을 바탕색이 외롭게 느껴진다. 내가 사직야구장 근처 아파트 38동에 살던 초등학교 3학년, 10살때의 감정이 겹치고 겹치고 켜켜이 포개어진다. 이 책은 마음상자 속에 잠식되어 있던 환부를 정확히 명중시켰고 슬픔이나 불안이라고 함축하기에는 복잡했던 그때의 감정이 고스란히 터져나왔다. 홈런이 터지면 그 야구공과 함께 함성소리는 우리집을 향해 달려오고 야구장 위로는 터지는 불꽃놀이를 집에서 관전할 수 있는 행운이 주어졌지만 무지갯빛 여름밤 속 내 감정의 기억은 고독이었다. 두 페이지를 한장으로 구성한 장면들은 내가 책을 보고있는지 트레일러를 보고 있는지 헷갈릴 만큼의 생동감과 공간감을 느끼게 하는데 책의 바탕의 되는 계절의 색이 몹시도 여름을 표현하는데 내용의 아릿함은 자꾸만 내 유년기의 세밀한 감정들 속으로 다녀오게한다. 기찻길, 쌍둥이 사촌들, 그리고 그녀들의 가족, 자전거 뒷자리, 그 집의 구조, 메뚜기 튀김 - 여름방학이 지나면 집에 배달되는 편지. 사촌들의 편지는 내게 방학의 마침표 같았다. 오늘의 감정의 마침표는 책을 덮은 후의 다시 바라보게 되는 표지인것 처럼 말이다. 출판사의 서평처럼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때 나는 뜨겁고 서글폈던 유년시절의 어느 여름날로 완벽히 돌아가 있었고 #카키 는 극심한 성장통에 몸부림 치던 무지갯빛 여름날을 소환시킨 책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때의 성장통은 내게 필요충분조건 이었음을... #앳눈북스 #카키 #호수네그림책 #그림책이야기
이번 여행에 함께 한 책이다. 꼭 여행에 함께 하고 싶었던 책이기도 하다. 바다에서 숙소에서 기차 안에서 짬내어 읽었다. 책을 신청할때에만 해도 장애에 대한 시선 혹은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는데 이 책은 가족의 이야기이다. 누군가 나처럼 제목의 휠체어라는 단어에 집중했다면 이 서평을 통해 아빠로 시선을 옮기면 좋겠다. 여행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변수에 아이때문에- 라는 아이탓이나 핑계를 대고 있진 않은지 되짚어가며 읽어도 좋겠다.책을 읽는 동안 장애를 가진 아이를 잉태했다면 - 이라는 가정이 맴돈다. 우리는 여러차례 기형아 검사나 양수검사를 하기도 하면서 건강한 아이를 바란다. 너가 내 복중에 있었을 그때를 떠올려보면 오늘 네게 부린 오늘의 내 짜증은 정말 미안하기 짝이 없다. 나는 건강하게 매일 잘자고 잘먹고 잘노는 아이에게 끝없이 바라고 있다. 착착 준비하고 착착 다음순서를 알고 정리도 팍팍 해주길 말이다. 너는 아직 7살이라는 것을 망각한채 내 욕심이 앞선다. 너는 내게 인정받기 위해 눈치를 보기도 하고 실수에 혼이 날까 눈치를 보기도 한다. 내가 널 눈치보게 했다는 것에 반성했다가도 다음날이 되면 내 성질에 또 윽박을 지르고 만다. 책 속 주인공 마우지는 장애의 유무와 관계없이 내가 위에서 말한 아이의 다양하고 섬세한 마음을 잘 표현하고 있다. 오두막에 표루한 상황을 슬기롭게 헤쳐가기 위해 아빠를 이해하려 하고 아빠의 마음을 움직이려 애를 쓴다. 마음의 불안한 동요마저 조각조각 섬세하지만 쉽고 솔직한 문장들은 - 나로 하여금 호수가 불안하고 곤란했을 상황들을 돌이켜보게 한다. 내가 미치지 못하는 부분까지 날 배려하고 있는 너의 사려 깊음을 굳이 나는 책을 통해 알아야 했나 싶은 요즘의 나를 떠올린다. 마음 내어주고 사랑을 더 많이 주는 쪽은 아이임을 알게 해주는 책을 만났다. 고맙습니다 #호수네책 #한울림어린이 #책이야기
#불만이있어요 책은 제목대로 아이가 부모에게 가질만한 불만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호수는 입맛이 없다는 말을 자주 한다. 그 말의 의미는 어른들처럼 식사를 하지 않고 싶단 의미다. 남편이말했다면 "그럼 먹고 싶을때 먹어" 라고 했을텐데 아이이기 때문에 입맛이 없어도 밥을 먹이려고 하는건 내쪽이다. "잠이 안와"도 그렇다. 어른은 잠이 안오는 날엔 뒤척이다 못해 일어나 별별일들을 하곤 한다. 하지만 아이는 다르다. 아이를 잠에 들게 하기 위해 끊임없이 감언이설을 날리는 것도 어른의 쪽이다. 아이도 어떤날 잠이 안오기도 하고 잠을 자고 싶지 않을 수 있고 밥을 먹기 싫을 수 있고 까닭없이 짜증이 나는 날도 있다. 하지만 그것을 통제하려 하는건 어른의 쪽인데 어른들의 이유와 다를바가 없는 내 이유가 타당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꼬마들은 불만이 있는것이 어찌보면 당연하다. 이제는 내게 "엄마의 말에 내가 기분이 나쁘니까 사과해주면 좋겠어"라고 한다. 이것은 17살 언니에게 배운 말투인데 참 야무지게도 써먹는 호수의 불만을 내가 너무도 잘 알겠다. 말 조심해야지 #불만이있어요 #요시다케신스케 #주니어김영사 #호수네그림책 #그림책이야기
함께 읽는 책은 꼬마에게 선택의 즐거움을 주려고 한다. 그래서 책을 신청할 때에도 가끔 호수의 의견을 반영하곤 하는데 #고추장운동회 는 꼬마의 사심을 가득 담았다. 책이 도착하고 열흘쯤 되었는데 하루 몇번씩 꼬박 읽고 있다. 역시나 연령에 맞는 그림책의 역할이 있구나! 하는 순간이다. 아이와 나눌 이야기가 많고 내게 질문이나 생각을 남겨서 뿌듯한 책이 있다면 아이가 좋아서 계속 찾아 읽는 책이 있다. 내가 선택한 책은 이후에 아이 기억에선 지워지기도 하지만 후자는 절대로 잊혀지는 법이 없다. 잊혀지기는 커녕 작가님의 성함이나 그림체만 봐도 알아 맞추는 경지에 이를만큼 저장된다. 아마 #고추장운동회 는 확실하게 저장이 될 거 같다.호수는 아직 7살이다. 책 읽는 시간을 맹목적으로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내 목적이 투영된 그림책을 많이 보려고 욕심부렸던 마음을 반성을 하게 됐다. 뭐가 그리 재미있냐고 물었더니 채소들 이름으로 만든 삼행시라고 했다.책 한권으로 쉽사리 변화를 가져올수는 없다. 말하자면 #후끈후끈고추장운동회 를 읽고선 채소를 먹지 않던 아이들이 비빔밥을 비벼먹거나, 고추장을 먹지 않던 꼬마가 먹게 되는 변화는 없을거라는 거다. 하지만 호수 또래의 아이들이 즐겁게 접근하고 스스로 반복하여 찾아보고 싶을 책을 만난 것 같다. 고맙습니다 #다림 #호수네그림책 #그림책이야기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 나는 김중미 작가님의 #존재,감 이란 책을 #괭이부리말아이들 보다 더 인상 깊게 읽었다. 그도 그럴것이 부모가 되었고 연대에 대한 의식이 싹텄고 공동체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존재,감 에서 담고 있는 이야기를 사각지대의 아이들의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다면 그 조차 나의 오만이였다. 오디오 동화를 듣던 호수가 말했다. "거지가 뭐야? 아! 맞다. 가난한 사람이구나!" 동화를 듣다보니 이야기의 맥락상 거지는 가난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던거 같다. 가난은 상대적이고 가난한 사람이 거지가 아니라고 말했다. 엄마도 아빠도 열심히 경제적, 사회적 활동을 하고 있지만 어떤 관점에선 가난한 사람일수 있고 원하는걸 가지지 못한다고 해서 가난한것도 아니며 우리는 부자에 속하지도 않는다고 말이다.'걱정이야, 문제야'라고 일컬어지는 사회현상들은 시대를 반영하는 삶이다. 국한된 부류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누구도 그것과 멀어지고 있다 속단 할 수 없다. 상상이나 했는가 - 항공사가 폐업을 할거라곤 말이다. 우리는 공동체 속에 살고 있고 공동체와 함께 유기적 존재로 살아간다. 자본으로 연결된 물적공동체 역시 공동체이고 우리는 공동체 속에서 사회를 배운다. 동정이나 간섭, 그리고 무관심이 아닌 내게 일어날지 모른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하는 태도와 마음가짐이 연대의식이 아닐지 생각해본다.내가 그림책 이후 아동,청소년문학을 읽게 된 구심점을 들여다본다. 그림책으로 앞으로 던져야할 이야기들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글이 해낼 수 있고 글을 읽을수록 깊어지는 것들이 있다고 생각했다. 영유아에서 아동으로 가면서 좁아지고, 아동에서 청소년으로 갈수록 또 한번 좁아지는 것 같았다. 삶의 대화들이 고스란히 담긴 따뜻한 이야기를 많은 분들과 특히 청소년 그리고 청년들과 함께 읽고 싶다. 고맙습니다 #곁에있다는것 #창비 #호수네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