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유모차와 안가는 곳이 없었다. 못가는 곳 빼고 다 가면 되었다. 유모차와 호수와 나는 한몸이었다. 한손에 호수를 안고 한손에 유모차를 들고 계단을 오를 때에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나는 이렇게라도 움직일 수 있는데 휠체어를 타신 분들은 이 길을 마주했을때에 어쩌나 싶은 낙담이었다. 뭘 그렇게까지 비관적으로 말하냐 한다면 - 바퀴달린 것에 바퀴달린 것과 함께 타는 것에 도움을 조차 요청할 수 없이 팽배해진 비호의적 태도와 차가운 시선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옥을 목격한 찰나가 있었는데 지하철 내 엘레베이터가 도착한 순간이었다. 그 아무도 휠체어를 우선하지 않았다. 물론 노인도, 아동도 약자이지만 휠체어처럼 부피가 큰 것은 뒤에 타는 것이 맞다는 듯 사람들은 앞으로 앞으로 끼워타고선 문이 닫힐때까지 허공을 바라보고 있다. 내 유모차와 휠체어만 덩그러니 남아 초점 없는 눈동자들을 마주했다. 숨가쁘고 쪼잔한 세상을 살다보니 먼저 달려가 도와드릴까요? 물어줄 용의가 없는 것이 아니라 세상 앞에 지쳐버린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하지만 부디 #늘보씨집을나서다 를 펼치게 되는 독자들만이라도 다가가는 것에 인색하지 않았으면 한다. 약자를 배려하는 건 선행이 아닌 필수이며 그것이 함께라는 가치임을 깨닫게 하는 책을 만났다. 고맙습니다 #한울림어린이 #호수네그림책 #그림책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