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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스토리
리처드 파워스 지음, 김지원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2월
평점 :
숲의 목소리를 들은 9명의 사람들의 숲을 지키려는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이야기.
2018 맨부커상 최종 후보작 <오버 스토리> .
오버 스토리는 숲 상층부의 전체적인 생김새를 뜻한다. 40억 년 지구 생명의 역사상 가장 오래되었지만 말이 없는 존재인 숲으로부터 부름을
받은 사람들이 진행하는 이야기.
"이곳은 나무가 끼어 사는 우리의 세계가 아니다.
나무의 세계에 인간이 막 도착한 것이다."
소설은 등장인물 9명을 하나의 나무로 상징하며 개인적인 삶으로 표현한다. 예기치 못한 순간에 연결되며 거대한 숲을 이루는
이야기다. 벌목 위기에 놓인 원시림을 구하기 위해 모인 이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오버 스토리>는 인간과 숲에 대해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꼽히는 책이다.
아무도 나무를 보지 않는다. 우리는 열매를 보고, 목재를 보고, 그림자를 본다. 장식품이나 예쁜 가을의 나뭇잎을 본다. 길을
가로막거나 스키장을 훼손하는 장애물을 본다. 깨끗이 밀어야 할 어둡고 위험한 장소들을 본다. 우리 지붕을 무너뜨릴 수 있는 가지들을 본다.
환금성 작물을 본다. 하지만 나무는, 나무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596.
또한 곰팡이 병으로 거의 전멸되다시피 한 미국 밤나무의 역사를 덩그러니 홀로 서있는 한 그루 나무 사진으로 설명하며, 그 나무를
물려받은 남자가 걸어갈 운명을 예고하기도 한다. 개개인의 서사를 나무가 숲을 이루는 과정과 엮어내어 이야기를 아름답게
전개한다.
자연계에 대해 깊은 관찰과 연구가 있지 않았다면 완성시킬 수 없었을 책으로, 첫 장부터 아름다운 은유로 전개해 나가는 저자의
이야기에 매료되어 700여 페이지의 분량이지만, 어렵지 않게 읽어낼 수 있었다. 사실 나무는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자원인지라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곤 하는데, 이들은 우리가 알지 못한 그들의 방식으로 수천 년을 기다리면서 종족을 남기며 살아가고 있었다. 인간은 대자연에 비하면 한없이
작은 존재이거늘 모든 것을 알고 지배하는 마냥 교만하기 그지없다. 우리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마구잡이로 베어내는 나무, 이로 훼손되는 숲을
어떻게 보존해야 할지 고뇌하게 만드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