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래스메이커
트레이시 슈발리에 지음, 박현주 옮김 / 소소의책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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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주 귀고리 소녀』의 작가 트레이시 슈빌리에의 신작이 출간되었다. 《글래스 메이커》는 시간이 멈춘 듯한 베네치아의 무라노 섬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게 한다. 


베네치아 여행의 필수 코스는 산 마르코 광장과 곤돌라 체험, 그리고 무라노 유리 공예다. 트레이시 슈빌리에는 여전히 많은 관광객이 찾는 매력적인 도시 베네치아 고유의 매력을 유리 공예로 자신의 입지를 다져온 한 여인의 인생으로 보여준다. 

남성 위주의 무리노 섬에서 로소가의 유리 공예 장인으로 인정받기까지 묵묵히 도전하고 자신의 입지를 굳혀온 오르솔라의 강인한 면모도 눈에 들어온다. 베네치아의 마스크를 탄생시킨 페스트로 오르셀라는 큰 올케를 잃고, 페스트로 격리된 동안 지극 정성으로 서포트해 준 애인 안토니오를 가족들이 외면하며 다른 남자와 결혼시키려 함에도 오르셀라는 결국 가족을 선택하는 여인이다.  



무라노 섬의 유리 사업이 위기를 겪었을 때 돌파구를 찾는 오르셀라의 모습 외에도, 가족이 무너지려 할 때마다 중심이 되려 노력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밀도 있게 그려낸다. 



또한 60세 후반이 되는 동안, 그녀는 페스트를 겪으며 올케를 잃고, 어머니와 어머니와 사별 후, 전쟁으로 조카와 여동생을 잃으며 사랑하는 이와의 사별의 그리움과 아픔은 영원히 극복할 수 없고, 단지 익숙해질 뿐이라는 점을 깨닫는다. 



코로나19로 남편을 잃은 오르셀라는 관광객이 끊어지고 뱃길이 막히며 베네치아에 다시 돌고래가 돌아왔을 때, 그녀 앞에 한 남성이 나타나자 안토니오가 돌아왔을까? 기대하기도 한다.



마침내 오르셀라에게 마지막 돌고래를 전해준 남성은 안토니오의 후손으로, 가문의 비밀을 알고자 베네치아에 방문했던 것이다. 어쩌면 그녀를 버티게 한 것은 주기적으로 유리 돌고래를 보내오는 옛 애인 안토니오의 위로가 아니었을까. 



안토니오 가문이 500년간 세대를 거듭하며 오르셀라에게  돌고래를 보내온 시간은 베네치아의 유리섬 무라노의 시간과 바깥세상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는걸, '유리 공예' 전통을 지키며 살아가는 그들의 삶과 격변하는 세상을 대조적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오르셀라와 안토니오의 안타까운 사랑의 무게에 먹먹해진다. 



책장을 덮고, 다시 맨 앞으로 돌렸을 때, 소설 처음을 시작할 때 무심코 읽었던 '소설 속 시간대에 다한 설명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시작할 때는 단순히 아 베네치아 여행 때 참관했던 무라노 유리 공장이 배경이구나 정도였는데, 물수제비로 시간을 점프 시키며 서사를 이어가는  《글래스 메이커》의 기본 프레임이자 그가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싶다. 

베네치아와 무라노의 전경이 그려지는 생생한 묘사에 흠뻑 취해 15년 전 베네치아를 여행하며 무라노에서 사온 유리 문진을 찾아 본다. 



《글래스 메이커》는  『진주 귀고리 소녀』를 재밌게 읽었던 분, 

따스한 매혹적인 소설을 읽고 싶은 독자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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