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부터 육류를 먹으면 이전보다 더 강한 복통이 찾아왔다. 그래서 검색창에 '디톡스'를 찾아보았는데 그 후부터 다이어트 보조제가 내 SNS를 뒤덮었다. 내가 원한건 해독이었는데 어느새 다이어트 제품을 보고 있었다. 애시당초 날씬했을 모델들이 그걸 먹고 날씬해진 것처럼 광고하는 말에 홀딱 넘어갈 것 같다. 이처럼 온갖 유혹들이 도사리고 있는 미디어 속에 분별할 틈도 주지 않는 자극들이 우리에게 제공되고 있다. 우리는 발뒤꿈치까지도 맨질맨질, 겨드랑이 털 한올까지 전멸시키는 것이 당연해진 세상에서 내버려두어도 괜찮을 이유를 찾아야 하고 반대로 남들처럼 하지 않아도 괜찮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내 안에 자라고 있어야하고 그 누구보다 내가 나 관대하고 소중히 아껴야 한다. 그릇된 사랑에서 오는 결핍과 아둔함은 나뿐 아이라 타인을 다치게 할 수 있는 무기가 될 수 있기에 건강한 사랑이 무엇인지 공부해야 한다.<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이라는 영화를 보며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 곧 혐오의 지름길이며 무너지지 않도록 자신을 잘 잡아보리라 다짐했던 20대의 내게 찾아와 들려주는 이야기같은 #사랑은너를바꾸려들지않아 를 흔들리는 것이 당연하고 그 바람속에서도 독립적인 존재로 성장하고 있을 소녀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내 이야기를 안전하게 털어놓고 질문하고 싶다면 이 책을 펼쳐 책과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다. 고맙습니다 #리듬문고 #호수네책 #책이야기
우리 아버지 국민학교 교과서에 미래엔 선없는 전화기가 나올거라 해서 말도 안된다고 웃었다던데 내가 받은 미래의 편지는 멀지 않은 미래에 현실이 될 것 같기도 하다. 길들여지지 않을 것 같던 나 또한 집 밖에서 집에 있는 로봇청소기에게 명령을 전송한다. 불통이 될 것 같았는데 그 속에서도 소통이 되고 전화번호를 외우는 기억력은 감퇴되었지만 전화번호를 잊은 친구의 안부와 소식을 듣는 것이 가능해졌다. 단조롭게 변해버릴 것 같던 생각에너지가 기계를 배우는데 쓰이는 두뇌에너지로 전환됐다. 386, 486 컴퓨터의 명령어를 배우던 우리였는데 우리의 아이들은 코딩을 배운다.삐리삐리, 미래에서 날아온 편지 몇통을 읽었다. 나는 인간이 존재하는 그 순간이 지금이고 현재라 생각한다. 시공간을 초월해도 사람이 살고 있는 한 관계는 계속 될 것이고 그 관계의 목표는 공생이다. 이미 SF시대에 진입했다 해도 나는 오늘을 충실히 살며 세상이 급변하는 와중에도 느리게 사는 삶에 대해 고민한다. 기계 앞에 무력해질만큼 인간은 나약하지 않으며 그것에겐 없는 인간만의 감각을 동원해서 인간에게 주어진 시간을 살아갈거라는 메세지가 담긴 그것이 앞으로의 미래라고 말하는 책을 만났다 #특이점 #서유재 #호수네책 #책이야기
이렇게 미의 기준을 일찍 습득하는지 엄마가 되기 전에는 몰랐다. 단순히 공주와 영웅을 동경하는 것 이외에 예쁘고 못생긴 것을 판단하는 시기가 이렇게 이르다니! 아이의 입에서 못생겨서 싫다는 문장을 들어본 엄마라면 그것이 다름 아닌 대상의 코앞에서 였다면 그 당혹감은 말로 표현할 길이 없다. 그 마음을 차치해 두고 어디서 이런 걸 배워왔나부터 떠올렸다면 답은 쉽다. 어떤 양육자는 우리 집은 티브이도 없고 내가 누군가의 외모를 평가하지도 않는 것 같은데 얘가 이런다고 하던데 그렇지 않더라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외모에 대한 이야기는 일상에 만연하다. 쓱배송 차량을 보며 "엄마는 저 이모가 예쁘더라" 라고 말하는 순간 아이는 예쁨의 데이터를 입력했을 테니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예쁨이 전부가 아님을 잘 알 수 있게 해야 한다. 그 이론을 알고 있는 우리도 살이 찌면 빼야 한다 하고 피부의 노화를 막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가! 그러니 아직은 눈에 보이는 대로 입력하고 판단하는 아이라도 친구의 어떤 면모를 보고 있는지 이야기 나누어야 한다. 부러워하고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얼마나 다양하고 면밀히 관찰하고 있는지 말이다. 내 안의 씨앗뿐 아니라 타인의 반짝임도 발견할 수 있는 눈을 가지는 아이로 성장하는데 필요한 책을 만났다. 고맙습니다 #다람이네텃밭의못난이축제 #빨간콩 #호수네그림책 #그림책이야기
한동안 꼬마의 관심은 쓰레기에 가 있었다. 집에서 나온 쓸모 있을만한 재활용품을 망사 주머니에 가득 담아 달려가며 서랍에 채워 넣을 생각에 신나 있었다. 매주 호수는 그것으로 신기 방기한 물건을 탄생시키는 발명가가 되었다. 그 탄생에는 이야기가 있었고 구상한 것들을 구현하기 위해 골똘히 생각했고 무엇을 만들 것인지 상상해 보았다. 그러던 어느 날, 이런 질문을 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의 입에 들어가기도 했을 테고 누군가 사용하다 버렸을 것들로 뭘 만들어야 하지?" 댕! 나는 녀석이 사물을 볼 때에 쓸모가 있겠다고 판단하는 모든 과정 속에 새활용에 대한 이해가 충분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니 당황스러웠다. 자신의 손을 거쳐 창작물에 대한 성취의 기쁨만이 존재했을 뿐 재탄생의 개념을 모르고 있었고 오직 내 창작을 위한 도구로만 보았지 누군가의 손발 입을 거쳐 왔을 거란 생각을 못 했는데 불현듯 그리고 '그냥' 궁금하다니 아이다웠다..우리는 그때 재탄생에 대해 그리고 갖추어진 재료들과 다른 의미를 갖는 잡동사니에 대한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나누었다. 호수는 아직도 쓰레기를 모아둔다. 그리고 버리지 못한다. 상자 몇개 가득 담아두고 틈날때마다 찾아서 무언갈 만든다. 그것이 멀쩡하게 작동이 되지 않는 리사이클 이라고 하더라도 소중한 가치와 윤리적인 생각으로 이어질거라 믿게 하는 책을 만났다 #봄의정원 #별난아저씨의별난만물상 #호수네그림책 #그림책이야기
나는 유모차와 안가는 곳이 없었다. 못가는 곳 빼고 다 가면 되었다. 유모차와 호수와 나는 한몸이었다. 한손에 호수를 안고 한손에 유모차를 들고 계단을 오를 때에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나는 이렇게라도 움직일 수 있는데 휠체어를 타신 분들은 이 길을 마주했을때에 어쩌나 싶은 낙담이었다. 뭘 그렇게까지 비관적으로 말하냐 한다면 - 바퀴달린 것에 바퀴달린 것과 함께 타는 것에 도움을 조차 요청할 수 없이 팽배해진 비호의적 태도와 차가운 시선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옥을 목격한 찰나가 있었는데 지하철 내 엘레베이터가 도착한 순간이었다. 그 아무도 휠체어를 우선하지 않았다. 물론 노인도, 아동도 약자이지만 휠체어처럼 부피가 큰 것은 뒤에 타는 것이 맞다는 듯 사람들은 앞으로 앞으로 끼워타고선 문이 닫힐때까지 허공을 바라보고 있다. 내 유모차와 휠체어만 덩그러니 남아 초점 없는 눈동자들을 마주했다. 숨가쁘고 쪼잔한 세상을 살다보니 먼저 달려가 도와드릴까요? 물어줄 용의가 없는 것이 아니라 세상 앞에 지쳐버린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하지만 부디 #늘보씨집을나서다 를 펼치게 되는 독자들만이라도 다가가는 것에 인색하지 않았으면 한다. 약자를 배려하는 건 선행이 아닌 필수이며 그것이 함께라는 가치임을 깨닫게 하는 책을 만났다. 고맙습니다 #한울림어린이 #호수네그림책 #그림책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